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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시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22), 나의 무비즘 (28) 그 애의 수첩과 선생님, 길 / 박석준 나의 시 30 그 애의 수첩과 선생님, 길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22), 나의 무비즘 (28) 1987-03 / 1989-01 / 1993 / 2002 박석준 / 그 애의 수첩과 선생님, 길 . . 3월에 잘생긴 고1 아이가 싱글거렸다. ‘쟤가 수업을 하는 거냐, 나를 감상하는 거냐?’ 생각케 한 ‘그 애’가 광주로 귀가하려고 길을 걷는 나를 따라왔다. 엿새를 버스정류장까지 오더니, 마지막 날엔 “하숙하면 더 편하잖아요?” 하며 나의 손을 잡았다. 나는 3월 봉급으로 4월에 항구도시에 자취방을 빌려, 밤엔 일을 설계했다. ― 「먼 곳 3 ― 11월의 얼굴들과 빗물」에서 ↓ . . 그 애의 수첩과 선생님, 길 귀갓길을 걷는 나를 따라와 버스정류장에서 3월에 6일간을, 집 가르쳐주세요, 하고 내 손을 잡.. 더보기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21), 나의 무비즘 (27) 슬픈 방 2 ― 방과 나 / 박석준 나의 시 29 슬픈 방 2 ― 방과 나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21), 나의 무비즘 (27) 1988-05 / 1988-12 / 1992 박석준 슬픈 방 2 ― 방과 나 88년 5월의 어느 토요일. 직통버스를 기다리며 줄 서 있는 나에게는 한 생각이 흘러가고 있었다. 아무도 모를, ‘방과 나의 존재’에 관련한 생각이. ‘방! 방은 사람이 돌아가 일상을 마무리하는 실내이지만 나에겐 방이 주로 바람과 바램과 슬픔의 사정들을 안고서 허덕이는 모습들로 푸접없이 다가왔을 뿐이다. 어머니는 우리들의 방이 두 개의 방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 두 방에서 형들과도 함께 살고 싶어 하는 어머니의 심정을 형들이 받아들여야 할 텐데…….’ 나는 12월 어느 황혼 무렵에 광주행 버스 속에서 “지난 79년 남민전 사건으로…… .. 더보기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20), 나의 무비즘 (26) 초대 / 박석준 나의 시 28 초대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20), 나의 무비즘 (26) 1988-12 박석준 / (교정)_시집_(‘방 안’/‘6시’) 초대 학력고사를 열흘 앞둔 12월의 첫 화요일 나는 캄캄해진 항구도시 길을 두 사람과 함께 가고 있다. “집으로 모시려고 합니다. 가서 식사도 하고요.” 퇴근하는 나를 스탠드 갓길에서 초대해서. 여름방학 하루 전 ‘그 애’ 집에서 생긴 일이 생각났지만. “5·18 데모는 작년 비교고사 거부 데모와 의미가 다르지.” 하고, “선생님?” 한 질감 품은 음색의 어머니 목소리와 소리 없는 사이와 방문 닫히는 소리가 내 귀로 파고든. 점심식사에 초대한 ‘그 애’의 방에서 곧 나와야 했던. 조심해야지. 생각한 나는 6년째 착용한 남색 수트 상의를 2층 찬웅의 방에서 벗고 책상에 .. 더보기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19), 나의 무비즘 (25) 슬픈 방 1 / 박석준 나의 시 27 슬픈 방 1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19), 나의 무비즘 (25) 1988-05 박석준 / 슬픈 방 1 “안채 사람들이 나갔단다. 무리가 되더라도 우리가 그 방들을 얻어야 할 것 같아야. 형들이 나오면 식구대로 잠잘 자리는 있어야 할 것 아니냐?” 88년 5월 중순의 토요일, 어머니는 우리들에게 매우 진지하게 자신이 인식한 상황을 예감처럼 털어놨다. “얼마랍디여?”라고 나와 헌이 동시에 물었는데, 어머니는 열 달 사글세로 200만 원인 방값을 이상한 방정식 같은 계산법을 적용하더니 당장엔 120만 원만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일단 들어가고 봅시다. 돈이야 구해볼 테니까요.” 라고 헌이 곧바로 얘기했다. 나와 헌의 한 달 월급을 합쳐도 40만 원이 더 있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금액인데... 더보기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18), 나의 무비즘 (24) 먼 곳 4 ― 수감된 거리에 서면 / 박석준 나의 시 26 먼 곳 4 ― 수감된 거리에 서면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18), 나의 무비즘 (24) 1987-11 / 1987-12 박석준 / (교정) (원작 원고: 지역교협/열시/지역교협/십여) 먼 곳 4 ― 수감된 거리에 서면 1 두 개의 1로 갈라진 11월, 넷째 월요일 밤 3시간의 회의 후 오거리의 지역 교협 사무실에서 나온 주황색 잠바 나는, 열 시를 넘은 항구도시, 불빛들 불안한 밤길을 버스정류장으로 가고 있다. “왜 포위한 거요?”, “당신, 행사장 가려는 선생 아냐?”, “저 사람 보통 사람이 아닌께 절대……. 아니, 내가 직접 데리고 가겠소.” 세 소리가 부딪쳤다. 지역 교협 창립대회장인 성당, 그 앞길에서. 뛰어온 형사 10여 명이 나를 포위한 지난달 토요일 낮에. ‘그’는 왜 그렇.. 더보기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17), 나의 무비즘 (23) 먼 곳 3 ― 11월의 얼굴들과 빗물 / 박석준 나의 시 25 먼 곳 3 ― 11월의 얼굴들과 빗물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17), 나의 무비즘 (23) 1986-09⁓12 / 1987-03 / 1987-11 박석준 / 먼 곳 3 ― 11월의 얼굴들과 빗물 . . 11월에 형이 체포됐다. 상실, 결여, 나의 고독, 카오스적 나가 5·18을 흘러가고, 김제영이 다가와 함께 본 백장미*. 스물다섯 살 1월에 우리 집을 잃어, 여관방으로 이사했다. 졸업하여 스물여섯, 2월 말인 오늘 다시 구직하러 다닌 후, 나는 슬퍼졌다. 나는 왜 가벼운 것일까? 무기수인 형, 장미의 곁에 두 얼굴! 산다는 건 무엇일까? * 잉게 숄,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원제 백장미, Die Weisse Rose)』. ― 박석준, 「장미의 곁에 있는 두 얼굴」에서 ↓ . .. 더보기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16), 나의 무비즘 (22) 일상 1-1 / 박석준 나의 시 24 일상 1-1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16), 나의 무비즘 (22) 1987-10 박석준 / 일상 1-1 . . 몸을 팔고 나면 스물아홉 살 나는 어김없이 여인숙–사람을 숙박시키는 일을 업으로 하는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다음 날에도 몸을 팔아야 하니까. ― 박석준, 「어머니 ― 돈과 사람과 방」 마지막 부분 ↓ . 일상 1-1 그러자 밤이 스치고, 나는 자야만 했다. 일상, 그 속에 바람과 슬픔의 사정이 허덕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지난가을 한 저녁, 수감된 형들을 그리워하며 나팔꽃 시든 화분을 가꾸고 있던 어머님의 어슴푸레한 모습을 잊지 못하면서도 그러나 져근덧 날이 새고, 9시의 반교차로를 또다시 의식한 나는 우리들의 가난하고 자유롭지 못한 사정상 그곳으로 가야만 하기에 그 가는 .. 더보기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15) 어머니 ― 돈과 사람과 방 / 박석준 나의 시 24 어머니 ― 돈과 사람과 방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15) 1986-05 박석준 / 어머니 ― 돈과 사람과 방 한진여인숙으로 옮겨가야 했을 때, 옮겨가고 난 뒤에, 내 뇌리에는 ‘돈과 사람과 삶’이라는 단어들이 수도 없이 교차되었다. 다시 3백만 원을 빌려 식구들이 거처를 옮긴 것뿐이지만 그래서 나는 슬펐다. 어머니가 이 여인숙 방들을, 혹시 형들이 나온다면 거처로 삼아도 좋을 만한 곳이라고 희망처로 생각한 듯도 싶은데, 나는 현실에 날로 슬픔만 짙게 느껴갔을 뿐이었다. 3백만 원, 그게 우리 식구들에게 목돈으로 남겨진 돈의 전부라는 걸 의식해야만 했다. 그것도 빚을 낸 돈이라는 것을……. ‘ 나는 이제는 수업을 해야만 하는, 근무를 해야만 하는, 아니, 몸을 팔아야만 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