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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시

나의 리얼리즘 (8), 나의 무비즘 (43) 침묵 수업 / 박석준 나의 시 44 침묵 수업 나의 리얼리즘 (8), 나의 무비즘 (43) 1996-04 박석준 / 침묵 수업 선생님의 가벼운 몸을 안쓰러워하거나 생각을 물어올 정도로 애들이 가까이해주는 시간이 누적되었다. 그럼에도 “선생님, 설명은 필요 없어요. 그냥 답만 적으면 돼요.”, 아이들이 요구했다, 중2 교실의 칠판에 적어놓은 언어 영역 문제들에 대한 선생의 설명을 거부했다. 무엇 때문에 학교에 온 거지? 애들이나 나나. 생각했다. “설명은 필요 없다고?”라고, 96년 4월에 물었다. “예, 설명하지 마세요. 나중에 자습서 보면 되니까요.” “그러면 나는 칠판에 문제만 적어주면 된다 이거죠?” “예, 그냥 문제하고 답만 적어놓으세요.” “알았어요. 정 원한다면 앞으로 나는 적기만 할 테니까, 자습서를 보든 뭣을 .. 더보기
나의 무비즘 (41), 실존주의 아방가르드 (3), 사상시 (30) 푸른 오후의 길을 지나간 까닭에 / 박석준 나의 시 43 푸른 오후의 길을 지나간 까닭에나의 무비즘 (41), 실존주의 아방가르드 (3), 사상시 (30)1995-07박석준 /원작>푸른 오후의 길을 지나간 까닭에    형이 교도소에 9년 넘게 수감되었고   출감하여 거리에 나온 지 6년이 지났지만  나는 알 수 없었다.  형이 왜 나에게 화분을 가지고 따라오라 했는지.  37킬로 매우 가벼운 나는 어디도 가는지도 모르면서 왜   너무 무거운 25킬로 꽃 화분을 간신히 들고 가는지.  형이 (건물들이 높낮이로 그림을 그리며   차들 사람들이 이쪽저쪽으로 흘러가는 낮 유동 거리)  푸른 가로수들이 서 있는 인도를 걷다가 갑자기   만난 나보다 어린 청년에게  호주머니에서 꺼낸 봉투를 뜯어 삼십만 원  돈을 왜 다 주.. 더보기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34), 아방가르드 (2), 나의 무비즘 (41) 별이 빛나던 밤이 흐르는 병 속의 시간 / 박석준 나의 시 42 별이 빛나던 밤이 흐르는 병 속의 시간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34), 아방가르드 (2), 나의 무비즘 (41) 1994-02⁓1997-02 박석준 / 별이 빛나던 밤이 흐르는 병 속의 시간 1 서울 경찰서에서 돌아와 1년 4개월째 되나 아직 병이 남아 있다. 그러나 어머니가 슬픈 눈으로 “복직을 안 하면, 어려울 것 같다.” 말 한 때문에. 3월 2일, 석장리로 갔다. 7시 출항할 철선이 흔들린다. 첫 출근을 할 수 없었다. 폭풍주의보 발효 때문에. 다음날, 나는 불안하나 다시 네 시에 광주에서 동승했다. 거의 다 와서, 비 오는 캄캄한 공간을 붕 떠서 날더니 나무에 부딪치고 바로 밑에서 나는 파도소리. 어머니의 말소리가 들렸다. “니가 두 번이나 꿈에 차가 바다로 빠져버려서 불안하다고.. 더보기
나의 무비즘 (40), 실존주의 앙가주망 (33), 아방가르드 (1) 장밋빛 인생 / 박석준 나의 시 41 장밋빛 인생나의 무비즘 (40), 실존주의 앙가주망 (33), 아방가르드 (1)1992-11-08박석준 / 장밋빛 인생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거요? 혹시 당신이 리더? 맞소?”  성함을 계속 물었다. 서 있는 사람이, 무응답만을 듣고  있을 수는 없는지 쏘는 음성을 던지고, 안쪽으로 간다.  “나는 이상이오. 정보과에서 근무하지요. 몸 뒤질 마음이  안 생겨서. 성씨를 말해줘야, 대화가 될 것 아니오?”  부드러운 리듬의 말을 했다. 40대일, 깡마른 사람은?  “이런 관계로 만난 것만으론  성씨조차 말해주기가 어려겠소?”  다시 부른 말은 이상하게도, 취조하다가,  30분쯤 전에, 그들이 식사하는 장면을 떠오르게 했다.  “연행된 사람들이 밥은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  “말을 잘하.. 더보기
나의 무비즘 (39), 실존주의 모더니즘 (4) 11월 / 박석준 나의 시 40-1 11월 나의 무비즘 (39), 실존주의 모더니즘 (4)1992-11-초박석준 /수정 개작> 원고 2013-91-0611월    마당에 날아든 비둘기 떼가  모이를 찾아 두리번거리며 걷는다.  아무래도 냉장고 하나는 있어야겠다.  노파가 문을 열고 묻는다.  비가 온다. 빗속의 사내  노파의 얼굴 밖만 바라보고 있다.  이젠 돈이 없어요, 라고 말해야 할 것 같은데  등 뒤에선 아파트에 사각의 유리창들을 달고 있다.  철근과 콘크리트가 아파트들을 만들고 있다.  아무리 없어도 김장은 해야겠고…….  다시 노파가 묻는다.  TV에서는 선거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말을 요구와 충당으로 살리지 못한 채  그는 마루에 걸터앉아 있다.  비둘기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마당엔 비가 내리고 있는데... 더보기
나의 무비즘 (37), 실존주의 앙가주망 (32), 리얼리즘 (7) 여행자와 천 원 / 박석준 나의 시 39 여행자와 천 원나의 무비즘 (37), 실존주의 앙가주망 (32), 리얼리즘 (7)1992-03박석준 / (교정) 시집 2020-05-25 ‘율무차/천 원’여행자와 천 원    어린 시절에 눈 하나가 시들고 철호와 헤어지고, 나는  지난해에 일숙직 폐지를 위한 설문들을 분석하다 남은  눈이 이상해 작업 후 사무실 사람들 도움으로 수술했다.  보태어 집세 내면 내 밥값 할 돈 3만 원이 부족하지만,  일을 하고 월 십만 원을 받는 곳이어서  2월 초에 사업 평가서를 건네줬는데, 노조 일 하고 싶은데,  나는 오늘도 사람이 싫어하는 사람이 돼버렸다.  오늘도 어머니가 내 머리맡에 놓고 간 천 원 한 장으로  아침 점심용 200원짜리 율무차 한 잔을 뽑아먹었을 뿐,  쌀이 없는 2월 하순인데 일을.. 더보기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31), 리얼리즘 (6), 나의 무비즘 (36) 전화와 커피 한 잔 / 박석준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4), 나의 무비즘 (6) 볼펜을 팔면서 / 박석준 나의 시 6 볼펜을 팔면서나의 무비즘 (6), 실존주의 앙가주망 (4)1975 / 1989-09-11박석준 /볼펜을 팔면서    10미터 간격의 책상에 ‘500원’이라고 쓴 종이를 붙이고  끈이 달린 참교육 세라믹 볼펜 500개가 담긴 박스를  열어놓았다. 2인 1조로 길가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전교조* 참교육 펜 사세요. 오백 원입니다.”  사람을 부르는 9월의 소리를 내는데.  하지만 옆엣사람 해직 여교사는……. 아무 소리가 없어도  찾아와 주는,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데, 박스만을 챙겨 두 조가 한꺼번에 이동하는 모습.  삼십 분만 하려면 왜? 상의 없이, 무슨 생각으로?  “그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찾아보고 올게요.”  옆엣사람이 불쑥 말했다, 30분쯤 더 지난 2시에.  4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