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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시

나의 무비즘 (41), 실존주의 아방가르드 (3), 사상시 (30) 푸른 오후의 길을 지나간 까닭에 / 박석준

나의 43 푸른 오후의 길을 지나간 까닭에

나의 무비즘 (41), 실존주의 아방가르드 (3), 사상시 (30)

1995-07

박석준 /

<원작>

푸른 오후의 길을 지나간 까닭에

 

 

  형이 교도소9년 넘게 수감되었고

  출감하여 거리에 나온 지 6년이 지났지만

  나는 알 수 없었다.

  형이 왜 나에게 화분을 가지고 따라오라 했는지.

  37킬로 매우 가벼운 나는 어디도 가는지도 모르면서 왜

  너무 무거운 25킬로 꽃 화분을 간신히 들고 가는지.

  형이 (건물들이 높낮이로 그림을 그리며

  차들 사람들이 이쪽저쪽으로 흘러가는 낮 유동 거리)

  푸른 가로수들이 서 있는 인도를 걷다가 갑자기

  만난 나보다 어린 청년에게

  호주머니에서 꺼낸 봉투를 뜯어 삼십만 원

  을 왜 다 주었는지.

  점심때 내가 그 봉투에 넣어 어머니께 드린 용돈이

  길에 봉투만 떨어졌기 때문에

 

  나는 내 무게로 버틸 수 있는 한에서 일을 한다

  는 생각이었다.

  나는 내 가진 으로 사람 만난다

  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는, 광주교도소에서 오늘 출감했어요, 란 말을 들었고

  그 청년은 청년인 나를 그냥 지나쳐 그 길을 걸었다.

  형은 귀한 화분이니까 조심해라 했을 뿐이었다.

  나는 3미터쯤 걷고는 화분을 내려놓곤 하였다.

  나는 30분쯤 형의 뒤에서 걸었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귀한 꽃나무여서 택시를 타지 않은 걸까? 나보다?

 

  그 후, 그 청년은 어디론가 갔을 텐데,

  어머니는 14년을 형은 22년을 세상에 살아서

  5년 전에 나는 혼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여름 푸른 오후의 길을 지나간 까닭에

  지금은 여름이고 내가 산 세상은 아름다웠다.

  사람은

  모르는 곳에서 와서 모르는 곳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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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3 오후 3:43 2022-12-23 오후 12:42. 카페, 가난한 비, 거리에 움직이는 사람들, 무비이즘-선경-박석준-2022-12-17.hwp <원작 원본>

= 시집_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2023.03.20.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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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19957. 37kg.

    2022-09-01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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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해석

1) 내용 파악

  「푸른 오후의 길을 지나간 까닭에에는 4인이 등장하는데, ‘어머니’, ‘어머니 ’, ‘청년의 형태로 3인이 을 주는 행위를 한다. 3인은 타인에 대한 배려의 표시 혹은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을 중심으로 일이 벌어진다(인간관계를 실현한다)는 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본질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글은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고 있지는 않다. 이 글엔 아는 사람끼리의 배려를 으로 실현하였고 꽃나무(화분)”로 실현하려는 것만 표현되었으니까.

  이 글 속 상황에서 특별한 것은 사람의 관계이다. “는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말(요청)을 하고 실행하는 행위를 한다. 그런데 의 의도(요청한 이유)를 알지도 못한 데다 매우 가벼운 나는 어디도 가는지도 모르면서 왜 너무 무거운 25킬로 꽃 화분을 간신히 들고 가는지.처럼 자신이 실행하는 이유도 모른다. 그리고 먼 후일 사람은 모르는 곳에서 와서 모르는 곳으로 돌아간다라고 생각한다. 인생 혹은 세상사의 불확실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 글은 인생(혹은 세상사)의 본질을 탐구사상시이다.

  한데 는 이러한 깨달음에 이르기 전에 자신의 실존의 근간을 버틸 수 있는 내 무게(37킬로)”가진 돈으로 생각하였다. 내가 가진 돈이 많은지 적은지는 알 수 없으나, 내 몸은 매우 가벼운, 불안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불안한 몸을 지닌 사람이라 해도 사람은 그 몸으로 스스로세상을 살아가야 하고, 살아가야 할 세상이 자본주의 사회여서 사람을 만나고 살려면 이 있어야 한다.’(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라 해도 현대의 자본주의 체제 사람에겐 조금이라도 돈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의 애초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가 만난 사람 중 2인은 교도소생활을 한 사람이다. 본인을 위한 일을 한 때문인지 타인을 위한 일을 한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청년에게 돈을 준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되는 것이며,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애초의 의 생각을 무너뜨린 것이다. 사람은 타인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이 글엔 이렇게 실존주의가 깔려 있다.

  ‘사람은 모르는 곳에서 와서 모르는 곳으로 돌아가므로 사람들이 만나서 상대방을 배려하여 뜻밖의 일을 하고 푸른 오후의 길을 지나간다, 그리고 그래서 지금은 여름이고 세상은 아름답다.’는 것이 이 글에서 볼 수 있는 인생관이고 자연관이다. 꽃나무(화분)”타인을 지향하는 물건이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를 표시하는 물건이어서, 때로 사람에겐 사람보다 더 귀하게 여기는 것이 된다.

 

2) 기법

  이 글은 마지막 문장 돌아가므로형이 교도소9년 넘게 수감되었고라는 첫 문장이 연결되는 순환형 구성 형식을 취함으로써 사람은 모르는 곳에서 와서 모르는 곳으로 돌아간다말을 보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 순환형 구성이 아방가르드 경향을 낳는다.

  ‘도치문+열거’(알 수 없었다/ -는지, -는지, -는지)의 표현이 있으며, *역설로 볼 수 있는 표현(길을 지나간 까닭에/지금은 여름이고)이 있으며, *동일문장 구조의 변형(나는 는 생각이었다) 표현이 있고, ()를 사용하여 상황을 섬세하게 만들거나 글을 순환시키고 있다. 이 글에는 사람들의 행위와 관계, 사정을 주로 시각적인 심상으로 형상화하면서 시공간을 이동하여 표현하는 무비즘이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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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밖 실화

  이 글은 19957월에 광주 유동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과 사정, 나의 생각과, 202291일에 일어난 나의 생각을 그대로 재현하여 시 형식으로 쓴 것이다.(실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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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22-03-23 2022-09-02

푸른 오후의 길을 지나간 까닭에

 

 

  형이 교도소에 9년 넘게 수감되었고

  출감하여 거리에 나온 지 6년이 지났지만

  나는 알 수 없었다.

  형이 왜 나에게 화분을 가지고 따라오라 했는지

  허약하고 매우 가벼운 나는 어디도 가는지도 모르면서 왜

  나의 반보다 무거운 화분을 간신히 들고 가는지.

  형이 (건물들이 높낮이로 그림을 그리며

  차들 사람들이 이쪽저쪽으로 흘러가는 낮 유동 거리)

  푸른 가로수들이 서 있는 인도를 걷다가 갑자기

  만난 나보다 어린 청년에게

  호주머니에서 꺼낸 봉투를 뜯어 삼십만 원

  돈을 왜 다 주었는지.

  점심때 내가 그 봉투에 넣어 어머니께 드린 용돈이

  길에 봉투만 떨어졌기 때문에

 

  나는 내 무게로 버틸 수 있는 한에서 일을 한다

  는 생각이었다.

  나는 내 가진 돈으로 사람 만난다

  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는

  광주교도소에서 오늘 출감했어요, 란 말을 들었고

  그 청년은 청년인 나를 지나서 그 길을 걸었다.

  형은 귀한 화분이니까 조심해라 했을 뿐이었다.

  나는 3미터쯤 걷고는 화분내려놓곤 하였다.

  나는 30분쯤 형의 뒤에서 걸었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귀한 화분이어서 택시를 타지 않은 걸까? 나보다?

 

  그 후, 그 청년은 어디론가 갔을 텐데,

  어머니는 14년을 형은 22년을 세상에 살아서

  5년 전에 나는 혼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여름 푸른 오후의 길을 지나간 까닭에

  지금은 여름이고 내가 산 세상은 아름다웠다.

  사람은

  모르는 곳에서 와서 모르는 곳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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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3 오후 3:43 2022-09-02 오후 5:59 (초고)

= 2022.09.02. 23:35.내메. 시간의 색깔은-61.hwp (초고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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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2022-03-23

푸른 오후의 길을

 

 

  알 수 없었다

  그는 왜 화분을 가지고 따라와라 했는지

  나는 왜 나보다 무거운 화분을 들고 갔는지.

  물론 화분이 나보다 무거운 것은 아니다

  다만 앞에서 걷는 그가 길에서

  갑자기 만난 청년에게 삼십만 원 돈을 주는 모습을

  보았을 뿐이어서

  어머니가 그 돈을 그에게 주었을 것 같다.

  내가 그 돈을 어머니에게 드렸으니까.

  길에 떨어진 봉투가 내가 준 봉투였기 때문에

  나는 내 체중으로 버틸 수 있는 한에서

  일을 한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내가 가진 돈으로 사람 만난다는 생각이었다

  오늘 출감했어요 말을 한 그 청년이 그 길을

  걸었고 그가 걸었고 내가 걸었지만

  그러나 사람은

  모르는 곳에서 와서 모르는 곳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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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3 오후 3:43 (메모)

= 2022-08-29 오후 09:32. 시집 4 소라껍질.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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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소안도에서 근무한 시절_후박나무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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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안도에서 근무한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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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안도에서 근무한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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