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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시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46), 나의 무비즘 (75) 가을, 도시의 밤 / 박석준 나의 시 92 가을, 도시의 밤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46), 나의 무비즘 (75) 2006-10 박석준 / 2006-09-06 가을, 도시의 밤 말을 하지 못해서던가, 가을엔 태양빛에 눌려 땡감도 떨어지고 홍시도 떨어지는 것이. 가을이 깊어갈수록 일찍 오는 석양녘엔 귀가하는 사람도 외출하는 사람도 지는 빛에 걸음 흔들리고 있다. 낮에 실내에서 일을 하던 사람은 귀가하면 곧 TV를 볼 텐데 9시뉴스를 시청할 텐데……. 어떤 사람은 석양을 지나 술집이나 카페에 가 못 다한 말을 털어내겠지, 또 어떤 사람은 PC방에 가 작업을 하겠고. 차들이 광선을 뿌리면서 밤은 깊어간다. 낮에는 길과 가로수, 가로수 옆 건물들이 한가롭고 쉬고 싶은 가을 풍경으로 채색된다. 밤에는 길이 자동차 불빛 아래에 눕는다. 네온.. 더보기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45) 말과 속말 / 박석준 나의 시 91 말과 속말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45) 2006-10 박석준 / 말과 속말 언어의 구속성 말은 사람을 구속한다. 말은 상대방을 구속하고, 말은 나를 구속하고 말로 인해 모든 것이 조심스럽게 나를 구속한다. 말로 인해 사람이 두려워지고 함께 있어 어색하고 어색한 곳에 내가 버려진 채로 풍경처럼만 있어, 연락 안 한다고 너무 상심하지 마시라 속말을 하여도 젊다는 것은 뭔가가 있다. 젊은 것, 낯선 것에 대해 사람은 호기심을 갖지만 젊지 않아서 어쩌다 한 번씩 부딪쳐본다. 낯익은 후엔 새로운 것을 기대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말을 하고, 말은 다시 내가 말할 범위를 구속하고 말할 상황을 구속하고. 나는 말이 끝난 후에 가는 길 위에서 생각해 본다. ‘젊지 않은 나는 풍경만큼의 의미도 없는지 모른.. 더보기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44) 위치 / 박석준 나의 시 90 위치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44) 2006-07-21 박석준 / 위치 나는 이틀 전에 목포로 갔고, 늦은 밤에 누군가와 작별한 후 어쩔 줄을 모르다가 그곳 여관에서 자야 했다. 밤을 보러 내가 목포에 간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각각의 밤이 찾아왔다. 그곳에 있는 동생은 나를 만나기 위해 그날 열한 번의 전화를 했고, 나를 만난 밤에는 ‘위치를 가져 보세요.’라고 권유를 했다. 위치란 어떤 대상을 향하며 어떤 지향점을 전제로 자리를 차지하는 요소인가? 풀이 있는 위치를 찾다가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들판을 벗어난 양이 양치기에게 더욱 뚜렷한 위치를 부여할 때가 있지만, 나는 사람들 가까이에 있는 밤에 내가 대상과 떨어져 젖어 있음을 어느 날부턴가 보았다. 그런 밤이 지나면.. 더보기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43) 아는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 / 박석준 나의 시 89 아는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43) 2006-06-25 박석준 / (원작 교정) 아는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좋기에 그냥 아는 사람과는 별 말을 하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내 삶에 거친 호흡을 만들므로 그냥 아는 사람을 만날 때보다 훨씬 진지해진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항상 내 곁에 있는 것은 아니므로 나는 아무 사람이나 찾아가는 일을 중지하지 않는다. 내가 아무 사람이나 찾아가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 전부터 해왔던 일이다. 이 일은 그냥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별로 말하지 않아도 오점을 남기지 않는다. 나는 그냥 알고 있는 사람과는 원망이 남지 않을 만큼만 시간을 보내고 별로 아쉽지 않은.. 더보기
나의 의식의 흐름 (11), 실존주의 모더니즘 (42) 그리움과 사람에 대한 앎 / 박석준 나의 시 88 그리움과 사람에 대한 앎 나의 의식의 흐름 (11), 실존주의 모더니즘 (42) 2006-06-18 박석준 / 그리움과 사람에 대한 앎 한 시절, 가까이 하고 싶었던 한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말하고 싶은 욕망이 사라지면서 나는 그저 가끔 그 사람을 생각한다. 사람을 생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사람에게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더욱 어쩔 수 없는 모순. 그리하여 나는 그를 알지 못한다, 고 말할 수밖에. . 2006-06-18 ∽ 2013-01-06 오전 6:01. 박석준-시집 최종본 2013년1월5일-2(내가 모퉁이로 사라졌다가).hwp = 시집_『카페, 가난한 비』(2013.02.12. 푸른사상) . . 실제상황 상념(2006-06-18) . . Ⅰ. ‘시간’과 ‘사람에 대한 앎’의.. 더보기
나의 이미지즘 (8), 의식의 흐름 (10), 실존주의 (41), 나의 무비즘 (74) 유동 거리의 유월 밤비를 맞고 / 박석준 나의 시 87 유동 거리의 유월 밤비를 맞고 나의 이미지즘 (8), 의식의 흐름 (10), 실존주의 (41), 나의 무비즘 (74) 2006-06-14 박석준 / 유동 거리의 유월 밤비를 맞고 신 살구 같은 유동의 유월 밤비 속을 49살인 나는 걷고 있다. 불빛 흘리는 상점들이 비에 젖는데 돈도 사랑해줄 사람도 없어서, 나는 은행 앞 우체통 앞에서 떠오른 전당포 같은 어두운 곳 슬픈 눈의 형상을, 케이크를 떠올려 가려버린다. 나는 은행 현금지급기에서 돈 5만 원을 찾고는, 제과점 속에서 떠오른 전당포 같은 어두운 곳 슬픈 눈의 형상을, 쇼윈도 속 케이크를 돈 주고 사면서 가려버린다. 그럼에도 나는, 가난하여 나의 결여로 인해 조직에서 소외되어 전망이 흐릿한데도, 살아가려고 한다. 나는 퇴근하면, 순천 터.. 더보기
나의 이미지즘 (7), 상징주의 (8), 의식의 흐름 (9), 실존주의 (40), 나의 무비즘 (73) 카페, 가난한 비 밖 ― 40대의 말에 내리는 밤비 / 박석준 나의 시 86 카페, 가난한 비 밖 나의 이미지즘 (7), 상징주의 (8), 의식의 흐름 (9), 실존주의 (40), 나의 무비즘 (73) 2006-06-10 박석준 / (원작 교정: 6월/말없음) 카페, 가난한 비 밖 ― 40대의 말에 내리는 밤비 역으로 가는 사람들, 백화점으로 가는 사람들, 길 위의 사람들, 검은 차들, 간판들, 가로수들, 가로등들, 그리고 길과 장면들이 젖고 있다. 신음과 그르렁거리는 숨결이, 전당포 같은 어두운 집에 올 시간을, 목소리를 기다릴 테지. 빗속에서 어디론가 길을 걷고 있어 나는 조금씩 슬픔이 없다. 그렇지만 반팔 초록 남방 나는 역으로 갈 생각은 없다. *라는 노래를 좋아했던 젊은 사람이 역에서 헤어질 때, 아프게 살아와, 삶이 슬프다고 저를, 저의 삶을, 기억하지 .. 더보기
나의 초현실주의 (5), 실존주의 모더니즘 (39), 나의 무비즘 (72) 발을 다쳐서 ― 마음과 시공간의 잔상 4 / 박석준 나의 시 85 발을 다쳐서 나의 초현실주의 (5), 실존주의 모더니즘 (39), 나의 무비즘 (72) 2006-01-20 박석준 / (원작 교정) (심사가./단어교체: 샛맑아) 발을 다쳐서 ― 마음과 시공간의 잔상 4 여기 돈 넣어둘게요. 유리컵 속으로 백원짜리 오백원짜리 동전 몇십 개를 넣어 누워 있는 어머니께 드리고 창고 옆 좁은 빈 곳으로 간다. 슬퍼서 노래 부르는데, 동생이 애절한 마디를 따라서 부른다. 누나가 곰팡 난 무를 물로 씻어내자 일거리 없어 주방에서 내가 나왔지만 옆방 배불뚝이 남자와 부딪칠까 봐 방문 앞에서 시선이 돌아간다. 이사 왔다는 부부인지 마루 앞 평상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있다. 화목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데 TV 소리와 버무려져 내용 알 길 없다. 남자 노랫소리가 간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