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91 말과 속말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45)
2006-10
박석준 /
말과 속말
언어의 구속성
말은 사람을 구속한다.
말은 상대방을 구속하고, 말은 나를 구속하고
말로 인해 모든 것이
조심스럽게 나를 구속한다.
말로 인해 사람이 두려워지고
함께 있어 어색하고
어색한 곳에 내가 버려진 채로 풍경처럼만 있어,
연락 안 한다고 너무 상심하지 마시라
속말을 하여도
젊다는 것은 뭔가가 있다.
젊은 것, 낯선 것에 대해 사람은 호기심을 갖지만
젊지 않아서 어쩌다 한 번씩 부딪쳐본다.
낯익은 후엔 새로운 것을 기대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말을 하고,
말은 다시 내가 말할 범위를 구속하고
말할 상황을 구속하고.
나는 말이 끝난 후에 가는 길 위에서 생각해 본다.
‘젊지 않은 나는 풍경만큼의 의미도 없는지 모른다.’
속말도 하거나 하면서
젊지 않아서 40대 후반의 어떤 이는 삶의 색깔을 갖고자
색소폰을 부는 것이 취미로 되었고
40대 후반의 나는 취미가 삶에 구속당할 만큼 가난하여
취미 하나를 잃기로 하자 했다.
길가에 어울리지 않는 듯한 집들이 뭉켜져 있는 것처럼
나는 젊은 시절에만 사람들에게 어울린 사람이었는지 모른다.
젊다는 것은 뭔가가 있다.
나는 지금 낡은 사람이 되어 있다,
말은 요구와 충당이어서.
말을 충전하지 못한 채로.
사람들이 내가 있는 풍경 가까이 오지 않는 걸 보면.
연락 안 한다고 너무 상심하지 마시라
속말을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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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5 ∼ 2016.11.09. 17:41. 박석준 시집 본문,pdf (조심스럽게/있어,/젊은 것, 낯) <원작>
= 시집_『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2016.12.02. 문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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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06-10-00. 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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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40대 후반의 남자인 나와 말과 속말
목포에서 일(내가 소외됨)이 생긴 후 나는 낯선 객지인 순천으로 전근하는 것을 선택했다. 전근 직후인 2004년 3월 18일에 나와 제자는 카페 가난한 비에 ‘말(언어의 구속성)’과 관련한 메모를 남겼다. 그런데 교사조직에서 소외되어 번민하던 중인 2016년 6월 15일에 내가 우연히 그 메모를 다시 보게 되어서 당일에 이 글의 초고를 썼다.
한데 초고는 2006년 10월(과 순천)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메모의 내용(“함께 있어 어색하고/어색한 곳에 내가 버려진 채로 풍경처럼만 있어”)과 흡사한 사정이 2006년 10월에 닥쳐왔기 때문이다. 나는 2005년엔 ‘말없이 교사조직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나온 나’를 마음에 새겨 「가을비 ― 물컵 속의 재」라는 글에 “나”로 형상화한 적도 있다.
나는 2006년 10월(49살)로 왔지만 교사 조직에서는 모임에서 나를 여전히 소외 또는 배제시켰다. 그런데 이날은 내가 “어색한 곳에 내가 버려진 채로 풍경처럼만 있”음을 새겨버렸다. “40대 후반의 어떤 이는 삶의 색깔을 갖고자/색소폰을 부는” 사람(정상인)으로 살아가지만 나는 40대 후반에 이르렀어도 매우 허약하고 집도 돈도 없이 떠돌이로 살고 있음에 번민이 깊어갔다. 게다가 40대 후반에 와서는 말을 건넬 대상도 거의 사라져서 나 자신이 버려진 존재 같음을 짙게 느껴갔다.
이 글은 직업으로서의 일을 하면서도 나이에 맞는 일(색소폰 부는 일 등의 취미생활)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젊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말은 사실적 인간관계이며 속말은 거울에서 보는 망설임 또는 기다림의 말이다. 말은 못 하고 속말만 남는 것은 실존이 아니며 아름다운 삶도 아니다.’라는, 내가 깨달은 실존주의 사상을 흘려내고 있다.
* 메모의 “나는 어떤 시절에만 사람들에게 어울렸던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낡은 사람이 되어 있다. 사람들이 내가 있는 풍경 가까이 오지 않는 걸 보면.”은 후일 「목련꽃」이라는 시로 변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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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16-06-25
말과 속말
언어의 구속성
말은 사람을 구속한다.
말은 상대방을 구속하고, 말은 나를 구속하고
말로 인해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지게 나를 구속한다.
말로 인해 사람이 두려워지고
함께 있어 어색하고
어색한 곳에 내가 버려진 채로 풍경처럼만 있고
연락 안 한다고 너무 상심하지 마시라
속말을 하여도
젊다는 것은 뭔가가 있다
젊지 않아도 사람은 낯선 것에 대해 잠시의 호기심을 애써 감추려 하면서
어쩌다 한 번씩 부딪쳐보곤 한다.
낯익은 후엔 새로운 것을 기대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말을 하고
말은 다시 내가 말할 범위를 구속하고
말할 상황을 구속하고
나는 자신의 의미를 길 속에서 생각해 본다.
‘나는 풍경만큼의 의미도 없는지도 모른다’
속말도 하거나 하면서
젊지 않아서 40대 후반의 어떤 이는 삶의 색깔을 갖고자
색소폰을 취미로 부는 악사가 되고
40대 후반의 나는 취미가 삶에 구속당할 만큼 가난하여
취미 하나를 잃기로 하자 했다.
길가에 어울리지 않는 듯한 집들이 뭉켜져 있는 것처럼
나는 젊은 시절에만 사람들에게 어울렸던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젊다는 것은 뭔가가 있다
나는 지금 낡은 사람이 되어 있다.
말은 요구와 충당이어서.
말을 충전하지 못한 채로.
사람들이 내가 있는 풍경 가까이 오지 않는 걸 보면
연락 안 한다고 너무 상심하지 마시라
속말을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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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5 (조심스러워지게/고 /젊지 않아도 사람은 낯) (초고)
= 2016-06-28 오전 12:36. 2시집_차례-2016-0.hwp (초고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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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dawn shadows
2004/03/18 01:08
선생님이 그러셨죠. 젊다는 것은 뭔가가 있다고...
저도 뭔가가 있는 것도 같고.. 제가 연락 안 한다고 넘 상심하지도 마시고...
제가 요즘에 생각하는 게 언어의 구속성이라...^^
제가 한 말이 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구속하는것 같아서 요즘은 그게 부담스러워 쉽게 말을 잘 안 합니다. 아무한테도..
느그는 느그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것이고 나는 나 하고 싶은 대로 산다.
다들 구속한다. 너도 구속하고 나도 구속하고 모든 것이 구속한다. 내 말이 구속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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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라지고 풍경만 남아
2004/03/18 23:13
낯선 곳에 온 후, 낯설게 ‘느껴지는 나’는 그 광경에 설 수 없을 것 같아, 그저 풍경처럼만 있고 싶었다.
사람들은 낯선 것에 대해 잠시의 호기심을 애써 감추려 하면서 어쩌다 한 번씩 부딪쳐 오곤 했다. 그저 부딪쳐 오곤 했다.
나는 어쩌다 한 번씩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정작 나 자신의 의미를 길 속에서 생각해 본다. 나는 ‘풍경만큼의 의미도 없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에 닿으면 비를 가슴에 담는다.
40대 후반의 어떤 이는 삶의 여유를 찾고자 섹스폰을 취미로 부는 악사가 되었다. 나는 취미가 삶에 구속당할 만큼 가난하여 금년 3월부턴 어쩔 수 없이 나의 취미 하나를 잊기로 했다.
길에 어울리지 않는 듯한 집들이 어떤 구역에 뭉켜져 서 있는 것처럼, 나는 어떤 시절에만 사람들에게 어울렸던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낡은 사람이 되어 있다. 사람들이 내가 있는 풍경 가까이 오지 않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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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cafe.daum.net/poorrain/5fT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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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04-11-30 오후 3:21. (47살, 42kg) 순천의 카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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