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시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54), 앙가주망 (44) 겨울, 인물이 사라지면_(석사 버전) / 박석준 나의 시 101 겨울, 인물이 사라지면_(석사 버전)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54), 앙가주망 (44) 2007-12-01 박석준 / 겨울, 인물이 사라지면 여자가 사라진 겨울, 참 더러운 길을 따라 걷는다. 막 밤이 시작된 길, 전자상가 앞 로터리는 전날까지 내린 눈이 질퍽질퍽하다. 차가운 바람이 움츠릴 수조차 없게 걸음을 재촉한다. 저 바람, 교회가 있는 동산 곁을 지나가다가 철로와 만나는 곳에서 흩어지겠지. (길, 그 길가 서점에서 수녀가 된 그녀는 더러 시집을 샀다.) 내 발길을 따라 들어온 교회 앞 포장마차들 속엔 불빛이 가득하다. 둘러보니 자리 옆에 장미를 놓아둔 사람이 있다. 서른 살은 되었을까 백열전등 불빛에 얼굴이 장미처럼 빨갛다, 떨고 있는 손과 몸, 들어온 지도 1분은 넘었을 텐데….. 더보기
나의 실존주의 아방가르드 (13), 나의 무비즘 (88) 벽 속 / 박석준 나의 시 100 벽 속에 나의 실존주의 아방가르드 (13), 나의 무비즘 (88) 2007-11-14 박석준 / 벽 속에 벽 속에 소리와 형상을 가두고 벽 속의 현실을 체험한다. 벽 속에는 내 수첩 패스워드가 들어 있다. 퇴근하여 길을 걷는다. 벽 속을 생각하면 머릿속이 희미해진다. 봄과 겨울이 사라지고 있는 오늘, 11월, 인상 두 개가 흔들린다. 원어민 여자, 출근 직후 자기 자리에 앉아 빵을 먹고 있다. 그녀는 오늘도 두 손으로 빵을 감싸 안는다. 하이 메리! 스물일곱이라는 그녀에게 올봄에 딸을 잃은 남자가 말을 건다. 벽 속에는 소리가 있다. 벽 속에선 내 발걸음이 세상에서 사라진 날에도 불타지 않을 소리가 인다. 벽 속에는 이상(李箱)이 낚지 못한 안 열리는 문, 집의 첨탑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 더보기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43), 아방가르드 (11), 나의 무비즘 (86) 어느 모델의 죽음 / 박석준 나의 시 98 어느 모델의 죽음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43), 아방가르드 (11), 나의 무비즘 (86) 2007-10-16 박석준 / 어느 모델의 죽음 침묵은 이별의 시작이었다. 만남의 심연 가까이에, 우려는 했으나 너무도 빨랐던 이별의 늪은 처음부터 있었다. “먹는 것도 먹는 것이지만, 모텔 갈 생각은 왜 했을까?” “좋은 시간을 갖기 위해 그랬겠지.” “그런데 참, 남자는 뭐하는 사람이죠?” 사람들은 만난 적도 없는 사람에 대해 함부로 말들을 하고 있었다. 사람 하나가 사라지던 그날, 그 다음날, 홈페이지에는 남자의 얼굴이 꿈틀거렸다, 사람은 죽었으나! 27세였을까? 27년이었을까? 2007년이었을까. 사람 하나가 사라지던 날, 그 전날, 거울 속에는 사람의 형상 하나 서 있었다. 거울 속 저편.. 더보기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50), 나의 무비즘 (82) 길을 걷다 보면 / 박석준 나의 시 97 길을 걷다 보면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50), 나의 무비즘 (82) 2007-10-09 박석준 / 길을 걷다 보면 길을 걷다 보면 가을의 오전이 목욕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낮 열두시가 되면 곧 사라지겠지만 그때까진 시간을 신록처럼 깨끗하게 만들어 행인들을 낯설게 할 것이다. 비는 햇살처럼 가로수 밑둥까지 적신다, 쇼윈도 속으로 스며들기라도 할 것처럼 평일이든 휴일이든. 밤이면 찾아들던 카페, 언제나 삶에 대해 질문을 만드는 이 작은 공간은 여름의 오후를 따라가 가을 오전인 지금까지는 떠오르지 않고 있다. 가을 오전의 거리엔 은행이나 체인점을 찾거나 길가 노점의 과일들을 낯설게 스쳐 가는 사람들만 잠시 머물러 있을 뿐이다. 거리에서 가을 오전이 목욕 하고 있을 때 문득 초등학교 앞을 .. 더보기
나의 낭만주의 (3), 멜랑콜리 (3) 음악 카페에서 / 박석준 나의 시 96 음악 카페에서 나의 낭만주의 (3), 멜랑콜리 (3) 2007-08-05 박석준 / 음악 카페에서 1년 전이었다. 다음카페에 실은 음악 파일 여름날의 세레나데―폴 모리아 음악을 듣다가 눈 속으로 굴러왔다. 한여름 밤의 꿈이라고 댓글이 있었다. 한여름 밤의 복판에서 풀벌레 소리와 빗방울 소리가 번갈아 들려왔다. (무엇 때문에 밤에 번쩍거리며 우르릉쾅쾅거리나요?) 외로움 때문이었다. 댓글 하나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리움을 둔 것은 이 비 내리기 전의 여름날 대낮 무더운 거리에서였다. 내가 아는 지난 시절의 사람들의 소리에 취해 있었다. * 여름날의 세레나데(Serenade To Summertime) : 폴 모리아(Paul Mauriat)의 연주곡. . 2007-11-15 ∽ 2007-1.. 더보기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48) 세 개의 바람으로 이루어진 한 밤의 꿈 / 박석준 나의 시 95 세 개의 바람으로 이루어진 한 밤의 꿈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48) 2006-12-28 박석준 / 세 개의 바람으로 이루어진 한 밤의 꿈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눈길을 걷는 밤, 불현듯 떠오르는 얼굴들이 내게 손을 내밀어라 한다. 떠나버린 사람, 떠나갈 듯한 사람, 만나고 있는 사람, 세 가지 형상이 바람 따라 휘날리는 눈발에 나를 붙들고 얼어버린 발을 녹이라 한다. 핸드폰을 꺼내어 한밤에 목소리 세 개를 털어낸다. 아직 떠 흐르는 꿈같은 얼굴들! 스쳐간 뒤에 한 사람이 남는다, 연말 석양이 지나간 시간이지만 석양 같은 사람이. . . 2006-12-28 =→ 2008.09.06. 10:50.메. 박석준-08종합1.hwp = 『석사학위 작품집』(2009.08.) . . (원고) 2006-.. 더보기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43), 나의 무비즘 (78) 상품권 / 박석준 나의 시 94 상품권_(원작=석사 버전)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43), 나의 무비즘 (78) 2006-11-02 ∽ 2006-12-11 박석준 / _(석사 버전) 2008-09-06 상품권 등엔 가방을 맸는데 손을 마주잡고 걸어가네. ―두우리는 사귄대요. 두우리는 사귄대요. 소리를 내면서 귀가하는 2학년이나 될 듯한 초등학생 세 꼬마가 따라가고 있다. 소리 앞엔 한복 차림 여자와 양복 입은 남자가 손을 마주잡은 채 걸어간다, 꽃단지만한 12월의 햇살이 흐르는데. 아, 인생이란 저런 시간이 좋은 것을. 고교 졸업 20년 기념 모임에 갔던 며칠 전 주말의 일이 생각난다, 행운권 추첨에 당첨되어 상품권을 얻은 일이. 도대체 누나는 무슨 배짱일까? 달거리처럼 또 찾아와서는 ―장사는 내가 잘해라. 근디 돈 없.. 더보기
나의 이미지즘 (9), 실존주의 앙가주망 (42), 나의 무비즘 (77) 11월 22일 혹은 11월 23일 / 박석준 나의 시 93 11월 22일 혹은 11월 23일 나의 이미지즘 (9), 실존주의 앙가주망 (42), 나의 무비즘 (77) 2006-11-23 박석준 / 11월 22일 혹은 11월 23일 늦가을 바람 부는 날 11월 23일 낮 두 시, 금남로 끝 유동 로터리에는 은행잎 7만 개가 뒹굴고 있다. 노랗고 또 노란, 부채꼴 같고 버섯 같은 은행잎이 구르는 차바퀴 곁을 따라 구르고 있다. 노랗고 또 노란 은행잎 7만여 개가 흐르는 22일 전국 13개 시·도에서 “한-미 FTA 반대” 7만 명의 시위가 있는데 23일 木요일, 은행잎은 로터리를 물들이고 있다. 금남로에는 국민은행, 기업은행, 농협이 있다. 건물 사각의 모서리들 끝 11층보다 높은 곳엔 Anycall, 14층 꼭대기엔 삼성생명, 글자가 흐린 가을하늘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