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46 시간의 색깔, 길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36), 나의 무비즘 (44)
1997-06-26 / 2019-06-26
박석준 /
시간의 색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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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을 빌려, 구두 신고 3월에 그 섬에 갔다. 나는 병약하고, 네 식구가 먹고살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어서. 나는 도시를 근무지로 선택했는데, 나를 그 섬으로 복직 발령해서.
그 섬은, 내가 그 섬에서 우연히 본 빨갛게 초록으로 보라색으로 변하는 안개가 신비해서, 내게 내 소유 카메라가 없음을 의식하게 했다. 해녀와 옷가게는 존재하지만 약국, 중국집, 대중목욕탕이 존재하지 않는 그 섬*을 나는 3년 후에 떠났다.
*그 섬: 소안도
― 박석준, 「세상은 나만 존재하는 게 아니어서」 시작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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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원고>
시간의 색깔, 길
내가 어울려본 적 없는 네 사람이
흡연구역 탁자에 둘러앉아 바로 뒤편에서 대화하고 있다.
고독하다. 시골에서. 사색하는 사십세 사내로 살고 싶은데….
낮, 유월 비 빗발치는 젖은 송지, 흐르는 담배 연기를 내다보며
청회색 수트 내가 창가에 서서 생각하는데
노란 밀짚모자, 허드레옷, 날씬한 사람이 가까워진다.
담배를 가장 멋있게 피는 사람이군요. 인생을 생각하시나요?
예? 소리를 반사적으로 냈지만,
교장 선생님, 비 오는데? 비 맞고 왜 거기 계셔요?
최와 정의 소리가 따르고, 네 얼굴을 창밖에 내민다.
밭에 갔다 오다가, 담배 피는 모습이 하 멋있어서….
7월이 되려고 색깔을 바꾸어 가는 석양을 잠시 길에서 보고,
파란 중절모 나는 광주의 카페로 들어갔다.
<띵크 트와이스>*, 60년대 팝송이 카페와 내 뇌리에 흘러갔다.
다섯 사람으로, 조합원으로 만난 게 22년 전이어서
22년 전 함께한 추억을 십 분 가량 공유한 다섯 사람이
다시 다섯 사람으로 만날 날을 바라고 밤에 훌훌 떠났다.
정은 전국의 산에 다니고 싶다 했고,
박은 농사일을 계속 하고 싶다 했고,
차는 외국에서 몇 년 살고 싶다 했고,
최는 퇴직하면 이층집을 짓겠다 했고,
나는 시를 짓고 싶다 했다.
* Think Twice: 싱어송라이터 브룩 벤튼(Brook Benton)이 발표한 Pop(196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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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3 ∼ 2020-02-28 (초고)
= 2020.03.09. 05:11.메. 박석준-3시집-0618-12-푸105(교)-4-2.hwp (탁자를/생각하신가요?) (초고 원본)
+ 2020.04.23. 14:28,메. 저자문의-답.hwp (탁자에/생각하시나요?) = <원작>
= 2020.04.23. 18:45.메. 2020년_04월(박석준)원고-교정본-1.hwp (원작 원본)
↛ 오교정 시집_『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
→ 2023-06-03 오전 10:07. (원작 최종교정 ‘흡연 구역/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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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1997.06.26. (1연, 해남 송지고등학교 비)
2019.06.26. (2연, 광주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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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1) 경향, 사상
「시간의 색깔, 길」은 1연에 6인(“나”, “최”와 “정”을 포함한 “내가 어울려본 적 없는 네 사람”, “교장”), 2연에 다섯 사람(“나”, “최”와 “정”, “박”, “차”)이 나오는데, “내가 어울려본 적 없는 네 사람” 중에 두 사람이 “박”과 “차”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문맥으로 보아 그 두 사람이 “박”과 “차”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그런데, 2연에 “다섯 사람으로, 조합원으로 만난 게 22년 전”, “22년 전 함께한 추억”이라는 표현이 있고, 1연에선 “교장”을 보려고 “네 얼굴을 창밖에 내민다.” 이것은 1연의 “네 사람”이 2연의 네 사람(“최”와 “정”, “박”과 “차”)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또한 이것은 “22년 전 함께한 추억”을 만들어준 계기가 된 사람이 “교장”임을 알게 하며, 다섯 사람 모두가 각각 ‘나 아닌 네 사람도 조합원임을 확인했다’는 요소, 즉 “조합원”이라는 조건이 그 “추억”을 만들었음을 알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앎이 ‘A라는 사람이 B라는 모르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지만 그 두 사람이 인연을 맺는 데에는 뜻밖의 스침이 작용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런데 22년 전에 교장이 “인생을 생각하시나요?”라고 물었는데 22년이 지난 지금 “<띵크 트와이스>”가 노래로 흐르고 있다. “말”이 “팝송”(노래)로 변주(전환)되어 흐르고 있다. “띵크 트와이스(Think Twice)”는 ‘두 번 생각하라’, ‘다시 생각하라’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이 노래가 흐르면서 2연이 다시 1연을 떠올리게 하는 순환(변증법)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순환하여 이 글을, 변증법을 적용하여 시 형식으로 쓴 글이 되게 한다. 미학(자연이나 인간의 생각 따위를 감각적 또는 감정적 효과의 면에서 매기는 가치)을 지닌 글이 되게 한다.
이 글은 특이하게도 “띵크 트와이스(Think Twice)”란 노래가 단순히 배경음악으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2개의 날이 담은 사건과 사정을, 그리고 그 시간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이 음악은 글의 무비즘 경향을 만들어내는 한 요소로 작용하고, ‘인생을 다시 한 번 생각하라’는 생각을 낳아 ‘인생을 어떻게 할 것인가?/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요 문제로 삼는 실존주의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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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표현
22년 전 여름비와 나의 담배, 교장을 매개로 만난 “다섯 사람”의 ‘시간의 색깔과 길’! 「시간의 색깔, 길」!
이 글엔, 제목과 본문에 표현한 “길”에 ‘인생’ 또는 ‘인생길’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었다. 이어진 6개의 어휘(“시골에서. 사색하는 사십세 사내로 살고 싶은데”)에서 10개의 ‘ㅅ’음운이 살아간다. “고독하다. 시골에서. 사색하는 사십세 사내로 살고 싶은데”는 역설적 표현으로 볼 수도 있는 문장도 있다.( → ‘사람들과 함께 있는 상황’보다 “고독”한 상황이 “사색”하는 상황을 더 쉽게 만들어내는데, “고독”이 “나”에게 “사색”을 방해하는 개념으로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문맥에서 “사색하는”은 “사람들을 만나는”을 표현한 말로 보는 게 적절하다.
두 가지의 장르(문학/음악)를 결합한 이 글은 “색깔”(청회색/노란/파란)과 형태-형상(밀짚모자-중절모 / 수트-허드레옷 / 담배 피는 모습-날씬한 사람), 움직임(“비 빗발치는 젖은 송지, 흐르는 담배 연기”)을 나타내는 매우 구체적인 말로 시각적 이미지를 강화시키고 “소리”를 결합하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무비즘 기법을 사용하였다) “나”의 시간의 색깔은 “청회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화하였으며, 교장의 시간의 색깔은 “노란”색으로 고정되어 소박함과 농부 이미지로, 추억하는 색깔로 남았다. “송지”는 1차적 의미가 ‘송지(松旨) → 송지종고’이며 2차적 의미가 ‘송지(松枝: 소나무 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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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작가의 말
「시간의 색깔, 길」은 나의 살아감에서 1997년 6월과 2019년 6월 26일에 실제로 일어난 일들, 나의 생각을 그대로 그린 실화이다. 이 글은 자서전적 시집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에 수록되었는데, 제목을 대표하는 글 3편 중 하나이다.
“그 섬을 나는 3년 후에 떠났다.”(「세상은 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어서」) 하였는데, 내가 떠난 곳은 ‘소안도’이며, 떠난 후에 간 곳, 1997년 3월에 발령나서 간 곳은 해남군의 송지(松旨)면에 소재한 송지종합고등학교이다. 이 학교에서 마흔 살을 보내면서 나는 결혼, 인생을 자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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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탁자를/생각하신가요?)
시간의 색깔, 길
내가 어울려본 적 없는 네 사람이
흡연구역 탁자를 둘러앉아 바로 뒤편에서 대화하고 있다.
고독하다. 시골에서. 사색하는 사십세 사내로 살고 싶은데….
낮, 유월 비 빗발치는 젖은 송지, 흐르는 담배 연기를 내다보며
청회색 수트 내가 창가에 서서 생각하는데
노란 밀짚모자, 허드레옷, 날씬한 사람이 가까워진다.
담배를 가장 멋있게 피는 사람이군요. 인생을 생각하신가요?
예? 소리를 반사적으로 냈지만,
교장 선생님, 비 오는데? 비 맞고 왜 거기 계셔요?
최와 정의 소리가 따르고, 네 얼굴을 창밖에 내민다.
밭에 갔다 오다가, 담배 피는 모습이 하 멋있어서….
7월이 되려고 색깔을 바꾸어 가는 석양을 잠시 길에서 보고,
파란 중절모 나는 광주의 카페로 들어갔다.
띵크 트와이스*, 60년대 팝송이 카페와 내 뇌리에 흘러갔다.
다섯 사람으로, 조합원으로 만난 게 22년 전이어서
22년 전 함께한 추억을 십 분 가량 공유한 다섯 사람이
다시 다섯 사람으로 만날 날을 바라고 밤에 훌훌 떠났다.
정은 전국의 산에 다니고 싶다 했고,
박은 농사일을 계속 하고 싶다 했고,
차는 외국에서 몇 년 살고 싶다 했고,
최는 퇴직하면 이층집을 짓겠다 했고,
나는 시를 짓고 싶다 했다.
* Think Twice : 싱어송라이터 브룩 벤튼(Brook Benton)이 발표한 Pop(196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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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3 ∼ 2020-02-28 (초고)
= 2020.03.09. 05:11.메. 박석준-3시집-0618-12-푸105(교)-4-2.hwp (초고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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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교정 시집)
시간의 색깔, 길
내가 어울려본 적 없는 네 사람이
흡연 구역 탁자에 둘러앉아 바로 뒤편에서 대화하고 있다.
고독하다. 시골에서. 사색하는 40세 사내로 살고 싶은데…….
낮, 6월 비 빗발치는 젖은 송지, 흐르는 담배 연기를 내다보며
청회색 수트 내가 창가에 서서 생각하는데
노란 밀짚모자, 허드레옷, 날씬한 사람이 가까워진다.
담배를 가장 멋있게 피우는 사람이군요. 인생을 생각하시나요?
예? 소리를 반사적으로 냈지만,
교장 선생님, 비 오는데? 비 맞고 왜 거기 계셔요?
최와 정의 소리가 따르고, 네 얼굴을 창밖에 내민다.
밭에 갔다 오다가, 담배 피우는 모습이 하 멋있어서…….
7월이 되려고 색깔을 바꾸어가는 석양을 잠시 길에서 보고,
파란 중절모 나는 광주의 카페로 들어갔다.
<띵크 트와이스>, 60년대 팝송이 카페와 내 뇌리에 흘러갔다.
다섯 사람으로, 조합원으로 만난 게 22년 전이어서
22년 전 함께한 추억을 10분 가량 공유한 다섯 사람이
다시 다섯 사람으로 만날 날을 바라고 밤에 훌훌 떠났다.
정은 전국의 산에 다니고 싶다 했고,
박은 농사일을 계속 하고 싶다 했고,
차는 외국에서 몇 년 살고 싶다 했고,
최는 퇴직하면 이층집을 짓겠다 했고,
나는 시를 짓고 싶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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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3. 16:44. 박석준시집_시간의색깔은자신이지향하는..._내지(20.04.23).pdf (원작 오교정 ‘40세/6월’)
= 시집_『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2020.05.25. 푸른사상)
(의식의 흐름 속 말이며 ‘ㅅ’음운을 고려한 말인 ‘사십세’를 ‘40세’로, 흐름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쓴 말인 ‘유월’을 ‘6월’로 대화 속 말인 ‘피는’을 ‘피우는’으로 편집자가 임의 오교정하여 작가의 의도를 망침. ‘피는’은 ‘피우는’의 방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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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_최
정_차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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