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128-1 세련되지 못한 가을비_(시집본)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60), 아방가르드 (26), 나의 무비즘 (113)
2010-11
박석준 /
<개작>_(시집본)
세련되지 못한 가을비
11월 가을비 한 방울씩 떨어지는데
어둑해가는 시가의 불빛들이 보인다.
낮게 깔린 상가의 불빛
아파트 고층 검푸른 빈칸에 점점이 찍힌 불빛.
집으로 가는 인도에서,
코너에 젖어 있는 은행잎들
―쓴 데도 없이 털려나간 돈,
―밥을 안 먹고 살아갈 수는 없을까.
―뜬금없이 여름휴가, 후지산
등산하러 갔다던 변호사 제자의 얼굴
가라앉는다. 내가 사는 집 네 식구들, 가을비
우우우우 우우우우우
소방차 사이렌 소리, 비가 오는데
머릿속에 들어선 내가 빌려 사는 아파트.
몸에 소름이 돋는다.
―집 쪽이 아니구나. 상가 쪽인가?
불빛들, 어디서 불이 났을까,
그대로 비 젖은 인도를 걷는다.
사람같이 살려면 여러모로 돈을 써야 하는데
아빠, 나 메이플 하고 싶어. 자본이 필요해.
―세련되지 못한 수입원. 그저 그럴 뿐인 걸
불을 끄고, 잠이 들기 전, 연산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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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31. 00:43. 박석준-시집 최종본 2012년9월22일-1.hwp ( 세련되지) <원작 교정>
∽ 2013-01-06 오전 6:01 2013-01-06 오전 6:01. 박석준-시집 최종본 2013년1월5일-2(내가 모퉁이로 사라졌다가).hwp (―세련되지) <원작 재교정>
= 시집_『카페, 가난한 비』(2013.02.12.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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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10-11. 광주시 푸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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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해설
박석준의 시에 가을을 노래한 시가 유독 많은 것도 실제로는 이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제목에 가을이라는 언표가 들어가 있는 시만 하더라도 「가을비 ― 물컵 속의 담뱃재」, 「가을, 도시의 밤」, 「가을의 오전」, 「세련되지 못한 가을비」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그의 이 시집(『카페, 가난한 비』)이다.
-이은봉 시인·광주대 교수, 「비극적 주체의 절망과 희망」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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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객관적 해석
이 글은 “가을비 한 방울씩 떨어지는” “11”에 도시의 소시민이 퇴근길을 걷는데 사는 동네에 불이 나서 그에게 일어난 일과 생각, 귀가 후의 그의 사정을 시적 형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인물을 따라 시공간이 흐르는 무비즘 기법을 사용한 글이다.
이 소시민은 후지산 등산하러 갔다는 제자를 떠올리면서 자본주의 도시에서 가난한 자신의 살아간 일과 살아가는 일을 생각해본다. “쓴 데도 없이 털려나간 돈/밥을 안 먹고 살아갈 수는 없을까”라고. 이 소시민의 심정의 색깔과 심리상태는 배경에 녹여내고 있다. ― “코너에 젖어 있는 은행잎들”, “가라앉는다./내가 사는 집, 네 식구들/가을비”라는 표현으로. “은행잎”은 젖어 있어서 ‘우수/우울’에 젖은 멜랑콜리한 소시민을 나타내는 소재h 사용되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은행잎”의 “은행”은 ‘돈’, ‘돈에 구속된 삶’, ‘돈의 황금빛 색깔’의 이미지도 내포한 말이다.
머리에 소름이 돋았어.
뚱딴지같이, 죽음의 무서움에
장면으로 들어선
내가 빌려 사는 집.
집 쪽이 아니구나. 상가 쪽?
이 부분에서 이 글이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사건과 사정을 표현하고 있음을 뚜렷하게 감지하게 된다. 또한 인물을 따라 시공간이 이동하면서 인물의 살아가는 모습을 영화를 보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무비즘 기법을 확인하게 된다.
<원작>에만 표현된 이 부분의 “죽음의 무서움에”는 위 행과 아래 행에 원인으로 걸치는 고도의 기법(아방가르드)이 사용된 형태로 도시의 가난한 소시민이 생각하는 삶과 죽음이라는 실존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불이 나서) 죽는다는 무서움에 머리에 소름이 돋고, (불이 나서) 빌려 사는 집의 집값을 물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을 표현하면서. 그리하여 화자가 매우 가난한 소시민임을 연상하게 하고, 뒷부분 “사람같이 살려면 여러 모로 써야 하는데”로, “연산(돈 계산)을 해본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하여 사건에 타당성을 제공한다.
<개작>은 이 부분을 개작해버린 까닭에 모더니즘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전환되며, 무비즘의 성향이 약화된다.
이 글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시의 가난한 소시민은 어떻게 살아야 실존할 수 있는가(어떻게 살아가면서 자기구속을 하고 실존을 선택하는가)를 형상화하고 있다. 특히 “자본이 필요해.”라는 아들의 말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삶을 형성(결정)해가는 데에 ‘돈’이 지배적인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글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앙가주망을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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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밖 실화
이 글은 2010년 11월에 광주시 푸른마을에서 살아가는 나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을 시적 형식으로 기록한 글(실화)이다. 나는 은행에서 돈을 빌렸고 그 돈으로 매달 집세 60만 원을 주는 반전세 아파트에서 동생과 동생의 아들하고 살고 있지만 부근에서 벌이 없이 따로 사는 늙고 아픈 누나의 생활비도 마련해야 하는 까닭에 가족이 네 사람인 것으로 표현했다. “아빠”는 동생의 아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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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2011-02-04
세련되지 못한 가을비
11월 가을비 한 방울씩 떨어지는데
어둑해 가는 시가에 불들이 보인다.
낮게 깔린 상가의 불빛
아파트 고층 검푸른 빈칸에 점점이 찍힌 불빛.
집으로 가는 인도에서
코너에 젖어 있는 은행잎들.
쓴 데도 없이 털려나간 돈
밥을 안 먹고 살아갈 수는 없을까.
뜬금없이 여름휴가, 후지산
등산하러 갔다던 변호사 제자 얼굴.
가라앉는다.
내가 사는 집, 네 식구들
가을비
우우우우 우우우우우
소방차 사이렌 소리, 비가 오는데
머리에 소름이 돋았어.
뚱딴지같이, 죽음의 무서움에
장면으로 들어선
내가 빌려 사는 집.
집 쪽이 아니구나. 상가 쪽?
불빛들, 어디서 불이 났을까.
하다가 그대로 비 젖은 인도를 걸어간다.
사람같이 살려면 여러 모로 써야 하는데
아빠, 나 메이플 아이디 바꿔야 하거든
자본이 필요해.
세련되지 못한
수입원. 그저 그럴 뿐인 걸
불을 끄고
잠이 들기 전, 연산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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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4 오전 8:16 ∽ 2011-02-04 오후 11:38. 《문학마당》에 보내는 작품-2.hwp <원작>
= 『문학마당』 34호/2011 봄호(2011.03.10.)
(+ 「겨울, 인물이 지나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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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11-02-04
세련되지 못한 가을비
11월 가을비 한 방울씩 떨어지는데
어둑해 가는 시가에 불들이 보인다.
낮게 깔린 상가의 불빛
아파트 고층 검푸른 빈칸에 점점이 찍힌 불빛.
코너에 젖어 있는 은행잎들
집으로 가는 인도에서
쓴 데도 없이 털려나간 돈
밥을 안 먹고 살아갈 수는 없을까.
뜬금없이 여름휴가, 후지산
등산하러 갔다던 변호사 제자 얼굴.
가라앉는다.
내가 사는 집, 네 식구들
가을비
우우우우 우우우우우
소방차 사이렌 소리, 비가 오는데
머리에 소름이 돋았어.
뚱딴지같이, 죽음의 무서움에
장면으로 들어선
내가 빌려 사는 집.
집 쪽이 아니구나. 상가 쪽?
불빛들, 어디서 불이 났을까.
하다가 그대로 비 젖은 인도를 걸어간다.
사람같이 살려면 여러 모로 써야 하는데
아빠, 나 메이플 아이디 바꿔야 하거든
자본이 필요해.
세련되지 못한
수입원. 그저 그럴 뿐인 걸
불을 끄고
잠이 들기 전까지 연산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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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4 오전 8:16. 《문학마당》에 보내는 작품-2.hwp (초고)
→ https://cafe.daum.net/poorrain/4Ps/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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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23-11-05_15:33. 광주시 푸른마을 3단지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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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2_16:08. 광주시 푸른마을 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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