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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시

나의 낭만주의 멜랑콜리 (4) 그림 속 사람 / 박석준

나의 시 117-1 그림 속 사람

나의 낭만주의 멜랑콜리 (4)

2008-08-02 (토)

박석준 /

(원작 요약작) 117-1 ( / 스무)

그림 속 사람

 

 

  뜨겁던 낮이 다 지나간 시간

  8월의 역 대합실 벽의

  그림들 속엔 사람이 걷고 있다.

  소통이 단절된 건 채 1년이 안 되었나.

  스무 살의 모습이

  뇌리를 흐른다.

  그림 속의 사람들처럼

  그림같이 정지해 있는

  그 사람을 불러내고 싶다.

  역사의 대합실에서 머뭇거릴 때마다

  언제나 한 얼굴이

  그림처럼 길을 떠난다.

  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한때는 일상의 주요 관심사였는데…….

  아직도 나는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것만 같다.

  기차는 곧 떠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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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6 ∽ 2008-09-06 (맑고 /20세의 얼굴스무) <원작>

2013-01-06 오전 6:01. 박석준-시집 최종본 2013년1월5일-2(내가 모퉁이로 사라졌다가).hwp <작가의 의도를 감안하지 않고 ‘맑고’/‘20세의 얼굴,’ 생략 교정>

시집_『카페, 가난한 비』(2013.02.12.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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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08-08-02 (토) 혹은 2008-08-02. 광주시 광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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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사고와 표현하려 한 삶

  <원작>에 “화자”는 “맑고 뜨겁던 낮”(기차의 도착 예정 시간)에 사람을 만나려고 역 대합실에 도착했다. “맑고 뜨겁던 낮”은 단지 날씨만을 알리기 위한 표현이 아니다. 기다리던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이어서 마음이 “맑고 뜨겁던” 상태임도 알리기 위해서 선택한 말이다. 그리고 만남이 단절되어서 그리워하게 된 것이 “모습(사람의 생긴 모양)”만이 아니라 “얼굴”이어서 “20세의 얼굴”이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가의 이런 의도를 감안하지 못한 까닭에 편집자는 이것들을 생략하고 <생략한 교정작>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연락도 되지 않아서 “맑고 뜨겁던” 마음은 사라지고 “20세의 얼굴”만 뇌리에 떠오른다. 뇌리에 흐르는 “20세의 얼굴”은 실체가 아니므로 “그림 속에서 걷는 사람”과 차이가 없다. 두 곳에 있는 사람은 모두 정지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합실의 그림 속에선 걷고 있는 사람의 형태라도 볼 수 있어서 그 성격이 다르고, 이런 성격 때문에 화자는 “그림 속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기차가 곧 떠날 것 같아 아쉬운 마음으로 서 있으면서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을 두고 “아직도 나는 무언가/잘못하고 있는 것만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무언가/잘못하고 있는 것만 같다”라는 생각엔 ‘자신을 탓함’과 ‘오지 않은 사람에 대한 원망’도 담겨 있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뇌리에만 흐르는 사람에게선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없는’ 까닭에, 그림 속에만 움직이고(걷고) 있는 사람에게서처럼 다만 정지해 있음으로 인해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이런 점에서 뇌리와 그림 속 사람의 움직임을 알 수 없는 곳이 되지만, 그림 속 사람은 보기라도 할 수 있어서 불러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다.

  <원작>은 “맑고 뜨겁던” 심정이 오지 않는 타인으로 인해 시간을 타고 흘러감으로써 ‘그림 속 사람과 뇌리의 사람은 유사하다’는 것과 ‘자책’과 ‘실존 의식’을 변증법적으로 무비즘 기법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요약 교정작>은 “맑고”와 “20세의 얼굴,”을 생략함으로써 화자가 쉽게 우울해하고 멜랑콜리한 존재라는 것만을 강하게 느끼게 할 뿐이다.(낭만주의 경향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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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밖 실화

  나는 사람을 만나러 2008년 8월 2일(토요일)에 광주역에 갔다. 못 만나고 역 대하실 벽에 붙은 ‘맑은 낮 해변을 연인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다. 사진 속 사람들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고 싶어졌지만, 만나고 싶은 사람은 오지 않음으로써 사진 속 사람들처럼 정지해버린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해변의 사람들이 정지해 있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고 이어 ‘그 사람’(중환자실에 의식 없이 누워 있는, 정지된 상태의 어머니)를 불러냈다. 나는 이날 나에게 실제로 생긴 일을 8월 8일에 시 형식으로 써서 ‘그림 속 사람을 불러내고 싶은 날’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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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117. 2009-09-06 (맑고 /20세의 얼굴스무)

그림 속 사람을 불러내고 싶은 날

 

 

  맑고 뜨겁던 낮이 다 지나간 시간

  8월의 역 대합실 벽의

  그림들 속엔 사람이 걷고 있다.

  소통이 단절된 건 채 1년이 안 된

  20세의 얼굴, 스무 살의 모습이

  문득 뇌리를 흐른다.

  그림 속의 사람들처럼

  그림같이 정지해 있는

  그 사람을 불러내고 싶다.

  역사 대합실에서 삶이 머뭇거릴 때마다

  언제나 한 얼굴이

  그림처럼 길을 떠난다.

  그 사람 무엇을 하고 있는 지가

  한때는 일상의 주요 관심사였는데…….

  아직도 나는 무언가

  잘못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기차는 곧 떠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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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6 ∽ 2008.09.06. 10:50.메. 박석준-08종합1.hwp <원작>

= 『석사학위 작품집』(2009.08.)

2011-05-05 오후 11: 26. 《시와시》에 보내는 작품.hwp

= 『시와시』 7호/2011여름호 (2011.06.01. 푸른사상)

(+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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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08-08-08

그림 속 사람을 부르고 싶어지는 날

 

 

  맑고 뜨겁던 낮이 다 지나가고

  8월의 역 대합실

  벽 그림들 속엔 사람들이 걷고 있다.

 

  소통이 단절된 건 1년이 채 안 되었으나

  20세의 얼굴, 스무 살의 모습 하나가 문득 뇌리에 흐른다.

  그림 속의 사람들처럼 그림같이 정지해 있는

  그 사람을 부르고 싶어진다.

 

  역사 대합실에서 삶이 부딪칠 때면, 어느 한 얼굴이

  그림처럼 떠나간다.

  그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한때의 일상에 주로 떠오르는 사정이었는데,

  나는 무엇을 잘못하였을 것만 같다.

  기차는 곧 떠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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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8. 00:37.메. 08-07-07-지난 날-2008-종합.hwp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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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광주역 대합실

  광주역 대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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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광주역

  2002 광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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