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113-2 산책길에 때로 둘러본 인생_(시집본)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63), 나의 무비즘 (102)
2008-06-09 (월) 점심 무렵
박석준 /
<원작 수정작>_(시집본) 113-2 (약국에 /3월의 그날부터 /모습으로 /뿐이니까. /우연이었을까,/했더니)
산책길에 때로 둘러본 인생
방금 전에 교문 안으로 들어간 그 사람은 선생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약국에 처음 들어선 3월의 그날부터 그 사람은 몹시 지쳐 있는 모습으로 피로회복제 좀 주세요, 라고 말했을 뿐이니까. 이십대인 내게, 아가씨, 라는 말 한 번 하지 않았으니까.
점심시간이기 때문일까, 그 사람이 매번 피로회복제 한 알과, 드링크 한 병을 사고는 천 원을 놓고 가는 것은.
내가 점심을 먹고 약국 밖을 산책하던 날, 우연이었을까, 그가 신도시 분양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을 서성거린 것은.
며칠 전 점심시간엔 약국을 거쳐 온 그를 길 건너 농협 현금지급기 앞에서 만난 적이 있다. 현금지급기에서 5만원을 빼내는 그에게 어머나, 또 뵙네요, 아는 체를 했더니, 그는 네, 안녕하세요, 라고만 했다. 농협 봉투에 돈을 집어넣고 길을 나서는 그의 귀밑 흰머리는 50대 초반인 듯한 인상을 남겼다.
그 사람이 우리 약국 소파에서 피로회복제와 드링크를 먹고 있는 오늘, 선생님, 맛있는 거 사 주세요, 말하며 여고생 둘이 들어와 주문을 했다. 그렇더라도 그는 오로지 선생일 것 같지는 않다. 어쩐지 길가 담 밖으로 피어 있는 장미꽃이 눈에 띄어 산책길에 잠시 멈춰 선 인생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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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4 오전 12:24. 박석준-시집 최종본 2012년9월.hwp (약국에 /3월의 그날부터 /모습으로 /뿐이니까. /우연이었을까,/했더니) <원작 재교정 수정작>
= 시집_『카페, 가난한 비』(2013.02.12.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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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08-06-09 점심 무렵. 목포시 (목포제일여고 및 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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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아방가르드, 모더니즘
세상에 나온 「산책길에 때로 둘러본 인생」은 <원작>, <원자 교정작>, <원작 수정작> 등 3개이다. <원자 교정작>은 <원자>의 “말 한 번”에 조사를 넣어 “말을 한 번”으로 교정한 것뿐이어서 아방가르드 경향으로 쓴다는 원래 창작 의도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원작 수정작>은 수정함으로써 아방가르드가 아닌 모더니즘 경향의 시로 만든 것이다.
<원작>은 (약국에, /3월 그날부터, /모습으로, /뿐이니까 /우연이었을까?/했는데)이고,
<원작 수정작>은 (약국에 /3월의 그날부터 /모습으로 /뿐이니까. /우연이었을까,/했더니)이어서 두드러진 차이는 문장기호 ‘쉼표(,)의 사용과 삭제’에 있다. 그리고 ‘마침료(.)’의 생략과 사용도 차이점이다. 또한 물음표(?) 표현을 쉼표(,)로 교체한 것도 한 차이이다.
내가 <원작> 첫 행에서 (약국에, /3월 그날부터, /모습으로,)로 세 번이나 쉼표로 표현한 이유는 ‘지쳐 있음’과 ‘쉬고 싶음’을 시각화시키기 위해서이다. 반면 ‘뿐이니까 ’라는 표현으로 쉼표를 뺀 이유는 (말했을 뿐이니까 아가씨인 내게 아가씨로 대우를 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했으니까)라는 걸 생각해보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우연이었을까?”는 ‘혹시 나를 의식해서 한 행동이었을까?’라는 의문을 강조하기 위해 쉼표(,)로 하지 않고 물음표(?)를 일부러 사용한 것이다. 이 글은 이렇게 문장부호의 사용과 생략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아방가르드를 시도한 것이다. “선생님, 맛있는 거 사 주세요,”는 적어도 세 가지 의미로 해석되게 하는 아방가르드 기법의 표현이다. 그것은 ‘① 선생님, 우리한테 맛있는 것 사주세요 ②선생님, 아가씨한테 맛있는 것 사주세요 ③ 아가씨, 선생님한테 맛있는 것 사주세요’라는 푼크툼을 유발시키려는 시도에서 볼 수 있다.
<수정작>에서는 ‘자동지급기’를 ‘현금지급기’로 구체화하면서 근대적 요소를 강조한 면이 있어서 모더니즘 경향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 글은 현대 자본주의 도시에서 거의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돈”과 “아파트”라는 등장하여 시대성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서 서성거리는 50대 사람의 모습을 통해 현대 도시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의 애환을 시각화하고 있다. 이 글은 사람들의 움직임을 시공간에 따라 제시함으로써 영화처럼 느끼게 하는 무비즘 기법이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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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교정작> 113-1. 2009-06-01 (말을)
산책길에 때로 둘러본 인생
방금 전에 교문 안으로 들어간 그 사람은, 선생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약국에, 처음 들어선 3월 그날부터, 그 사람은 몹시 지쳐 있는 모습으로, 피로회복제 좀 주세요, 라고 말했을 뿐이니까 이십대인 내게, 아가씨, 라는 말을 한 번 하지 않았으니까.
점심시간이기 때문일까, 그 사람이 매번 피로회복제 한 알과, 드링크 한 병을 사고는 천 원을 놓고 가는 것이.
내가 점심을 먹고 약국 밖을 산책하던 날, 우연이었을까? 그가 신도시 분양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을 서성거린 것은.
며칠 전 점심시간엔 약국을 거쳐 온 그를 길 건너 농협 자동지급기 앞에서 만난 적이 있다. 지급기에서 5만원을 빼내는 그에게 어머나, 또 뵙네요, 아는 체를 했는데, 그는 네, 안녕하세요, 라고만 했다. 농협 봉투에 돈을 집어넣고 길을 나서는 그의 귀밑 흰머리는 50대 초반인 듯한 인상을 남겼다.
그 사람이 우리 약국 소파에서 피로회복제와 드링크를 먹고 있는 오늘, 선생님, 맛있는 거 사 주세요, 말하며 여고생 둘이 들어와 주문을 했다. 그렇더라도 그는 오로지 선생일 것 같지는 않다. 어쩐지 길가 담 밖으로 피어 있는 장미꽃이 눈에 띄어 산책길에 잠시 멈춰 선 인생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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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9 ∽ 2008-09-06 (말 ) <원작> ∽ 석사학위작품집-박석준2-1.hwp (말을) <원작 교정작>
= 『석사학위 작품집』(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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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2009-09-06 (약국에, /3월 그날부터, /모습으로, /뿐이니까 /우연이었을까?/했는데)
산책길에 때로 둘러본 인생
방금 전에 교문 안으로 들어간 그 사람은, 선생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약국에, 처음 들어선 3월 그날부터, 그 사람은 몹시 지쳐 있는 모습으로, 피로회복제 좀 주세요, 라고 말했을 뿐이니까 이십대인 내게, 아가씨, 라는 말 한 번 하지 않았으니까.
점심시간이기 때문일까, 그 사람이 매번 피로회복제 한 알과, 드링크 한 병을 사고는 천 원을 놓고 가는 것이.
내가 점심을 먹고 약국 밖을 산책하던 날, 우연이었을까? 그가 신도시 분양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을 서성거린 것은.
며칠 전 점심시간엔 약국을 거쳐 온 그를 길 건너 농협 자동지급기 앞에서 만난 적이 있다. 지급기에서 5만원을 빼내는 그에게 어머나, 또 뵙네요, 아는 체를 했는데, 그는 네, 안녕하세요, 라고만 했다. 농협 봉투에 돈을 집어넣고 길을 나서는 그의 귀밑 흰머리는 50대 초반인 듯한 인상을 남겼다.
그 사람이 우리 약국 소파에서 피로회복제와 드링크를 먹고 있는 오늘, 선생님, 맛있는 거 사 주세요, 말하며 여고생 둘이 들어와 주문을 했다. 그렇더라도 그는 오로지 선생일 것 같지는 않다. 어쩐지 길가 담 밖으로 피어 있는 장미꽃이 눈에 띄어 산책길에 잠시 멈춰 선 인생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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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9 ∽ 2008.09.06. 10:50.메. 박석준-08종합1.hwp (약국에, /3월 그날부터, /모습으로, /뿐이니까 /우연이었을까?/했는데) <원작>
= 『문학마당』 24호/2008 가을호 (2008.09.27.) 문학마당 신인상 당선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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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08-06-09
산책길에서 때로 둘러본 생활
방금 전에 교문 안으로 들어간 그 사람은
교사가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약국에
처음으로 들어서던 3월 그날부터
그 사람은 몹시 지쳐 있는 모습으로 주문했으니까.
피로회복제 주세요,라고 말했을 뿐
이십대인 나에게, 아가씨
하는 소리 한 번 내지 않았으니까.
점심시간이라는 시간 때문이었을까,
그 사람이 매번 피로회복제 한 알과
드링크 한 병을 사고서
천 원을 내놓고 가는 것은.
내가 점심을 먹고
약국 밖으로 돌아다니던 날,
우연이었을까? 신도시 분양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서
그가 서성거리고 있는 것은.
며칠 전 점심시간엔
약국에서 나간 그를
길 건너 농협 자동지급기 앞에서 만난 적이 있다.
지급기에서 5만원을 빼내던 그에게
안녕하세요? 아는 체를 했는데
그는, 네, 안녕하세요?라고만 했다.
농협 돈봉투를 가져와 돈을 집어넣고
나서는 그는 귀밑 흰머리가 50대 초반인 듯한 인상을 남겼다.
그 사람이 우리 약국 소파에서
피로회복제와 드링크를 먹고 있는 오늘
선생님, 맛있는 거 사주세요.
소녀 둘이 들어와 주문을 했다.
그렇더라도 그는 오로지 교사일 것 같지는 않다.
어쩐지 길가 담벽 밖으로 피어 있는 장미꽃
눈에 띄어
산책길에 잠시 멈춰설 사람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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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9 오후 11:55. 박석준-시.hwp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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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크툼
롤랑 바르트가 『밝은 방』에서 제기한 철학적 개념. 사진을 감상할 때, 사진 작가의 의도나 사진의 상식적인 의미보다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감상 순간의 강렬한 충격과 여운의 감정을 말한다.
푼크툼(punctum)은 라틴어로 '찌름'이라는 뜻으로, 사진을 봤을 때의 개인적인 충격과 여운의 감정을 말한다. 우선, 푼크툼과 반대되는 개념인 스투디움을 알아야 하는데, 스투디움(stúdĭum)이란 라틴어로 ‘교양’이라는 뜻으로,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사진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 문화적 맥락을 살펴야 된다는 점에서 문화기호학적(또는 구조주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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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옛 목포동아약국
-- 목포의 민주인사들의 사랑방이었던 옛 동아약국. 5.18전남사적지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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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제일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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