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11 콧수염 난 꼬마 청년 ― 마음과 시공간의 잔상 1
나의 초현실주의 (1), 앙가주망 (7), 나의 무비즘 (11)
1978 / 1980
빅삭준 /
<수정작>
콧수염 난 꼬마 청년
― 마음과 시공간의 잔상 1
택시 운전하는 청년이 됐네!
중학교를 못 나오고, 그 애 형
말 구루마 끌었는데
이름이 영달이라고 기억돼.
몇 년 만에 그 형 만나 따라간 곳
다리 옆 도랑 낀 조그만 시장 안의 국밥집에서
먼저 인사를 한 그 애
어린 시절엔 딱지치기하고 함께 놀았지만
중학생이 된 후론 어쩌다가
길에서 얼굴을 보는 아이였지만
고3이 된 나를
본 이날은 그저 점잖게
식탁 앞으로 안내했어.
앵달아, 일 좀 해라.
그 애 엄마 도마 소리가 나고
국밥 쟁반 챙겨 가지고 그 애가
내 앞에 섰지.
교복 속에 가는 다리가
가난같이 꽂혀 있었어.
공고 다니는 영달이,
학교 파하자마자
엄마 일 돕는 앵달이었어.
해가 두 번 바뀌어 80년 봄에
그 애 소리 같아 내다보니
콧수염이 살짝 난 꼬마 청년이네!
형이 사주는 선물이라며
샹송 LP판 한 장을 내게 건넸어.
딱지 치고 놀았지만
무슨 일 하냐고 물어보진 않았지.
그 애 5·18 때 집 떠났어.
살짝 콧수염 난 21살 꼬마 청년,
LP판을 내게 남겼지.
그 얼마 후
도랑도 다리도 시장도 사라졌어.
복개하면서 길 넓히다가 그 집도 사라졌지.
나 대학 졸업하고 직장 구하고
가끔 노래를 듣는 완전한 청년이 되었지만.
.
2018.12.06. (영달이/마른 다리/행갈이 안 함: 얼마 후 도랑도) <원작>
2022-12-14 오후 07:25. 카페, 가난한 비, 거리에 움직이는 사람들, 무비이즘-선경-박석준-2022-12-14.hwp (2연 어휘 배열 수정/가는 다리/6연 4행 ‘그 얼마 후/도랑도’) <수정작 원본)
= 시집_『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2023.03.20. 푸른사상)
.
.
<원작> 2018-12-06 (2연 ‘영달이∽’/마른 다리/6연 4행 ‘그 얼마 후 도랑도’)
콧수염 난 꼬마 청년
택시 운전하는 청년이 됐네!
중학교를 못 나오고, 그 애 형
말 구루마 끌었는데
영달이라고 기억돼.
몇 년 만에 그 형 만나 따라간 곳
다리 옆 도랑 낀 조그만 시장 안의 국밥집에서
먼저 인사를 한 그 애 이름이
어린 시절엔 딱지치기하고 함께 놀았지만
중학생이 된 후론 어쩌다가
길에서 얼굴을 보는 아이였지만
고3이 된 나를 본 이날은 그저 점잖게
식탁 앞으로 안내했어.
.
앵달아, 일 좀 해라
그 애 엄마 도마 소리가 나고
국밥 쟁반 챙겨 가지고 그 애가
내 앞에 섰지.
교복 속에 마른 다리가
가난같이 꽂혀 있었어.
공고 다니는 영달이,
학교 파하자마자
엄마 일 돕는 앵달이었어.
해가 두 번 바뀌어 80년 봄에
그 애 소리 같아 내다보니
콧수염이 살짝 난 꼬마 청년이네!
형이 사주는 선물이라며
샹송 LP판 한 장을 내게 건넸어.
딱지치고 놀았지만
무슨 일 하냐고 물어보진 않았지.
그 애 5·18 때 집 떠났어.
살짝 콧수염 난 21살 꼬마 청년,
LP판을 내게 남겼지.
그 얼마 후 도랑도 다리도 시장도 사라졌어.
복개하면서 길 넓히다가 그 집도 사라졌지.
나 대학 졸업하고 직장 구하고
가끔 노래를 듣는 완전한 청년이 되었지만.
.
2018.12.06. 13:36.메. 박석준-작품.hwp <원작 원본>
= 2019.07.17. 20:38.내메. 박석준-작품-0618-11.hwp
= 2020.03.09. 05:11.메. 박석준-3시집-0618-12-푸105(교)-4-2.hwp (원작 날짜)
= 『광주전남 작가』 2018년호/24호(2018.12.28.)
.
.
꿈속 상황: (2018-05-18. 꿈)
1978년 (나: 고3, 1∽4연)
1980년 5월 (영달: 21살, 나: 23살)
.
.
Ⅰ. 나의 삶과 관련한 해석
「콧수염 난 꼬마 청년」은 2018년의 꿈을 소재로 쓴 것이다.
계림파출소 부근의 로터리 한 길이 계림동 성당으로 뻗어 가는데, 그 중간에 삼거리가 있고, 나의 어린 시절엔 삼거리 못 가서 도랑과 작은 다리가 있었다. 이곳을 동네 사람들은 ‘다릿건너’ 혹은 ‘다릿건네’라고 불렀다. ‘다릿건네’와 삼거리 사이에 약국, 양장점, 엿 공장이 있었는데, 이 집들을 지나 2분쯤 걸으면 만홧가게와 우리집이 나왔다.(5.18 항쟁 과정에서 양장점의 내 또래 아이의 막내동생인 고등학생이 죽었다.)
이 도랑 양쪽으로 작은 시장을 이루었는데 여기에 국밥집도 있었고 기름(휘발유)집도 있었고 골목길도 있었다. 이 골목길을 따라가면 산수동으로 뻗어 올라간 ‘나무전거리’가 나왔다.(그전에는 철도가 있었고 철도길 가에 국밥집들, 나무전들, 문집들, 떡집이 있었다.) 「콧수염 난 꼬마 청년」에 나온 아이는 도랑 가 이 작은 시장에서 살았는데, 5.18이 끝난 이후론 보이지 않았다.
「콧수염 난 꼬마 청년」은 ‘택시’/‘말 구루마’, ‘도마 소리’/‘샹송 노래’라는 상반된 이미지와, 도랑의 ‘다리’, 가는 ‘다리’, ‘영달이[영다리]’에 같은 음을 사용하여, ‘시국에 따라 사라진 것’과, ‘자본주의 한국의 도시화 과정에서 가난한 사람의 변화하는 세상살이(일)’를 형상화한 글이다.
「콧수염 난 꼬마 청년」은 꿈의 세계를 데페이즈망(dépaysement : 주로 우리의 주변에 있는 대상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그것과는 전혀 다른 요소들을 작품 안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일상적인 관계에 놓인 사물과는 이질적인 모습을 보이는 초현실주의의 방식) 기법과, 시공간 이동에 주력하는 무비즘 기법으로 재현한 글이다.
.
.
초현실주의
초현실주의(超現實主義, 영어: surrealism) 또는 쉬르레알리슴(프랑스어: surréalisme)은 1920년대 초 프랑스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퍼진 문예·예술사조의 하나이다. 비합리적인 잠재의식과 꿈의 세계를 탐구하여 표현의 혁신을 꾀한 예술 운동이다. 인간의 무의식을 표현하는 여러 작품들을 남겼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인간의 상상에 자유를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정신분석가 프로이트의 학설에서 영향을 받아, 자유로운 상상력으로서 지성을 초월한 꿈이나 무의식(unconscious; 잠재의식subconscious과 구별됨)의 세계를 해방하는 것으로서 초현실적인 미를 창조하려고 했다. 초현실주의의 가장 영향력 높은 주도자는 작가이자 미술 이론가인 앙드레 브르통(Andre Breton), 시인인 루이 아라공(Louis Aragon), 폴 엘뤼아르(Paul Éluard), 뱅자맹 페레(Benjamin Péret), 시인이자 소설가인 로베르 데스노스(Robert Desnos) 등이다. 그러나 후에 조르주 바타이유(Georges Bataille) 등은 브르통의 노선에 반대하며 무정형(informe; 혹은 비정형)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 외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예술가로는 장 콕토, 살바도르 달리, 호안 미로, 르네 마그리트, 막스 에른스트, 루이스 부뉴엘 등이 있다.
이란의 사데크 헤다야트가 쓴 《눈먼 올빼미》는 초현실주의 문학의 걸작이다. 한국 문학에서 초현실주의의 대표자로는 이상이 있다.
초현실주의자들의 대표적인 기법으로는 콜라주(Collage), 프로타주(Frottage), 파피에 콜레(Papier Collar), 데페이즈망(depaysment), 자동기술법(automatism) 등이 있다.
.
.
에피소드
심장병 수술 후 퇴원한 나를 데리고 큰형이 서울의 백화점에 갔다. 선물 사주겠다 하여 내가 고른 것이 더블 데크 카세트이다. 이것을 계기로 나는 팝송이나 샹송 등 국외 음악에 심취하게 되었다. 나의 글에는 음악 작품이 자주 등장한다.
.
.
사진
샹송(Chanson) 가수 에띠앙 다호(Etienne Daho) 앨범 ≪Tombé pour la France>≫(1985)
.
그림
표현주의 화가 마르크 샤갈(Marc Zakharovich Chagall)의 그림 <마을과 나>(1910-1911)
.
'문학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무비즘 (13), 실존주의 앙가주망 (9) 25년 전의 담배 한 모금과 세 잔의 술 / 박석준, 문병란 (0) | 2023.10.10 |
---|---|
나의 무비즘 (12), 실존주의 앙가주망 (8) 1980년 / 박석준 (0) | 2023.10.09 |
나의 무비즘 (10) 세월은 / 박석준 (2) | 2023.10.08 |
나의 무비즘 (9), 실존주의 앙가주망 (6) 한순간만이라도 이미지를 / 박석준 (2) | 2023.10.07 |
나의 무비즘 (8), 실존주의 앙가주망 (5) 장미의 곁에 있는 두 얼굴 / 박석준 (2) | 2023.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