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10 세월은
나의 무비즘 (10)
1978
박석준 /
세월은
― 목욕탕에서
아기야, 날 보아줘
벌거벗은 날 말이야.
네가 나중엔 나보다 클까 하는 생각은 하기도 싫단다.
그리움은 이슬비처럼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것은 아니지만
쓸쓸하게 사라진단다.
널 기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네가 나중에 길 위로 걷게 될 생각은 하기도 싫단다.
동경은 바람처럼 어디서인지 찾아왔던 것은 아니지만
허무하게 사라진단다.
아기야, 날 보아줘
소리치지 말고 말이야.
네가 나중엔 날 알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은 하기도 싫어.
연모함은 꿈과 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적막하게 사라진단다.
난 이제 옷을 입는다
아기야 넌 알 수 없지? 내가 옷을 입은 걸 말이야.
네가 보았어도 알지 못하듯, 나도 널 보았어도 알지 못하지.
네가 나중엔 무엇과 같을지……?
난 이제 가련다
늙지 않는 소년을 훼멸하고, 길을 밝혀오는 빛을 밟고서
아기야, 날 보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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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12-01(21살: 만 20살 8개월) 씀 <원작>
= 시집_『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2016.12.02. 문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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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상황:
1978-11-26(21살 고3), 계림동 우리 수예점 가게 옆 대중목욕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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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화 및 창작 동기
예비고사 날(1978년 11월 7일)이 지나고, 1978년(21살, 고3) 11월 하순에 나는 계림파출소 건너편 대중목욕탕에서 생각했다.
‘21살이 되었어도 나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아직 소년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나는 언제 어른이 될까?’라고.
「세월은」은 화자(“나”)의 의식을 동적인 이미지(벌거벗다, 입다, 내려오다, 찾아오다, 사라지다, 나타나다, 밟다)를 사용하고 등장인물(“아기”)에게 말하는 형태로, 현재 시제로 표현한 의식의 흐름 기법, 이미지즘 경향으로 쓴 것(무비즘 글)이다.
※ 의미
나는 고교 진학한 때(1975년)부터 글을 썼는데, 지금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나의 글인 「세월은」이 처음 소개된 곳은 시집 『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2016.12.02. 문학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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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의 흐름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은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1890년대에 처음 사용한 심리학의 개념이다. 그의 이 개념은 아방가르드와 모더니즘의 문학과 예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인간의 의식은 정적인 부분의 배열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동적인 이미지와 관념이 흘러 늘어선 것이라고 하는 사고 방식이다. 앙리 베르그송도 《시간과 의식에 대한 고찰》에서 제임스와 같은 시기에 유사한 착상을 하였고 “고수”라는 개념을 주창하고 있다. 베르그송과 제임스는 서로 교류를 하였지만 영감은 서로 독자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이 개념은 나중에 문학의 한 기법을 나타내는 용어로 쓰이게 된다. 즉 “인간의 정신 속에 끊임없이 변하고 이어지는 주관적인 생각과 감각, 특히 주석 없이 설명해 나가는 문학적 기법”을 대표하는 문학 용어로 “의식의 흐름”이라는 말이 이용되게 된다. 이 뜻을 처음 사용한 것은 영국의 소설가 메이 싱클레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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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즘
이미지즘(imagism, 寫象主義)은 구체적이지 못한 애매한 일반 관념을 피해서, 하나의 형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그 때까지의 시보다는 일상의 정확한 용어에 의한 운율에 중점을 두고, 명확한 심상의 표현을 도모한 영국의 자유시 운동이다. 「세월은」에선 (그리움은 이슬비처럼/동경은 바람처럼)에 이미지즘 경향이 반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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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나는 ‘목욕탕’을 소재로 하여 네 편의 글을 썼다.(「세월은」, 「목욕탕에서」, 「주의해야 할 사람의 명단」, 「라 코뮌」) 이 글들에서 “나”는 나(박석준)이고, 전개된 사건(이나 사람, 생각)은 실제 있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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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978 고3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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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01. 고등학교 졸업식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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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2_광주 푸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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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2_16:33_광주 푸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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