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66 입원실 침대 위에 드러누운 말_(원작)=석사본
나의 무비즘 (177), 실존주의 아방가르드 (67), 이미지즘 (5)
2003-08-17
박석준 /
<원작 행갈이 교정작> 2006-06-14
입원실 침대 위에 드러누운 말
밤! 떠나버린 낮,
유리창에 되비치는 그림자.
눈물 흐를 듯한 내 얼굴
나를 생각하게 한다.
말! 한 마디가 천 리를 간다고 하는데
가지 못하고
가슴 뛰고 아파
뇌리 속 병원 입원실 침대 위에 눕는다.
아프다, 밤이면
아무도 노크 않는
귀기한 사람의 잔상
아프다, 눈물 흐르는 가슴 속
폭설 속의 빨간 집
새겨진다. 말 한 마디가
천 리를 간다는데
갈 수 있는 말이 다쳐
마음 속 닫힌 병실 안
기웃거리다 침대 위로 나뒹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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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17 ∽ 2003-10-17 <원작 원고>
2006.06.14. 22:26.메. 박석준 시-40대의말에내리던밤비-2.hwp <원작 행갈이 교정작>
= 『석사학위 작품집』(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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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원고> 2003-10-17
입원실 침대 위에 드러누운 말
밤!
떠나버린 낮,
유리창에 되비치는 그림자.
눈물 흐를 듯한 내 얼굴
나를 생각하게 한다.
말!
한 마디가 천 리를 간다고 하는데
가지 못하고
가슴 뛰고 아파
뇌리 속 병원 입원실 침대 위에 눕는다.
아프다, 밤이면
아무도 노크 않는
귀기한 사람의 잔상
아프다, 눈물 흐르는 가슴 속
폭설 속의 빨간 집
새겨진다.
말 한 마디가 천 리를 간다는데
갈 수 있는 말이 다쳐
마음 속 닫힌 병실 안
기웃거리다 침대 위로
나뒹군다.
---200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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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17 ∽ 2003.10.17.
= 2003.10.19. 17:14. 카페 가난한 비_입원실 침대 위에 드러누운 말 <원작 원고>
→ https://cafe.daum.net/poorrain/F1vW/32
∽ → 2006-06-14. (원작 행갈이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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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상황
없음(2003-08-17, 광주에서 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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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발상과 표현과 경향
「입원실 침대 위에 드러누운 말」<원작>은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無足之言飛于千里 무족지언비우천리)”란 속담을 변형시킨 “말!/한 마디가 천 리를 간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말(못 함)의 아픔’과 ‘사랑(못 함)의 아픔’. ‘사람을 그리워함’을 형상화한 글이다. ‘말[言 언]’과 ‘말[馬 마]’이 동음이의어라는 점과 ‘간다’라는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발상한 작품이다.
“말”을 소재로 한 「입원실 침대 위에 드러누운 말」<원작>은 속담을 변주한 “말!/한 마디가 천 리를 간다”는 표현을 사용하여 시상을 전개한다. <원작>은 무정물을 시각화한 기법과 의인법(“밤! 떠나버린 낮”) 등 여러 표현으로 무비즘 경향과 아방가르드 경향을 보여준다.
“말! 한 마디가 천 리를 간다고 하는데/가지 못하고/가슴 뛰고 아파/뇌리 속 병원 입원실 침대 위에 눕는다.”라는 표현은 ‘말에도 가슴(심장)이 있어서 가야 할 말이 가지 못함으로써 그 말의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말이 아프니까 뇌리 속 병원에 입원했다.’라는 기가 막힌 발상을 알게 하고 아방가르드 경향을 낳는다. ― 한데 <수정개작>에서는 이 부분을 “말! 한마디가 너의 말에 말문이 막혀/가지 못하고/병원 입원실 침대 위에 눕는다.”라고 표현하였다. 이것은 ‘나의 말이 너의 말에 상처를 입어서 말의 문(말이 사는 집 문)을 닫고 집을 떠나 병원에 입원했다.’라는 의미로 해석되어 인간관계에 금이 갔음을 시각화한 표현이다. 그러나 아방가르드 경향을 찾아내기는 어렵다.
“말이 다쳐/마음 속 닫힌 병실 안/기웃거리다 침대 위로 나뒹군다.”라는 표현에선 ‘사람을 그리워함’을 ‘기웃거리다’라는 동적, 시각적 이미지로 드러내는 서술어로 보여주는 무비즘 기법과 이미지즘을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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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 노트
나는 내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한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일이라든가 내가 겪은 일이나 나에게 다가온(스쳐간) 것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나의 시의 대다수를 썼다. 그렇지만 여러 기법으로 시를 쓴다는 마음도 있어서 아방가르드 경향의 시라든가 실험시, 멜랑콜리 성향의 시를 쓰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사랑해 본 적이 없어서, 멜랑콜리 중 사랑의 좌절을 다룬 몇 작품, 예컨대 「안」, 「입원실 침대 위에 드러누운 말」은 상상하여 형상화한 것이다. 내가 쓴 이런 시들은 내가 멜랑콜리한 상태에 있어서 쓴 것이 아니다. 만일 평론가가 나의 이런 시들에서 ‘시인의 멜랑콜리’를 찾아냈다면, 나는 멜랑콜리한 시를 굉장히 잘 쓰는 시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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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수정 개작> 2013-01-06
입원실 침대 위에 드러누운 말
밤! 떠나버린 낮,
유리창에 되비치는 그림자.
눈물이 흐를 듯한 내 얼굴.
말! 한마디가 너의 말에 말문이 막혀
가지 못하고
병원 입원실 침대 위에 눕는다.
아프다, 밤이면
아무도 노크 않는
귀기한 사람의 잔상
아프다, 눈물 흐르는 가슴속
폭설 속의 빨간 벽, 집
새겨진다. ‘아파도 생각이 나서’
말 한마디가.
말 한마디로 사람이 죽고 산다 하는데
내 말은 다쳐
병실 안 침대 위로 누웠다가
창밖을 기웃거리다 침대 위로 풀썩 엎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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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17 ∽ 2003-10-17 <원작>
→ 2013-01-06 오전 6:01. 박석준-시집 최종본 2013년1월5일-2(내가 모퉁이로 사라졌다가).hwp <원작 수정 개작>
= 시집_『카페, 가난한 비』(2013.02.12.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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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03-08-17
입원실 침대 위에 드러누운 말
밤!
떠나버린 낮,
유리창 밖 형상 같은 사람의 인상.
눈물 흐를 듯한 내 얼굴이
나를 생각하게 한다.
말!
한 마디가 천 리를 간다고 하던데
가지 못하고
가슴아파
뇌리의 병원 입원실 침대들 위에 눕는다.
아파한다, 밤이면
잔상이 귀기하고
노크 없는 사람의
사람의 사정을!
아프다, 눈물 흐르는 가슴속
눈 위의 빨간 집
새겨지며
말!
한 마디가 천 리를 간다던데
갈 수 있는 말이 다쳐
닫힌 병실 문
기웃거리다 침대 위로
나뒹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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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8.17, p
2003.08.17. 00:41. 카페 가난한 비_입원실 침대 위에 드러누운 말 (초고 원본)
→ https://cafe.daum.net/poorrain/F1vW/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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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해설
비극적 주체의 절망과 희망
― 박석준 시집 『카페, 가난한 비』에 대하여
시인 박석준은 한국 민주화운동 과정에 수많은 고통을 겪은 형제들을 두고 있는 사람이다. 이러한 가족의 일원인 그는 저 자신 또한 전남지역에서 교사로 근무하며 전교조운동에 참여하는 등 적잖은 고통을 감내한 바 있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의 정서적 바탕에는 고통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오랫동안 마음고생을 하지 않고서는 형성되기 어려운 슬프고도 서러운 정서가 깊게 깔려 있는 것이 그의 시이다.
이때의 슬프고도 서러운 정서는 거개가 침통한 표정,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시의 이러한 정서는 심지어 멜랑콜리라고 명명되어도 무방할 정도이다. 멜랑콜리라고 불리는 비정상적인 심리는 그 범주를 한 마디로 잘라 말하기 쉽지 않다. 그것이 고독, 소외, 상실, 환멸, 염증, 피곤, 절망, 불안, 초조, 공포, 설움, 우울, 침통, 싫증, 짜증, 권태, 나태, 무료 등 어긋나고 비틀린 정서를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왜곡된 정서는 물론 자본주의적 근대에 들어 부쩍 만연해진 병적 심리 일반과 무관하지 않다.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말미암아 소통이 단절된 시대, 공감이 사라진 시대의 정서와 깊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 멜랑콜리이다.
고독은 소외의 적극적인 모습이거니와, 그것이 과도할 정도로 경쟁을 우위에 두는 자본주의 사회에 이르러 더욱 심화되었으리라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물론 이때의 고독은 우울로, 곧 멜랑콜리로 전이되기 쉽다. 멜랑콜리의 핵심 정서는 우울이거니와, 이때의 우울이 고독이나 소외, 상실이나 좌절 등의 정서와 상호 침투되기 쉽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박석준이 자신의 시에서 “비는 전날에도 왔지만/…… 내가 가는 길 위에 우수가 들어선다”(「마지막 출근투쟁」)라고 노래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이는 잘 알 수 있다. 다음의 시도 동일한 맥락에서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예이다.
외로움 때문이었다.
댓글 하나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리움을 둔 것은
―「음악 카페에서」 부분
한 해면 삼백육십오 일을, 슬프다고 말해 놓고도
말 못할 슬픔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안」 부분
버리고 싶은 우울이 가난이 튀어나온 곳에서 일어난다.
우울은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우울은 네가 없는 곳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비와 세 개의 우산과 나」 부분
위의 인용시에는 각 편마다 ‘외로움’, ‘슬픔’, ‘우울’ 등의 어휘가 토로되어 있다. 이로 미루어 보더라도 그의 시의 기본 정조가 멜랑콜리라는 이름의 죽음의 정서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이 고독, 소외, 상실, 환멸, 염증, 피곤, 절망, 불안, 초조, 공포, 슬픔, 설움, 우울, 침통, 싫증, 짜증, 권태, 나태, 무료 등 어긋나고 비틀린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앞에서도 말한 바 있다. 그와 더불어 우수나 우울이 실제로는 심화된 슬픔이나 설움으로부터 비롯되기 마련이라는 것도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들 정서가 자본주의적 근대에 이르러 끊임없이 부추겨진 욕망이 지속적으로 억압되는 데서 기인하는 왜곡된 정서, 병적 정서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은봉 시인, 광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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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광주시 아이누리한의원. 20211212_14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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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아이누리한의원. 20211106_1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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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동림가정의원. 20220312_1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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