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65 흔들거리는 목소리의 슬픔
나의 의식의 흐름 (2), 사상시 (5), 실존주의 모더니즘 (18)
2003-08-09
박석준 /
흔들거리는 목소리의 슬픔
‘살아온 만큼의 아름다움’, 예전엔 목소리로 떨구었는데, 요즈음엔 뇌리에 새겨지는 말이다.
생각은 너무도 쉽고 편하지만 말 한 마디는 얼른 건네지 않는 20대! 하여 사람들은 늘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40대에 이르면서 돈, 한 사람의 삶의 흐름을 얽어버린, 비의 몸짓이 되게 한다.
돈 없음과 돈 있음, 부족한 사람에게는 그것이 따라다닌다고 생각했지만, 돈 없는 갈등과 번민은 사람을 구속하고, 사람을 사람으로 있지 못하게 한다, 실존하지 못하게 한다.
회색의 거리가 가끔 사람의 비틀거리는 길을 껴안는다. 실존의 순간들을 실존의 욕망으로 변하게 한 것은 비가 사람 곁에 너무 가까이 다가왔을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비는 없다. 그저 잘 흘러가려는 사람이 따로 있을 뿐이다. 사람을 잃기 전에 ‘나’를 잃어갔다.
‘나는 누구인가?’ 생각할 때마다 사람은 ‘나’를 잃는다. 길을 잃어버린 그림자라고 말해야 옳다. 지금은.
사람은 원래 세 개의 색깔을 가지고 항상 서성거리지만, 40대 중반에 이르면 한 개의 색깔만이 시간을 따라 퇴색해, 사람의 자격을 잃게 한다.
사람, 빛깔을 잃으면서 물건보다 더 흔한 것이 되어 버린 사람, 사람과 사람의 나날이 저물고 있다. 석양 속으로 다만 캄캄한 밤이 되기 전, 가고 싶은, 머무르고 싶은 곳이 있어야 한다는 의식만 뇌리를 꿈틀거린다.
흔들거리는 목소리! 말이 되지 못하는 목소리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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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09 ∽ 2003-10-17 <원작>
=→ 2008-08-08 오전 12:48. 박석준-가을비-신-05-06.hwp (원작 교정)
= 『문학마당』 24호(2008.09.27.) 신인상 당선작 6
= 『석사학위 작품집』(2009.08.)
= 시집_『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2016.12.02. 문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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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2003-10-17
흔들거리는 목소리의 슬픔
‘살아온 만큼의 아름다움’
예전엔 목소리로 떨구었는데
요즈음엔 뇌리에 새겨지는 말이다.
생각은 너무도 쉽고 편하지만
말 한 마디는 얼른 건네지 않는 20대!
하여 사람들은 늘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40대에 이르면서
돈, 한 사람의 삶의 흐름을
얽어버린 비의 몸짓이
되게 한다.
돈 없음과 돈 있음,
부족한 사람에게는 그것이 따라다닌다고 생각했지만,
돈 없는 갈등과 번민은 사람을 구속하고,
사람을 사람으로 있지 못하게 한다, 실존하지 못하게 한다.
회색의 거리가 가끔 사람의 비틀거리는 길을 껴안는다.
실존의 순간들을 실존의 욕망으로 변하게 한 것은
비가 사람 곁에 너무 가까이 다가왔을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비는 없다.
그저 잘 흘러가려는 사람이 따로 있을 뿐이다.
사람을 잃기 전에 ‘나’를 잃어갔다.
‘나는 누구인가?’ 생각할 때마다 사람은 ‘나’를 잃는다.
길을 잃어버린 그림자라고 말해야 옳다. 지금은.
사람은 원래 세 개의 색깔을 가지고 항상 서성거리지만,
40대 중반에 이르면 한 개의 색깔만이 시간을 따라 퇴색해,
사람의 자격을 잃게 한다.
사람, 빛깔을 잃으면서 물건보다 더 흔한 것이 되어 버린
사람.
사람과 사람의 나날이 저물고 있다. 석양 속으로
다만 캄캄한 밤이 되기 전
가고 싶은, 머무르고 싶은
곳이 있어야 한다는 의식만 뇌리를 꿈틀거린다.
흔들거리는 목소리!
말이 되지 못하는 목소리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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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09 ∽ 2003.10.17. <원작>
2003.10.19. 16:53. 카페 가난한 비_흔들거리는 목소리의 슬픔 <원작 원본>
→ https://cafe.daum.net/poorrain/F1vW/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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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03-08-09. 광주시 유동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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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나의 시론 ; 카페, 가난, 비 - ③
이미지는 은유, 직유, 상징 등 각종 수사의 결과로 태어난다. 사상, 관념, 의지 등이 진술의 대상이 되는 관념시, 즉 관념어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시라고 하더라도 시는 이미지를 읽을 수 있도록 써야 한다. 물론 절실한 주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 이미지의 형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세영․장부일, 「이미지 창조의 방법」, 『시창작의 이론과 실제』, 지식의날개, 2006, 137~138면. 다음의 시 「흔들거리는 목소리의 슬픔」은 비, 돈, 길, 사람, 물건, 색깔 등 다양한 개념들이 뒤얽히면서 번민하는 인간의 우울한 정서와 이미지를 드러내려는 의도에서 쓴 예이다.
이 시의 상황은 화자인 ‘나’의 의식이 흐르는 상황이거니와, 나의 의식이 흘러가면서 시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 ‘나’의 의식 속에서는 여러 관념들이 부딪치면서 ‘번민’이라는 색깔을 띤다. ‘나’는 현실세계에 대해 “말이 되지 못하는 목소리”를 지니고 있는 존재이며, 또한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을 슬퍼하는 존재이다.
그런데 이 시에서 “세 개의 색깔”이란 무엇인가. 가지고 있었던 것, 가지고 있는 것, 가지고 싶은(가져야 할) 것인가? 혹은 과거, 현재(및 그 주변), 미래의 시간인가. 이런 식으로 ‘세 개의 색깔’, 즉 어떤 세 가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이 시에서 지배적인 의미와 정서를 산출하는 데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한 개의 색깔만이 시간을 따라 퇴색해”라는 구절이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는 첫 연의 “(떨구어버린) 목소리”와 “뇌리에 새겨지는 말”이 끝 연에 서 “흔들거리는 목소리”와 “말이 되지 못하는 목소리”로 전이된다. 물론 마지막 연에서 “말”은 “흔들거리는 목소리”와 대조되면서 “흔들거리는 목소리”보다 덜 결여된 의미를 지니기는 한다. 나는 그런 두 개념의 대조를 통해 “말”의 의미를 ‘완전한 것’, ‘사람’, ‘실존 또는 실존하는 삶’ 등으로 확산시키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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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03-08-09
흔들거리는 목소리의 슬픔
‘살아온 만큼의 아름다움’
예전에는 목소리로 떨구기도 했었는데
요즈음엔 뇌리에 새겨지는 말이다.
생각은 너무도 쉽고 편한 것이어서 말 한 마디를 얼른 건네지 않았던 20대! 사람들은 내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러나, 40대에 이르면서
돈
한 사람의 삶의 흐름을 얽어버린 Rain의 몸짓에서
그(Ra)는 과거가 되기 시작했다.
그는 과거가 되어 갈 것임을 예상하고 <내 시절 속--사람들>을 써 갈 생각을 했다.
없음과 있음의 돈,
부족한 사람에게는 그것이 따라다닌다고 생각하였지만,
갈등과 번민은 사람(과의 만남)을 구속하고, 그를 사람으로 있지 못하게, 실존하지 못하게 하였다.
회색의 거리가 가끔 그의 비틀거리는 귀가길을 안았다.
실존의 순간들이 어느 순간 실존의 욕망으로 변하게 한 것은 Rain이 그 곁에 너무 가까이서 재촉했을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Rain은 없다. 그저 잘 흘러가려는 사람이 따로 있을 뿐이다.
사람을 잃기 전에 그는 ‘나’를 잃어갔다.
‘나는 누구인가?’ 생각할 대마다 그는 ‘나’를 잃어갔다
길을 잃어버린 그림자라고 말해야 옳다. 지금은.
그는 원래 세 개의 색깔을 가지고 항상 서성거렸지만, 40대 중반에 오면서 한 개의 색깔만이 시간을 따라 퇴색해,
사람으로서의 삶이 버려지고 있는 중이다.
사람. 빛깔을 잃으면서 물건보다 더 흔한 것이 되어 버린 어떤 사람(의 어느 한 시절의 일상).
그와 그의 삶은 저물고 있다. 석양 속에 있다.
다만 캄캄한 밤이 되기 전 가고 싶은, 머무르고 싶은 곳에 있어야 한다는 의식만이 뇌리에 꿈틀거린다.
흔들거리는 목소리!
말이 되지 못하는 목소리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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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8.9./P (초고)
2003.08.10. 02:06. 카페 가난한 비_흔들거리는 목소리의 슬픔 (초고 원본)
→ https://cafe.daum.net/poorrain/F1vW/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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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20-07-28_23:28. 광주시 푸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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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9_23:06. 광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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