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조태일문학상
심사경위
곡성 출신 죽형(竹兄) 조태일(趙泰一, 1941∼1999) 시인의 삶과 시 세계를 기리고자 (사)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와 곡성군이 제정한 조태일문학상은 2024년 5월 1일∼6월 30일까지 2개월간 전국 공모를 시행했으며 시인, 평론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에게 제6회 조태일문학상 후보작 추천을 의뢰했다. 2022년 6월 1일 이후 발간된 시집을 대상으로 한 이번 공모 결과 총 143권의 응모와 추천이 접수됐다.
조태일문학상운영위원회는 7월 3일(수) 곡성군청에서 심사위원 선정을 위한 위원회를 열었으며, 문동만(시인), 박소란(시인), 정민구(평론가, 전남대 교수) 등 세 분을 예심 심사위원으로, 김사인(시인, 전 한국문학번역원 원장), 김형수(시인, 신동엽문학관장), 김수우(시인) 세 분을 본심 심사위원으로 선정했다.
예심은 7월 19일(금) 광주전남작가회의 사무실에서 열렸고, 공모 응모작과 추천위원 추천작 모두를 대상으로 심사를 거친 결과 8편의 작품을 본심에 올렸다. 본심은 7월 28일(일) 광주전남작가회의 사무실에서 열렸고,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박석준 시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조태일문학상운영위원회는 수상자와 수상작에 결격 사유가 없음을 확인하고 최종 승인했다.
한편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상패, 조태일 시인의 「국토서시」 등이 새겨진 고암 정병래의 전각 작품을 부상으로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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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심평
정직한 슬픔,
우리를 다시 깨어나게 만드는 절망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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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에게 ‘시’는 ‘삶의 현장’과 동의어다. 가난하고 병약하고 상처투성이인 세계는 수식되지 않은 직설로 가득하다. 사건을 대상화하지도 않고 함부로 은유를 작동하지도 않는다. 존재의 굴곡 자체인 사건들로 울퉁불퉁한 그의 현장들은 우리에게 내던지는 질문과 동시에 진솔한 응답으로 뾰족뾰족하다. 관찰만 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아픈, 울혈 가득한 생명의 통증이 일상의 사소한 날씨와 풍경을 파고 들어가 단호하고 곤두서 있는 시대정신과 접목된다는 것. ‘의지’와 ‘표상’이라는 철학적 어휘는 그의 일상에서 갱도, 지하 수백 미터 아래에서 다시 수 킬로 갱도를 파고 들어가는 시커먼 손톱을 닮아있다.
흔히 민중시를 관습적으로 표방하지만, 실존적 투여 없이 손쉬운 소재 차원의 답습으로 대체한 직무 유기들 속에서 이를 만난 감동이 컸다. 저 ‘1980년’을 생생한 상처로 기억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더듬더듬의 산말, 사무친 말 앞에 어떤 얕은 손재간의 기교들이 이만큼의 긴장을 견딜 수 있겠는가. 투입하는 생의 총량, 총무게에 있어 다른 시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순결한 힘이 아니면 삶에 임하는 순수성이 이처럼 액면 그대로 언술의 시의 등가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병약하고 소외된, 그러나 하나의 완강한 영혼으로서의 화자가 혼신을 바쳐 발언하는 흩어진 호흡조차 ‘묵시록’의 일부이다. 언어의 조탁에 의존하지 않는 산만한 시적 형식들을 두고 우리는 이 시대가 낳은 ‘비(非)실존의 실존’의 형식이 아닌지 토의하기도 했다. 음울한 세계를 담는 음울한 가락, 한껏 늘어져 있는 이 거친 어조들을 밀고 가는 정직한 슬픔이야말로 신자유주의의 감옥 속에서 사는 우리를 다시 깨어나게 만드는 절망의 힘이니, 시가 가진 책무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 그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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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심 심사위원 김사인, 김수우, 김형수
『문학들』 77 (2024 가을호) 151-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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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석준 시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2023.3.20.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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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 시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2023.3.20.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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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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