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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무비즘 (8)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 / 박석준

나의 신시 8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

나의 무비즘 (8), 실존주의 모더니즘 (3), 사상시 (1)

1976 / 2020-02-02

박석준 /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

 

 

  “산다고 마음먹어라. 내일 새벽에 수술을 할 거다.”

  서 의사가 말하고 간 후,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라앉아 침대 뒤 유리창으로 눈길을 주는데,

  창틀에 파란색 표지의 작은 성경책이 놓여 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까?

  나는 왜 지금에야 이 책을 삶과 관련하여 생각하는가?

  나는 얼마 살지도 않았으면서 삶이 저지른 죄가 있다.

  병실에선 사람의 소리가 삶을 생각게 하는데.’

  그 성경책을 집어 넘겨 보는데

  ‘없어져 버린 삶!’이라고 생각이 일어난다.

  ‘너는 수술을 하지 않으면 2, 3개월밖에 살 수 없어!

  수술 성공할 확률은 1프로다.’

  마른나무 가지들이 공간에 선을 그어논 12월 말인데

  살아 있다, 움직이는 말소리, 사람 발소리,

  사람 소리를 담고 시공간이 흐른다.

  사람의 소리는 사람의 형상을 공간에 그려낸다.

  유리창을 본 지 며칠이나 되었을까?

  나의 귀가 병실의 다른 침대들이 있어서 내가 20살임을,

  보호자 간호원 환자의 말하는 소리를, 살아 있는 소리들을

  그리고 내 어머니의 소리들을 뚜렷하게 감지한다.

 

  어머니는 내가 50살인 12월 말에 입원했는데

  다음날부터 15개월 넘도록 의식이 없었다.

  사망하기 하루 전에야 의식이 돌아와

  “밥 거르지 말고 잘 먹어라.

  말소리를 너무 약한 목소리로 마지막으로 전했다.

 

  “산다고 마음먹으세요. 내일 낮에 수술을 할 겁니다.”

  순환기내과 장 의사가 말하고 간 후, 이상하게도

  유리창이 출판하지도 않은 시집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를 공간에 그려낸다.

  ‘심실중격에 구멍이 다시 생겨서 피가 새고

  심장병과 동맥경화가 깊어요,

  수술 성공할 확률은 1프롭니다.

  밥 거르지 말고,’

  말소리가 그 사람의 형상을 병실에 그려낸다.

  말소리는 살아 있는 사람의 형상이다.

  사람의 소리는 사람의 형상을 시간에 그려낸다.

  63살 2020년 2월로 온 나는 삶이 저지른 죄가 있지만,

  사람의 소리시이면 좋겠다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Die Welt als Wille und Vorstellung)』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가 1818년 출판한 철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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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2 ∽ 2022-12-01 <원작>

시집_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2023.03.20.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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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상황:

    1976-12-29⁓1977-01,초순(만 18⁓19세), 서울대학교병원 (1연)

    2007-12-26⁓2009-04-06, 광주기독병원 (2연)

    2020-02-02 현재, 첨단종합병원(광주) (3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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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작품만 본 해석

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엔 일반적인 시하고는 달리 “63살 2020년 2월로 온 나”라고 현재 시점이 분명하게 나타나 있어서 특이하다.

  이 글은 세 가지의 시간에 ‘병원(의 입원실)’이라는 공간에서 전개되는 세계를 3개의 연으로 구성한 것이다. 글에서 상황은, 1, 3연을 현재 시점으로, 2연에 과거 시점으로 전개되고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3연을 현재 시점으로 하여 전개된다. 이 글은 무비즘(글을 영화처럼 펼쳐내는 표현기법 혹은 그러한 경향)을 반영하여 쓴 것이다.

  이 글을 섬세한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마지막 시어 “누군가에게”가 글의 제목으로 이어져 ― ‘누군가에게/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라고 연결되어 ― 글이 다시 시작되는 구성 방식(형식)을 취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는 ‘아포리아(Aporia, 난관)’에 처한 사람의 마음(의지)를 다룬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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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나의 사유와 창작 방법

1. 자서전으로서의 글

  나(박석준)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에 ‘아포리아(Aporia, 난관)’를 다루고 있으며 ‘의지’란 어휘를 (제목에만) 사용했다. 그런데 “의지”에 관하여 쇼펜하우어 생각과 나의 생각이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63살 2020년 2월로 온 나”라고 현재 시점을 밝힌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는 2022년 12월에 완성한 글이다시공간상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의 전 단계라고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을 2020년 5월에 출판한 자서전 시집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에서 볼 수 있다.

 

    눈을 다쳐 눈에 통증이 심해져 그해에 휴학했다.

    다리가 점점 가늘어져 두 걸음을 걸을 수 없게 되자,

    누나가 책을 읽어주고, 빵 배달 헌이 빵을 약 대신하라고

    가져다줬다. 여름에 눈 하나, 정원의 칸나가 시들었다.

    쌀이 떨어져 엄마랑 누나가 무등산에 정금 따러 가면

    앉아서 모나미볼펜을 굴려 보고 인생을 점치거나

    아픈 눈으로 누워 벽 혹은 천장을 보거나 하였다.

   병원에서 TOF라 판명하고 그해를 못 넘길 거라 했다.//

    산다는 건 눈과 다리로 사람에게도 걸어간다는 것! 일까?

― A. 박석준, 「생의 프리즈 ― 절규」 부분

 

   열아홉 살 다 지나가는 1976년 겨울, 두 걸음 걷다가

    쓰러지는 나를 큰형이 업어 서울 병원으로 데려갔다.

    팔로4징후*였다. 형이 각서를 썼다. 무슨 소리가 들리고

    엄마가 보인다.

    *팔로4징후(TOF): 선천성 희귀 심장병

― B. 박석준, 「국밥집 가서 밥 한 숟가락 얻어 와라」 부분

 

  A에는 “앉아서 모나미볼펜을 굴려 보고 인생을 점치거나/ 아픈 눈으로 누워 벽 혹은 천장을 보거나 하였다.”, B에는 “무슨 소리가 들리고/ 엄마가 보인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굴려 보고 인생을 점치거나”엔 점친(인생에 관해 사유한) 내용이 생략되었으며, “소리가 들리고/ 엄마가 보인다.”라는 인식의 절차와 인식의 내용인 ‘소리’와 ‘형상(엄마)’가 표현되었다.

 

2. ‘사람 살아감과 ‘사유와 ‘의지

  사람은 살아가는 존재이며 살아가기 위해(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선택하기 위해) 사유한다. 형식은 사유의 연장이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는 2중의 현재 시점으로 세 가지 시공간에 펼쳐진 세계를 형상화하는 구성형식을 취하고 있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엔 “나”는 “내가 쓴 글 단 하나만이라도 사람의 소리시이면 좋겠다. 누구에게.”라고 실존을 갈망하지만 의 말은 의 의식에만 있을 뿐이다. “나”가 주인공이고 화자이지만 “나”에게 요구를 하는 세 사람(서 의사, 어머니, 장 의사)의 (소리) 실제로 시공간에 흘러간다. ‘먹다’라는 의미가 들어 있는 , ‘마음먹어라, (잘 먹어라마음먹으세요가 시공간에 흐르고 있다. ‘마음먹다’는 의지와, ‘(밥) 먹다’는 현실에서 살아감과 연결되는 어휘이다.

  세 사람은 “나”에게 ‘살아가기 위한 (나의) 의지’를 요구한다. 세 사람의 이 요구는 주인공 “나”가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해 갖게 된 각자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며, 자신의 의지(살리겠다, 살아가게 하겠다)를 ‘말(소리)’로써 현실에 시도한 것이다. 이들의 ‘의지(요구)’는 “나”가 살아가는 ‘충당’을 통해 다 실현된다.(단, 어머니는 ‘말(소리)’을 유언으로 남겼고 곧 사망했기 때문에 그 실현을 알지 못하지만.)

 

3. 심정(감정이나 심리) 의지

  화자로서 “나”는, 어머니가 “사망하기 하루 전(내가 52살인 4월 5일)에 의식이 돌아와 너무 약한 목소리로 “밥 거르지 말고 잘 먹어라”라고 말소리를 전했다.”고, 자신에게 남은 생각을 진술할 뿐이다. 한데 이 담담한 진술을 섬세하게 살펴보면 “나”가 어머니의 사망에 따른 아쉬움이라든가 슬픔 같은 감정(심정)을 일으켰음을 “너무 약한 목소리로”라는 표현으로 담았음을 알게 된다.

  “ “내가 쓴 글 단 하나만이라도 사람의 소리시이면 좋겠다.”처럼 자신의 심정을 직접 표현하기도 한디.

  “ “서 의사”의 말로 “이상하게도/마음이 가라앉”았고 잠시 후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까?”라고 심리의 변화(살고 싶다)를 알게 된다. 하지만 “나”의 사느냐 죽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라 수술하는 의사(타인)의 손에 달려 있다. “나”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쇼펜하우어 “이 세계는 시공간에 존재하며 개체화의 원리와 충분한 이성의 원리가 지배한다. 실재하는 것은 의지이고 그 밖의 모든 것은 의지의 현상과 표현일 뿐이다.”*라는 생각을 지녔다.

  한편 “나”는 두 번이나 죽음에 이르지 않았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4. ‘의식’과 ‘의지’와 ‘다른 사람

  쇼펜하우어에게 있어서 “의지”(독일어: Wille)란 개념, 일반적인 의미의 뜻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다른 맹목적인 감성인, ‘욕망’, ‘갈구함’, ‘추구’, ‘노력’, "고집"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표상”(독일어: Vorstellung)이란 단어는, 영국 경험주의-칸트 등이 쓰고 있는 용어로서, 마음 밖에 있는 어떤 물체나 대상에 대해 가지는 심상(Sensory Image)을 표현하는 말이다. 표상에는 신체가 포함된다. 쇼펜하우어는 사람마다 가진 자기 자신의 을 “직접적 대상”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뇌가 마음이 깃든 자리이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는 생의 의지를 부정하여 인식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삶을 영위하라고 충고했다.**

  나는 ‘현실 세계는 의식이 있을 때만 의미 있는 존재로 인지되며 의식이 있을 때만 사람은 ‘의지’를 표현할 수 있다. 이 세계는 시공간에 존재하며, ‘사람의 소리는 사람의 형상을 공간에 그려낸다. 말소리는 살아 있는 사람의 형상이다. 사람의 소리는 사람의 형상을 시간에 그려낸다.’라고 글에 표현했듯이, ‘사람은 다른 사람이(누군가가있어야만 사람으로 기억된다.’라는 생각을 지녔다.

 

5. 사유와 표현 형식

  쇼펜하우어 철학에 “의지 거의 정확한 표현 때문에 예술 작품은 우리에게 미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데, 나는 “나의 귀가 … 침대들이 있어서 내가 20살임을, … 어머니의 소리들을 뚜렷하게 감지한다.”라고 표현했다. 이 표현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지만, 내가 인식한 순서대로 표현했다.

  나는 ‘(한) 사람이 삶에서 남긴 이미지와 욕망(또는 의지)과 살아간 시간의 의미는 누군가(타인)에 의해 드러나거나 다시(혹은 새롭게) 탄생할 수 있다.’라는 나의 사유를 형상화하기 위해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를 썼다.

  나의 사유 형상화하기 위해 세 개의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전개되는 세계를 3개의 연(세 가지의 시간)으로 구성한 형식을 취했다. 그리고, 이중적 현재 시점(1, 3연이 현재 시점으로, 2연이 과거 시점으로 전개되고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3연이 현재 시점임)으로 세계를 형상화하는 무비즘(글을 영화를 보는 것처럼 펼쳐내는 표현기법)을 사용했다.

 

  “사물을 미학적으로 지각할 때 자아를 잊고, 우리 자신을 모든 사람 및 다른 모든 것들과 동일시하지만(비록 일시적이긴 하지만) 세상을 거의 있는 그대로 본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는 “”의 “사람의 소리는 사람의 형상을 공간에 그려낸다.”, “사람의 소리는 사람의 형상을 시간에 그려낸다.”라고 나의 사유를 미적으로 투영한 사상시이다.

 

  * Aporia. 2022.11.18. <사유의 세계>에서 발췌

  ** ‘위키백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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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석준 시집-의지와표상으로서의세계이니_표지(0306)

  박석준 시집-의지와표상으로서의세계이니_표지(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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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병원

   서울대학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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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기독병원_20240504_142614

  광주기독병원_20240504_14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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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첨단종합병원  내가 입원했던 입원실. 20200205_1148

    광주시 첨단종합병원  내가 입원했던 입원실. 20200205_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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