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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무비즘 (151), 실존주의 모더니즘 (83) 통증 / 박석준

나의 신시 193 통증

나의 무비즘 (151), 실존주의 모더니즘 (83)

2019-11-04

박석준 /

<원작> 2020-10-08

통증

 

 

  다리가 아리고 쓰리다는 걸 누워 있다 감지하여,

  어제처럼 일어나, 간신히 낡은 다리로 일어서

  절름거리며 걷고 의자에 앉고 자리에 눕는

  일을 새벽 1시부터 7시간 넘게 반복하고,

  의자에 앉아 감긴 눈으로 그레고르 잠자*를 생각한다.

 

  퇴직한 해, 2년 전, 길에 넘어져 발등뼈가 깨진 탓일까?

  나았지만 다리 근육이 빠져서일까? 심장병 때문일까?

  누우면 이내 발목부터 무릎 위까지 아리고 쓰려

  다리가 제대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나

  잠자? 떻게 해야 실존할 수 있을까?

 

  문 여는 소리가 잠시 누운 나를 몽롱하게 스쳐서,

  8시 반에 출근하러 나간 막내동생이 떠오른다.

  아프다면서? 막내가 전화해서.

  큰동생의 목소리가 나서 본 벽시계 10시 10분.

  일어선 다리가 어제처럼 통증이 사라져, 불안하다.

 

  큰동생 택시로 월요일 병원엘 갔다 집 앞길에 왔을 때

  단풍 든 나무 한 그루 내 눈에 스쳐서,

  11월 낡은 다리로 내려선 나는, 삶의 불안한 아픔!

  오기 전에 무엇부터 해야 할까? 각한다.

  찾아오라 말 못 하고 소외된, 실존하려는 고독한 나!

 

 

  *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 :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소설 「변신 Die Verwandlung)」(1915년)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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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 2020-02-29 <원고>

 2020.10.08. 22:10.메.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 - 박석준.hwp <원작 원본>

= 『사람의문학』 98호/2020 겨울호(2020.12.01.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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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19.11.04.(월) 광주시 푸른마을 내가 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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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통증」 객관적 해석

 

  「통증」은 ‘소통과 이해가 단절된 인간의 고독과 소외와 불안한 실존’, ‘병을 벗어나 실존하고 싶은 욕망’을 실존주의 모더니즘 경향과 무비즘 기법으로 표현하였다.

  화자는 “퇴직한 해, 2년 전, 길에 넘어져 발등뼈가 깨진 탓일까?/나았지만 다리 근육이 빠져서일까? 심장병 때문일까?”라고 생각하고, “누우면 이내 발목부터 무릎 위까지 아리고 쓰려/다리가 제대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나”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그레고르) 잠자?”라는 생각도 했다. ‘그레고르 잠자’는 사회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다리가 가늘어진 채 갑충으로 변하여 소외된 인물(카프카의 소설 「변신」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유추해보면, 화자가 2년 전에 발등뼈가 깨진 탓으로 곧 사람들이 소통을 끊었고, 그 후로 자신의 다리가 가늘어지고 아파서 삶에 어려움을 겪고, 소외당하고 고독하게 살아가는 “잠자” 같은 존재가 되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리가 제대로 돌아오”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실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 글은 사람의 변신(다리가 가늘어지고 다리에 통증이 생김)이 실존의 어려움과 관련됨을 주의시키고 있다. 사람이 삶에서 오는 불안(한 상황)을 빨간색(아픔)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나무도 삶에서 불안(한 상황)에 이르며 그 불안을 나무는 빨간색(아픔, 단풍)으로 표현한다고 유추하게 한다.

  「통증」엔 다음을 포함한 몇 가지 기법이 사용되었다.

  *차용 :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주인공 이름 ‘잠자’를 사용.

  *역설(패러독스) : 일어선 다리가 어제처럼 통증이 사라져, 불안하다.

  *상징

    단풍 : 삶에서 생기는 불안한 아픔(고통, 변신)과 아름다움/

    통증 : 삶에서 생기는 불안한 아픔(고통, 변신) → 극복한 후의 아름다움

  *비유: 다리가 제대로 돌아오기(실존/정상적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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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동기와 출판 과정

  「통증」과 「변신 ― 통증」은 2019년 11월에 나(박석준)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을 시 형식으로 묘사한 실화이다. 나는 2017년 2월 말에 명예퇴직을 하였는데 6월에 한적한 밤길을 걷다가 넘어져 왼다리의 발등뼈가 깨졌다. 뼈는 8개월이 지난 2018년에 다 붙었지만, 이상하게도 2019년 3월부터 무릎 위 다리가 아프고 몸이 붓고 자주 빈혈증, 현기증이 일어났다. 집 앞 병원에서 심장병 때문이라고 하여 약을 처방했지만, 이 증세는 더욱 짙어졌다.

  10월 20일엔 5분을 걷기가 힘들 정도로 다리가 가늘어졌다. 그런데 얼굴, 몸, 팔 모두 너무 부은 탓인지 체중이 50킬로를 넘어버려서(2개월 전보다 7킬로쯤 늘어나서) 완전 기형이 되어버렸다. 그러고는 10월 28일엔 다리에 통증이 심하게 와서 누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런 상태가 며칠째 반복되어서 어쩔 수 없이 11월 4일 월요일에 다른 병원을 찾아갔다. 심장병과 대동맥경화증으로 인해 머리에 어지럼증이 생기고 다리에 통증이 오고 몸에 열이 나고 몸이 붓는 것이니,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그런데 수술에 성공한다는 장담은 못 한다고 진단을 했다.

  나는 외출을 안 한 채로 9월을 보냈다. 그리고 10월도 그렇게 보냈다.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과 2개월을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로 11월을 4일에 왔는데, 병원에 갔다가 집 앞에 오니 단풍나무의 빨간색이 눈에 띄었다. 그러고는 그 빨간색이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 귀가한 나는 만일을 대비해, 쓴 글들을 정리하거나 새로 글을 쓰거나 하면서 인생을 정리해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날부터 그 작업에 들어갔다. 그날 「통증」의 (초고)를 썼다. 「통증」(원고)을 시집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의 맨 끝에 수록할 생각을 하고 시들을 정리한 파일을 1월 말에 완성했다. 그리고 이 파일을 동생에게 전하고는, 수술하기 위해 2020년 2월 2일에 입원했다.

  하지만 「통증」<교정 원고>은 시집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2020.03.)에 시집의 흐름 때문에 수록하지 못했다. 그래서 수정하여 2020년 10월 8일에 완성한 「통증」<원작>을 『사람의 문학』(2020.12.)에 발표했다. 하지만 표현이 적절하지 못한 것을 곧 깨달았고, 개작했다. 그것을 「변신 ― 통증」이란 제목을 붙여 시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에 수록했다(2023.03).

  산다는 건 눈과 다리로 사람에게도 걸어간다는 것! 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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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시 193-1

<개작>

변신

― 통증

 

 

  잠자리에 누워 있다가 손발이 아리다는 걸 감지하여,

  손과 가늘어진 다리로 어제처럼 간신히 일어섰다.

  절름거리며 걷고 의자에 앉고 잠자리에 눕는

  일을 새벽 1시부터 7시간 넘게 반복하고,

  의자에 앉아 감긴 눈으로 그레고르 잠자*를 생각했다.

 

  2년 전, 퇴직하여, 길에 넘어져서 발등뼈가 깨진 탓일까?

  나았지만 다리 근육이 빠져서일까? 심장병 때문일까?

  감각 없는 다리가 누우면 이내 발가락부터 무릎 위까지

  아려서 다리가 제대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나

  잠자? 친한 사람들이 2년 전에 나와의 소통을 끊었다.

 

  잠시 누운 나를 문 여는 소리가 몽롱하게 스쳐서,

  8시 반에 출근하러 나간 막생이 떠올랐다.

  아프다면서? 막내가 전화해서.

  큰동생의 목소리가 나서 본 벽시계 10시 10분.

  일어선 다리가 어제처럼 통증이 사라져서, 불안하다.

 

  내 다리에 깊어진 동맥경화로 통증에 내가 불안하게 산다.

  저 잎들에 빨갛게 든 단풍에 한 나무도 불안하게 살 테지.

  월요일 큰동생 택시로 병원엘 갔다 집 앞에 돌아와서

  단풍 든 11월 나무를 본 62살 나는

  무엇을 하여 인간으로 사는 아름다움을 남길까?

  잠자는 젊은 날에 벌레로 변해 직업과 실존을 잃었는데

  찾아오라 말 못 하고 방문객 없는데 실존하려는 나는.

 

 

  *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 :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소설 「변신 Die Verwandlung)」(1915년)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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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 2020-10-08 <원작> ∽ 2022-12-12 오후 1:19 <개작>

= 2022-12-14 오후 07:25. 카페, 가난한 비, 거리에 움직이는 사람들, 무비이즘-선경-박석준-2022-12-14.hwp <개작 원본>

= (2023-01-09 오후 01:29.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박석준-2023-91-09-교-분석.hwp (개작 날짜)

=→ (막냇동생) 시집_『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2023.03.20.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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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2020-02-29

통증

 

 

  다리가 아리고 쓰리다는 걸 누워 있다 감지하여,

  어제처럼 일어나, 간신히 낡은 다리로 일어서

  절름거리며 걷고 의자에 앉고 자리에 눕는

  일을 새벽 1시부터 7시간 넘게 반복하고,

  의자에 앉아 감긴 눈으로 그레고르 잠자*를 생각한다.

 

  퇴직한 해, 2년 전, 길에 넘어져 발등뼈가 깨진 탓일까?

  나았지만 다리 근육이 빠져서일까? 심장병 때문일까?

  누우면 이내 발목부터 무릎 위까지 아리고 쓰려

  다리가 제대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나는

  어떻게 해야 실존할 수 있을까?

 

  문 여는 소리가 잠시 누운 나를 몽롱하게 스쳐서,

  8시 반에 출근하러 나간 막내동생이 떠오른다.

  아프다면서? 막내가 전화해서.

  큰동생의 목소리가 나서 본 벽시계 10시 10분.

  일어선 다리가 어제처럼 통증이 사라져, 불안하다.

 

  큰동생 택시로 월요일 병원엘 갔다 집 앞길에 왔을 때

  단풍 든 나무 한 그루 내 눈에 스쳐서,

  11월 낡은 다리로 내려선 나는, 삶의 불안한 아픔!

  오기 전에 무엇부터 해야 할까?

  찾아오라 말 못 하고 소외된, 실존하려는 고독한 나!

 

  *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 :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소설 「변신 Die Verwandlung)」(1915년)의 주인공. 주인공인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는 잠자고 일어났더니 자신이 큰 갑충으로 변해있음을 알게 된다. 변신의 원인은 완전히 불분명하다. 분명 벌레가 되었지만, 방에 아무도 출입하지 않았다는 정황상 가족들은 거대한 벌레를 일단은 ‘그레고르’로서 인식한다. 그러나 혐오스러운 거대 벌레를 집 밖으로 내보낼 수도, 일을 시킬 수도 없기 때문에 그레고르는 자신의 방 안에 갇혀서 먹이를 받아 먹으며 비참하고 희망 없는 삶을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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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 2020-02-29 <원고>

= 2020.03.09. 05:11.메. 박석준-3시집-0618-12-푸105(교)-4-2.hwp <원고 원본>

→ 『사람의문학』(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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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집 앞 단풍. 20191107_084820(0)

    집 앞 단풍. 20191107_084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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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1_변신_독일에서 발행한 변신 표지(1916)

    카프카1_변신_독일에서 발행한 변신 표지(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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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1923

    프란츠 카프카-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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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츠 카프카-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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