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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무비즘 (152) 변신 ― 통증 / 박석준

나의 무비즘 (152), 실존주의 아방가르드 (84)

2019-11-04

박석준 /

<개작> (막생)

변신

― 통증

 

 

  잠자리에 누워 있다가 손발이 아리다는 걸 감지하여,

  손과 가늘어진 다리로 어제처럼 간신히 일어섰다.

  절름거리며 걷고 의자에 앉고 잠자리에 눕는

  일을 새벽 1시부터 7시간 넘게 반복하고,

  의자에 앉아 감긴 눈으로 그레고르 잠자*를 생각했다.

 

  2년 전, 퇴직하여, 길에 넘어져서 발등뼈가 깨진 탓일까?

  나았지만 다리 근육이 빠져서일까? 심장병 때문일까?

  감각 없는 다리가 누우면 이내 발가락부터 무릎 위까지

  아려서 다리가 제대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나

  잠자? 친한 사람들이 2년 전에 나와의 소통을 끊었다.

 

  잠시 누운 나를 문 여는 소리가 몽롱하게 스쳐서,

  8시 반에 출근하러 나간 막내동생이 떠올랐다.

  아프다면서? 막내가 전화해서.

  큰동생의 목소리가 나서 본 벽시계 10시 10분.

  일어선 다리가 어제처럼 통증이 사라져서, 불안하다.

 

  내 다리에 깊어진 동맥경화로 통증에 내가 불안하게 산다.

  저 잎들에 빨갛게 든 단풍에 한 나무도 불안하게 살 테지.

  월요일 큰동생 택시로 병원엘 갔다 집 앞에 돌아와서

  단풍 든 11월 나무를 본 62살 나는

  무엇을 하여 인간으로 사는 아름다움을 남길까?

  잠자는 젊은 날에 벌레로 변해 직업과 실존을 잃었는데

  찾아오라 말 못 하고 방문객 없는데 실존하려는 나는.

 

 

  *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 :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소설 「변신 Die Verwandlung)」(1915년)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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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원고) ∽ 2020-10-08 <원작> ∽ 2022-12-12 오후 1:19 <개작>

= 2022-12-14 오후 07:25. 카페, 가난한 비, 거리에 움직이는 사람들, 무비이즘-선경-박석준-2022-12-14.hwp <개작 원본>

= (2023-01-09 오후 01:29.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박석준-2023-91-09-교-분석.hwp (개작 날짜)

=→ (막냇동생) 시집_『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2023.03.20.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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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19.11.04.(월) 광주시 푸른마을 내가 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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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변신 ― 통증」 객관적 해석

  「변신 ― 통증」은 ‘소통과 이해가 단절된 인간의 고독과 소외와 불안한 실존’, ‘병을 벗어나 실존하고 싶은 욕망’을 실존주의 모더니즘 경향과 무비즘 기법으로 표현하였다.

  화자는 “2년 전, 퇴직하여, 길에 넘어져서 발등뼈가 깨진 탓일까?/나았지만 다리 근육이 빠져서일까? 심장병 때문일까?”라고 생각하고, “친한 사람들이 2년 전에 나와의 소통을 끊었다.”라고 표현하였다. 그리고 자신을 “감각 없는 다리가 누우면 이내 발가락부터 무릎 위까지/아려서 다리가 제대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나”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그레고르) 잠자?”라는 생각도 했다. ‘그레고르 잠자’는 사회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다리가 가늘어진 채 갑충으로 변하여 소외된 인물(카프카의 소설 「변신」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유추해보면, 2년 전에 화자가 발등뼈가 깨진 탓으로 곧 사람들이 소통을 끊었고, 그 후로 자신의 다리가 가늘어지고 아파서, 삶에 어려움을 겪고 소외당하고 고독하게 살아가는 “잠자” 같은 존재가 되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리가 제대로 돌아오”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실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여 “찾아오라 말 못 하고 방문객 없는데 실존하려는 나로 남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글은 사람의 변신(다리가 가늘어지고 다리에 통증이 생김)이 실존의 어려움과 관련됨을 주의시키고 있다. 사람이 삶에서 오는 불안(한 상황)을 빨간색(아픔)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나무도 삶에서 불안(한 상황)에 이르며 그 불안을 나무는 빨간색(아픔, 단풍)으로 표현한다고 유추하게 한다.

  「변신 ― 통증」엔 무엇인가를 하여 삶에 아름다움을 남기고 실존하는 사람이 되려는 한 사람의 안타까운 마음(욕망, 바람)이 표현되었다. 그리고 다음을 포함한 몇 가지 기법이 사용되었다.

  *차용 :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주인공 이름 ‘잠자’를 사용.

  *역설(패러독스) : 일어선 다리가 어제처럼 통증이 사라져서, 불안하다.

  *상징

    단풍 : 삶에서 생기는 불안한 아픔(고통, 변신)과 아름다움/

    통증 : 삶에서 생기는 불안한 아픔(고통, 변신) → 극복한 후의 아름다움

  *‘동일음’을 사용한 언어 변주 : 잠자리, 잠자

  *비유: 다리가 제대로 돌아오기(실존/정상적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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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동기와 출판 과정

  「통증」과 「변신 ― 통증」은 2019년 11월에 나(박석준)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을 시 형식으로 묘사한 실화이다. 나는 2017년 2월 말에 명예퇴직을 하였는데 6월에 한적한 밤길을 걷다가 넘어져 왼다리의 발등뼈가 깨졌다. 뼈는 8개월이 지난 2018년에 다 붙었지만, 이상하게도 2019년 3월부터 무릎 위 다리가 아프고 몸이 붓고 자주 빈혈증, 현기증이 일어났다. 집 앞 병원에서 심장병 때문이라고 하여 약을 처방했지만, 이 증세는 더욱 짙어졌다.

  10월 20일엔 5분을 걷기가 힘들 정도로 다리가 가늘어졌다. 그런데 얼굴, 몸, 팔 모두 너무 부은 탓인지 체중이 50킬로를 넘어버려서(2개월 전보다 7킬로쯤 늘어나서) 완전 기형이 되어버렸다. 그러고는 10월 28일엔 다리에 통증이 심하게 와서 누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런 상태가 며칠째 반복되어서 어쩔 수 없이 11월 4일 월요일에 다른 병원을 찾아갔다. 심장병과 대동맥경화증으로 인해 머리에 어지럼증이 생기고 다리에 통증이 오고 몸에 열이 나고 몸이 붓는 것이니,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그런데 수술에 성공한다는 장담은 못 한다고 진단을 했다.

  나는 외출을 안 한 채로 9월을 보냈다. 그리고 10월도 그렇게 보냈다.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과 2개월을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로 11월을 4일에 왔는데, 병원에 갔다가 집 앞에 오니 단풍나무의 빨간색이 눈에 띄었다. 그러고는 그 빨간색이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 귀가한 나는 만일을 대비해, 쓴 글들을 정리하거나 새로 글을 쓰거나 하면서 인생을 정리해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날부터 그 작업에 들어갔다. 그날 「통증」의 (초고)를 썼다. 「통증」(원고)을 시집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의 맨 끝에 수록할 생각을 하고 시들을 정리한 파일을 1월 말에 완성했다. 그리고 이 파일을 동생에게 전하고는, 수술하기 위해 2020년 2월 2일에 입원했다.

  하지만 「통증」<교정 원고>은 시집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2020.03.)에 시집의 흐름 때문에 수록하지 못했다. 그래서 수정하여 2020년 10월 8일에 완성한 「통증」<원작>을 『사람의 문학』(2020.12.)에 발표했다. 하지만 표현이 적절하지 못한 것을 곧 깨달았고, 개작했다. 그것을 「변신 ― 통증」이란 제목을 붙여 시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에 수록했다(2023.03).

  산다는 건 눈과 다리로 사람에게도 걸어간다는 것! 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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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시 193

<원작> 2020-10-08

통증

 

 

  다리가 아리고 쓰리다는 걸 누워 있다 감지하여,

  어제처럼 일어나, 간신히 낡은 다리로 일어서

  절름거리며 걷고 의자에 앉고 자리에 눕는

  일을 새벽 1시부터 7시간 넘게 반복하고,

  의자에 앉아 감긴 눈으로 그레고르 잠자*를 생각한다.

 

  퇴직한 해, 2년 전, 길에 넘어져 발등뼈가 깨진 탓일까?

  나았지만 다리 근육이 빠져서일까? 심장병 때문일까?

  누우면 이내 발목부터 무릎 위까지 아리고 쓰려

  다리가 제대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나

  잠자? 어떻게 해야 실존할 수 있을까?

 

  문 여는 소리가 잠시 누운 나를 몽롱하게 스쳐서,

  8시 반에 출근하러 나간 막내동생이 떠오른다.

  아프다면서? 막내가 전화해서.

  큰동생의 목소리가 나서 본 벽시계 10시 10분.

  일어선 다리가 어제처럼 통증이 사라져, 불안하다.

 

  큰동생 택시로 월요일 병원엘 갔다 집 앞길에 왔을 때

  단풍 든 나무 한 그루 내 눈에 스쳐서,

  11월 낡은 다리로 내려선 나는, 삶의 불안한 아픔!

  오기 전에 무엇부터 해야 할까? 각한다.

  찾아오라 말 못 하고 소외된, 실존하려는 고독한 나!

 

 

  *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 :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소설 「변신 Die Verwandlung)」(1915년)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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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원고) ∽ 2020-02-29 (교정 원고)

 2020.10.08. 22:10.메.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 - 박석준.hwp <원작 원본>

= 『사람의문학』 98호/2020 겨울호(2020.12.01.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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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원고) 2020-02-29

통증

 

 

  다리가 아리고 쓰리다는 걸 누워 있다 감지하여,

  어제처럼 일어나, 간신히 낡은 다리로 일어서

  절름거리며 걷고 의자에 앉고 자리에 눕는

  일을 새벽 1시부터 7시간 넘게 반복하고,

  의자에 앉아 감긴 눈으로 그레고르 잠자*를 생각한다.

 

  퇴직한 해, 2년 전, 길에 넘어져 발등뼈가 깨진 탓일까?

  나았지만 다리 근육이 빠져서일까? 심장병 때문일까?

  누우면 이내 발목부터 무릎 위까지 아리고 쓰려

  다리가 제대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나는

  어떻게 해야 실존할 수 있을까?

 

  문 여는 소리가 잠시 누운 나를 몽롱하게 스쳐서,

  8시 반에 출근하러 나간 막내동생이 떠오른다.

  아프다면서? 막내가 전화해서.

  큰동생의 목소리가 나서 본 벽시계 10시 10분.

  일어선 다리가 어제처럼 통증이 사라져, 불안하다.

 

  큰동생 택시로 월요일 병원엘 갔다 집 앞길에 왔을 때

  단풍 든 나무 한 그루 내 눈에 스쳐서,

  11월 낡은 다리로 내려선 나는, 삶의 불안한 아픔!

  오기 전에 무엇부터 해야 할까?

  찾아오라 말 못 하고 소외된, 실존하려는 고독한 나!

 

  *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 :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소설 「변신 Die Verwandlung)」(1915년)의 주인공. 주인공인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는 잠자고 일어났더니 자신이 큰 갑충으로 변해있음을 알게 된다. 변신의 원인은 완전히 불분명하다. 분명 벌레가 되었지만, 방에 아무도 출입하지 않았다는 정황상 가족들은 거대한 벌레를 일단은 ‘그레고르’로서 인식한다. 그러나 혐오스러운 거대 벌레를 집 밖으로 내보낼 수도, 일을 시킬 수도 없기 때문에 그레고르는 자신의 방 안에 갇혀서 먹이를 받아 먹으며 비참하고 희망 없는 삶을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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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원고) ∽ 2020-02-29 (교정 원고)

= 2020.03.09. 05:11.메. 박석준-3시집-0618-12-푸105(교)-4-2.hwp (교정 원고 원본)

→ <원작 원본> 『사람의문학』(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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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집 앞 단풍. 2019-11-07_084648

    집 앞 단풍. 2019-11-07_08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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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단풍.   2019-11-07_084820(0)

    집 앞 단풍.  2019-11-07_084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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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소설 <변신>

  프란츠 카프카 소설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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