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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실존주의 아방가르드 (56) 소년이 사랑할 때 / 박석준

나의 시 165 소년이 사랑할 때

나의 실존주의 아방가르드 (56)

2016-06-03

박석준 /

(원작 교정6,030원/문밖으로/한마디/6,030원) 시집

소년이 사랑할 때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위하여

  시급 6,030을 위하여

  자신의 상태를 알기 위하여

  소년은 자신을 세상에 알리기로 했어요.

 

  나 알리기 위해서 문을 열고,

  나 만나고 싶어서

  문을 열었지요.

 

  문을 열어서 문 속으로 들어오고

  문이 열려서 문 속으로 들어가고

  문이 닫혀서 문을 열고

  문밖으로 나갔어요.

 

  ―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

  슬픔은 없어요.

  사랑하고 싶고 사랑한 사람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요.

 

  선천성 뇌성마비로 살아온 소년이

  슬픔은 없는 듯 발을 꼬며 걸어가고 있네요.

  학교가 파하여 친구들과 함께

  걷는 길가엔 장미꽃이 피어 있는데.

  베트남어일까말을 하며 인부들이 새 교문 공사를 하는데.

  헤어지자는 말에

  두 손의 손가락으로 핸드폰 문자판을

  한 자 한 자 찍었을 텐데.

 

  주저주저하다가 진달래가 필 무렵 다가갔지요.

  할 말이 있어요

  가까스로 목소리를 한마디씩 내고는

  문자판과 목소리를 동반하여 속이야기를 털어보였어요.

 

  ―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살려면 돈을 벌어야죠

  사회복지학과 가면 돈을 벌 수 있어요

  갈 수 있는 성적인지 알고 싶지만……

 

  나 알바하러 가는 날이야. 내일 보자.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위하여

  시급 6,030원을 위하여

  옆에서 친구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소년은 발을 꼬며 걸음을 재촉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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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교정6,030원/문밖으로/한마디/6,030원) 시집_『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2016.12.02. 문학들)

→ 2023-07-04 최종교정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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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6030원/문 밖으로/한 마디/6030원) =→

소년이 사랑할 때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위하여

  시급 6030원을 위하여

  자신의 상태를 알기 위하여

  소년은 자신을 세상에 알리기로 했어요.

 

  나 알리기 위해서 문을 열고,

  나 만나고 싶어서

  문을 열었지요.

 

  문을 열어서 문 속으로 들어오고

  문이 열려서 문 속으로 들어가고

  문이 닫혀서 문을 열고

  문 밖으로 나갔어요.

 

  ―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

  슬픔은 없어요.

  사랑하고 싶고 사랑한 사람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요.

 

  선천성 뇌성마비로 살아온 소년이

  슬픔은 없는 듯 발을 꼬며 걸어가고 있네요.

  학교가 파하여 친구들과 함께

  걷는 길가엔 장미꽃이 피어 있는데.

  베트남어일까, 말을 하며 인부들이 새 교문 공사를 하는데.

  헤어지자는 말에

  두 손의 손가락으로 핸드폰 문자판을

  한 자 한 자 찍었을 텐데.

 

  주저주저하다가 진달래가 필 무렵 다가갔지요.

  할 말이 있어요

  가까스로 목소리를 한 마디씩 내고는

  문자판과 목소리를 동반하여 속이야기를 털어보였어요.

 

  ―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살려면 돈을 벌어야죠

  사회복지학과 가면 돈을 벌 수 있어요

  갈 수 있는 성적인지 알고 싶지만……

 

  나 알바하러 가는 날이야. 내일 보자.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위하여

  시급 6030원을 위하여

  옆에서 친구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소년은 발을 꼬며 걸음을 재촉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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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6 ∽ 2016-07-03 (6030원/문 밖으로/한 마디/알바하러/6030원) <원작>

= 2016.07.04. 10:42.메. 2시집_차례-2016-2.hwp (원작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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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16-06-03. 영광군 (영광공고 및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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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소년이 사랑할 때」는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위하여/시급 6,030원을 위하여”로 시작함으로써, 자본주의에서는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이 ‘돈’과 관련되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 모든 것에는 ‘사랑(하기)’도 포함됨을 유추하게 한다.

  이 글은 소년이 사랑을 하는 해의 “시급 6,030원”*이 적혀 있어서, 글 속의 사정들이 2016년을 흘러갔음을 알게 해준다. 이 표현은 글의 리얼리티를 만들어내는데, 소년의 사랑에 “돈”이 필요함을 알게 하여 자본주의적 사랑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알려준다. 한편 “사회복지학과 가면 돈을 벌 수 있어요”, “나 알바하러 가는 날이야.”란 말이 있어서 소년이 고등학생이라는 것을 짐작게 하고, 인문계 학생이 아니라는 것도 암시한다.

  그리고 “베트남어일까, 말을 하며 인부들이 새 교문 공사를 하는데.”라는 장면을 통해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 후진국 사람들이 돈을 벌려고 온다는 것을 알려 준다.

   “선천성 뇌성마비로 살아온 소년이/슬픔은 없는 듯 발을 꼬며 걸어가고 있네요.”에는 슬픔을 유발하는 아이러니 혹은 역설(패러독스)이 담겨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슬픔은 없어요.” 역시 반어법(아이러니)이 담겨 있다. 소년이 “사랑한 사람은 그대로/남아 있으니까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미꽃이 피어 있는데”는 ‘소년이 아름다운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데’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 글은 화자가 추리해본 사정의 진술(1,2,3연), 소년의 말(4연) → 화자가 본 상황 진술과 생각(5연), 화자가 추리해본 사정, 소년의 말, 화자가 본 상황 진술(6연), 소년의 말(7연) → 화자가 본 상황 진술(8연)라는 형태로 3과정으로 담아 구성되어 있다. 이 중 6연에 급격한 언어 변주를 보임으로써 아방가르드를 만들어낸다. ― “주저주저하다가 진달래가 필 무렵 다가갔지요./할 말이 있어요/가까스로 목소리를 한마디씩 내고는”이 소년이 소녀에게 한 일인지, 소년이 화자에게 한 일인지, 또는 둘 모두에게 한 일인지, 선을 긋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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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도별 최저임금 결정현황 - (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제도)

    2016년의 최저임금은 시간급 6,030원, 8시간 기준 일급 48,240원, 월급 1,260,270원이다.*

  → https://www.minimumwage.go.kr/minWage/policy/decisionMai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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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화

  내(박석준)가 근무하는 영광공고에는 2개의 특수학급이 있었다. 특수아동이 학교에서 수업하거나 쉬는 곳인데, 나에게 찾아와 문의하거나 아는 것을 전해주는 아이들이 꽤 많았다. 아마도 내가 선생이면서도 특수선생으로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 중 선천성 뇌성마비인 학생이 2명인데 둘 다 나에게 성격에서 친밀감을 느꼈는지 외모에서 유사함을 발견했는지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선천성 심장병이 진행됨으로써 17세에 신체 발달이 멈춰버렸다. 소년 시절엔 나의 겉모양으로 인해 지체부자유아로도 여겨졌고 보통학생으로도 여겨졌다. 그러나 이 겉모양은 어른이 되어서도 다리엔 그대로 남고 말았다. 나는 다리가 소아마비나 뇌성마비인 사람의 다리보다 (특히 윗다리가) 많이 가늘어서 ‘가는 다리’ 사람이다. 이 겉모양은 의자에 앉아 있으면 그냥 드러나는데, 나의 다리를 주물러주거나 안마해주고 가는 아이들이 해마다 있었다.

  「소년이 사랑할 때」에 나오는 선천성 뇌성마비 아이는 몸이 허약해서 가늘고 손과 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어서 볼펜을 손으로 집을 수도 없고, 다리를 꼬면서 간신히 걸어간다. 시험 볼 땐 OMR 답안지에 표시하는 것을 교사가 대신해준다. 그런데 나는 이 아이보다 몸과 다리가 가늘었다. 어떤 학생은 나를 학교에서 가장 가벼운 고1 학생이라고 말한 적도 있고 나에게 ‘선생님 체중이 38킬로 안 되죠?’라고 내 체중을 확인하려 했다.

  뇌성마비 학생은 아마도 신체상 유사점(비정상적인 신체 소유)을 발견해서 나를 찾아온 것 같다. 2016년 봄엔 이 아이가 도서실로 찾아와서 스마트폰 자판을 한 자 한 자 눌러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라고 말을 꺼내더니 상담을 요청했다. 학생은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았다. 소년은 성대도 좋지 않아서 어렵게 목소리를 간혹 내거나 손가락을 사용해서 말을 했다.

  「소년이 사랑할 때」는 내가 이 소년을 지켜본 것과 그로 인한 나의 생각 등을 적어본 것이다. 나는 소년에게 건강관리 방법, 집안 형편, 하고 싶은 일(직업)을 물어보았다. 소년은 시인이 되고 싶다고 했고 집안형편이 어렵다고 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려면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해서 취업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고 했다. 5월엔 소년이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해주어서, 나는 내 소년 시절의 첫사랑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지만) 이야기를 해주었다.

  소년은 선생들 중에서 나에게만 자기 이야기를 말한다고 하였으며, 시외버스가 자기 마을엔 30분 간격으로 다닌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2016년 6월 3일에 퇴근하자 곧 친구들과 함께 걸어가는 소년을 보게 되었다.

  나는 이 아이와 관련한 일을 글로 써보았다. 2016-06-06일에 초고를 써서 2016-07-03일에 완성했다. 그 글이 「소년이 사랑할 때」이다. 이 글은 10월 29일 김현문학축전 행사 후 뒷자리(무안군 몽탄)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그리고 12월에 시집에 수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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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오교정: 알바 하러) 『사이펀』

소년이 사랑할 때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위하여

  시급 6030원을 위하여

  자신의 상태를 알기 위하여

  소년은 자신을 세상에 알리기로 했어요.

 

  나 알리기 위해서 문을 열고,

  나 만나고 싶어서

  문을 열었지요.

 

  문을 열어서 문 속으로 들어오고

  문이 열려서 문 속으로 들어가고

  문이 닫혀서 문을 열고

  문 밖으로 나갔어요.

 

  ―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

  슬픔은 없어요.

  사랑하고 싶고 사랑한 사람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요.

 

  선천성 뇌성마비로 살아온 소년이

  슬픔은 없는 듯 발을 꼬며 걸어가고 있네요.

  학교가 파하여 친구들과 함께

  걷는 길가엔 장미꽃이 피어 있는데.

  베트남어일까, 말을 하며 인부들이 새 교문 공사를 하는데.

  헤어지자는 말에

  두 손의 손가락으로 핸드폰 문자판을

  한 자 한 자 찍었을 텐데.

 

  주저주저하다가 진달래가 필 무렵 다가갔지요.

  할 말이 있어요

  가까스로 목소리를 한 마디씩 내고는

  문자판과 목소리를 동반하여 속이야기를 털어보였어요.

 

  ―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살려면 돈을 벌어야죠

  사회복지학과 가면 돈을 벌 수 있어요

  갈 수 있는 성적인지 알고 싶지만……

 

  나 알바 하러 가는 날이야. 내일 보자.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위하여

  시급 6030원을 위하여

  옆에서 친구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소년은 발을 꼬며 걸음을 재촉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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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오교정: 알바 하러) 『사이펀』 2호/2016 가을호(201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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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16-06-06

소년이 사랑할 때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위하여

  시급 6030원을 위하여

  자신의 상태를 알기 위하여

  소년은 자신을 세상에 알리기로 했어요.

 

  나 갈 곳이 있어서 문을 열고,

  내 일이 있어서

  문을 열었지요.

 

  문을 열어서 문 속으로 들어가고

  문이 열려서 문 속으로 들어가고

  문이 닫혀서 문을 열고

  문 밖으로 나갔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

  슬픔은 없어요.

  사랑하고 싶고 사랑한 사람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요.

 

  선천성 뇌성마비로 살아온 소년이

  슬픔은 없는 듯 발을 꼬며 걸어가고 있네요.

  학교가 파하여 친구들과 함께

  걷는 길가엔 장미꽃이 피어 있는데.

  헤어지자는 말에

  두 손의 손가락으로 핸드폰 문자판을

  한 자 한 자 찍었을 텐데.

 

  주저주저하다가 진달래가 필 무렵 다가갔지요.

  할 말이 있어요

  가까스로 목소리를 한 마디씩 내고는

  문자판과 목소리를 동반하여 속이야기를 털어보였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살려면 돈을 벌어야죠

  사회복지학과 가면 돈을 벌 수 있어요

  갈 수 있는 성적인지 알고 싶지만……

 

  나 알바하러 가는 날이야. 내일 보자.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위하여

  시급 6030원을 위하여

  소년은 발을 꼬며 걸음을 재촉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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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6 (초고)

= 2016-06-28 오전 12:36. 2시집_차례-2016-0.hwp (초고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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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소년이 사랑할 때>를 읽으려고 마이크를 잡은 박석준_2016-10-29 오후 9:55. 무안군 몽탄면. _DSC_0373

  <소년이 사랑할 때>를 읽으려고 마이크를 잡은 박석준_2016-10-29 오후 9:55. 무안군 몽탄면. _DSC_0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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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_2016-10-29 오후 9:13. 무안군 몽탄면. 꾸미기_꾸미기_DSC_0335

  박석준_2016-10-29 오후 9:13. 무안군 몽탄면. 꾸미기_꾸미기_DSC_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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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피카소 - <파이프를 든 소년>(1905년)

    파블로 피카소 - <파이프를 든 소년>(1905년)

    Pablo Picasso - <Garçon à la pipe>(19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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