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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무비즘 (133), 실존주의 아방가르드 (57) 찜질방 가고 싶어요 / 박석준

나의 신시 166 찜질방 가고 싶어요

나의 무비즘 (133), 실존주의 아방가르드 (57)

2016-06-03(금) ∽ 2016-06-06(월)

박석준 /

(원작 교정: 싶은……)

찜질방 가고 싶어요

 

 

  애들이 다 못 간다고 해요.

  가라앉은 목소리다. 준혁이는 전화를 받지 않고

  요한이는 바로 받는데, 무슨 일이 있나?

  일요일에 갈게요. 했는데

  6월의 사흘 연휴 이틀째인 아침 9시경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선생에게

  “선생님, 우리 찜질방 가고 싶어요. 한 번도 안 가 봐서요.”

  “선생님이랑 가고 싶고 밤에 가고 싶은……

  준혁이, 요한이 말이 떠오른다.

  선생님 들어봐 봐가볍다. 진짜 가볍네! 하며

  건국이, 정의가 또 갑작스럽게 장난을 하던 후라

  찜질방엘 같이 가? 당혹스럽고 난감했던 일이 떠올라서

  “찜질방? 나랑?”

  확인하고는

  늙고 앙상한 몸이 속에 있어도 좋을까 싶어 주저했는데.

  네 고2 아이가 광주 가기로, 찜질방에 가기로 했다는데.

 

  3년 전 3월, 밤에 선생님을 불러낸 고2 아이가

  여자친구를 소개하고는 부탁 하나 들어달라는데

  “선생님, 우리 찜질방 가고 싶어요. 데려다 주세요.”

  카페에 가서 팥빙수를 사 주고는

  부모님 기다리니 목포로 내려가라

  청을 거절하고 차표 사서 차에 태워버렸는데

  그 후로는 연락 두절이다.

  사랑은 어린 나이에 매우 신선해서, 열렬해서

  사랑은 린 나이에 꼭 갖고 싶어서

  함께 밤을 지내고 싶은 사랑은 부모가 알면 깨질까 봐

  방패 설 사람을 찾았는지 알 수 없지만.

 

  연휴 마지막 날 오후 선생님은

  핸드폰 카카오톡을 열어본다.

  선생님 저 오늘 양파 해서 죽을 것 같아요

  다음에 꼭 갈게요

  내일까지 일해야 해요 /

  저도 양파 했었는데 힘들죠

  저는 오늘 고구마 심었어요

  내일은 팥 심는다네요 /

  저 지금 목 너무 타서 뜨거워요 /

  알로에 발라

  1학년 태헌이, 동영이 글도 보게 되어서 자판을 누른다.

  휴일인데 열심히 일했다니, 삶의 아름다움인 것 같다.

  선생님도 수고하셨어요. ㅎㅎ

  밤, 카카오톡을 본 선생님이 내일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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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5 ∼ 2016-07-02 (싶은, ……/사주고는/어린나이에) <원작>

= 2016.07.04. 10:42.. 2시집_차례-2016-2.hwp (원작 원본)

=→ 2016.11.09. 17:41. 박석준 시집 본문.pdf (원작 교정: 싶은……/사 주고는/어린 나이에) =

= 시집_『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2016.12.02. 문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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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16-06-03(금) ∽ 2016-06-06(월. 현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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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찜질방 가고 싶어요」는 서술자인 선생님이 아이들과의 일을 진술하고 자신의 생각을 펼쳐가는 형식이며, 카카오톡 메시지 교환으로 사건을 서술하는 아방가르드가 취해진, 무비즘의 글이다.

  이 글은 휴일을 보내는 데 있어서 도시 고등학생과 시골 고등학생의 대조적인 양상을 그려내고 있다. 목포(도시)의 아이는 휴일에 자유로운 사랑을 하기 위해 (광주로 가서) 선생님을 불러냈지만, 시골 학생들은 농사일하느라고 선생님과 한 ‘찜질방에 함께 가자’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사랑’하는 것도 아름다운 시간 같고 고등학생이 농사일하는 것도 아름다운 시간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그리고 두 가지 모두에서 깨끗함이라는 시각적 이미지를 흘려낸다.

  한편 이 글엔 시골 학생들에 대한 선생님의 연민이 담겨 있다. “찜질방 가고 싶어요.”, “선생님이랑 가고 싶고”/“선생님 들어봐 봐가볍다.”, “진짜 가볍네!” 한 말에선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순수한 시간(순수함)과 휴머니즘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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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화

  나(박석준)는 「찜질방 가고 싶어요」(초고)를 2016-06-06일 밤에 썼다. 이 글을 쓰게 된 2016년에도 체중이 극히 적은 사람이었다.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내가 너무 허약한 신체를 지녔음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싫었는데, 2002년에는 담임이어서 반 단합대회를 하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아이들하고 함께 ‘찜질방’에 갔다. 그런데 2016년 6월의 첫 금요일에 ‘내일 찜질방 함께 가자’고 아이들이 요청했다. 「찜질방 가고 싶어요」는 영광공고 교사 박석준에게 다가온 2016-06-03(금요일) ∽ 2016-06-06(월. 현충일)까지의 상황이 사실적으로 표현된 글(실화)이다. 서술자인 ‘선생님’은 나(박석준)인데, 글에 등장하는 준혁, 요한, 건국, 정의는 2학년인 도서부 학생이며, 태헌, 동영은 1학년 도서부 학생이다. 도서부 2학년 아이들은 선생님을 높이 들어올리는 걸 좋아했다.

  영광군은 1968년에 인구 163,240명이었으나, 2015년 현재 56,267명으로 줄어들었고, 인구 2만이 넘는 영광읍과 10,000명이 안 되는 백수읍, 홍농읍 등 3개 읍이 있고 8개 면이 있다. 그런데 여러 면이 빈촌, 소촌 한촌이 되어버려서 연휴 기간에 고등학생이 농사일을 도와야 했다. 그래서 선생님과 함께 찜질방에 가는 일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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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16-06-05

시골 아이들의 연휴

 

 

  6월의 연휴 이틀째인 아침 9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선생이

  핸드폰을 연다.

  일요일에 갈게요, 라는 말 때문에

  준혁이 전화를 눌러본다.

  오지 못하려나?

  읍에서 만나 버스를 타겠지.

  읍에 사는 요한이 전화를 바로 받는데

  애들이 다 못 간다고 해요.

  가라앉은 목소리다.

  선생님 들어봐 봐, 가볍다, 하던 건국이, 정의까지 네 고2 아이가

  함께 광주 가기로 했어요, 찜질방에 가기로, 말 한 건 2주쯤 전인데.

  찜질방? 그런데 왜 나한테 말하니?

  선생님이랑 가고 싶고 밤에 가고 싶은데, 보호자가 있어야 하거든요.

 

  찜질방엘 같이 가? 당혹스러워 물어보면서도

  다른 당혹스럽던 일이 기억으로 떠오른다.

  선생님, 우리 찜질방 가고 싶어요. 데려다 주세요.

  사년 전 3월, 밤에 선생님을 불러낸 고2 아이가

  여자친구를 소개하고는 부탁 하나 들어달라며 꺼낸 말인데.

  카페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주고는

  부모님 기다리니 목포로 내려가라고 차표 사서 보내버렸는데

  그 후로는 연락 두절이다.

  사랑은 어린나이에 너무 신선해서

  사랑은 어린나이에 꼭 갖고 싶어서

  함께 밤을 지내고 싶은 사랑은 부모가 알면 깨질까 봐

  방패 설 사람을 찾았는지 알 수 없지만.

 

  다음주를 준비하는 작업을 해놓고

  연휴 마지막 날 오후 선생님은

  핸드폰 카카오톡을 열어본다.

  선생님 저 오늘 양파 해서 죽을 것 같아요

  다음에 꼭 갈게요

  내일까지 일해야 해요

  저도 양파 했었는데 힘들죠

  저는 오늘 고구마 심었어요

  내일은 팥 심는다네요

  목도 탔어 ㅋㅋ

  알로에 발라

  태헌이, 동영이 글도 보게 된 선생님이 자판을 찾아 누른다.

  휴일인데 열심히 일했다니, 삶의 아름다움인 것 같다. 기분이 좋다.

  저 지금 목 너무 타서 뜨거워요

  선생님도 수고하셨어요. ㅎㅎ

  밤, 카카오톡을 본 선생님이 내일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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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5 (초고)

= 2016-06-28 오전 12:36. 2시집_차례-2016-0.hwp (초고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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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석준_함평군 신흥해수약찜 평상에서. 2022-06-24_15:25

  박석준_함평군 신흥해수약찜 평상에서. 2022-06-24_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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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공고 도서실에서. 정의, 건국, 요한, 준혁. 20170210_111913

  영광공고 도서실에서. 정의, 건국, 요한, 준혁. 20170210_111913

    2017-02-10일에 마지막 근무를 이 도서실에서 하고 2월 말에 명예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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