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시 168 꽃과 약, 청소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72)
2016-06-11(토)
박석준 /
(교정)
꽃과 약, 청소
꽃이 피었네!
죽어버렸을까
하면서도 물 주고 물 주고
했더니, 딱 한 송이가!
화분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나무에 피어 있는 빨간 꽃
동생이 소리치던
그 꽃이 보이지 않는다.
한 달 만에 누나가 찾아와
청소를 하기에
사우나 하러 간다고 나왔는데
갈비뼈가 두드러진 못생긴 몸
검어진 얼굴에 불만으로 돌아와 보니
누나 갔어, 한다.
누나가 뽑아버렸당께.
살림하는 사람은 난데
자기 맘대로, 말도 없이, 정신 나갔어!
나무만 있는 화분들 근처 나무도 없는 화분을 보고
급히 방에 가 보니
아침에 병원 갔다 사다 놓은 약이 없다.
오래된 헌 약도. 내가 정신 나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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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2 ∼ 2016.07.04. 10:42.메. 2시집_차례-2016-2.hwp (못 생긴/누나 갔어,) <원작 원본>
=→ (교정: 못생긴) 시집_『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2016.12.02. 문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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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16-06-11(토). 광주시 푸른마을과 내가 사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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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이 글엔 ‘화분에 한 송이만 피어난 꽃’을 보고 등장인물 3인이 갖게 된 생각 또는 ‘그 꽃송이를 화분에서 뽑아버린 후’의 마음이나 행동을 표현하고 있다. ‘꽃’, ‘약’, ‘청소’가 별로 연결성이 없는 사물 또는 일인데, 이상하게도 이날은 연결되어버려서 이런 생각과 마음과 행동이 일어난 것이다. 나는 약으로 내 몸을 ‘청소’하려고 했고, 동생은 꽃으로 마음을 ‘청소’하려고 “물 주고 물 주고”를 했다. 그리고 누나는 청소로 집 안을 ‘청소’하려고 그 꽃을 뽑아버리고 약도 치워버렸다.
동일한 사물인데 갖게 된 생각이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인생에서 일이 벌어지고 타인에 대한 마음이 흔들거린다. 또한 벌어진 일의 흔적으로 인해 사람은 다른 것을 연상하게 된다. 이 글은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인생을 생각하게 한다. 이 글은 살아감(인생)은 예측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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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 동기
이 글은 실화이다. 「약국에 들렀다가 가는 길」에서 일들이 펼쳐지고 꼭 1주일 뒤에 일어난 일을 시 형식 글로 담아낸 것이다. 목욕탕에서는 내 몸에 혹은 체중계에 나타난 내 체중에 걱정도 되고 불만족스러웠다. 내 몰골을 보고 친한 선생들은 식사는 잘 하고 사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8월말 명퇴 희망원을 낸 나는 병색이 짙어진 내 얼굴을 보고 퇴직 후 살아갈 일이 불투명하다는 생각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누나가 내 꽃을 뽑아버렷다는 말을 듣고 약도 없애버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방으로 들어갔다. 약은 보이지 않앗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곧 마음이 편해져서 사람살이와 인생의 알 수 없음에 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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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16-06-12 (오식: 누나 갔다)
꽃과 약, 청소
꽃이 피었네!
죽어버렸을까
하면서도 물 주고 물 주고
했더니, 딱 한 송이가!
화분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나무에 피어 있는 빨간 꽃
동생이 소리치던
그 꽃이 보이지 않는다.
한 달 만에 누나가 찾아와
청소를 하기에
사우나 하러 간다고 나왔는데
갈비뼈가 두드러진 못생긴 몸
검어진 얼굴에 불만으로 돌아와 보니
누나 갔다 한다.
누나가 뽑아버렸당께.
살림하는 사람은 난데
자기 맘대로, 말도 없이, 정신 나갔어!
나무만 있는 화분들 근처 나무도 없는 화분을 보고
급히 방에 가 보니
아침에 병원 갔다 사다 놓은 약이 없다.
오래된 헌 약도. 내가 정신 나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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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2. (오식: 누나 갔다) (초고)
= 2016-06-28 오전 12:36. 2시집_차례-2016-0.hwp (초고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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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석준_순천시 와온 해변. 2016-08-24. 오후 8:58. 1472039896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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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푸른마을 내가 사는 곳 꽃_poorrain. 20220325_14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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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마을 사우나_20211112_15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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