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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무비즘 (131), 실존주의 앙가주망 (76), 의식의 흐름 (28) 떠나는 사람의 노래 연습, 집회 / 박석준

나의 신시 163 떠나는 사람의 노래 연습, 집회

나의 무비즘 (131), 실존주의 앙가주망 (76), 의식의 흐름 (28)

2016-05-27

박석준 /

(교정가 버린다/요)

떠나는 사람의 노래 연습집회

 

 

  가지 않았으니까 비겁자지 소리 듣고

  서울 간다, 모처럼.

  혼자서 둘이서 셋이서 서울 가는 사유는?

  말하러, 표시하러, 표현하러……

  떠나고 싶어서 가는 나는

  KTX에서 내려 서울 속을 걷고 있다.

  나로 인해 나를 아는 사람에게도

  우울함 자신을 향한 안타까움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불안한 마음도 꿈틀거린다.

  집회에 제대로 서 있을지…….

  세 사람이 지하철 타고, 역에서 내렸지만

  보증금 환급기에서 찾아온 돈을 기다리는 나에게 건네주곤,

  여선생이 최 선생과 함께 앞서 가 버린다.

  촌놈 되어 뒤따라가 본 역 밖.

  동대문 역사공원

  거대한 곡선 디자인 내리누를 것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보다가

  영화관 하나 없어 영광에서 버스 타고 광주 가는 학생들 떠올리다가

  시바의 여왕* 피아노 소리, 피아노 치는 사람을 지나서 뒤따른다.

  쇼핑하러 갈까요, 앞쪽에서 함께 걷는 사람에게 하는 말소리.

  밀리오레로 간다는데…….

  시장처럼 빽빽한 점포들 가에 난 길

  사람 따라 걷는 나를 자극한 중절모

  모자집 주인이 권하여 쓰고 나온다.

  역사공원 건너편 버스정류장

  한쪽에 허용한 흡연장

  벤치도 있어, 굉장한 자유를 찾은 기분으로 앉아서 담배를 핀다.

  아가씨가, 또 아가씨가

  유심히 보면서 들어선다.

  검정 중절모에 검정 양복을 한 사람이 담배 피는 장면을

  왜 보나? 촌스러워서? 멋있어서? 불안하게 해서?

  아이고이렇게 넓고 높은

  서울은 함부로 갈 데가 공간이

  아니다무섭고,

  어쩌다가 서울이라는 곳에서 담배를 눈치 안 보고 피는 지금은 자유로워도,

  하지만 담배 피러 온 게 큰 까닭이라 담배를 피운다.

  연기가 담배를 떠남은 벗어남일까사라짐일까?

  곧 퇴직할 두 선생 위해 모자값을 선물한 여선생 광선

  지하철 타고 향린교회로 간다는데…….

  유리 안나 선생도 함께하는

  그날이 오면, 합창

  지도를 하는 사람 작곡가라 생각하고 노랫소리 내려는데,

  밀리오레에서 선물받은 모자가 얼굴을 눌렀을까,

  소리가 안 난다.

  저 보셔야 돼요, 내일은 농담이지만

  지휘자 가슴이 상반신이 보일 정도로.

  떠나기 전 마지막 집회내일인데,

  화음을 만들기엔 내 호흡이 짧다.

  집회에 제대로 서 있을지…….

 

 

* 「시바의 여왕(La reine de Saba)」 : 가수 미셀 로랑이 1967년에 작사, 작곡한 샹송. Raymond Lefèvre의 연주곡(1969)과 Sylvie Vartan의 샹송(1974)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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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2 ∼ 2016.08.24. 20:02. 2시집_차례-2016-6 가편집-문학들-93-0.hwp (가버린다/요) <원작>

=→ 2016.11.16. 09:11. 거짓시, 쇼윈도 세상에서 박석준 본문.pdf (교정가 버린다/요)

시집_『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2016.12.02. 문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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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16-05-27 ∽ 05-28(금/토). 서울시.

    2016년 5월 28일(토), 전교조 결성 27주년 전국교사대회, 15~18시, 여의도공원 문화마당: 본대회 (5.28합창공연(218명), ‘노동기본권 쟁취’와 ‘성과급 교원평가 폐지’ 등을 요구. 7,000여 명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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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이 글은 화자인 “나”가 시간을 따라 의식을 흘려내는 ‘의식의 흐름’ 기법에 인물들의 상황과 사정을 시공간을 타고 흘려내는 무비즘 기법이 사용되었음을 알게 한다. 그리고 “동대문 역사공원/거대한 … 내리누를 것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보다가/영화관 하나 없어 영광에서 버스 타고 광주 가는 학생들 떠올리다가”라는 화자의 의식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인 한국에서 흘러가는 문화 양상을 안타까워하고 있음도 알게 한다. 하지만 “집회”하러 가는 사람의 신분(직업)은 화자가 “학생들”, “선생”이라는 말들을 떠올려냈다는 점에서 교사일 것이라는 짐작만 하게 한다.

  “동대문 역사공원/거대한 … 내리누를 것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본 화자는 “아이고이렇게 넓고 높은/서울은 함부로 갈 데가 공간이/아니다무섭고,”라고, 자본주의 문화가 매우 발달한 서울에 대한 의식과 거부감을 토해낸다. 그러고는 “역사공원 건너편 버스정류장/한쪽에 허용한 흡연장/벤치도 있어, 굉장한 자유를 찾은 기분으로 앉아서 담배를 핀다.” “연기가 담배를 떠남은 벗어남일까사라짐일까?”라고 하여 자신의 존재(퇴직)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새겨질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떠나기 전 마지막 집회내일인데,/화음을 만들기엔 내 호흡이 짧다.”고 하면서 자신의 실존에 대해 불안해한다. 화자가 실존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는 걸 보여 준다. 한편 화자는 “거대한 …내리누를 것 같은” “역사공원”/“자유를 찾은 기분”을 준 “역사공원 건너편”이라는 생각을 함으로써 거대한 역사공원에 대한 위압감과 거부감을 가지게 되었음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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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밖 실화

  2015년 11월 20일(금요일)에 전교조에서 연가투쟁 집회를 전개했다. 교과서 국정화 철회와 교육노동 파탄 저지, 법외노조 중단을 주요 요구로 집회가 진행되었다.

  나는 11월 16일부터 11월 20일까지 5일간의 병가를 낸 처지라, 이 집회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 다음주에 영광지회 활동가들한테서 ‘가지 않았으니까 비겁자지’라는 말을 들었다.

  영광공고 교사로서 나, 채광선, 최용기, 유리, 이안나 선생이 전교조 결성 27주년 교사대회에 금요일부터 참가했다. 우리 5인은 ‘5.28합창공연’을 했다. 이 글은 나의 삶 중 2016-05-27(금)일의 일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실화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이 이틀간의 교사대회에 참가한 후 8월말 퇴직을 원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서 2017년 2월 말에 교직에서 명예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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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16-06-02

떠나는 사람의 노래 연습집회

 

 

  가지 않았으니까 비겁자지 소리 듣고

  서울 간다, 모처럼.

  혼자서 둘이서 셋이서 서울 가는 사유는?

  말하러, 표시하러, 표현하러……

  떠나고 싶어서 가는 나는

  KTX에서 내려 서울 속을 걷고 있다.

  나로 인해 나를 아는 사람에게도

  우울함 자신을 향한 안타까움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불안한 마음도 꿈틀거린다.

  집회에 제대로 서 있을지…….

  세 사람이 지하철 타고, 역에서 내렸지만

  여선생이 보증금 환급기에서 찾아온 돈을 기다리는 나에게 건네주곤,

  최 선생과 함께 앞서 가버린다.

  촌놈 되어 뒤따라가 본 역 밖.

  동대문 역사공원

  거대한 곡선 디자인 막막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보다가

  영화관 하나 없어 영광에서 버스 타고 광주 가는 학생들 떠올리다가

  시바의 여왕 피아노 소리, 피아노 치는 사람을 지나서 뒤따른다.

  쇼핑하러 갈까요, 앞쪽에서 함께 걷는 사람에게 하는 말소리.

  밀리오레로 간다는데…….

  시장처럼 빽빽한 점포들 가에 난 길

  사람 따라 걷는 나를 자극한 중절모

  모자집 주인이 권하여 쓰고 나온다.

  역사공원 건너편 버스정류장

  한쪽에 허용한 흡연장

  벤치도 있어, 굉장한 자유를 찾은 기분으로 앉아서 담배를 핀다.

  아가씨가, 또 아가씨가

  유심히 보면서 들어선다.

  검정 중절모에 검정 양복을 한 사람이 담배 피는 장면을

  왜 보나? 촌스러워서? 멋있어서? 불안하게 해서?

  아이고, 이렇게 넓고 높은

  서울은 함부로 갈 데가 공간이

  아니다, 무섭고,

  어쩌다가 서울이라는 곳에서 담배를 눈치 안 보고 피는 지금은 자유로워도,

  하지만 담배 피러 온 게 큰 까닭이라 담배를 피운다.

  연기가 담배를 떠남은 벗어남일까? 사라짐일까?

  연기가 흐르는 것을 보다가

  흡연하는 사람 핸드폰으로 사진 찍는 여선생 모습을 포착한다.

  곧 퇴직할 두 선생 위해 모자값을 선물한 여선생 광선

  햇볕을 피하고 얼굴을 얼마쯤 가릴 수 있으리라, 2만원짜리 모자

  모자 안 쓰고 호주머니에 두 손 넌 남자와,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는 여자

  두 선생의 모습을 핸드폰 사진 찍어 준다.

  지하철 타고

  향린교회로 간다는데…….

  유리 안나도 함께하는

  그날이 오면, 합창

  지도를 하는 사람 작곡가라 생각하고 노랫소리 내려는데,

  밀리오레에서 선물받은 모자가 얼굴을 눌렀을까,

  소리가 안 난다.

  저 보셔야 되요, 내일은 농담이지만

  지휘자 가슴이 상반신이 보일 정도로.

  떠나기 전 마지막 집회, 내일인데,

  화음을 만들기엔 내 호흡이 짧다.

  집회에 제대로 서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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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2 (초고)

= 2016-06-28 오전 12:36. 2시집_차례-2016-0.hwp (초고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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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울 동대문 역사박물관 건너편 밀리오레 앞 버스정류장에서_poorrain IMG_20160527_183435

  서울 동대문 역사박물관 건너편 밀리오레 앞 버스정류장에서_poorrain IMG_20160527_18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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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8. 오후. 서울. 전교조 창립 27주년 기념 합창. 박석준 참가. 1562374686321

  2016-05-28. 오후. 서울. 전교조 창립 27주년 기념 합창. 박석준 참가. 1562374686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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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선생-광선-유리-안나 선생. 박석준 시집출판기념회 광주 민들레소극장. 2016-12-10. 1481543808562

  최 선생-광선-유리-안나 선생. 박석준 시집출판기념회 광주 민들레소극장. 2016-12-10. 1481543808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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