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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75) 죽음의 뉴스 ― 서울에서, 젊어서, 2016년 / 박석준

나의 신시 161 죽음의 뉴스 ― 서울에서, 젊어서, 2016년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75)

2016-05-17

박석준 /

(교정: 129만 원/144만 원/살아 있는)

죽음의 뉴스

― 서울에서젊어서, 2016

 

 

  월에 129만 원을 벌어도*

  144만 원을 벌어도

  내일내 일을 생각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내게 어려움 없이 내일이 이루어진다면 좋을 텐데.

  내게 두려움 없는 내일이면 좋겠는데.

  때로 일어나는 일을 깨달아 이런 마음 일어나도.

 

  그렇지만 살아가려면?

  중요한 이 생각을 가지고 사는, 일터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이 강남역 인근에서 피살되었다.

  어린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기사가 사망했다.

  일을 하다가, 그날 일을 마치고

  나 갈 곳이 있어서 문을 열고,

  문이 나 갈 곳을 막아

 

  지하철역에서, 노래방 공용화장실에서

  발생한 죽음

  뉴스가 되고

  뉴스가 사람의 감정을 찌르고 생각을 일으킨다.

 

  자살하는 사람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지면서

  어떤 아빠를 덮쳐 같이 죽었다.

  산에서 늙은 사내가 일면식 없는 부인을 죽였다.

  죽음을 보도하는 뉴스

 

  젊은 여자가 정신병 있는 남자에게

  어린 청년이 지하철 열차에 치어

  서울에서, 젊어서

  죽음의 과정을 분석하고 보도하고

 

  때 이른 죽음이

  사람의 감정을 붙잡고 말을 부른다.

  서울에서 지하철역에 글을 남겨 붙인다.

  지하철역 출구 벽에 붙은

  글이 담긴 포스트잇을 보고 글을 남긴다.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서 일하는 사람이 죽고

  그런 사람이 죽어서 현실에 대해서 말을 하고

  ‘아직 해석할 수 없는 사연이 신의 저편에 있었다.’*

  와는 다른 죽음의 의미를 해석하고

 

  밥은 먹어야 하고, 컵라면으로 때우더라도

  일 끝나면 달에 한 번만이라도 사람 만나러 가고

  내일을 위해 쉬어야 하고

 

  살아가는 사람아 있는 사람은 지하철을 타고

  문이 열려서 나간다.

  스크린도어

 

 

* 박석준, 「어느 모델의 죽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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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7 ∼ 2016-07-02 (129만원/144만원/살아있는) <원작>

= 2016.07.04. 오후 10:42.. 2시집_차례-2016-2.hwp <원작 원본>

=→ (교정: 129만 원/144만 원/살아 있는) 시집_『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2016.12.02. 문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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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상황: 2016-05-17 / 2016-05-28 / 2016-05-31.

    2016-05-17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2016-05-28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사고

    2016-05-31 곡성 공무원 사망사건(투신자살을 시도한 자살자와 부딪혀 사망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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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가난함과 ‘내 일’과 정책과 죽음

  “내일내 일을 생각지 않는”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내일 → 내 일”로 동음어 언어 변주를 하는 이 글은 2016년에 벌어진 사회적 사건 기사를 근거로 하여 사고사(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피살(강남역 살인 사건), 자살 등 몇 가지 죽음을 그려내고 있다.

  19세의 비정규직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는 근본적으로 열악한 작업 환경과 관리 소홀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지적되었다. 강남역 살인 사건 범인은 “여성들로부터 무시를 당해서, 모르는 사이”이지만 여성 하모(23세)를, 남녀공용 화장실에 들어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식칼로 찔러 살해했다. 라고 진술했다. 이 피해자의 추모 운동이 시작되어 현장과 가까운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여성 혐오는 사회적 문제”, “남아 있는 여성들이 더 좋은 세상 만들게요” 등 여성 혐오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의 쪽지들이 붙었다. 이 두 죽음은 모두 “서울에서” 가난한 ‘젊은 사람’에게 일어났다.

  ‘열악한 작업 환경’, ‘여성 혐오’라는 것 외에도 이 사건들을 일어나게 한 원인으로 “가난함”을 발생시킨 한국 자본주의 사회제도 현상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권의 정책이 이런 사건을 발생시킨 것이다. 정권이 서울, 서울 옆인 경기도로 세련된 교통망을 깔아 인구를 집중시키고 고급 문화와 교육, 풍부한 일자리를 만들어낸 정책이 이런 사건을 가져온 것이다. 나는 이런 인식 때문에 이 글의 부제에 “서울에서”라는 표현을 넣었다.

  젊은 사람들은 왜 서울과 서울 옆 경기로 가려 하는가?

  2016년의 최저임금은 시간급 6,030원, 8시간 기준 일급 48,240원, 월급 1,260,270원이다. 이로 미루어 “월에 129만 원을 벌어도”는 ‘최저임금을 받아 생계를 이어가도’라는 해석을 낳는다. 그리고 이 표현은 글의 처음에 놓임으로써 사망하기 전까지 두 ‘젊은’ 사람이 (서울에서) 최저임금을 받아 생계를 이어가면서 가난하게 살아갔다는 것으로 이어지게 한다.

  “나”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가 “어려움 없이 내일이 이루어진다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로 매우 불안한(나를 불안하가 하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살아가고 싶기 때문에 “살아가려면” “내일내 일을 생각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내일”도 “내 일”(내가 먹고살 수 있는 일)이 있기를 바란다. 월 129만 원을 벌더라도.

  그런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일하며 살아가는 “젊은 여성이 강남역 인근에서 피살되었다./어린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기사가 사망했다.” “죽음의 과정을 분석하고 보도하고//때 이른 죽음이/사람의 감정을 붙잡고 말을” 불러 “서울에서 지하철역에 글을 남겨 붙인다./지하철역 출구 벽에 붙은/글이 담긴 포스트잇을 보고 글을 남긴다.” 자본주의 사회의 작업환경이 열악하지 않거나, 여성을 혐오하는 개인이 없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지 알 수 없지만.

  한국 자본주의 사회는 서울, 서울 옆 경기도로 절반 가까이 인구를 집중시켰다. 계속 서울과 서울 쪽을 위해 고급 교통과 문화와 많은 (비정규직일망정) 일자리를 만들어내거나 제공해서. 그리고 계속 그렇게 가려는 모양이다. 시골에는 일자리가 있든지 없든지 신경 안 쓰는 모양이. 이런 점을 파악했기 때문에 젊은 사람이 서울, 서울 옆 경기도 도시로 가는 것은 아닐까?

  “내게 어려움 없이 내일이 이루어진다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는 ‘젊은 여성 강남역 인근에서 피살되었고 어린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기사가 생계 때문에 위험한 일을 하다가 사망했다. “일을 하다가, 그날 일을 마치고/나 갈 곳이 있어서 문을 열고,/문이 나 갈 곳을 막아”.

  그럼에도 부유하지 못한 “살아가는 사람, 살아 있는 사람은 지하철을 타고/문이 열려서 나간다./스크린도어”

  이 표현엔 한국 자본주의 사회 아이러니한 현실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다. 이 글은 실존주의 휴머니즘 사상에 앙가주망(자기 구속의 필요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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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린도어: 도시철도나 광역철도 승강장에 설치되어 평상시에는 닫혀 있지만, 열차가 오면 열차 출입문과 함께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문.

* 연도별 최저임금 결정현황 - (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제도)

      2016년의 최저임금은 시간급 6,030원, 8시간 기준 일급 48,240원, 월급 1,260,270원이다. 2017년엔 각각 6,470원, 51,760원, 1,352,230원이다.

→ https://www.minimumwage.go.kr/minWage/policy/decisionMai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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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역 살인 사건

      강남역 살인사건은 김성민(34세)이 2016년 5월 17일 새벽에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의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불특정 여성 하모(23세)를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다. 대한민국 대법원은 2017년 4월 13일 상고심에서 살인범 김성민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남녀공용 화장실에 들어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여성 하모(23세)를 주방용 식칼로 4차례 찔러 살해했다. (주점에서) “여성들로부터 무시를 당해서 범행을 저질렀으며, 피해자와는 모르는 사이”라고 진술했다.

  *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2016년 5월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九宜驛-死亡事故)는 2016년 5월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내선순환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간접고용 비정규직)인 김 아무개(1997년생, 향년 19)가 출발하던 전동열차에 치어 사망한 산업재해이다.

      안전 수칙에 따르면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은 2인 1조로 진행해야 하지만, 사망자는 사고 당시 혼자 작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단순히 개인 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열악한 작업 환경과 관리 소홀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지적되었다. 6월 6일,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사망자는 오후 5시 54분에 사고가 일어난 9-4번 승강장에 도착했으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9-4번 승강장 스크린도어 검수를 마치고 오후 6시 20분까지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4가역에 도착해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원인은 스크린도어 노후화이다.

  * 2016-05-31 곡성 공무원 사망사건

      퇴근 후 귀가 중이던 공무원이 같은 아파트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한 자살자와 부딪혀 사망한 사건. 2016년 5월 31일 오후 9시 48분쯤 광주광역시 북구 오치동 한 아파트 20층 복도에서 1층 입구 쪽으로 대학생 유 모(25) 씨가 뛰어내렸는데 때마침 아파트 입구로 향하던 전라남도 곡성군청 7급 공무원 양대진(39)과 부딪혔다. 유 씨는 양 씨와 부딪힌 후 그 자리에서 숨졌다. 양 씨도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 날에 숨졌다. 경찰은 자살자에게 과실치사죄를 적용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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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16-06-10

2016년 죽음의 뉴스

서울에서젊어서

 

 

  월에 129만원을 벌어도

  144만원을 벌어도

  내일, 내 일을 생각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내게 어려움 없이 내일이 이루어진다면 좋을 텐데.

  내게 두려움 없는 내일이면 좋겠는데.

  때로 일어나는 일을 깨달아 이런 마음 일어나고.

 

  그렇지만 살아가려면?

  중요한 이 생각을 가지고 사는, 일터에서 일하는

 

  강남역 인근에서 젊은 여성이 피살되었다.

  어린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기사가 사망했다.

  일을 하다가, 그날 일을 마치고

  나 갈 곳이 있어서 문을 열고,

  문이 나 갈 곳을 막아

 

  지하철역에서, 노래방 공용화장실에서

  발생한 죽음

  뉴스가 되고

  뉴스가 사람의 감정을 찌르고 생각을 일으킨다.

 

  자살하는 사람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지면서

  어떤 아빠를 덮쳐 같이 죽었다.

  산에서 늙은 사내가 일면식 없는 부인을 죽였다.

  죽음을 보도하는 뉴스

 

  젊은 여자가 정신병 있는 남자에게

  어린 청년이 지하철 열차에 치어

  어떻게, 서울에서, 젊어서

  죽음의 과정을 분석하고 보도하고

 

  때 이른 죽음이

  사람의 감정을 붙잡고 말을 불러왔다.

  서울에서 지하철역에 글을 남겨 붙인다.

  지하철역 출구 벽에 붙은 글이 담긴 종이쪽지(포스트잇)를 보고

  글을 남긴다.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서 일하는 사람이 죽고

  그런 사람이 죽어서 현실에 대해서 말을 하고

  ‘아직 해석할 수 없는 사연이 신의 저편에 있었다.’

  와는 다른 죽음의 의미를 해석하고

 

  밥은 먹어야 하고, 컵라면으로 떼우더라도

일 끝나면 달에 한 번만이라도 사람 만나러 가고 싶고

  내일을 위해 쉬어야 하고

 

  살아가는 사람, 살아있는 사람은 지하철을 타고

  문이 열려서 나간다

  스크린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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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7 ∼ 2016-06-10 오전 12:36. 2시집_차례-2016-0.hwp (어구 도치, 1단어 생략)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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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16-05-29_구의역 사고, 지하철 스크린도어 고치다가…열차에 끼여 숨져 (2016-05-28_)

  2016-05-29_구의역 사고, 지하철 스크린도어 고치다가…열차에 끼여 숨져 (2016-05-28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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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7_강남역 여성혐오 사건에 대한 추모 쪽지

  2016-05-17_강남역 여성혐오 사건에 대한 추모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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