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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70), 의식의 흐름 (27), 사상시 (21) 슬픔은 길에서 깊어지지 / 박석준

나의 신시 162 슬픔은 길에서 깊어지지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70), 의식의 흐름 (27), 사상시 (21)

2016-05-20. 금

박석준 /

(교정: 가치 있는/전해줄 만한/내)

슬픔은 길에서 깊어지지

 

 

  슬픔은 보통

  사람을 만나고 꿈틀거리다가 길에서 깊어지지

 

  외면만 보여준 사람이 나를 외면한 것 같아

  길에서 깊어지지

 

  외면만 보여준 사람은 나 말고 누구인가?

  외면만 보여준 사람은 나 말고 없다

 

  나는 아는 게 없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나는 가치 있는 내력이 없어

  내가 본 아이들 이야기

  내가 만난 아이들과의 사연만 즐겨 말한다

 

  사람들은 생각을 나누기 위해 술을 먹고

  생각을 얻기 위해 커피를 마시고

  사람들과 깊어지기 위해 술을 따르고

 

  할 건데 간혹 나는 지쳐가는 나를 위해

  사람을 만나고

  지쳐가는 나를 잃으려고 술을 마시고

  사람들의 말소리에 취해 잊고 싶은 것을 잊게 되는

 

  나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으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어려워한다.

  나는 상대방이 꺼낸 말에 충당할 말을 쉽게 찾을 수 없기에

  내겐 상대방에게 전해줄 만한 내력이 거의 소멸되었기에

 

  틈이 나면 간혹 나는 길에 나와 담배를 피운다

  길에서 또 다른 사람이 떠오른다

  슬픔은 보통 내 길에서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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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6 ∼ 2016.07.04. 10:42.. 2시집_차례-2016-2.hwp (가치있는/전해줄만한/오타: 내) <원작 원본>

=→ 2016.11.09. 17:41. 박석준 시집 본문.pdf (교정: 가치 있는/전해줄 만한/내)

시집_『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2016.12.02. 문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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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16-05-20(금). 광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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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실존과 슬픔, 부조리

  이 글은 “나”가 사람을 만나서 갖게 된 상황과 생각을 의식을 흘려내는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표현해 간다.

  “슬픔은 보통/사람을 만나고 꿈틀거리다가 길에서 깊어지지//외면만 보여준 사람이 나를 외면한 것 같아/길에서 깊어지지”라는 문장엔 “나”의 사상이 들어있으며, ‘외면’의 두 가지 의미가 함께 있다. “외면”의 사전 의미는 다음과 같다.

  외면(外面)1 : ①상대한 사람과 마주 대하기를 꺼리어 얼굴을 다른 쪽으로 돌려 버림. ②피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음.

  외면(外面)2 : ①사람의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양이나 모습. ②물건의 겉으로 드러난 면.

  이런 의미를 감안하면 “외면만 보여준 사람이 나를 외면한 것”을 한 사람에게는 진짜와 진실함이 없다. 또한 ‘이 사람은 진짜와 진실함이 없는 것으로 “나”에게 슬픔을 일으키고 길에서 슬픔이 깊어지게 했다.

  “슬픔은 보통/사람을 만나고 꿈틀거리다가 길에서 깊어지지//외면만 보여준 사람이 나를 외면한 것 같아//외면만 보여준 사람은 나 말고 누구인가?/외면만 보여준 사람은 나 말고 없다”(글의 흐름으로 볼 때 이런 표현은 아이러니와 패러독스=역설에 해당한다.) 이 글은 이렇게 “나”가 반대되는 두 가지 상황을 한자리에서 펼쳐냄으로써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다. ― “나”는 사람들의 말소리를 듣고 싶어서 만나러 갔는데, “사람들의 말소리에 취해 잊고 싶은 것을 잊게 되는” 상황을 펼쳐낸다.

  자신에게 부조리한 상황이 다가오고 그것이 계속됨을 알면서 “나”는 왜 남을 만나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그 까닭을 “나”는 “나는 지쳐가는 나를 위해/사람을 만나고”라고 밝히고 있다. 그 까닭은 또한 “나”가 실존을 바라는데 실존은 타인이 있어야만 실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쳐가는 나를 위해/사람을 만나”는 일을 선택한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면서도 “나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으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어려워한다./나는 상대방이 꺼낸 말에 충당할 말을 쉽게 찾을 수 없기에”라는 생각을 가진 ’부조리 인간‘임에 분명하다.

  ― 프랑스의 작가 알베르 카뮈의 핵심 사상을 이루는 부조리란 ’인생에서 그 의의를 발견할 가망이 없음을 이르는 말. 인간과 세계, 인생의 의의와 현대 생활과의 불합리한 관계를 나타내는 실존주의적 용어를 말한다. 부조리의 감정은 곧 죽음에 대한 자각과 인간 실존에 대한 무상함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부조리는 필연적으로 죽음과 연결되며 인간은 자각하는 동시에 자신의 비극적 운명과 삶에 대해 사색하기 시작한다. 죽음 앞에서 한없이 나약하고 덧없는 존재이기에 우리는 종종 실존의 자각을 통해 극심한 무력감에 시달리기도 하며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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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모두 부조리 인간이다

  → https://brunch.co.kr/@moviebell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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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밖 실화

  이 글은 2016-05-20(금요일)에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선 후 나에게 파고든 생각을 적은 것이다.

  나는 아는 문인이 별로 없어서 친한 문인이 거의 없다. 그렇지만 금요일 오후엔 문인들과 대화하고 싶어서 만남의 자리를 내가 마련하곤 한다. 그러나 문인에게 해줄 이야기가 거의 없다. 나는 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자리를 마련한 것이지만, 그 자리의 문인들은 나하고 인사를 나눈 후엔 자기들이 관련된 일, 자기들만 아는 문인을 혹은 다른 문인들의 동향을 말하는 걸 즐겨할 뿐이어서.

  문인들은 나에게 술 한 잔 따르지만 나에게 별로 말을 걸진 않았다. 나는 그런 쪽엔 만남이라든가 아는 정보가 별로 없어서 그냥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된다. 그런데 문인이 자리를 마련해 나를 부른 자리에서도 문인들은 나에겐 마찬가지로 이러한 양상을 만들어낸다. 내가 대화에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았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람을 만나러 갔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끔.

  소외된 나는 담배 피우고 오겠다며 틈틈이 밖으로 나가 길에서 생각에 잠겼다. ‘나는 문인들에 관한 정보나 동향을 내가 아는 것이 없어서 길에 나왔고 그들과 헤어져 길을 걸으면서 슬픔이 깊어진다. 결국 내가 고독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만남을 나는 왜 하고 있을까?’ 어느 금요일(2016.05.20일)엔 이런 생각이 들고 슬픔이 일어나 그날 귀가하자 곧 나는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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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16-06-04

슬픔은 보통 길에서 깊어지지

 

 

  슬픔은 보통

  사람을 만나고 꿈틀거리다가 길에서 깊어지지

 

  외면만 보여준 사람이 나를 외면한 것 같아

  길에서 깊어지지

 

  외면만 보여준 사람은 나 말고 누구인가?

  외면만 보여준 사람은 나 말고 없다

 

  나는 아는 게 없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나는 가치있는 내력이 없어

  내가 본 아이들 이야기

  내가 만난 아이들과의 사연만 즐겨 말한다

 

  사람들은 생각을 나누기 위해 술을 먹고

  생각을 얻기 위해 커피를 마시고

  사람들과 깊어지기 위해 술을 따르고

 

  할 건데 어쩌면 나는 지쳐가는 나를 위해

  사람을 만나고

  지쳐가는 나를 잃으려고 술을 마시고

  사람들의 말소리에 취해 잊고 싶은 것을 잊게 되는

 

  나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으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어려워한다.

  나는 상대방이 꺼낸 말에 충당할 말을 쉽게 찾을 수 없기에

  내겐 상대방에게 전해줄만한 내력이 거의 소멸되었기에

 

  틈이 나면 길에 나와 담배를 피운다

  길에서 또 다른 사람이 떠오른다

  슬픔은 보통 내 길에서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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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6 ∼ 2016-06-04 (초고)

= 2016-06-28 오전 12:36. 2시집_차례-2016-0.hwp (초고 원본)

→ 2016-07-06 오후 11:26. 2시집_차례-2016-2.hwp (초고 날짜2016-05-26 ∼ 2016-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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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된 곳

榴林 2023.04.07. |작성자 가을하늘

    슬픔은 길에서 깊어지지/박석준

 https://blog.naver.com/ohmyjapan/22306739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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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욱천 그물에걸린바람 - 카카오스토리

    슬픔은 길에서 깊어지지 / 박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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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석준_무안군 몽탄. 2016-10-29 오후 6:47. 꾸미기_꾸미기_DSC_0252

  박석준_무안군 몽탄. 2016-10-29 오후 6:47. 꾸미기_꾸미기_DSC_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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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_무안군 몽탄. 2016-10-29 오후 6:47. 꾸미기_꾸미기_DSC_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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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_광주시. 2016-10-02 오후 12:23.  MyPhoto_1170697638_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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