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시 86 카페, 가난한 비 밖 ― 40대의 말에 내리는 밤비
나의 무비즘 (76), 실존주의 의식의 흐름 (14), 사상시 (14), 이미지즘 (10)
2006-06-10
박석준 /
(원작 교정: 6월/말없음)
카페, 가난한 비 밖
― 40대의 말에 내리는 밤비
역으로 가는 사람들, 백화점으로 가는 사람들,
길 위의 사람들, 검은 차들, 간판들, 가로수들, 가로등들,
그리고 길과 장면들이 젖고 있다.
신음과 그르렁거리는 숨결이, 전당포 같은 어두운 집에
올 시간을, 목소리를 기다릴 테지. 빗속에서
어디론가 길을 걷고 있어 나는 조금씩 슬픔이 없다.
그렇지만 반팔 초록 남방 나는 역으로 갈 생각은 없다.
<없어지니 좋네>*라는 노래를 좋아했던 젊은 사람이
역에서 헤어질 때, 아프게 살아와, 삶이 슬프다고
저를, 저의 삶을, 기억하지 말라고
토막토막 목소리 토하고는 언젠가 죽기도 해서.
40대의 말에 6월 밤에 내리는 비가 비가(悲歌) 같다.
우산을 쓴 사람도 있지만, 누구나 조심해야 할 것같이
여러 갈래로 쪼개져버려, 가난한 비가 내리고 있어.
빗속에서 빗소리를 듣고 새겨졌다.
팔순 노파가 신음하는 모습이 젖은 내 모습과 뒤엉켜
가로수들 가로등들 차들 앞, 백화점의 마네킹이 갇힌
쇼윈도에, 건너편 2층 스토리 카페의 유리창에
부딪치고 있다. 죽음이 곧 올 것같이.
죽으면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이 없는 나는 어디에?
곧 없어질 듯한 사람의 목소리와 시간을 피해 내가
밤비 내리는 길을 걷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그렇지만 노파, 즉 어머니는 내 새벽 식사를 준비하고,
나는 돈밖에 해줄 게 없어 순천에 가 아침 하늘을 본다.
나는 나 때문에 점심식사를 하지 않고
피로회복제 한 병 사 먹고 율무차 한 잔 뽑아 먹는다.
퇴근하여 비틀거리며 집에 들어오면
고양이가 마당에서 식사하고 있고, 어머니는 누워 있다.
아침에 출근 버스에서 내리면 발에 힘이 없고
눈이 감기곤 하여 건물 벽들을 손으로 짚고
간신히 걸어간다. 발길 흔들거리게, 얼굴 흐릿하게,
밤이 흐른다, 빗속에서. 말없음 곁에서 시간이 아프나
젖은 길에 비가 내린다. 40대의 말에
목소리를 잃을 것 같은 시간을 피하고만 싶은 내게!
* <Good Riddance(Time of Your Life)>:Green Day의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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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7 ∼ 2020-03-16 (유월/말 없음) <원작>
∽ 2020.04.22. 14:41. 박석준시집_시간의색깔은자신이지향하는빛깔로간다_내지(0422).pdf (원작 교정: 6월/말없음)
= 시집_『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20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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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2020-03-16 (유월/말 없음)
카페, 가난한 비 밖 ― 40대의 말에 내리는 밤비
역으로 가는 사람들, 백화점으로 가는 사람들,
길 위의 사람들, 검은 차들, 간판들, 가로수들, 가로등들,
그리고 길과 장면들이 젖고 있다.
신음과 그르렁거리는 숨결이, 전당포 같은 어두운 집에
올 시간을, 목소리를 기다릴 테지. 빗속에서
어디론가 길을 걷고 있어 나는 조금씩 슬픔이 없다.
그렇지만 반팔 초록 남방 나는 역으로 갈 생각은 없다.
‘없어지니 좋네*’라는 노래를 좋아했던 젊은 사람이
역에서 헤어질 때, 아프게 살아와, 삶이 슬프다고
저를, 저의 삶을, 기억하지 말라고
토막토막 목소리 토하고는 언젠가 죽기도 해서.
40대의 말에 유월 밤에 내리는 비가 비가(悲歌) 같다.
우산을 쓴 사람도 있지만, 누구나 조심해야 할 것같이
여러 갈래로 쪼개져 버려, 가난한 비가 내리고 있어.
빗속에서 빗소리를 듣고 새겨졌다.
팔순 노파가 신음하는 모습이 젖은 내 모습과 뒤엉켜
가로수들 가로등들 차들 앞, 백화점의 마네킹이 갇힌
쇼윈도에, 건너편 2층 스토리 카페의 유리창에
부딪치고 있다. 죽음이 곧 올 것같이.
죽으면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이 없는 나는 어디에?
곧 없어질 듯한 사람의 목소리와 시간을 피해 내가
밤비 내리는 길을 걷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그렇지만 노파, 즉 어머니는 내 새벽 식사를 준비하고,
나는 돈밖에 해줄 게 없어 순천에 가 아침 하늘을 본다.
나는 나 때문에 점심식사를 하지 않고
피로회복제 한 병 사 먹고 율무차 한 잔 뽑아 먹는다.
퇴근하여 비틀거리며 집에 들어오면
고양이가 마당에서 식사하고 있고, 어머니는 누워 있다.
아침에 출근버스에서 내리면 발에 힘이 없고
눈이 감기곤 하여 건물 벽들을 손으로 짚고
간신히 걸어간다. 발길 흔들거리게, 얼굴 흐릿하게,
밤이 흐른다, 빗속에서. 말 없음 곁에서 시간이 아프나
젖은 길에 비가 내린다. 40대의 말에
목소리를 잃을 것 같은 시간을 피하고만 싶은 내게!
* Good Riddance (Time of Your Life): Green Day의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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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7 ∼ 2020-03-16 오후 11:36. (유월/ 말 없음) <원작>
= 2020.03.17. 16:43.내메. 박석준-3시집-0618-12-푸105(교)-5-2.hwp (원작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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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06-06-10. 비 오는 날 밤, 광주시 유동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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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카페, 가난한 비 밖 ― 40대의 말에 내리는 밤비」는 “역으로 가는 사람들”로 시작하는데 이것은 복선이다. 그리고 “비”는 ‘단절, 지연, 슬픔’을 낳는 상황이자 사정이면서 역으로 화자로 하여금 그것들을 벗어나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중성(모순)을 띤 상황이자 상징어이다, 이것은 이 글이 매우 역설적인 표현으로 짜여 있음을 알게 한다.
화자에게 “역”은 “젊은 사람”과 연결되면서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다. ‘없어지니 좋네’라는 말은, 역에서 화자와 헤어진 “젊은 사람”이 그 얼마 후에 죽었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역”은 ‘죽음/소멸’, ‘회자정리(會者定離)’를 상징한다. 그리하여 ‘죽음/소멸’, ‘회자정리’라는 상황이 자신에게 닥쳐옴을 거절하겠다는 것이 화자가 생각하는 것임을 알게 한다.
이 글은 곧 세상에서 사라질 것 같은 “어머니”, 소외된 채로 40대의 말이라는 시간으로 흘러온 “나”, 누군가의 ‘말없음’ 이 세 요소가 ‘빗물’과 뒤범벅되면서 몽롱한 상황을 만들어낸다(특히 “말없음”의 주체가 불확실해서 현기증을 유발시킨다).
“어디론가 길을 걷고 있어 나는 조금씩 슬픔이 없다.”, “말없음 곁에서 시간이 아프나”고 화자는 삶에 대해 성찰한다. (사상시) ‘사람이 길을 걷고 있으면 슬프지 않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곧바로 “그렇지만 반팔 초록 남방 나는 역으로 갈 생각은 없다.”는 말을 털어내어 ‘죽음/소멸’과 함께함을 거부함으로써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역설적으로 강하게 나타내는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그럼에도 이 글에 흐르는 “비”는 화자에게 ‘죽음·불안·두려움,슬픔’을 조금씩 없애주는 치유제의 기능을 한다. 이 글엔 실존주의 사상이 깔려 있고 ‘의식의 흐름’을 동반한 시공간의 이동을 통해 이미지를 흘려내고 변화시키는 무비즘 기법이 사용되었다. 걷고 있는 “나”와 움직이는 “비”와 식사하는 “고양이”가 누워 있는 “어머니”와 대조되는 상황에 있어서 삶의 애환을 느끼게 한다.
이 글은 저자(박석준)가 “나”이며 저자가 2006년 6월에 겪은 일과 심정을 ‘의식의 흐름’ 수법을 반영하여 형상화한 것이다. “누구나 조심해야 할 것같이/여러 갈래로 쪼개져버려, 가난한 비가 내리고 있어.”에서 ‘가난한 사람이 분리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과 ‘가난한 사람의 삶의 양상’을 암시한 실존주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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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 노트
2006년 6월의 시간이 흐르는 「카페, 가난한 비 밖 ― 40대의 말에 내리는 밤비」는 2005년 5월의 시간이 흐르는 「40대의 말에 내리는 밤비」의 후편에 해당한다. “얼굴 흐릿하게”, “발길 흔들거리게”라는 표현이 묶여 있는 이 두 글은 실화로 구성한 것이어서 나(박석준)의 삶에서 2005년과 2006년에 유사한 상황(고단한 상황)이 펼쳐졌음을 알게 한다. 두 글의 “나”는 나(박석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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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20-03-07 (듣고 있다.)
카페, 가난한 비 밖 ― 40대의 말에 내리는 밤비
역으로 가는 사람들, 백화점으로 가는 사람들,
길 위의 사람들, 검은 차들, 간판들, 가로수들, 가로등들,
그리고 길과 장면들이 젖고 있다.
신음과 그르렁거리는 숨결이, 전당포 같은 어두운 집에
올 시간을, 목소리를 기다릴 테지. 빗속에서
어디론가 길을 걷고 있어 나는 조금씩 슬픔이 없다.
그렇지만 반팔 초록 남방 나는 역으로 갈 생각은 없다.
‘없어지니 좋네*’라는 노래를 좋아했던 젊은 사람이
역에서 헤어질 때, 아프게 살아와, 삶이 슬프다고
저를, 저의 삶을, 기억하지 말라고
토막토막 목소리 토하고는 언젠가 죽기도 해서.
40대의 말에 유월 밤에 내리는 비가 비가(悲歌) 같다.
우산을 쓴 사람도 있지만, 누구나 조심해야 할 것같이
여러 갈래로 쪼개져 버려, 가난한 비가 내리고 있어.
빗속에서 빗소리를 듣고 있다.
팔순 노파가 신음하는 모습이 젖은 내 모습과 뒤엉켜
가로수들 가로등들 차들 앞, 백화점의 마네킹이 갇힌
쇼윈도에, 건너편 2층 스토리 카페의 유리창에
부딪치고 있다. 죽음이 곧 올 것같이.
죽으면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이 없는 나는 어디에?
곧 없어질 듯한 사람의 목소리와 시간을 피해 내가
밤비 내리는 길을 걷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그렇지만 노파, 즉 어머니는 내 새벽 식사를 준비하고,
나는 돈밖에 해줄 게 없어 순천에 가 아침 하늘을 본다.
나는 나 때문에 점심식사를 하지 않고
피로회복제 한 병 사 먹고 율무차 한 잔 뽑아 먹는다.
퇴근하여 비틀거리며 집에 들어오면
고양이가 마당에서 식사하고 있고, 어머니는 누워 있다.
아침에 출근버스에서 내리면 발에 힘이 없고
눈이 감기곤 하여 건물 벽들을 손으로 짚고
간신히 걸어간다. 발길 흔들거리게, 얼굴 흐릿하게,
밤이 흐른다, 빗속에서. 말 없음 곁에서 시간이 아프나
젖은 길에 비가 내린다. 40대의 말에
목소리를 잃을 것 같은 시간을 피하고만 싶은 내게!
* Good Riddance (Time of Your Life): 미국의 록 밴드 Green Day의 folk rock(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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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6.11. ∼ 2020-03-07 (초고)
= 2020.03.09. 05:11.메. 박석준-3시집-0618-12-푸105(교)-4-2.hwp (듣고 있다.) (초고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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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광주시 유동 거리_2023-07-23 오후 644 _DSC5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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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북구청 앞_poorrain. 20240328_11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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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북구청 앞_poorrain. 20240328_11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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