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72 고흐의 의자 (석사본)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24), 나의 무비즘 (57)
2004-11-09
박석준 /
고흐의 의자
벤치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고흐는 실내의 의자를 그렸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 날 빗물이 흐르는 실외의 벤치에 앉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림의 풍경이 실제는 아니었겠지만.
그림에서처럼 그 풍경에 감흥을 느껴 여자 하나가 고흐, 그 사람이 앉아 있는 비가 내리는 벤치 쪽으로 다가갔을까.
실내의 탁자에는 해바라기가 놓여 있었고, 벽에는 해바라기가 걸려 있었다.
그 사람이 떠나간 뒤 그림으로는 그릴 수 없는 흔적 하나가 실내에는 분명하게 남아 있었다.
사람이 머무는 자리엔 체취가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면 그 흔적은 여자의 것이 틀림없었으리라, 소녀 또한 여자였으므로.
그 여자가 ‘난 Vincent라는 노래를 좋아하죠,’ 라고 지껄여 24세의 그 사람이 이 방에 머무르던 시절, 갈등이 숨쉬기라도 했다면, 더욱 그러했으리라.
그 후 여자는 전원 속의 이 방에서 7개월쯤 더 머물렀다, 방문을 잠그지 않은 채 짐 몇 가지에 체취를 묻힌 채.
네 계절이 순환하고 11월이 흐르는데― 엷어지고 있었다. 그녀의 몸짓이 이별을 암시하고 있었다.
고흐의 사색의 방에 찾아와 세 통의 편지를 남긴 그때 이미 소녀의 색깔은 사라지고 있었다. 고흐는 11월 11일에야 그녀가 남긴 글이 그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넌 누구냐?! 왜 들여다본 거지? 이 방을 무엇 때문에! 하지만 이 방엔 빈 의자만 있고 소녀는 없었다.
이미 여자의 체취가 지배해버린 실내, 문자 메시지 몇 개로도 창문을 열게 할 수 있다던, 그녀의 아이디는 persona였다.
창문 밖 벤치엔 가을비가 내렸고, 고흐는 실내의 의자만을 그렸는데.
고흐의 그림에는 한 번도 비가 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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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9 ∽ 2006-06-14
∽ 2008.09.06. 10:50.메. 박석준-08종합1.hwp <원작>
= 『석사학위 작품집』(2009.08.)
= 『내일을 여는 작가』 83 (2023.06.20. 2023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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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없음(가상: 200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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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 동기:
‘고흐의 그림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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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06-06-14
고흐의 의자
벤치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고흐는 실내의 의자를 그렸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 날
빗물이 흐르는 실외의 벤치에
앉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림의 풍경이
실제는 아니었겠지만.
그림에서처럼 그 풍경에 감흥을 느껴
여자 하나가 고흐,
그 사람이 앉아 있는
비가 내리는 벤치 쪽으로 다가갔을까
실내의 탁자에는 해바라기가 놓여 있었고
벽에는 해바라기가 걸려 있었다
그 사람이 떠나간 뒤
그림으로는 그릴 수 없는 흔적 하나가
실내에는 분명하게 남아 있었다.
사람이 머무는 자리엔
체취가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면
그 흔적은 여자의 것이 틀림없었으리라,
소녀 또한 여자였으므로.
그 여자가 ‘난 Vincent라는 노래를 좋아하죠,’ 라고 지껄여
24세의 그 사람이 이 방에 머무르던 시절,
갈등이 숨쉬기도 했다면.
더욱 그러했으리라
그 후 여자는 전원 속의 이 방에서
7개월쯤 더 머물렀다.
방문을 잠그지 않은 채
짐 몇 가지에 체취를 묻힌 채.
네 계절이 순환하고 11월이 흐르는데―
엷어지고 있었다. 그녀의 몸짓이
이별을 암시하고 있었다
고흐의 사색의 방에 찾아와
세 통의 편지를 남긴 그때 이미
소녀의 색깔은 사라지고 있었다.
고흐는 11월 11일에야
그녀가 남긴 글이
그림이었음을 깨달았다
넌 누구냐?! 왜 들여다본 거지? 이 방을 무엇 때문에!
하지만 이 방엔 빈 의자만 있고 소녀는 없었다.
이미 여자의 체취가 지배해버린 실내
문자 메시지 몇 개로도 창문을 열게 할 수 있다던
그녀의 아이디는 persona였다.
창문 밖 벤치엔 가을비가 내렸고
고흐는 실내의 의자를 그렸다.
고흐의 그림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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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4. 22:26.메. 박석준 시-40대의말에내리던밤비-2.hwp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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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 2004-11-09
Questions
벤치에 비가 내리고 있다. 고흐는 실내의 자신의 의자를 그렸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 날 비가 떨어져 흐르는 벤치에 앉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림은 실재가 아니었듯이. 더군다나 그런 풍경을 그림에서처럼 감흥을 느껴 여자 하나가 고흐, 그 사람 있는 벤치 가까이 다가갔을지도 모른다. 샤갈의 ‘마을’에 눈 내리는 풍경에서처럼.
하지만, 그 방에는 어떤 사람이 떠나간 뒤 그림으로는 그릴 수 없는 흔적 하나가 분명하게 남아 있었다. 사람이 머물렀던 자리엔 체취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면, 남아 버린 그 흔적은 여자의 것이 틀림없다. 소녀 또한 여자일 것이므로.
그 사람은 ‘나도 Vincent라는 노래를 좋아하죠,’라고 했어요.
그 방에 24세의 사람이 머무르고 있던 시절, 이렇게 들려준 말 속에 갈등이 숨쉬고 있었다면.
그 사람은 전원 속에 있던 그 방에서 그 후로 7개월쯤 더 머물었다는 것만이 현재로선 확실하다. 방문을 잠그지 않았으나 짐 몇 가지에는 체취가 남은 채로. 그리고 네 계절이 순환하면서 11월이 흐르는데…….
‘엷어지고 있었다. 그 몸짓이 외출을 암시하고 있었다면. 그 애가 내 사색의 방에 찾아와 세 개의 글을 남긴 그 때 이미. 소녀의 색깔은!’
p는 11월 9일에야 그 애가 남긴 글이 그림이었음을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0개월 전보다 이전에 그 애는 여자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떠난 것을 내가 확인하게 된 것이 10개월 전이었으니까!’ 하며 사색에 잠겼다.
넌 누구냐?! 왜 들여다보는 거지? 그 바을 무엇 때문에! 그 방에 새로 머물고 있는 소녀를 찾아온 거야? 하지만 그 방엔 소녀는 없다. 이미 여자의 체취가 지배해 버린 그 속에서 아마도 소녀는 여자가 되고 있거나, 되어버렸을 텐데, 왜 기웃거리는 거지? 문자 몇 개로도 그 방의 창문을 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건가?
그의 아이디는 persona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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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9. 23:51. 카페 가난한 비_Questions (발상)
→ https://cafe.daum.net/poorrain/4Ps/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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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고흐 – 담배 파이프가 놓여 있는 반 고흐의 의자_1888
Van Gogh's Chair with Pipe_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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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_아를의 침실_1888
아를의 침실(The Bedroom at Arles) 18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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