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55 노란 티셔츠
나의 무비즘 (49)
2002-03 ∽ 2002-12
박석준 /
<원작 원고> 2020-03-06
노란 티셔츠
서영과 아련이 쉬는시간에 교무실까지 쫄쫄 따라다닌 봄,
교실 초록 게시판엔 위에 ‘동물농장’ 글자만 붙어 있다.
학생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자유로워야 한다.
남학생들 청소도 안 하면 나도 마음대로 하겠어.
광주에서 버스를 타고 내가 도착한 한 시에
교문 앞에서 아이들이 비를 맞고 울었다.
스승의 날 행사가 끝나 학교가 파해서.
선생님, 우리들이 잘못했어요.
형님 애들이 교실에 한 명도 없어요.
함께 천 원짜리 통일호로 통근하는 선생 재명이
여름 1교시가 진행되는데 교무실로 와 나를 부른다.
핸드폰들을 꺼 놨다. 점심시간 되자 1반장이 나타난다.
방황하고 싶을 땐 해라 하셨잖아요? 모두 피시방 갔어요.
교실 컴퓨터를 켜자 보디빌더가 된 내가 뜬다.
꼬마, 날씬한 승철이가 합성했어요. 영심이가 밝힌다.
반단합대회를 몇 달째 해서, 저녁식사하고 노래방 가고
찜질방 가서, 남자애들은 내가 깡말랐다는 걸 다 아는데.
살아간다는 건 사람과 무엇을 함께하고 싶어함일까?
요녀석! 꽃미남 승철이 미소한다. 파란 가을이다.
밴드가 꿈인 재윤과 2명을 자율학습에서 빼주었다.
전날 6명이 자율학습 안 하고 갔다고 부장이 말해서,
나=거지! 사람 슬프게 하지 마! 그냥 집에 가.
칠판에 쓰고 나가는데, 가을, 시월 아침이 흔들거린다.
착한 선생님, 선물이에요. 제일 작은 거죠. 노란 티셔츠.
다음날 2반장이 말하더니, 보라색 와이셔츠 위에 입자,
하루 네 명만 집에 갈게요. 한다.
약속 지키면 겨울 방학하는 날 선물하겠다.
약속대로 만원씩 삼십일만 원, 2반장, 받으세요.
와! 통통한 승철이 청소 끝나고 팔뚝근육을 뽐낸다.
남자애들이 교실 안 농구골대에 볼을 넣으려 한다.
은자가 동목포역에서 마흔다섯 살 선생을 배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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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2 ∼ 2020-03-06 (대화 속 말이므로 ‘형님 애들’, ‘삼십일만 원’) <원작>
= 2020.03.09 05:11 메. 박석준-3시집-0618-12-푸105(교)-4-2.hwp (원작 원본)
↛ 2020-05-25 시집_『시간의』 (대화 속 말을 ‘형님, 애들’, ‘31만 원’으로 오교정함)
→ 2023-06-03 오후 4:53 (원작 최종교정: ‘1시에/꺼놨다/10월/만 원씩/농구 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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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02년 봄(1,2연). 여름(3,4,5연).
2002년 가울(6연). 겨울(7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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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이 글은 10대 청소년(고2)의 반항 방황심리와 그에 대한 교사의 심적 반응과 대응 행위를 무비즘 기법으로 표현한 글이다. 고등학생 시절의 모험적인 삶의 아름다움과 남자가 45살 시절에 인생을 정확하게 살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표현하고자 한 글이다.
시인들은 직유나 은유 등의 수사법을 통해 어떤 사정을 진술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쓴 글을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 글에 “칠판에 쓰고 나가는데, 가을, 10월 아침이 흔들거린다.”라고, 담담하게 한 진술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러한 진술 방법이 나의 글의 독특함라고 볼 수 있다.)
문맥의 흐름을 잘 파악한다면(콘텍스트를 염두에 두었다면), 이 진술에 고도의 기법이 사용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진술은 “선생인 ‘나’가 눈물을 흘리며 걸어 나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즉 “칠판에 쓰고 나가는데, 가을, 10월 아침이 흔들거린다.”라는 표현엔 무비즘의 표현 기법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으로 인해 한 학급의 담임선생과 학생이 서로에게 눈물(인정)을 느꼈음을 유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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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노란 티셔츠」와 「추억」, 「첫눈 내린 날」
이 세 편의 글은 내가 두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담임선생을 한 2002학년도에 발생한 실화를 시 형식으로 쓴 것이다. 「노란 티셔츠」에서 5연의 사건은 “「첫눈 내린 날」”에도 다루고 있다.
「노란 티셔츠」에는 우리 반 아이들이 우는 장면과 교사인 내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표현되었다. 나의 몸이 너무 허약해서 그런 건지 또는 내가 매를 들지 않는 선생이어서 그런 건지 우리 반 아이들은 담임의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여러 생각 끝에 나는 2연에서처럼 ‘스승의 날’에 학교에 가지 않았다. 또한 5연의 방법들을 택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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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오교정)_시집
노란 티셔츠
서영과 아련이 쉬는시간에 교무실까지 쫄쫄 따라다닌 봄,
교실 초록 게시판엔 위에 ‘동물농장’ 글자만 붙어 있다.
학생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자유로워야 한다.
남학생들 청소도 안 하면 나도 마음대로 하겠어.
광주에서 버스를 타고 내가 도착한 1시에
교문 앞에서 아이들이 비를 맞고 울었다.
스승의 날 행사가 끝나 학교가 파해서.
선생님, 우리들이 잘못했어요.
형님, 애들이 교실에 한 명도 없어요.
함께 천 원짜리 통일호로 통근하는 선생 재명이
여름 1교시가 진행되는데 교무실로 와 나를 부른다.
핸드폰들을 꺼놨다. 점심시간 되자 1반장이 나타난다.
방황하고 싶을 땐 해라 하셨잖아요? 모두 피시방 갔어요.
교실 컴퓨터를 켜자 보디빌더가 된 내가 뜬다.
꼬마, 날씬한 승철이가 합성했어요. 영심이가 밝힌다.
반단합대회를 몇 달째 해서, 저녁식사 하고 노래방 가고
찜질방 가서, 남자애들은 내가 깡말랐다는 걸 다 아는데.
살아간다는 건 사람과 무엇을 함께하고 싶어함일까?
요녀석! 꽃미남 승철이 미소한다. 파란 가을이다.
밴드가 꿈인 재윤과 두 명을 자율학습에서 빼주었다.
전날 여섯 명이 자율학습 안 하고 갔다고 부장이 말해서,
나=거지! 사람 슬프게 하지 마! 그냥 집에 가.
칠판에 쓰고 나가는데, 가을, 10월 아침이 흔들거린다.
착한 선생님, 선물이에요. 제일 작은 거죠. 노란 티셔츠.
다음날 2반장이 말하더니, 보라색 와이셔츠 위에 입자,
하루 네 명만 집에 갈게요. 한다.
약속 지키면 겨울 방학 하는 날 선물하겠다.
약속대로 만 원씩 31만 원, 2반장, 받으세요.
와! 통통한 승철이 청소 끝나고 팔뚝 근육을 뽐낸다.
남자애들이 교실 안 농구 골대에 볼을 넣으려 한다.
은자가 동목포역에서 마흔다섯 살 선생을 배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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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6 (대화 속 말이므로 ‘형님 애들’, ‘삼십일만 원’) <원작 원고 원본>
↛ 2020.05.14. 18:01. 박석준시집_시간의색깔은자신이지향하는빛깔로간다_내지(0514).pdf (대화 속 말을 ‘형님, 애들’, ‘31만 원’으로 편집자가 임의 오교정함)
= 오교정 시집_『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2020.05.25.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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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학년 1반 아이들과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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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 2학년 1반 봄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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