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시 200 목련꽃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90)
2020-03-25
박석준 /
<원작>
목련꽃
사람들이 찾아오긴 해도 말을 걸어오진 않았다.
어쩌다가 간혹 한두 사람이 말을 남기고 갔을 뿐.
내가 무서워서일까?
내가 힘없는 잎을 달고 있어서 그럴까!
사람들은 사람 생각, 일 생각을 주로 하면서
산책에 잠긴다.
그러다가 피곤해져 고개를 돌렸을 때
봄 나무들 속에
홀로 떨어져 하얗게 꽃을 피운 나무의 꽃을
아름답다고 한다. 잠시 후엔 애절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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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5 오후 3:28 <원작>
= 2021.10.25. 13:57.메. 산책로에서-1.hwp (원작 원본)
= 시집_『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2023.03.20.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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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20-03-25 광주시 푸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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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이 글이 수록된 시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의 첫 시인 「(서시) 시인의 말」엔 “꽃나무가 주는 자극보다는 나는/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에 더 짙은 마음을 쏟겠다.”라고 말했다. 「(서시) 시인의 말」은 이 시집의 전체를 대표하는 사상이 들어있는 시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목련꽃」이라는 시가 이 시집에 들어있다. 하지만 그 ‘서시’에는 “하지만 세상살이 사람살이에서/나는 비애일지라도/현장에서 사라질 때까지/섬세하고 신중하게 살아가겠다.”라는 표현도 있다. 이 두 가지를 잘 연결해보면 「목련꽃」은 꽃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하려는 시가 아니라, 사람인 “나(시인=박석준)”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꽃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주로 자기에게 필요한 사람 생각, 일 생각을 하는 존재이지만, 어쩌다가 만난 홀로 핀 꽃에서 생각을 일으키기도(그리하여 말을 하기도) 한다. ‘이 꽃은 아름답다.’, ‘이 꽃은 나에게 별 필요 없는 존재, 고독한 존재, 소외된 존재이다.’, ‘이 꽃은 애절하다, 그래서 싫다.’ 따위의.
‘꽃은 자신이 힘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라는 것을 꽃잎으로 말한다. 꽃잎으로 보여준다. 꽃잎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준다. 꽃잎이 떨어지는, 바람에 휘날리는 것은 꽃의 비애이다. 그렇지만 사람은 휘날리는 꽃잎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은 꽃잎을 달고 있는 꽃을 보고도 아름답다고 말하고 꽃잎이 떨어진 꽃을 보고도 아름답다고 한다. 이것이 꽃의 입장과 사람의 입장의 차이이다.
사람은 그것이 모순된 행위를 하고 있고 했다는 걸 알더라도 자기에게 별 영향을 주지 않는 일이라며 별로 마음을 쓰지 않는, (모순된 행위를 하는) 그것의 본질(본모습)을 파악하려(말하려) 하지 않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사람은 ‘어떤 대상에게 이중적인 판단을 하고 행위를 하는 사람’으로 인한 슬픔을 느끼는 존재임은 분명하다. 「목련꽃」은 이런 생각을 시 형식으로 형상화했다. 시인은 이 글에 의인법 등 몇 가지 기법을 사용하였다.
* 상징 :
(목련)꽃 → 고독하고 소외되고, 힘없는 사람/
(혹은) 잘 아는 사람에게서 말이 단절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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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 노트
나(박석준)는 2020-03-25일에 광주시 푸른마을 산책로에서 산책하다가 피곤해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집 앞에 하얗게 핀 목련꽃이 눈에 들어왔다. 찾아가서 보는데 생각이 일어나서 그대로 머리에 담아 집으로 돌아와서 곧 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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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교정 이본)
목련꽃
사람들이 찾아오긴 해도 말을 걸어오진 않았다.
어쩌다가 간혹 한두 사람이 말을 남기고 갔을 뿐.
내가 무서워서일까
내가 힘없는 잎을 달고 있어서 그럴까
사람들은 사람 생각, 일 생각을 주로 하면서
산책에 잠긴다.
그러다가 피곤해져 고개를 돌렸을 때
봄 나무들 속에
홀로 떨어져 하얗게 꽃을 피운 나무의 꽃을
아름답다고 한다
잠시 후엔 애절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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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5 <원작 원본>
↛ 『여기있다통일한반도: 민족작가』 03호(2021.12.31.) <원작 오교정 이본>
(빨간색 부분: 출판사 편집자가 임의 오교정하여 문장부호를 삭제하고 행갈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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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된 곳
박재학 - 카카오스토리
― https://story.kakao.com/_hF1DO7/jTJOnA6WB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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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내가 푸른마을 산책로에서 본, 집 앞의 목련꽃. 20210325_poorrain
이 시에 주인공인 목련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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