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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무비즘 (144), 실존주의 초현실주의 (9)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 ― 마음과 시공간의 잔상 5 / 박석준

나의 시 신시 182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 ― 마음과 시공간의 잔상 5

나의 무비즘 (144), 실존주의 초현실주의 (9)

2017-12-24

박석준 /

<개작2022-12-23 ↛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

― 마음과 시공간의 잔상 5

 

 

  크리스마스이브, 파산하여

  아내와 이미 헤어진 프로그래머, 후배 경준이

  백만 원을 전하려고 찾아간 나에게 세 든 낡은 방에서

  “돈 있는 놈이 내 걸 도용했어요.

  내 삶에서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인데.”

  하고 곧, 서울로 가겠다고 오후 5시경에 길을 떠났다.

 

  비 내리는 충장로 우체국 사거리에 우산들이 떠내려온다.

  시끄러운 스피커 소리, 마이크 소리, 사람 소리.

  “아저씨, 돈, 천 원짜리 있죠? 한 장만 넣어주세요.”

  소리, 짤랑짤랑 종소리, 구세군 자선냄비 든 청년이

  내 중절모와 목발 앞으로 달려왔다.

  채권자처럼 서 있다. 천원이 떠내려가고

  네온사인 광고가, 쇼윈도 불빛, 찬란한 돈이

  비 내리는 번화가 사거리에 빛 받는 트리들이 떠내려온다.

 

  오늘 내가 가난하고 허전하고 미혼이고 씁쓸해도.

  “하느님을 믿어야 이 낫죠. 이 사람 좀 보세요!” 소리,

  눈앞에 온 얼굴이, 동네 사는 노파가 왜? 여기서.

  “얼마나 가 많으면 몸이 이렇게 빼빼하고 얼굴에

  어두운 빛만 남았겠어요? 젊은데. 다 회개해야 합니다!”

  내가 아프다고 했는데 전도를 하다니, 왜?

  너무 비참한 모습이야! 불쌍하다! 말이 소용돌이쳤다.

  바로 건너편에 제과점이 보이는 우체국 앞 사거리에서

 

  사십대일 검정 털코트가 꽤 내 얼굴을 보더니

  “아빠는 스무 살 때 배우 제임스 딘처럼 살고 싶었지.

  말소리를 낸다. 산 케이크를 들고 걸어가는 소년과 함께

  즐거워하며 말을 뿌려대면서 거리에 걸어가는 화목!

  제과점에서 데이트하는 어린 청년과 아가씨 앞의 주스!

  시골보다 도시가 겨울 정경의 흔적을 인상 깊게 남긴다.

 

  우산과 사람들이 트리들을 지나는 비 내리는 거리에

  찬바람 속에 있는 이브내가 무얼 잃어버린 것 같다.

  죄가 많다고결혼을 하지 않아서일하지 않는데

  퇴직 연금돈은 나와서아프고가난하고믿지 않아서?

  살아온 육십 년이 거리에 흩날리는 폐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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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5 ∼ 2022-12-23 오후 12:42. 카페, 가난한 비, 거리에 움직이는 사람들, 무비이즘-선경-박석준-2022-12-17.hwp (천원/사십대) <개작 원본>

↛ (오교정천 원/사십 대)_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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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가상(2017-12-24. 광주시 충장로)

    ← 2017년 크리스마스 이브/성탄전야 24일 밤, 비가 오는 가운데 광주시 동구 충장로 2가 우체국 사거리 입구에 크리스마스이브를 즐기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학에 다닐 때 충장로 우체국 앞에서 만남을 많이 가져서 일명 ‘우다방’이라고 했다”며 “오랜만에 데이트하는 기분”

    출처 : 2017.12.24. 22:38. 천지일보(https://www.newscj.com

― https://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477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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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이 글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 ― 마음과 시공간의 잔상 5」는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의 삶의 양태와 자본주의적인 종교가 개인에게 시도한 간섭을 담아낸 작품이다. 구세군은 개인에게 성금을 강요할 권한을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그리고 “노파”는 길거리에서도 한 개인을 난처하게 하는 전도행위를 해야 할 권리나 권한이 있는지를 암시하고 있다.

  “노파”는 화자인 “나”가 한 말(아프다 → 병듦)을 기억해내어 “하느님”으로 연결하고 “나”의 빼빼한 외모를 “”라고 규정해버린다. 그리하여 “나”는 “노파”의 전도행위로 인해, “내가 아프다고 했는데 전도를 하다니, 왜?”라는 의문이 생겼지만, “너무 비참한 모습이야!”, “불쌍하다!” 한 사람들의 말이 뇌리에 소용돌이쳐 존재의 색깔이 흔들린다. 하지만 “나”는 “노파”에게 반발하거나 간섭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거리에 걸어가는 (가족의) 화목!’, ‘젊은 남녀의 사랑(주스)’을 보게 됨으로써 상실감을 느끼고 ‘나는 죄인인가?’라는 생각에 이른다. 가족으로 살기 위해 사람들이 한 인간적인 일(사랑, 결혼)을 부러워하며 그 일을 자신이 하지 못했던 것에 상심한다. 그러고는 떠오른 ‘너는 죄가 많다.’는 “노파” 말이 ‘미혼’, ‘일하지 않고 받는 돈’, ‘가난’, ‘교회에 다니지 않음’, ‘무상’으로 변주된다.

  미혼인 “나”는 가족의 사랑·화목에 대비된 상실감(‘일, 사랑, 반항, 화목’의 상실)과 자신(이 병들고 미혼인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일으킨다. 실존하고 싶은 멜랑콜리(←폐지 같다)에 젖는다. 한편 “시골보다 도시가 겨울 정경의 흔적을 인상 깊게 남긴다.”라는 표현으로 ‘현실사회의 현대성은 시골보다는 도시에서 선명하게 흘러간다.’라는 생각이 깔려있음을 알게 한다. 즉 ‘나는 죄인으로 살지라도 현대라는 시간을 제대로 살기 위해 도시에서 살고 싶다.’라는 게 “나”의 생각임을 알려준다. 대중 앞에서의 전도는 대체로 도시에서 이루어지는데, 도시에서의 전도 때문에 자신이 난처함에 이른 “나”는 왜 도시에서 살려고 하는 것일까? “나”는 매우 현대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나”가 실존을 모색하는 이 글은 무비즘과 다음에 예로 든 기법을 포함한 여러 기법을 사용하여 초현실주의적, 환상적인 상황과 분위기를 조성한다.

  ①시각적 이미지 문장 반복

    ‘-이 ∽ 떠내려간다.’ /‘-이 ∽ 떠내려간다.’

  ②오브제

    예술과 관련없는 물견, 또는 그 부분을 본래의 일상적 용도에서 떼어내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잠재한 욕망이나 환상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상징적 기능의 물체, 발견된 오브제, 환영 오브제, 몽상적 기능의 오브제, 존재적 오브제 등. 이 글에서 “우산”이 오브제에 해당한다.

  ⓷청각적 이미지+시각적 이미지 / 몽환적 이미지

    (우산들이 떠내려온다. 시끄러운 스피커 소리, 마이크 소리, 사람 소리. / 네온사인 광고가, 쇼윈도 불빛, 찬란한 돈이 ∼ 빛 받는 트리들이 떠내려온다.)

  ④활유법

    (소리, 짤랑짤랑 종소리∽내 앞으로 달려왔다.)

  ⓹초현실주의

    (찬바람 속에 있는 이브)

    이브1 : Eve. 구약 성서에 나오는 인류 최초의 여자

    이브2 : eve. 축제나 기념일 등의 전날 밤

    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Eve’를 가리킨 것이라면 이 글에 초현실주의 경향을 낳게 된다.

  이 글엔 아빠는 스무 살 때 배우 제임스 딘처럼 살고 싶었지.라고 표현하였다. 하지만 “제임스 딘”은 “어린 청년과 아가씨 앞의 주스”가 함축한 ‘젊은 시절의 순수한 사랑’을 연상하게 하는 존재이면서도, ‘완성되지 않은 혼란/미성숙/반항하거나 강인한 행동을 하면서도 고통스럽고 약한 내면/요절’을 대변한 존재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슬픈 내면을 지닌 반항아’를 대변한 존재이다. 그런데 이 “제임스 딘”이 화목을 털어내며 걷는 아빠의 입에서 언급됨으로써 ‘종교와 관련된 노파의 전도나 구세군이 하는 행동’과는 다른 것, 즉 ‘인생’을 떠올리게 한다. 인간의 실존을 생각하게 한다.

  이 글엔 사람의 움직임(떠내려가고 / 떠내려온다 / 짤랑짤랑 / 떠내려가고 / 떠내려가고 / 떠내려온다 / 소용돌이쳤다 / 뿌려대면서)을 따라 시간과 장소가 흘러가는 모습으로 진행하는 무비즘 기법이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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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밖 실화

  나(박석준)는 2002년 1월 28일에 꾼 꿈을, 깨자 곧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라는 제목을 단 글로 리얼하게 오후 11시 38분까지 (초고)로 옮겼다. 그리고 이것을 2002.01.29. 00:59에 카페 가난한 비에 올렸다.

  이 (초고)를 정리한 것에 17년 후(2019년)에 생각한 것(십칠 년 전 그날,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가 있었다.)을 마지막 행으로 추가하여 구성한 글이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원작>이다. 하지만 2022.10.25.일에 (초고)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여 변형하는 작업으로 같은 제목의 글을 더 창작했다. 이 글은 제목을 부제를 더하여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 ― 마음과 시공간의 잔상 5」라고 정했다.

  다음은 (초고)를 쓴 직후에 흐른 생각을 적은 것이다. 당시 내가 어떻게 해야 ‘실존’할 수 있는가를 담은.

 

  산다는 것이 왜 이렇게 팍팍하냐. 나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

  고독한(몹시 씁쓸하고 독한) 하루하루를 이어가며

  나는 ‘나’ 혹은 무언가를 미친 듯이 생각해 본다.

  그러나 다만 내 주변엔

  아직 1월 30일이 있을 뿐이다.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날인 것처럼-----.

                -- 2002.1.30. 8:5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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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삼성은 세계 최초의 TV폰을 출시했다.

  한국통신공사(현 KT) 자회사였던 한국이동통신은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8년 7월 1일 국내 처음으로 벽돌만 한 기계를 들고 다니면서 집 밖에서 전화 통화를 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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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교정 : 천 원) 시집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

― 마음과 시공간의 잔상 5

 

 

  크리스마스이브, 파산하여

  아내와 이미 헤어진 프로그래머, 후배 경준이

  백만 원을 전하려고 찾아간 나에게 세 든 낡은 방에서

  “돈 있는 놈이 내 걸 도용했어요.

  내 삶에서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인데.”

  하고 곧, 서울로 가겠다고 오후 5시경에 길을 떠났다.

 

  비 내리는 충장로 우체국 사거리에 우산들이 떠내려온다.

  시끄러운 스피커 소리, 마이크 소리, 사람 소리.

  “아저씨, 돈, 천 원짜리 있죠? 한 장만 넣어주세요.”

  소리, 짤랑짤랑 종소리, 구세군 자선냄비 든 청년이

  내 중절모와 목발 앞으로 달려왔다.

  채권자처럼 서 있다. 천 원이 떠내려가고

  네온사인 광고가, 쇼윈도 불빛, 찬란한 돈이

  비 내리는 번화가 사거리에 빛 받는 트리들이 떠내려온다.

 

  오늘 내가 가난하고 허전하고 미혼이고 씁쓸해도.

  “하느님을 믿어야 병이 낫죠. 이 사람 좀 보세요!” 소리,

  눈앞에 온 얼굴이, 동네 사는 노파가 왜? 여기서.

  “얼마나 죄가 많으면 몸이 이렇게 빼빼하고 얼굴에

  어두운 빛만 남았겠어요? 젊은데. 다 회개해야 합니다!”

  내가 아프다고 했는데 전도를 하다니, 왜?

  너무 비참한 모습이야! 불쌍하다! 말이 소용돌이쳤다.

  바로 건너편에 제과점이 보이는 우체국 앞 사거리에서

 

  사십 대일 검정 털코트가 꽤 내 얼굴을 보더니

  “아빠는 스무 살 때 배우 제임스 딘처럼 살고 싶었지.”

  말소리를 낸다. 산 케이크를 들고 걸어가는 소년과 함께

  즐거워하며 말을 뿌려대면서 거리에 걸어가는 화목!

  제과점에서 데이트하는 어린 청년과 아가씨 앞의 주스!

  시골보다 도시가 겨울 정경의 흔적을 인상 깊게 남긴다.

 

  우산과 사람들이 트리들을 지나는 비 내리는 거리에

  찬바람 속에 있는 이브, 내가 무얼 잃어버린 것 같다.

  죄가 많다고? 결혼을 하지 않아서? 일하지 않는데

  퇴직 연금, 돈은 나와서? 아프고, 가난하고, 믿지 않아서?

  살아온 육십 년이 거리에 흩날리는 폐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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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06. 16:29. 박석준 시집_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_내지(0106).pdf (지폐 이름이 ‘천원’인데 편집자가 임의 오교정천 원/사십 대)

시집_『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2023.03.20.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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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22-10-25 ∼ 2022-12-14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

― 마음과 시공간의 잔상 5

 

 

  크리스마스이브, 파산하여

  아내와 이미 헤어진 프로그래머, 후배 경준이

  백만 원을 전하려고 찾아간 나에게 세 든 낡은 방에서

  “돈 있는 놈이 내 걸 도용했어요.

  내 삶에서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인데.”

  하고 곧, 서울로 가겠다고 오후 5시경에 길을 떠났다.

 

  비 내리는 충장로 우체국 사거리에 우산들이 떠내려온다.

  시끄러운 스피커 소리, 마이크 소리, 사람 소리.

  “아저씨, 돈, 천 원짜리 있죠? 한 장만 넣어주세요.”

  소리, 짤랑짤랑 종소리, 구세군 자선냄비 든 청년이

  내 중절모와 목발 앞으로 달려왔다.

  채권자처럼 서 있다. 천원이 떠내려가고

  네온사인 광고가, 쇼윈도 불빛, 찬란한 돈이

  비 내리는 번화가 사거리에 빛 받는 트리들이 떠내려온다.

 

  오늘 내가 가난하고 허전하고 미혼이고 씁쓸해도.

  “하느님을 믿어야 병이 낫죠. 이 사람 좀 보세요!” 소리,

  눈앞에 온 얼굴이, 동네 사는 노파가 왜? 여기서.

  “얼마나 죄가 많으면 몸이 이렇게 빼빼하고 얼굴에

  어두운 빛만 남았겠어요? 젊은데. 다 회개해야 합니다!”

  내가 아프다고 했는데 전도를 하다니?

  너무 비참한 모습이야! 불쌍하다! 말을 흩뿌려댔다.

  바로 건너편에 제과점이 보이는 우체국 앞 사거리에서

 

  사십대일 검정 털코트가 꽤 내 얼굴을 보더니

  “아빠는 스무 살 때 배우 제임스 딘처럼 살고 싶었지.”

  말소리를 낸다. 산 케이크를 들고 걸어가는 소년과 함께

  즐거워하며 말을 뿌려대면서 거리에 걸어가는 화목!

  제과점에서 데이트하는 어린 청년과 아가씨 앞의 스!

  시골보다 도시가 겨울 정경의 흔적을 인상 깊게 남긴다.

 

  우산과 사람들이 트리들을 지나는 비 내리는 거리에

  찬바람 속에 있는 이브내가 무얼 잃어버린 것 같다.

  죄가 많다고? 결혼을 하지 않아서?

  퇴직 연금, 돈은 나오는데, 아프고, 가난하,

  살아온 육십 년이 거리에 흩날리는 폐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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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5 ∼ 2022-12-14 오후 07:25. 카페, 가난한 비, 거리에 움직이는 사람들, 무비이즘-선경-박석준-2022-12-14.hwp (초고)

(파란색 부분: 멋있는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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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2022-10-25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

 

 

  성탄절, 파산하여

  아내와 이미 헤어진 프로그래머, 후배 인호가

  백만 원을 전하려고 찾아간 나에게 세 든 낡은 방에서

  “돈 있는 놈이 내 걸 도용했어요.

  내 삶에서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인데.”

  하고 곧, 서울로 가겠다고 오후 4시경에 길을 떠났다.

  나는 미혼이고 가난하고 허전하다.

  걸어서 번화가 충장로로 갈까?

  번화가에 사람들이 우글거리며 떠내려가고 있다.

  시끄러운 스피커 소리, 마이크 소리, 사람 소리.

  쇼윈도 불빛광고하는 네온사인찬란한 돈이

  석양에 떠내려가고 있다.

  우글거리는 길이 다 끝나는 곳거기에서

  “아저씨, 돈, 천 원짜리 한 장만 넣고 가세요.”

  소리, 짤랑짤랑 종소리, 구세군 자선냄비 든 청년이

  내 앞으로 달려왔다.

  채권자처럼 서 있다.

  “저 아시쬬?” 소리가 들린다.

  눈앞에 온 얼굴이 동네 사는 노인 그 여자다. 그런데

  “얼마나 죄가 많으면 몸이 이렇게 말라버리고 얼굴에

  어두운 빛만 남았겠습니까? 젊은데. 다 회개해야 합니다!”

  라고 전도를 하는 말이…….

  떠내려가는 물의 한 소용돌이에 닿은 듯

  사람들이 그와 나를 둘러싸고,

  안타깝네요, 불쌍해요, 말이 나에게 흩뿌려졌다.

  내가 아프다고 했는데, 왜 여기까지 와서, 죄?

  흐르는 안개길 속으로 가는 것 같다. 나는

  가는 길이 인생길이어서, 차도와 만나는 길목에 와서

  내가 방향을 망설이며 길에 정지해 있음을 의식했다.

  제과점에서 데이트하는 어린 청년과 아가씨 앞의 쥬스,

  제과점에서 산 케이크를 들고 걸어가는 소년에게

  검정 털코트 사십대쯤의 중년 아빠가 함께 즐거워하며

  “아빠는 스무 살 때 배우 제임스 딘처럼 살고 싶었지.”

  말을 뿌려대면서 거리에 걸어가는 화목!

  흰 눈이 내렸거나 내리는 거리에.

  찬바람 속에 다만 내가 무얼 잃어버린 것 같다.

  돈, 퇴직 연금은 나오지만. 죄? 일이 없고, 돈?

  내가 살아온 육십일 년이 거리에 흩날리는 폐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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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5. 14:01.내메. 카페, 가난한 비, 거리에 움직이는 사람들, 무비이즘-선경-박석준-2022-09-13.hwp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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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초고--2002. 1. 28. 11:38 pm.

1-2.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

 

 

  ― 2002년 1월이 저무는 1주일 가량을 꿈 속에 과거의 인물들이 지나갔다. 우(주)석민, 정(?)재욱, 그리고 그보다 먼저 지나간 인호와 진수.

  ― 내 삶이 과거였다! 프랑스 노래인 샹송을 잘 부르는 인호는 폐허가 된 민가, 철거당해 폐가가 되어 버린 자기 집 앞에서 절규에 가깝게 샹송을 부르고는 "이렇게는 살 수 없어. 살아가고 싶어! 살 수만 있다면, 싸움이라도 해서!" 외침 뒤에 눈물을 쏟아낼 것만 같은 몸짓을 남겼다. 그는 앉아서 노래를 불렀고 절규를 하게 되었던 폐허가 되어 남은 나뭇더미 앞에서 일어서더니 다시 길을 떠났다. 나는 성당에라도 가서 울고 싶었다. 나도 절규하고 싶었다. 노래방 같은 데가 아닌 데서.

  ― 그 울먹이는 삶의 목소리만을 가지고 와 버린 나는 어디론가 갈 데도 없이 그저 걸음을 뿌려야 했다. 시장통에 문득 와 있었을 때엔, 연초 주말이라 우글거리는 사람들, 그 속에서 나를 발견했던지 진수가 곁에 와 있었고 잠시 뒤에는 자기 집으로 같이 가자고 했다. 정처 없는 나는 그저 아우 사람이라도 따라 함께 가고 싶었는데, 거리에 우글거리는 사람들, 얼굴조차 제대로 알아볼 길 없이 가고만 있는 사람들을 보자 서글퍼졌다. 사람들은 오늘도 무엇 때문에 거리로 쏟아져 나왔을까? 아무 즐거움의 것들을 소유하고 있지 못한 나……-!

  __ 이렇듯 우글거리는 사람 행렬 속에서 누군가를 따라가면서도 주제도 모르고 나는 상념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때 한 사람이 나를 알아보았다. 나에겐 이미 잊혀져 있던,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사람이 어느덧 가까이 와 있었는데, 그는 나에게 자기하고 같이 가자고 속삭였다. 진수와의 동행 역시 우연이었지만 현재까지 알고 지내는 진수를 버릴 수 없어, “동행하는 사람이 있어서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는데, ……?”라고 답하게 되었다. 그렇게 스쳐간 대화는 그야말로 잠깐이었다. 주(우) 석민인지 정(?)재욱이었는지 그들도 아닌 또 다른 사람인지 확인도 못한 채로. 상대방은 “그럼……”이라고 남기고는 앞 교차로 쪽으로, 사람들 속으로 떠내려갔다. 그러고는 내가 고개를 돌렸을 때, 그 자리, 그 거리에 진수는 없었다. 그는 나를 찾다 어디로 밀려갔을까? 알 수 없음과 죄스러움, 엇갈림의 감정이 흘러가나 그의 종적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묘연해지고, 나는 다시 원래대로 혼자가 되어 버렸다. 그저 길을 아무렇게나 걸어 이 모르는 사람들의 인파를 벗어나고만 싶었다. 무슨 놈의 여행이 이렇게 복잡하고 꿈만 같은지!

  ― 한숨에 섞어 잠시의 실수로 사람을 잃어버린 자신을 다시 저주하면서 그저 내려가고만 있었다. 그 시장통 같은 우글거리는 길이 다 끝나는 곳, 거기에서 흰 수염 달린 노인네가 나를 아는 체를 하여 그 얼굴을 살피면서 반응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마침 바로 옆에 자리한 자그마한 광장 같은 데로 나를 이끌더니,

  ― “저 사람을 보십시오! 얼마나 죄가 많으면 몸이 저렇게 말라버리고 얼굴에 어두운 빛만 남았겠습니까? 저 아직은 젊은 사람을 보세요. 다 회개해야 합니다. 회개합시다!”

라고 전도를 하는 것이었다. (이하 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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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2002. 1. 28. 11:38 pm. (초고)

2002.01.29 00:59. 카페 가난한 비_1-2.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 (초고 원본)

→ https://cafe.daum.net/poorrain/4Ps/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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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비 내리는 충장로. 구세군. 2017.12.24 23:08

    비 내리는 충장로. 구세군. 2017.12.24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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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충장로. 201712240455635

    비 내리는 충장로. 201712240455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