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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무비즘 (145), 실존주의 초현실주의 (10)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_(광고문학) / 박석준

나의 신시 184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_(광고문학)

나의 무비즘 (145), 실존주의 초현실주의 (10)

2019-01-27 (일) / 2002-01-27 (일)

박석준 /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

 

 

  1월의 마지막 휴일,

  아내와 이미 헤어진 프로그래머, 후배 민석

  백만 원을 전하려고 찾아간 나에게 낡은 집 낡은 방에서

  “돈 있는 놈이 내 걸 도용했어요. 살고 싶어요!”

  하고 곧, 서울로 가겠다고 오후 4시경에 길을 떠났다.

  나는 뇌리에 ‘폐허로 남은 집*’이 흘렀다.

  흐르는 우울함이 싫었다. 걷다가 번화가가 떠올랐다.

  우글거리며 가고만 있는 사람들. 사람들은 왜 번화가를 걸을까?

  내 어깨를 두드리는 소리. 석주가? “카페로 가요.”

  그러고선 곧 나를 부르는 소리. 흔드는 손,

  다가와, 주선이라고 밝히고는 동행하자고 속삭였다.

  이 사람은 누굴까? “동행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럼…….” 말 건 사람이 사람들 틈으로 떠내려간다.

  두리번거려도 보이지 않았다. 4년 만에 만났는데,

  건설현장 노가다한다던, 제자인, 서른세 살일 석주가.

  그러나 차도와 만나는 길목에 와서

  내가 방향을 망설이며 길에 정지해 있음을 의식했다.

  건물로 들어가 케이크를 사 들고 나오는 학생들,

  검정 털코트 사십대쯤의 남자와 함께 즐거워하며

  거리에 말을 뿌려대면서 걸어가는 가족!

  석양과 찬바람, 내렸거나 내리는 흰 눈. 다 아름답다.

  다만 내가 무얼 잃어버린 것 같다. 돈은 벌지만,

  내가 살아온 사십오 년이 거리에 흩날리는 폐지 같다.

  제과점 쇼윈도에서 비켜나 서 있는 나에게 그자가

  다시 다가왔다. “우리 집으로 가자.” 목소리가 간절하다.

  고급스런 주택들. 딸이 첫 방으로 들어가고

  그자와 나는 두 번째 방으로 들어갔다.

  이자는 앉은뱅이책상 위 노트북을 움직인다.

  나는 너무 큰 유리창을 단 방 책장에 기대어 생각하는데.

  그자가 한참 후에 눈길을 건네서, “나 가야겠소.” 했다.

  “가지 마. 조금만 기다려 줘.”

  나는 혼자 남은 방에서 어둠이 밤이 되는 것을 보았다.

  ‘조금만’이 너무 길다고 생각해 밤으로 들어갔다.

  사람 소리가 났으나, 대문을 열려 했다.

  “가지 마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어.

  그자를 따라가 집 뒤편에서 본, 외등 불빛에 비친 얼굴.

  얼굴이 그자도 기억나게 했다. 그자와 친한 사람.

  고향에서 과수원 할 테니 찾아오라 했을 뿐

  연락처를 주지 않고 2년 전에 퇴직한, 쉰 살일 사람.

  “선민이오, 번화가에서 주선이 곁에서 인사드렸는데.”

  “못 봤어요. 그런데 무슨 일로?” 말을 받지 않는다.

  “그냥 갈렵니다, 제게 이제 사연이 없어서요.” 해도….

  “벌써 가려고?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불빛에 반짝이는 눈물을 보게 되었다. 다시 뒤편에 온,

  ‘조금만’으로 중재한 사람에게 이메일 주소를 적어줬다.

 

  십칠 년 전 그날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가 있었다.

 

 

  * 폐허로 남은 집 : 미셸 델페시가 부른 샹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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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원작>

2021.01.02. 19:27.메.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hwp (원작 원본)

= 『광고문학』 제9호/2021호(2021.01.25. 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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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꿈)

    가상: 2019-01-27 (일). 광주시 충장로 /

             2002-01-27 (일). 광주시 충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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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관적 해석

  이 글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엔 “돈 있는 놈이 내 걸 도용했어요. 살고 싶어요!”, “서울로 가겠다고 … 떠났다.”라는 세 문장에 장치가 숨겨져 있다. 장치란 ‘돈과, 돈 있는 놈이 서울에 있으니, 살려면 돈이 있어야 하니, 서울로 가야 한다.’라는 암시와, ‘돈과 돈 있는 사람이 서울에 집중된 수도권 공화국이 되어버린 한국 자본주의 사회는 문제가 있다.’라는 현실 비판한 입장이다.

  돈을 벌려고 일을 하려고 서울로 간 “후배”(민석)로 인해 흐르는 우울함을 없애려고 “나”는 번화가로 갔다. 번화가에선 우연한 일이 두 번이나 일어났다. ― 우연히 “나”를 발견한 “석주”(제자)가 카페로 가자고 말을 꺼냈는데, 이내 “나”를 부르고 사람(“주선”)이 나타나 동행하자는 말을 건넸다. 그러나 그런 매우 짧은 시간이 지나간 사이에 “제자”가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후배”에게 일어난 일과 “나”에게 일어난 일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에겐 뜻밖의 일이 생긴 것이다. 이것은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예상할 수 없다.’라는 진실을 알려준다.

  이렇게 “나”가 세 사람을 만난 이 글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는 시상의 전개과정에서 초현실주의 경향이 흘러간다. 초현실주의 경향은 “제과점 쇼윈도에서 비켜나 서 있는 나에게 그자가/다시 다가왔다.”에서 그 색깔이 선명해진다. 앞쪽에서 다가와서 “그럼…….”(가던 방향으로 가세요. 저도 가던 방향으로 가겠습니다.)이라고 말하고 헤어져 반대방향으로 간 사람이, 그 우글거리는 인파에서 어떻게 갔는지 “나”에게 다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한데 “주선”이라고 하는 이 사람은 “나”를 자기 집으로 데려왔지만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는 다만 남이 욕망을 실현할 수 있도록 중개(주선 : 일이 잘되도록 중간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두루 힘을 씀)했을 뿐이다. 하지만 “나”를 만나려고 중개를 부탁한 사람은, 주선의 결과 자신이 원하는 사람인 “나”를 만났지만 “나”에게 만나려는 이유를 말하지 못했다.(말하지 않았다.), 인간관계에 매우 비합리적인 생각을 지녔을 뿐이다. 이것은 현대 사회의 불확실성을 알게끔 유도하는 장치이다.

  “십칠 년 전 그날,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가 있었다.” 이것은 “나”의 삶 속에서 그 세 사람이 그 17년 동안에도 살아갔다는 것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이 글은 세상 인간관계에 다음 다섯 가지 유형의 만남이 벌어짐을 알려준다. → ①내가 찾아가서 만났으나 자기 말만 남기고 길을 떠난(“나”를 떠난) 사람, ⓶만나서 남의 말을 실현해주려는(실현해 준) 사람, ⓷원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고 만났지만 만나야 할 특별한 이유를 지니지 못한 사람, 그리고 ④우연히 ‘한 사람’을 발견했고 알지 못한 사이에 그 ‘한 사람’을 떠난 사람, ⓹어떤 사람과의 마지막 만남을 기억할 뿐인 사람.

  그리고 서로 관계가 없는 사람을 포함하여 ‘네 사람’이 ‘나’에게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기도 하면서 ‘나’의 인생은 구성되어 흘러간다, 는 것을 알게 한다. 이것은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그 순서(민석-석주-주선-선민 → 민석)에서 암시되어 있다.

  한데 ‘중재한 사람’이라고 표현하였으나 중재 대상인 두 사람을 이 글에서 발견할 수 없다. ‘중재’할 일이 없으므로. 다만 사정을 모르는 “주선”이 중재해야 한다고 판단하여 주선(중개)했을 뿐이다. 이 글에 사용한 기법은 사람의 움직임(뇌리에 ‘폐허로 남은 집’이 흘렀다. / 두드리는 / 떠내려간다 / 뿌려대면서)을 따라 시간과 공간이 흘러가는 모습으로 진행하는 무비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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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밖 실화

  나는 2002년 1월 28일에 꾼 꿈을, 깨자 곧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라는 제목을 단 글로 리얼하게 오후 11시 38분까지 (초고)로 옮겼다. 그리고 이것을 2002.01.29. 00:59에 카페 가난한 비에 올렸다.

  이 (초고)를 정리한 것에 17년 후(2019년)에 생각한 것(십칠 년 전 그날,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가 있었다.)을 마지막 행으로 추가하여 구성한 글이 이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이다. 하지만 2022.10.25.일에 (초고)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여 변형하는 작업으로 같은 제목의 글을 더 창작했다. 이 글은 제목을 부제를 더하여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 ― 마음과 시공간의 잔상 5」라고 정했다.

  다음은 (초고)를 쓴 직후에 흐른 생각을 적은 것이다. 당시 내가 어떻게 해야 ‘실존’할 수 있는가를 담은.

 

      산다는 것이 왜 이렇게 팍팍하냐. 나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

      고독한(몹시 씁쓸하고 독한) 하루하루를 이어가며

      나는 ’ 혹은 무언가를 미친 듯이 생각해 본다.

      그러나 다만 내 주변엔

      아직 1월 30일이 있을 뿐이다.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날인 것처럼-----.

-- 2002.1.30. 8:5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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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초고--2002. 1. 28. 11:38 pm.

1-2.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

 

 

  ― 2002년 1월이 저무는 1주일 가량을 꿈 속에 과거의 인물들이 지나갔다. 우(주)석민, 정(?)재욱, 그리고 그보다 먼저 지나간 인호와 진수.

  ― 내 삶이 과거였다! 프랑스 노래인 샹송을 잘 부르는 인호는 폐허가 된 민가, 철거당해 폐가가 되어 버린 자기 집 앞에서 절규에 가깝게 샹송을 부르고는 "이렇게는 살 수 없어. 살아가고 싶어! 살 수만 있다면, 싸움이라도 해서!" 외침 뒤에 눈물을 쏟아낼 것만 같은 몸짓을 남겼다. 그는 앉아서 노래를 불렀고 절규를 하게 되었던 폐허가 되어 남은 나뭇더미 앞에서 일어서더니 다시 길을 떠났다. 나는 성당에라도 가서 울고 싶었다. 나도 절규하고 싶었다. 노래방 같은 데가 아닌 데서.

  ― 그 울먹이는 삶의 목소리만을 가지고 와 버린 나는 어디론가 갈 데도 없이 그저 걸음을 뿌려야 했다. 시장통에 문득 와 있었을 때엔, 연초 주말이라 우글거리는 사람들, 그 속에서 나를 발견했던지 진수가 곁에 와 있었고 잠시 뒤에는 자기 집으로 같이 가자고 했다. 정처 없는 나는 그저 아우 사람이라도 따라 함께 가고 싶었는데, 거리에 우글거리는 사람들, 얼굴조차 제대로 알아볼 길 없이 가고만 있는 사람들을 보자 서글퍼졌다. 사람들은 오늘도 무엇 때문에 거리로 쏟아져 나왔을까? 아무 즐거움의 것들을 소유하고 있지 못한 나……-!

  __ 이렇듯 우글거리는 사람 행렬 속에서 누군가를 따라가면서도 주제도 모르고 나는 상념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때 한 사람이 나를 알아보았다. 나에겐 이미 잊혀져 있던,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사람이 어느덧 가까이 와 있었는데, 그는 나에게 자기하고 같이 가자고 속삭였다. 진수와의 동행 역시 우연이었지만 현재까지 알고 지내는 진수를 버릴 수 없어, “동행하는 사람이 있어서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는데, ……?”라고 답하게 되었다. 그렇게 스쳐간 대화는 그야말로 잠깐이었다. 주(우) 석민인지 정(?)재욱이었는지 그들도 아닌 또 다른 사람인지 확인도 못한 채로. 상대방은 “그럼……”이라고 남기고는 앞 교차로 쪽으로, 사람들 속으로 떠내려갔다. 그러고는 내가 고개를 돌렸을 때, 그 자리, 그 거리에 진수는 없었다. 그는 나를 찾다 어디로 밀려갔을까? 알 수 없음과 죄스러움, 엇갈림의 감정이 흘러가나 그의 종적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묘연해지고, 나는 다시 원래대로 혼자가 되어 버렸다. 그저 길을 아무렇게나 걸어 이 모르는 사람들의 인파를 벗어나고만 싶었다. 무슨 놈의 여행이 이렇게 복잡하고 꿈만 같은지!

  ― 한숨에 섞어 잠시의 실수로 사람을 잃어버린 자신을 다시 저주하면서 그저 내려가고만 있었다. 그 시장통 같은 우글거리는 길이 다 끝나는 곳, 거기에서 흰 수염 달린 노인네가 나를 아는 체를 하여 그 얼굴을 살피면서 반응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마침 바로 옆에 자리한 자그마한 광장 같은 데로 나를 이끌더니,

  ― “저 사람을 보십시오! 얼마나 죄가 많으면 몸이 저렇게 말라버리고 얼굴에 어두운 빛만 남았겠습니까? 저 아직은 젊은 사람을 보세요. 다 회개해야 합니다. 회개합시다!”

  라고 전도를 하는 것이었다. (이하 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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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2002. 1. 28. 11:38 pm. (초고)

2002.01.29 00:59. 카페 가난한 비_1-2. 네 사람과 없어져버린 나 (초고 원본)

→ https://cafe.daum.net/poorrain/4Ps/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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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광주시 눈 내리는 충장로. 2022년 12월 26일(월)

  광주시 눈 내리는 충장로. 2022년 12월 26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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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광주 동구 충장로_2020-02-16

  눈 내리는 광주 동구 충장로_202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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