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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무비즘 (125), 실존주의 모더니즘 (66) 비와 돈과 길 / 박석준

나의 신시 155 비와 돈과 길

나의 무비즘 (125), 실존주의 모더니즘 (66)

2015-07-14

박석준 /

(원작 교정) (거문도 탐방, 다라)

비와 돈과 길

 

 

  비가 오는군요.

  어머니는 비 오는 소리를 듣고

  우산 없이 출근한 서른 살

  선생을 또 생각했을 텐데.

 

  비가 오는군요.

  비가 조금씩 떨어지는 그제 저녁

  30분에 술 한잔할 친구가 온다며

  피아노 학원에 들러 한 20분 연습한 쉰여섯 후배 선생 떠오르게.

  십 년 전쯤 스무 살 아이 빗속에서 길을 묻던 장면 떠오르게.*

 

  허나 7월인 지금이 장마 속이라 해도 비는 또 가겠지요.

  10일 낮에 축령산 휴양림 치유의 숲에 놀러갈 사람들은 상관없겠지만.

  8월 8일에 거문도를 탐방할 그 선생,

  백합죽 점심을 비가 오는 낮에 먹고는

  유럽 가고 싶어, 먹고 싶어 호밀빵 하고서

  8월 휴가철에 동남아 1주일 여행 가기로 한 30대들보다 먼저.

 

  이젠 비가 개어서 푸른마을 진입로에서 우산을 접습니다.

  상점들 앞 인도에 다닥다닥 붙어 쪼그려 앉아 있는 노파들은

  다라에들 담긴 채소, 채소 같은 것, 반찬류에 손이 가 다듬거나 합니다.

  유니버시아드 한다고 단속하는지 바로 아래

  운암동 큰길 가 반찬 파는 노파라든가 노점들은 며칠째 보이지 않는데.

 

  산다는 것, 어디론가 가서 먹는다는 것인가 봅니다.

  여행 가서 먹는다는 것 쓸 돈이 있어야 하는 것

  쓰려고 일자릴 찾아서 버는 것…….

  쪼그려 앉아서도 돈을 번다면

  산다는 게 그런 거지 규정도 하면서 나는 저물 무렵의 길을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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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4 (거문도 탐방, 다 ) <원작>

=→ 2016.11.09. 17:41. 박석준 시집 본문.pdf (거문도 탐방, 다라) <원작 교정>

= 시집_『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2016.12.02. 문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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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거문도 탐방/다에들)

비와 돈과 길

 

 

  비가 오는군요.

  어머니는 비오는 소리를 듣고

  우산 없이 출근한 서른살

  선생을 또 생각했을 텐데.

 

  비가 오는군요.

  비가 조금씩 떨어지는 그제 저녁

  30분에 술한잔할 친구가 온다며

  피아노 학원에 들러 한 20분 연습한 쉰여섯 후배선생 떠오르게.

  십년 전쯤 스무살 아이 빗속에서 길을 묻던 장면 떠오르게.

 

  허나 7월인 지금이 장마 속이라 해도 비는 또 가겠지요.

  10일 낮에 축령산 휴양림 치유의 숲에 놀러갈 사람들은 상관없겠지만.

  8월 8일에 거문도 탐방 그 선생,

  백합죽 점심을 비가 오는 낮에 먹고는

  유럽 가고 싶어, 먹고 싶어 호밀빵 하고서

  8월 휴가철에 동남아 1주일 여행가기로 한 30대들보다 먼저.

 

  이젠 비가 개어서 푸른마을 진입로에서 우산을 접습니다.

  상점들 앞 인도에 다닥다닥 붙어 쪼그려앉아 있는 노파들은

  다에들 담긴 채소, 채소 같은 것, 반찬류에 손이 가 다듬거나 합니다.

  유니버시아드 한다고 단속하는지 바로 아래

  운암동 큰길 가 반찬 파는 노파라든가 노점들은 며칠째 보이지 않는데.

 

  산다는 것, 어디론가 가서 먹는다는 것인가 봅니다.

  여행가서 먹는다는 것 쓸 돈이 있어야 하는 것

  쓰려고 일자릴 찾아서 버는 것…….

  쪼그려 앉아서도 돈을 번다면

  산다는 게 그런 거지 규정도 하면서 나는 저물 무렵의 길을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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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4. 12:37. 카페 가난한 비_문병란 시인 (선생님)께 (오타: 거문도 탐방, 탈자: 다 ) (비오는/서른살/술한잔할/후배선생/십년/스무살/거문도 탐방/여행가기로/쪼그려앉아/다에들/여행가서) <원작 원본>

 https://cafe.daum.net/poorrain/FB7E/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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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1987.07. (1연, 광주에서 목포로 출퇴근한 30살 시절 회상)

    2015-07-12. (2연: 광주시)

    2015-07-14. (3연: 광주시)

    2015-07-14. (4연/5연: 광주시 푸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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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최신작, 「비와 돈과 길」. 윤동주 시인의 일제말기, 자아연민과 자아증오가 교차하는 그 자의식의 반추처럼 속화된 돈세상 맘모니즘의 검은 물결 속에서 더불어 흥청거리지 못하는 석준 시인의 고뇌가 찔끔거리는 7월의 우기와 버무러져 그런대로 맛갈나는 서정의 진미가 특석요리만큼이나 새콤한 모더니티가 있습니다. 小心 操心(소심 조심). 내성적인 우리네 시인들은 이 무자비한 허위의 시대엔 위축되고 병들 수밖에 없습니다. 비가 오는 날 술을 마시는 것, 휴가에 후진국가의 여름을 찾아 여행가는 것 모두 인생의 無常(무상)을 죽이기엔 안성맞춤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측백나무 숲 향기로운 휴양지에 가서 새로운 투쟁의 길을 모색하는 전교조의 길 마오가니 탁자 위에 놓인 막걸리 잔에서 자신들의 쓸쓸한 자화상을 안고 귀로에 오르는 헛헛한 모습도 낡은 서정시의 운치처럼 괜찮습니다.

--- 2015-7-21. 문병란

= 2015.08.15. 00:21 카페 가난한 비_2015-07-21

 https://cafe.daum.net/poorrain/FB7E/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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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한국 자본주의 사회와 비 오는 날 노점상

  한국은 돈에 여유가 있어야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이고 비 오는 날에도 가난한 노점상은 길에서 장사를 해야 먹고살아갈 수 있다.

  이 글은 나(박석준)의 삶에서 2015년(58살 때)에 실제로 펼쳐진 몇 가지 일들과 사정을 무비즘 기법을 사용하여 시 형식(5연 구성)으로 옮긴 것이다. 나는 1연에서 “비가 오는군요.”라는 상황 인식에 이어 30살 때(1987년) 비 오는 날을 떠올리면서 어머니와 관련한 생각으로 젖어든다. ― 1연의 이 내용을 (2015년) 7월인 오늘 아침에 어머니가 해준 일을 떠올린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십 년 전쯤 스무 살 아이 빗속에서 길을 묻던 장면 떠오르게.”라는 표현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전교조 영광분회 모임에서 백합죽 점심식사를 한 것이라든가 후배 선생을 만난 일, 축령산 휴양림에 간 일 등이 흘러간 며칠 후에 이것들과 가난한 나의 처지를 말하는 내용을 섞어 문병란 시인께 편지로 보냈다. 당시 나는 전교조에서 위치(전교조 운동에서의 존재 가치)를 거의 잃어버린 사람이었다.

  나는 한국 사회가 어느덧 돈 많이 흘러가는 신자본주의 사회가 되었으며,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휴가철에 해외여행 등 여행을 즐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비해 돈 없는 사람은 휴가철이어도 쪼그려 앉아서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 “상점들 앞 인도에 다닥다닥 붙어 쪼그려 앉아 있는 노파들은/다라에들 담긴 채소, 채소 같은 것, 반찬류에 손이 가 다듬거나 합니다.” 한데 이렇게라도 살아가려는 가난한 사람에게 “유니버시아드 한다고 단속하는지 바로 아래/운암동 큰길 가 반찬 파는 노파라든가 노점들은 며칠째 보이지 않는”다.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이 한국 신자본주의 사회에 있는데, 어느 부류에 속해 있든 어떻게 살아가는 사람이 실존하는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려고 나는 이 글을 구상한 것이다.

 

  * 십 년 전쯤 스무 살 아이 빗속에서 길을 묻던 장면 떠오르게. → 「나무와 두 아이, 두 사람과 나」에 이에 관한 내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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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푸른마을 비_poorrain  20240630_155315

  푸른마을 비_poorrain 20240630_15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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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마을 비_poorrain  20240629_144700

  푸른마을 비_poorrain 20240629_14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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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마을 비_poorrain 20180628_14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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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마을 노점_poorrain 20231025_10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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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군 축령산 치유의 숲_poorrain    IMG_20150710_154053

  장성군 축령산 치유의 숲_poorrain  IMG_20150710_15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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