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시 74-1 세 가지 얼굴로 이루어진 한밤의 꿈
나의 무비즘 (62) 실존주의 모더니즘 (24)
2005-02-01 ∼ 02-02
박석준 /
<원작 수정 개작>
세 가지 얼굴로 이루어진 한밤의 꿈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눈길을 걷다가
한밤, 역 로터리 횡단보도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횡단보도 양 끝에 멈춰 선 사람들.
떠나버린 사람, 떠나갈 듯한 사람, 만나게 될 사람, 세 가지 얼굴이 바람 불고 눈발 휘날리는 밤에 나타났다 사라진다,
역 앞에서 역 안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 나는 귀를 세우며 눈길과 발을 옮기며 사람을 찾는다, 처음 만나게 될 사람을.
사람을 찾지 못하고
핸드폰을 꺼내어 본다. 연락을 해볼까 하다가
잃을 듯한 사람 생각이 나서
목소리 털며 담는다.
한밤에 다가드는 꿈같은 얼굴들! 스쳐간 뒤에, 역 앞 다섯 갈래로 갈려진 눈길에 눈길을 흩뿌린다. 컴컴한 건물들 속에, 길 위에 불빛들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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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8 <원작>
∽ 2013-01-06 오전 6:01. 박석준-시집 최종본 2013년1월5일-2(내가 모퉁이로 사라졌다가).hwp <원작 수정 개작>
= 시집_『카페, 가난한 비』(2013.02.12.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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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05-02-01 ∼ 02-02 (광주시 광주역-유동)
기상청 날씨누리
2005년 2월 1일. 광주시 소낙눈. 일강수량:9.9mm
평균기온:-6.0℃ / 최고기온:-4.0℃ / 최저기온:-8.0℃
2005년 2월 2일. 광주시 소낙눈. 일강수량:1.2mm
평균기온:-3.4℃ / 최고기온:-0.6℃ / 최저기온:-5.8℃
― https://www.weather.go.kr/w/obs-climate/land/past-obs/obs-by-day.do?stn=156&yy=2005&mm=2&obs=1
5일 연속 내린 눈 `눈 축에도 못낀다’
2005년에는 12월12일부터 17일까지 6일간 눈이 내려 기간으로 따지면 2위에 올랐다. 이번 처럼 5일 연속 눈이 내린 경우는 모두 4차례. 2004년 2월 3~7일, 2005년 1월30일~2월3일과 같은 해 12월 4~8일과 이번까지다.
박중재 입력 2009.01.13 19:34
출처 : 광주드림(http://www.gjdream.com)
https://www.gjdream.com/news/articleView.html?idxno=396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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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언어의 변주 ; 모더니즘, 무비즘
나(박석준)를 찾아온다고 하여 나는 2005년 2월 1일 밤 10시경에 광주 유동 박제방에서 나와 15분쯤 걸으면 나오는 광주역으로 향해 눈길을 걸었다. 그러나 그 사람을 만나지 못했고 핸드폰도 불통이어서 한밤(새벽 1시경)까지 대합실에서 기다리다가 발길을 돌렸는데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동안엔 떠나갈 듯한 사람들이 떠오르고 상념이 일어났다. 그리하여 귀가 후엔 카페 ‘내 시절 속에 살아있는 사람들’에 “세 개의 바람으로 이루어진 한밤의 꿈”라는 제목의 (메모)를 남겼다.
이 (메모)를 참고하여 2006년 12월 28일에 글을 쓰고 제목을 「세 개의 바람으로 이루어진 한 밤의 꿈」으로 정했다. 나는 일반 시인의 시에서 볼 수 있는 모더니즘 기법을 사용한 「세 개의 바람으로 이루어진 한 밤의 꿈」을 2009년에 석사학위 작품집에 실었다. 그리고 이것을 무비즘 기법으로 수정하여 2013년 1월 6일에 개작을 마쳤는데 그 제목이 「세 가지 얼굴로 이루어진 한밤의 꿈」이다. 이것은 시집 『카페, 가난한 비』에 수록했다. 이 두 편의 글은 2005년 2월 2일 새벽에 쓴 <세 개의 바람으로 이루어진 한밤의 꿈>이라는 (메모)에 담긴 상황과 상념도 담고 있다.
3개의 행으로 구성한 「세 개의 바람으로 이루어진 한 밤의 꿈」은 주체가 “얼굴들”에서 사람의 “세 가지 형상”으로, 이어 “나”로 변하지만, “세 개의 바람”(지향)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독자의 상상으로 귀결시킨다). 그럼에도 “바람”이라는 어휘가 휘날리는 “눈”처럼 흩날리는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남게 된 “한 사람”(=나)에게 “연말 석양”이라는 시간이 주는 “소멸 혹은 쓸쓸함”의 이미지가 씌어짐으로써 ‘실존하지 못함의 아픔’을 유추하게 한다.
「세 가지 얼굴로 이루어진 한밤의 꿈」은 “역”, “횡단보도 앞”, “다섯 갈래로 갈려진 눈길”, “불빛들이 흐르고 있”는 “컴컴한 건물들 속”이 구체적인 공간으로 흘러가며 “기다림, 망설임”, “그 공간에 누군가가 있음”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 이미지들은 “사람을 만나지 못함”을 암시한다. 그리고, 이 작품에도 “밤의 꿈”이 무엇인지 표현되지 않았지만, “잃을 듯한 사람 생각이 나서/목소리 털며 담는다.”라는 말에서 그 꿈이 ‘사람을 잃고 싶지 않음’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나”는 사람을 만나러 갔다가 “소통을 못 함”을 안고 돌아서는데, 이 상태가 바로 가장 어두운 시간인 “한밤”과 통한다.
「세 가지 얼굴로 이루어진 한밤의 꿈」은 “눈발/발”, “눈길/눈길”이라는 음성상징을 사용하면서도 “발”과 “길”이 밀접함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화자가 시공간을 이동함으로써 생각을 바꾸고 (핸드폰 연락을 하지 않는 → 사람을 잃지 않으려는 꿈을 실현하려는 → 실존하려는) 쪽으로 행동을 바꾸는 무비즘 기법을 생각해보게 한다.
이런 점으로 인해 「세 가지 얼굴로 이루어진 한밤의 꿈」은 메시지는 약하고 이미지만 강하게 남는 모더니즘 기법의 「세 개의 바람으로 이루어진 한 밤의 꿈」에 비해 이미지와 메시지를 훨씬 뚜렷하게 산출한다.
이 시에서 잠깐 멈춰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자리는 “횡단보도 앞”이다. 현대라는 이 시간에는 차도, 인도, 거리 등 많은 길들이 존재하지만, 人道(인도)보다 인간을 더욱 머뭇거리게 하는 곳은 횡단보도이다. 집밖에서의 나의 바람은 대체로 횡단보도를 건넌 후에 실현되기 때문이다. 횡단보도 앞에 멈춰서는 그 순간부터 파란불을 찾는 것이 인간이다.
횡단보도를 사람을 떠올리는 곳으로, 역은 사람을 찾는 곳으로 설정하고 있어서 이 글에는 실존주의 철학이 깔려 있다고 말해야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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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원작>
세 개의 바람으로 이루어진 한 밤의 꿈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눈길을 걷는 밤, 불현듯 떠오르는 얼굴들이 내게 손을 내밀어라 한다.
떠나버린 사람, 떠나갈 듯한 사람, 만나고 있는 사람, 세 가지 형상이 바람 따라 휘날리는 눈발에 나를 붙들고 얼어버린 발을 녹이라 한다.
핸드폰을 꺼내어 한밤에 목소리 세 개를 털어낸다. 아직 떠 흐르는 꿈같은 얼굴들! 스쳐간 뒤에 한 사람이 남는다, 연말 석양이 지나간 시간이지만 석양 같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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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8 <원작>
=→ 2008.09.06. 10:50.메. 박석준-08종합1.hwp <교정 원작>
= 『석사학위 작품집』(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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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2006-12-28
세 개의 바람으로 이루어진 한밤의 꿈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눈길을 걷는 밤
불현듯 떠오르는 얼굴들이
내게 손을 내밀어라 한다.
떠나버린 사람, 떠나갈 듯한 사람, 만나고 있는 사람
세 가지 형상들이 바람 따라 휘날리는 눈발에
나를 붙들고
얼어버린 발을 녹이라 한다.
핸드폰을 꺼내어
한밤에 목소리
세 개를 털어낸다.
아직 떠 흐르는
꿈 같은
얼굴들!
스쳐간 뒤에 한 사람이 남는다.
연말 석양이 지나간 시간이지만
석양 같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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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8. 17:10.메. 박석준-가을 도시의 밤.hwp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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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05.12.21.일 오후 5시 30분경 광주역방향_오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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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1. 오후 6시 지난 무렵 광주역 광장 폭설_오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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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1. 오후 6시 지난 무렵 광주역 대합실_오명관
출처 : 광주드림(http://www.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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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30일 송정역-광주역 셔틀열차 운행 중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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