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시 75 세월, 말
나의 낭만주의 (3)
2005-03-28
박석준 /
세월, 말
골목길을 걷다가 길에 그림자 짓는 벽을 보았다.
벽이 갈라놓았기에 내가 걷는 곳들이 길이 되었는지
세월이 너무 지나 알 수 없으나
그 사람의 말 없음에, 사랑을 잃고
젊음이 사라지는 것 같아
문득 들어가고 싶던 골목길, 그곳
세월이 흐르고
마음이 궁글어 무디어진
사람의 모습만이
떠났어, 나를 좋아하지 않아 따위의 익숙한 말들로
나를 망설이는 것을
골목길을 걷다가
내 길에 그림자가 벽 앞에 지고
낮이 사라지는 벽을 보았다.
세월은 나를
그 길 안에 있으라고
부딪치는 소리를 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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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28. 00:15 ∽ 2021-10-25 오전 11:20 <원작>
= 2021.10.25. 13:57.메. 산책로에서-1.hwp <원작 원본>
=↛ 『민족작가』 03호(2021.12.31.) <원작 오교정: 그림자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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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상황:
2005.03.25. (금, 현재, 순천 순천여고 후문 앞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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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표현과 정서
“그 사람의 말 없음”의 ‘말 없음’은 ‘단교’를 의미한다. “나를 망설이는 것을”은 ‘내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을 의미하고 “낮이 사라지는 벽”은 내면의 어둠(번민)을 의미한다. 이 글 「세월, 말」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버려짐으로 인한 아픔과 미련과 번민을 담은, 멜랑콜리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세월은 나를/그 길 안에 있으라고/부딪치는 소리를 내는데.”는 나의 방황과 그 사람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겠다는 의식을 의인법으로 표현한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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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 배경과 과정
“바람 사람, 사람 바람 둘 중에 어느 것이 맘에 들어요?”라는 말은 내가 가장 좋아한 아이, 애제자 박재원(1971-2002)이 한 말이다. 그는 운동권 학생으로 대학 시절을 보냈지만 입대하여 고문당하고 그 후유증으로 2002년 4월 말경에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2004년 9월에는 점심시간에 약국에 가서 피로회복제를 사 먹고 순천여고 앞 골목길을 거니는데 불현듯 재원이 얼굴이 떠올랐다. 이날 메모를 하여 「바람 속 길」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그리고 다음해 3월에 순천여고 앞 골목길을 걷다가 다시 재원이 생각나서 아쉬워하였다. 하지만, 메모를 바탕으로 하여 2013년 1월에 「바람과 사람」을 완성했고 63살이 된 2020년에 「세월, 말」을 썼다. 2022년에는 「세월, 말」을 바탕으로 하였지만 역사적인 시각을 반영하여 「언덕의 말」로 개작하였다. 이 중 「세월, 말」은 ‘사랑으로 인한 아픔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같은 멜랑콜리에 중점을 둔 낭만주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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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광주시 유동 공터. 2023-07-23 오후 6:26_DSC5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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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지산동 밤실로. 20240504_15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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