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시 73 고흐의 의자_(카페 버전)
나의 무비즘 (61), 모더니즘 (22), 이미지즘 (8)
2004-11-09
박석준 /
<카페 버전>
고흐의 의자
벤치 위로 비가 내린다.
고흐는 실내의 의자를 그렸지만
나는 빗물이 흐르는
실외의 벤치 위에 앉아 있다.
빗속에 앉아 있는 벤치
물에 젖은 발소리를 튀기고 있다.
실내의 침대에는 베개 둘이 놓여 있다.
벽에는 그림들과 창문이 걸려 있다.
말 없는 사람, 흐르는 담배 연기,
담배와 파이프가 놓여 있는 의자,
여자가 다가와 의자 위에 앉는다.
의자 위에 머무는 여자를 그리는 고흐.
여자의 몸에서 흘러내린 물이
빨간 타일 위로 흘러내린다.
실내 공기를 가득 물들인 사람 냄새
그는 의자 위에 앉은 머플러를 쥔 여자를 그리고 있다.
11월이 흐르고 있다.
실외의 벤치 위로 비가 내린다.
‘의자 위에 앉은 머플러를 쥔 여자’라는 그림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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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9 ∽ 2012-06-25 (초고)
∽2013-01-06 오전 6:01. 박석준-시집 최종본 2013년1월5일-2(내가 모퉁이로 사라졌다가).hwp <카페 버전 원작>
= 시집_『카페, 가난한 비』(2013.02.12.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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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없음(200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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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나의 삶
나(박석준)는 두 개의 버전(석사 버전/카페 버전)으로 「고흐의 의자」를 창작했다. 먼저 만들어낸 「고흐의 의자」<석사 버전>엔 “고흐”와 “여자” 둘 다 버림받는 사람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카페 버전>에서는 “고흐”를 위해 “여자”가 떠나는 이야기로 구성했다. <카페 버전>에는 사람이 움직여서 시간을 따라 공간만 남게 되는(헤어지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미지를 새겨내는 무비즘 기법이 사용되었다.
나는 ‘고흐의 그림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13행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아방가르드 요소를 지닌 <석사 버전>을 썼다.
「고흐의 의자」<카페 버전>엔 1연에 고흐로 인한 여자의 의식이 흘러간다. 고흐로 인해 심적 고통이 있었음과 현재 번민하고 있음을 “비”로 보여준다. 마침내 여자는 결심하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긴다. (→ “물에 젖은 발소리를 튀기고 있다.”) “물에 젖은 발소리”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처지(물=빗물=눈물)와 사랑을 이루려는 행동(발소리)’을 공감각(시각과 청각)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다.
여자가 “고흐”의 집으로 갔다. (2연) 그 집 실내에 여자가 마음에 둔 “침대에는 베개 둘”(사랑의 장소)이 있지만, 예술을 지향한 고흐의 열정(그림들)이 실내(의 벽)에 머물러 있다. “말 없는 사람”이라고 여자는 의식을 흘린다. 여자가 사랑하려는 마음을 버렸음을 알게 한다. 그리고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고흐의 예술을 위한 정열에 대상이 되어줌을 암시한다.
“여자의 몸에서 흘러내린 물”은 사랑을 이루지 못한 눈물로도 해석된다. “실내 공기를 가득 물들인 사람 냄새”는 지향이 다른 두 사람이 공존한 시간을 의미한다. (3연)
“11월”은 ‘1’과 ‘1’로 분리된 상태를 시각화한 것이다. 즉 “여자”가 “고흐”를 떠났음을 암시한다. “‘의자 위에 앉은 머플러를 쥔 여자’라는 그림”이 빗속에 벤치 위에 남았기 때문이다. (4연)
이 글에서 “실내의 의자”는 예술을 위한 “고흐”의 지향과 열정을 표상한다. 이 글엔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을 단념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열정을 위해 마지막으로 시간을 만들어주는 여자의 삶이 형상화되었다.
내(박석준)가 성년(20살)이 된 1월의 한 날에 동시에 편지로 두 여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두 여자가 ‘사랑한다’는 말을 편지로 전하여 나는 ‘사랑’에 대해서 자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사랑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잘 몰랐다. 22살 때 5월이 지난 후에 두 여자가 나에게서 떠났음을 깨닫게 되었으나, 어떻게 해야 제대로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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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2) 2012-08-16
고흐의 의자
벤치 위로 비가 내린다.
고흐는 실내의 의자를 그렸지만
나는 빗물이 흐르는
실외의 벤치 위에 앉아 있다.
빗속에 앉아 있는 벤치
물에 젖은 발소리를 튀기고 있다.
실내의 침대에는 베개 둘이 놓여 있다.
벽에는 그림들과 창문이 비틀하게 걸려 있다.
말 없는 사람, 흐르는 담배 연기,
담배와 파이프가 놓여 있는 의자,
여자가 다가와 의자 위에 앉는다.
의자 위에 머무는 여자를 그리는 고흐.
여자의 몸에서 흘러내린 물이
바닥 빨간 타일 위로 흘러내린다.
실내 공기를 가득 물들인 사람 냄새
그는 의자 위에 앉은 머플러를 쥔 여자를 그리고 있다.
여름이 가고 있다. 11월이 흐르고 있다.
실외의 벤치 위로 비가 내린다.
‘의자 위에 앉은 머플러를 쥔 여자’라는 그림이 놓여 있다.
여자는 없고 빈 의자만 그림 속에 남아 있다.
의자 위에는 머플러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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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6. 18:50. 박석준-시집 최종본 2012년7월.hwp (초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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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1) 2012-06-25
고흐의 의자
벤치에 비가 내리고 있다
고흐는 실내의 의자를 그렸지만.
빗물이 흐르는 실외의 벤치에 앉아 있다
빗속에 앉아 있는 벤치
가까이 물에 젖은 발소리 튀기고 있다
실내의 침대에 베개 둘이 놓여 있다
벽에는 그림들과 창문이 비틀하게 걸려 있다
말 없는 사람, 흐르는 담배 연기
담배와 파이프가 놓여 있는 의자
의자에 여자가 찾아와 앉는다.
고흐는 의자 위에 머무는 여자를 그린다
여자의 몸에서 흘러내린 물이
바닥 빨간 타일 위에 흘러내린다
실내 공기를 가득 물들인 사람 냄새
그는 의자 위에 앉은 머플러를 쥔 여자를 그리고 있다
여름이 가고 있다 11월이 흐르고 있다
실외의 벤치에 비가 내린다
‘의자 위에 앉은 머플러를 쥔 여자’ 그림이 놓여 있다
여자는 없고 빈 의자만 그림 속에 남아 있다
의자 위에 머플러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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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5. 23:02.메. 박석준-시집(이은봉교수)-새 수정본-6월.hwp (초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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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 2004-11-09
Questions
벤치에 비가 내리고 있다. 고흐는 실내의 자신의 의자를 그렸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 날 비가 떨어져 흐르는 벤치에 앉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림은 실재가 아니었듯이. 더군다나 그런 풍경을 그림에서처럼 감흥을 느껴 여자 하나가 고흐, 그 사람 있는 벤치 가까이 다가갔을지도 모른다. 샤갈의 ‘마을’에 눈 내리는 풍경에서처럼.
하지만, 그 방에는 어떤 사람이 떠나간 뒤 그림으로는 그릴 수 없는 흔적 하나가 분명하게 남아 있었다. 사람이 머물렀던 자리엔 체취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면, 남아 버린 그 흔적은 여자의 것이 틀림없다. 소녀 또한 여자일 것이므로.
그 사람은 ‘나도 Vincent라는 노래를 좋아하죠,’라고 했어요.
그 방에 24세의 사람이 머무르고 있던 시절, 이렇게 들려준 말 속에 갈등이 숨쉬고 있었다면.
그 사람은 전원 속에 있던 그 방에서 그 후로 7개월쯤 더 머물었다는 것만이 현재로선 확실하다. 방문을 잠그지 않았으나 짐 몇 가지에는 체취가 남은 채로. 그리고 네 계절이 순환하면서 11월이 흐르는데…….
‘엷어지고 있었다. 그 몸짓이 외출을 암시하고 있었다면. 그 애가 내 사색의 방에 찾아와 세 개의 글을 남긴 그 때 이미. 소녀의 색깔은!’
p는 11월 9일에야 그 애가 남긴 글이 그림이었음을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0개월 전보다 이전에 그 애는 여자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떠난 것을 내가 확인하게 된 것이 10개월 전이었으니까!’ 하며 사색에 잠겼다.
넌 누구냐?! 왜 들여다보는 거지? 그 바을 무엇 때문에! 그 방에 새로 머물고 있는 소녀를 찾아온 거야? 하지만 그 방엔 소녀는 없다. 이미 여자의 체취가 지배해 버린 그 속에서 아마도 소녀는 여자가 되고 있거나, 되어버렸을 텐데, 왜 기웃거리는 거지? 문자 몇 개로도 그 방의 창문을 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건가?
그의 아이디는 persona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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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9. 23:51. 카페 가난한 비_Questions (발상)
→ https://cafe.daum.net/poorrain/4Ps/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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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고흐 – 담배 파이프가 놓여 있는 반 고흐의 의자_1888
Van Gogh's Chair with Pipe_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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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 아를의 침실_1888
Vincent_Van_Gogh_(The Bedroom at Arles)_18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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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 <카페에서, 르 탱부랭의 아고스티나 세가토리 (In the Café : Agostina Segatori in Le Tambourin)>(1887)
의자에 앉아 있는 붉은 깃털 모자를 쓴 여성은 한 손에 담배를 들고 있다.
아고스티나 세가토리(Agostina Segatori, 1841~1910)는 짝사랑이 전문이던 고흐와 실제 연인 관계였던 여성이다. 세가토리는 파리 클리쉬 대로에서 카페 겸 선술집 ‘르 탱부랭’을 운영했다. 고흐보다 열두 살 연상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카페에 고흐 그림을 걸어줬다. 하지만 그림은 한 점도 팔리지 않았다. 세가토리는 모델이 되어 가난한 고흐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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