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시 72 길을 걷다가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21), 의식의 흐름 (8)
2004-10-05
박석준 /
길을 걷다가
길을 걷다가
혼자일 때
단어들이 구르고
닳아져 버린 일상의 끝
저물 듯한 인생이 네 앞에 형상을 드리울 때
가거라
거리 색색의 사람들로 물들었을 때
사람 무섭지 않으니
어서 가거라
밤 깊어서
그림자도 눕고 싶은 방이 그리워지도록
사람 형상에 사무치면
가거라 어서
그 방에 가서
숨죽이고 귀 세우면서
잠들 때까지
사람 자취를 새겨 보아라
말 못할 그리움이
뇌리를 기웃거리고
말하고 싶은 말들만이
가슴을 파고들면
세월에 바람을 떨구는 밤은
사람 없는 고독에 시달리다가
홀로 죄를 짓더라도
다시 날이 새고 숨쉴 수만 있다면
세월은 그저 가는 것
사람이란 거리에 흔하게 구르면서
네 아픔 밀어낼 것이니
사람 없는 어두운 거리는
쫓기듯이 바쁘게 걸어
사람 그리워지는 네
고독의 방으로 어서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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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05. 00:00. 카페 가난한 비_길을 걷다가 <원작 원본>
= 2013.03.18. 문병란 선생님께 보낸 편지
= 2013.03.30. 문병란 선생님의 답장 편지
= 시집_『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2016.12.02. 문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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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04-10-05. 광주시 금남로 - 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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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감상
<제1연> 낯선 군중 속으로 걸을 때 ‘군중 속의 고독’은 혼자 있을 때 느끼는 독방이나 산속의 고독보다 심각하다. 그 군중들의 훤소(喧騷) : 마구 떠들어서 소란스러움(noise), 그러나 자신은 말 걸 상대도 없고 수많은 他人(타인) 속에서 모든 잘난 사람들 행복한 사람들 그들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찌푸린 얼굴 일종의 방해자 같은 무서운 공포에 가까운 열등의식 소외감을 지니고 그 행복한 거리(?)에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깨는 듯해 ‘말소리 잃은 단어, 닳아져 버린 일상, 저물 듯한 인생’ 등 자신의 초라함, 초췌함, 외로움, 그 군중 속의 고독은 거의 공포에 가까운 것이라 느껴진다. 거의 자학에 가까운 열등의식 자의식 그런 분위기 그런 낌새 그런 시적 모티브가 감지된다.
<제2연> 자신이 자신에게 타이르는 말이다. 짐짓 군중들(색색의 사람들, 특히 손잡고 승리자인 양 의기양양하게 걷는 데이트족(?)들 그들에게 밀리고 있는 약간 주눅 든 자기 자신에게 들리지 않는 마음의 독백조로 ‘사람 무섭지 않으니 어서 가라고 (목적지 또는 자신의 골방) 명령하고 있다. 마치 쫓겨가는 듯한 심경이 엿보인다.)
<제3연> 쫓기듯 자신의 처소(그 방)에 가서 ‘숨죽이고 귀 세우면서’ 잠들 때까지 ‘사람 자취를 새겨 보아라’고 자신을 다독거리고 있다. 군중 속의 고독이 두려워 피하듯 달아나듯 쫓기듯 자기 골방에 왔지만 또 사람이 그립고 그들의 그 말이 그리워지는 그 방의 고독이 감지된다. 군중 속의 고독도 무섭지만 골방의 고독도 무섭다.
<제4연> 독방(골방)에서 말 못할 그리움을 안고… 사람 없는 고독(군중 속의 고독과 대조되는 고독)에 시달리다가 ‘홀로 죄를 짓더라도’ 이 경우 나 같으면 이 고독을 어떻게 처리할까? 잡지 보기(?) 음악듣기(?) 옛날 사진 보기(?) 편지쓰기(?) 그냥 멍하니 누워 있기(?)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죄’는 독신자가 이기적인 입장에서 자신이 자신을 뜯어먹고 사는 그런 자기사랑이니 일종의 죄가 아니겠는가. 나는 나만의 골방에선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면서 좋아하는 가수의 우울하고 푹 쉰 목소리의 노래를 감상하곤 했다.
<제5연> 죽은 듯 잠들었다가 날짜가 바뀐 새벽 5시나 7시 일어나 숨을 쉬는 자신을 발견하면 또 일과 (시지프스의 형벌 같은) 하루가 시작되고 군중 속에 가서 수많은 고독 속을 구르다가 또 아픔(고독)을 안고 굴속 같은 자기 골방으로 돌아올 것이다 (작곡가 슈베르트도 아침에 깨어나기가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제6연> 자신이 자신에게 속삭이는 독백조의 시. 현대인의 자의식은, 군중 속의 고독 소외와 열등의식에서 온다. 현대사회 폭력화된 물질만능의 거리. 성실한 사람, 가난한 사람, 비권력적인 직업인(시인이나 교사, 실직자, 노인들, 외톨이들)은 거리에서도 골방에서도 혼자임을 느낀다. 자의식은 자신의 내부에서 발생한 의식(그리움, 사랑, 욕망 등)이 밖으로 밀고 나와 ‘너’ 속에 가서 ‘우리’가 되지 못하고 자신의 내부에서 자신을 뜯어먹고 사는 에고의 캄캄한 무의식에 갇힐 때 그 고독은 自虐이 되고 절망이 되고 죽음에 이르는 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글쓰는 경우, 그것이 곧 자신을 구원할 것이며 자의식(열등의식)을 극복할 것이다. 이상의 감상은 빗나갔는지는 모르나 시적 persona를 내 자신으로 바꾸어 감상했으니 무례함을 용서하기 바랍니다.
시 쓰는 일 病(병)을 앓는 것과도 같고 때로는 타고난 운명 그 ‘끼’를 어쩌지 못하는 刑罰(형벌)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여하튼 고독의 해소방법이 많을 것 같은데 어쩌다 시인이 되고 교사가 되고… 그러다 보니 밖에서나 안에서나 고독을 느끼는 그런 처지에 놓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박석준 시인께서는 독신으로 지내는 교사신분이니 그 고독 해속방법이 공부하는 일과 시 쓰는 일밖에 없을 것 같군요. 저도 겪은 일이고 겪고 있으니 동병상련이지만 전에도 말했지만 그 고독이 사람으로 인하여 해소되기도 하지만 더욱 심화되기도 합니다. 사람은 서로 상처를 주게 되어 있는지 모릅니다. ‘사랑’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서 상처가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 상처가 무서워서 사랑을 못 한다면 그 상처보다 무서운 고독을 앓게 되겠지요. 그러나 감히 군중 속에 가서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부대끼며 그 고독을 이겨내라 권장하는 것은 무책임성같이 느껴집니다. 시를 연인으로 여기고 시와 교감하며 시 속에서 고독을 이기고 크나큰 사랑의 시인이 되도록 애써 보십시오. 그러면 누군가 ‘너’가 나타나 ‘우리’가 될 수 있는 삶의 비젼이 나타날 것입니다. 선배로서 동지로서 박석준의 시와 고독을 사랑합니다. 저의 응원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원합니다. 힘내셔요.
--2013년 3월 30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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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4. 19:30. 카페 가난한 비_201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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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된 곳
빈 잔에 담긴 고독 2020.08.19.
길을 걷다가 – 박석준
― https://blog.naver.com/windspoon/222065277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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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내가 찍은 사진. 20240525_182728. 금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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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찍은 사진. 20230601_193418. 금남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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