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시 71 거짓 시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43), 아방가르드 (14), 사상시 (11), 의식의 흐름 (7)
2004-09-09
박석준 /
<원작 띄어쓰기>_문학들_(알아냈다/되는 게고/마음 아파함/아무것도)
거짓 시
1.
진실.
알고 싶었으나, ‘안들 뭐하랴?’ 소리가 따로 뇌리를 흐른다.
삶이란, 그저 그렇게 있는 것 아닐는지,
어느 누가 진실을 얼마나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는 건지!
시간이 너무 흘러 진실을 이제 알아냈다 해도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인데, 왜 진실이 필요한 거지?
그저 필요할 때 잠깐 스치면 되는 게고 그게 진실 아니겠어?
흐느낌 속에 마음 아파함 속에 진실을 느꼈다고
어떤 날 누군가로부터 듣기도 했지만,
하필 진실을 아는 데에 마음 아파함이, 슬픔이 따라와야 할 이유가 어디 있나?
차라리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살고 싶다만
그런 사람일 뿐이라고 다들 말하더라도
살아가기도 바쁜데, 생각은 왜 해.
생각도 생각 나름이지, 그리워는 왜 하고 고민은 왜 하나?
몸도 피곤하고 지쳐 있는데 정신까지 지치도록 애쓰는 게
나는 ‘육신이 경쾌하면 머리도 경쾌하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 때 그때가 가장 괴로움이 적을 때.’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혹 모르지. 이런 나를 오히려 정신분열증에 걸렸다고 말할는지도.
아무튼 나는 진실을 모르고 싶어.
왜냐? 내 현실에선 진실은 순간성을 띠었을 뿐이니까.
그래도 일상은 지속적이었는데,
진실은 어떤 때는 자신을 매도하고 사라져 버렸던 것 같아서.
이게 진실의 패러독스 아닐까.
2.
진실이 없단 건… 너무 슬프고 삶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거 같아 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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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9. ∼ 2014.05.20. 10:06. 카페 가난한 비_문병란 시인(선생님)께 <원작 원본>
(알아 냈다, 게고, 마음아파함이, 아무 것도,)
→ https://cafe.daum.net/poorrain/FB7E/61
=→ 『문학들』 37호, 2014 가을호(2014.08.31.) <원작 띄어쓰기>
(알아냈다, 게고, 마음 아파함이, 아무것도,)
=→ 2016.11.09. 17:41. 박석준 시집 본문.pdf <원작 교정: 거고)
= 시집_『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2016.12.02.)
(알아냈다, 거고, 마음 아파함이,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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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1. 2004-09-09
2. 2004.09.22.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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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인 해석
거짓 세상이니 교육이고 문학이고 진실이 있겠소. 그 심정의 paradox를 잘 나타낸 시 「거짓 시」는 참으로 가작이오. 낮은 자리 높은 자리 모두 모두 거짓으로 무장하고 사는 나라 진실이 벗하고 사랑하고 뿌리내리고 살 만한 곳이 아무 데도 없는 듯하오.
직장이나 퇴근 후 시정거리에서나 삭막하고 외롭고 그냥 정붙일 데 없어 마음의 정착지를 찾지 못한 그 마음이 너무도 진실하게 나타난 「거짓 시」 그 시를 대하니 마음이 놓이오. 스트레스를 주는 세상에게 스트레스 되돌려주고 거짓을 주는 세상에게 그 거짓을 되돌려주면 내게는 진실이 남는 게 아니오? 이왕지사 잘못 되어진 왜곡된 거짓 세상, 일방적으로 손해 보고 슬퍼할 우울해야 할 필요가 없을 것이오.
진실, 알고 싶었으나 안들 뭣하랴.(실천이 따르지 않는다면 말짱한 헛일이지. 행동하는 양심이어야, 침묵하는 지식은 죄악이라 했지 않소.) 진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 중 제1호요. 얼마나 싫어하냐, 벌레처럼 싫어한다 여기오. 석준 시인이 늘 우울하고 고독하고 왕따당한 것 같은 마음, 그게 바로 사람들이 싫어하는 진실이기 때문이오. 진실의 파라독스, 지금 석준 시인은 너무도 진실하고 싶은 간곡한 진실의 파라독스 속에서 진실을 사모하고 사랑하고 있는 것이오. 나의 심정을 대신 써준 것 같은 이 작품 속에서 나의 존경하는 석준 시인, 이제 거짓의 늪 속에서도 헤쳐 나오겠다 마음이 놓이오.
--2014-05-26 문병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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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해설
쇼윈도 거리를 걷는 현대의 햄릿 - ③
그의 투쟁은 내면에의 침잠(沈潛)으로 점철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시 쓰기’의 행위로 끊임없이 ‘밖’을 향한다. 그 목록은 시인이 1부부터 4부까지 나누어 놓은 것처럼 4가지 빛깔로 나뉜다.
박석준은 「거짓 시」에서 “쇼윈도 속 상품들이에서 이미지나 말을 생각하고, 영상 속 이미지나 말에 심취하고, 수입산 커피를 파는 카페에서 나름의 풍요나 자유나 기쁨을 느끼기도 하면서 도시의 사람들은 살아간다. 도시 속에서 고뇌를 하고 고독, 우수, 소외와 같은 것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이라고 쓴다. 시인은 지금을 “혼미한, 불확실한 시대”로 인식하고, “생각은 일어나지만 생각대로 말이 되지 못한 목소리”를 슬퍼한다. 시가 발화되고 독해되는 국면에서 ‘콘텍스트’란 상당히 애매한 위치를 점유하는 것이 사실이나, 적어도 시를 위성처럼 돌고 있는 저 말이 갖는 위상은 독자들로 하여금 시인의 고민 지점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공감할 수 있는지를 언뜻 비춰 준다. 시인 자신도 저 “도시의 사람들” 중 하나, 특히 “도시 속에서 고뇌를 하고 고독, 우수, 소외와 같은 것을 느끼는” 사람일 것이다. 시집의 표제가 가리키듯, 저 말에서 주목할 것은 “쇼윈도”, “영상”, 그리고 “생각대로 말이 되지 못한 목소리”다.
이것들은 시집의 표제어와도 일치한다. 『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이 제목은 각각 2부와 1부에 수록된 동명의 시 제목을 따온 것이다―에서 읽을 수 있는 것처럼, 시인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불통’의 은유인 “쇼윈도”가 즐비한 세상에서 자신의 발화가 ‘거짓 시’로 읽혀지는 것을 우려한다. 시가 기만을 증폭하는 수단으로 작동할 여지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미 ‘손’을 떠난 이 시들이 ‘오독(誤讀)’되지나 않을까 하는, 설령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렵게 얻어낸 “진실”이 시를 통해 ‘전달’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 이러한 생각이 단지 기우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엄혹한 현실 앞에 시인에게 견고했던 진실은 부표처럼 부침을 거듭한다.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실’이 밝혀진다. 시인의 의식이 자꾸만 ‘뒤로’ 물러나면서 질문을 거듭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진실.
알고 싶었으나, ‘안들 뭐하랴?’ 소리가 따로 뇌리를 흐른다.
삶이란, 그저 그렇게 있는 것 아닐는지,
(중략)
나는 ‘육신이 경쾌하면 머리도 경쾌하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 때 그때가 가장 괴로움이 적을 때.’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중략)
아무튼 나는 진실을 모르고 싶어.
왜냐? 내 현실에선 진실은 순간성을 띠었을 뿐이니까.
그래도 일상은 지속적이었는데,
진실은 어떤 때는 자신을 매도하고 사라져 버렸던 것 같아서.
이게 진실의 패러독스 아닐까.
―「거짓 시」 부분
“진실의 패러독스”를 언급하는 시답게 각 문장은 명쾌하나 전체적으로는 살짝 비틀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상은 지속적”인 데 반해, “진실은 순간성을 지녔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은 시간에 의해 견고하지 않다. 본질적으로 시간에 저항성을 갖는 것이 곧 ‘진실’에 대한 정의(定義)일 텐데, 만일 그렇다면 진실은 언제나 ‘불변’하고 그 ‘자리’에 붙박혀 있는 것이어서 모든 사람들의 발길은 결국 그곳에 당도할 수밖에 없으리라. 즉 진실은 성지(聖地)로서 비로소 “진실”로 자리매김한다. 하지만 “어느 누가 진실을 얼마나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는 건지!”라는 시인의 절규 속에서, ‘진실’은 어디에도 없다는 역설이 발생한다. 시의 말미에서도 읊조리듯 진실이 없다는 것은 너무 슬프고 삶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이다. “진실이 배 밖 세상을 치고 숨고 있다”(「숨은 배」)라는 구절에 보이는, ‘세월호’로 대변되는 진실의 상실이 너무나도, 정말 너무나도 슬퍼서 “콤플렉스 트라우마”(「콤플렉스 트라우마 - 트래픽 스트레스」)로 남게 될지라도.
-- 김청우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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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kakao.com김완
Ⅲ. 내가 읽은 한편의 시: 박석준 시인의 「거짓 시」
경제가 최우선’ 이라는 성장주의 일변도의 경제 정책이 우선하던 시절, ‘경제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수면 아래로 잠긴 문제들을 끄집어내는 사람들은 결국‘불온한’ 내지는 ‘반체제’ 인사가 되는 시대를 시인은 살아왔습니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동시대를 함께 겪고 살았던 그의 동료들 말에 의하면 그의 가계는 권위주의 군부정권 아래서 무참히 짓밟혔고, 감옥에 간 두 형을 대신하여 가냘프고 병든 몸으로 부모님을 포함한 전 가계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그는 ‘진실이란 무엇일까?’를 수없이 자문자답하였을 것입니다. 첫 시집에서부터 그의 시를 관통하고 있는 멜랑콜리의 정서는 대체적으로 고독, 소외, 상실, 피로, 허무, 우울, 환멸, 짜증, 권태, 나태, 무료 등의 감정들입니다. 생각한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할 수 없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말의 역설과 반어법이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시집의 표제 시이기도 한 「거짓 시」에서도 ‘순간성을 띤 진실’보다는 ‘지속적인 일상’ 속에서 세상을 다만 견디고 살아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순간성을 띤 진실’이라는 시간 속에서 시인의 존재는 ‘시간적’입니다. 그렇지만 ‘시간적’은 더 이상 ’시간적‘이지 않습니다. ’비시간적인 것‘이 더 지속적으로 무수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잘 알듯이 진실은 늘 불편을 동반함으로 진실입니다. ‘진실’을 알고 싶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실’이 밝혀진다는 이 역설을 우리는 어찌 해석해야할까요? “진실이 없단 건… 너무 슬프고 삶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거 같아 염…”. ‘진실이 없다는 것’은‘너무 슬프고 삶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진실은 어디에도 없다는 역설이 시인을 슬프게 합니다.
시인은 ‘슬픔은 길에서 깊어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홀로 길가에 나와 담배를 피우며 ‘진실의 패러독스’를 담담히 말하는 시인의 언어가 무뎌가는 우리들 가슴을 섬뜩하게 합니다.
― 김완 시인
― https://story.kakao.com/_JXS0Y/I9FfXfacg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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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 동기와 현실에 대한 생각
이 글은 나의 처지가 어려워서 쓴 것이며, 시를 쓴다고 쓴 글이 아니다. 나에게 흐르는 의식의 표현일 뿐이다. 그렇지만 나의 사상이 담겨 있다. 현실에 대한 지식과 행동이 다른 시대가 되는(된) 것 같아서 안타깝다(앙가주망이 필요한 시대인데.) 이 글엔 진실을 추구하여 실존하고 싶은 나의 마음과 패러독스에 대한 패러독스가 표현되어 아방가르드 요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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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04-09-09
4, 거짓 사
진실.
알고 싶었으나, ‘안들 뭐하랴?’ 소리가 따로 뇌리를 흐른다.
삶이란, 그저 그렇게 있는 것 아닐런지, 어느 누가 진실을 얼마나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는 건지!
시간이 너무 흘러 진실을 이제 알아 냈다 해도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인데, 왜 진실이 필요한 거지?
그저 필요할 때 잠깐 스치면 되는 게고 그게 진실 아니겠어?
흐느낌 속에 마음 아파함 속에 진실을 느꼈다고 어떤 날 누군가로부터 듣기도 했지만,
하필 진실을 아는 데에 마음아파함이, 슬픔이 따라와야 할 이유가 어디 있나?
차라리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살고 다만 그런 사람일 뿐이라고 다들 말하더라도 마음 편함과 웃음이 따라오는 게 낫지. 안 그래?
살아가기도 바쁜데, 생각은 왜 해. 생각도 생각 나름이지, 그리워는 왜 하고 고민은 왜 하나?
몸도 피곤하고 지쳐 있는데 정신까지 지치도록 애쓰는 게 바람직한 일인가?
누군가는 ‘육신이 피곤할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라든가 하여튼 그 비슷하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가 않아. ‘육신이 경쾌하면 머리도 경쾌하고,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을 때 그 때가 가장 괴로움이 적을 때.’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혹 모르지. 이런 나를 오히려 정신분일증에 걸렸다고 말할른지도.
아무튼 나는 진실을 모르고 싶어.
왜냐? 내 현실에선 진실은 순간성을 띠었을 분이니까.
그래도 일상은 지속적이었는데,
진실은 어떤 때는 자신을 매도하고 사라져 버렸던 것 같아서.
이게 진실의 패러독스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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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9. 00:45 카페 가난한 비_4, 거짓 사 (초고)
→ https://cafe.daum.net/poorrain/4Ps/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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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시인_박석준_42kg_2004-11-30 오후 3:14_DSCN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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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 (2013.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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