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시 56 노란 티셔츠
나의 무비즘 (51), 실존주의 모더니즘 (12)
2002-03 ∽ 2002-12
박석준 /
<원작 원고> 2020-03-06 (한 시에/형님 애들/꺼 놨다/시월/방학하는/만원씩 삼십일만 원/팔뚝근육/농구골대)
노란 티셔츠
서영과 아련이 쉬는시간에 교무실까지 쫄쫄 따라다닌 봄,
교실 초록 게시판엔 위에 ‘동물농장’ 글자만 붙어 있다.
학생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자유로워야 한다.
남학생들 청소도 안 하면 나도 마음대로 하겠어.
광주에서 버스를 타고 내가 도착한 한 시에
교문 앞에서 아이들이 비를 맞고 울었다.
스승의 날 행사가 끝나 학교가 파해서.
선생님, 우리들이 잘못했어요.
형님 애들이 교실에 한 명도 없어요.
함께 천 원짜리 통일호로 통근하는 선생 재명이
여름 1교시가 진행되는데 교무실로 와 나를 부른다.
핸드폰들을 꺼 놨다. 점심시간 되자 1반장이 나타난다.
방황하고 싶을 땐 해라 하셨잖아요? 모두 피시방 갔어요.
교실 컴퓨터를 켜자 보디빌더가 된 내가 뜬다.
꼬마, 날씬한 승철이가 합성했어요. 영심이가 밝힌다.
반단합대회를 몇 달째 해서, 저녁식사하고 노래방 가고
찜질방 가서, 남자애들은 내가 깡말랐다는 걸 다 아는데.
살아간다는 건 사람과 무엇을 함께하고 싶어함일까?
요녀석! 꽃미남 승철이 미소한다. 파란 가을이다.
밴드가 꿈인 재윤과 2명을 자율학습에서 빼주었다.
전날 6명이 자율학습 안 하고 갔다고 부장이 말해서,
나=거지! 사람 슬프게 하지 마! 그냥 집에 가.
칠판에 쓰고 나가는데, 가을, 시월 아침이 흔들거린다.
착한 선생님, 선물이에요. 제일 작은 거죠. 노란 티셔츠.
다음날 2반장이 말하더니, 보라색 와이셔츠 위에 입자,
하루 네 명만 집에 갈게요. 한다.
약속 지키면 겨울 방학하는 날 선물하겠다.
약속대로 만원씩 삼십일만 원, 2반장, 받으세요.
와! 통통한 승철이 청소 끝나고 팔뚝근육을 뽐낸다.
남자애들이 교실 안 농구골대에 볼을 넣으려 한다.
은자가 동목포역에서 마흔다섯 살 선생을 배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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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2 ∼ 2020-03-06 (대화 속 말이므로 ‘형님 애들’, ‘삼십일만 원’) <원작>
= 2020.03.09 05:11 메. 박석준-3시집-0618-12-푸105(교)-4-2.hwp (원작 원본)
↛ 2020-05-25 시집_『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 (대화 속 말을 ‘형님, 애들’, ‘31만 원’으로 오교정함)
→ 2023-06-03 오후 4:53 (원작 최종교정: ‘1시에/꺼놨다/10월/만 원씩/팔뚝 근육/농구 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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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02년 봄(1,2연). 여름(3,4,5연).
2002년 가울(6연). 겨울(7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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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자서전 시집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에 수록된 「노란 티셔츠」는 시 형식으로 쓴 실화이다. 목포(도시)의 10대 청소년이 반항 방황심리를 표출한 행동들과 그에 대한 교사의 심적 반응과 대응 행위를 담담한 어조와 무비즘 기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어조와 기법은 시인이 시집의 모든 글에 사용한 문체의 특징이다.
「노란 티셔츠」는 10대 학생들의 모험적인 삶의 아름다움과 45살 시절에 인생을 정확하게 살고 싶은 남자(선생)의 마음과 행동 등을 보게 한다. 그런데 이 남자(선생)가 ⓐ“칠판에 쓰고 나가는데, 가을, 10월 아침이 흔들거린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시집에 수록된 글들의 콘텍스트를 염두에 두었다면, 이것(ⓐ)은 고도의 기법이 사용된 표현임을 깨닫게 된다. 이 표현 ⓐ는 선생인 ‘나’가 눈물을 흘리며(울면서) 걸어 나가고 있다, 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 표현 ⓐ엔 무비즘의 표현 기법이 사용되었다. 표현 ⓐ로 시인은 사람의 눈물이 흔들거리고, 시간이 흔들거린다를 한꺼번에 시각화했다. 그리하여, 학급의 담임선생과 학생이 서로에게 눈물(인정)을 느꼈음을 유추하게 한다.
이 글에선 “살아간다는 건 사람과 무엇을 함께하고 싶어함일까?”라는 표현에서 시인의 인생관(사상)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초록’, ‘파란’, ‘노란’, ‘보라색’ 등 색깔로 상황이나 사정을 선명하게 형상화하고, ‘목포’라는 도시와 ‘피시방’, ‘노래방’, ‘찜질방’ 등 현대사회의 구체적인 문화공간에서 시간이 흘러갔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도시적이고 매우 모던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어른과 “비를 맞고” 성장하는 소년의 삶의 지향과 살아가는 모습을 흘려낸다. (실존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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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노란 티셔츠」와 「추억」, 「첫눈 내린 날」
이 세 편의 글은 내(박석준)가 고등학생 2학년 1반 담임선생을 한 2002학년도에 발생한 실화를 시 형식으로 쓴 것이다. 「노란 티셔츠」에서 5연의 사건(나=거지! ∼ 흔들거린다.)은 “「첫눈 내린 날」”에도 다루고 있다.
「노란 티셔츠」에는 내가 담임한 반 아이들이 우는 장면과 담임교사인 내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표현되었다. 나의 몸이 너무 허약해서 그런 건지 우리 반 아이들은 담임의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여러 생각 끝에 ‘스승의 날’에 학교에 가지 않았다. 아이들은 ‘정규수업이 끝난 후엔 하루 네 명만 자율학습하지 않고 집에 간다.’는 제안을 했고 나는 “약속 지키면 겨울 방학하는 날 선물하겠다.”를 택했다.
나는 교직에서 명퇴할 때(2017년 2월)까지 몸이 너무 허약한 선생이었는데, 두 번(교사가 된 1983학년도에 목포에서 고1, 2002학년도에 목포에서 고2) 담임을 맡았다. 이 두 번의 시절에 우리 반 아이들이 담임의 말을 잘 듣지 않아서 나는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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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오교정)_시집
노란 티셔츠
서영과 아련이 쉬는시간에 교무실까지 쫄쫄 따라다닌 봄,
교실 초록 게시판엔 위에 ‘동물농장’ 글자만 붙어 있다.
학생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자유로워야 한다.
남학생들 청소도 안 하면 나도 마음대로 하겠어.
광주에서 버스를 타고 내가 도착한 1시에
교문 앞에서 아이들이 비를 맞고 울었다.
스승의 날 행사가 끝나 학교가 파해서.
선생님, 우리들이 잘못했어요.
형님, 애들이 교실에 한 명도 없어요.
함께 천 원짜리 통일호로 통근하는 선생 재명이
여름 1교시가 진행되는데 교무실로 와 나를 부른다.
핸드폰들을 꺼놨다. 점심시간 되자 1반장이 나타난다.
방황하고 싶을 땐 해라 하셨잖아요? 모두 피시방 갔어요.
교실 컴퓨터를 켜자 보디빌더가 된 내가 뜬다.
꼬마, 날씬한 승철이가 합성했어요. 영심이가 밝힌다.
반단합대회를 몇 달째 해서, 저녁식사 하고 노래방 가고
찜질방 가서, 남자애들은 내가 깡말랐다는 걸 다 아는데.
살아간다는 건 사람과 무엇을 함께하고 싶어함일까?
요녀석! 꽃미남 승철이 미소한다. 파란 가을이다.
밴드가 꿈인 재윤과 두 명을 자율학습에서 빼주었다.
전날 여섯 명이 자율학습 안 하고 갔다고 부장이 말해서,
나=거지! 사람 슬프게 하지 마! 그냥 집에 가.
칠판에 쓰고 나가는데, 가을, 10월 아침이 흔들거린다.
착한 선생님, 선물이에요. 제일 작은 거죠. 노란 티셔츠.
다음날 2반장이 말하더니, 보라색 와이셔츠 위에 입자,
하루 네 명만 집에 갈게요. 한다.
약속 지키면 겨울 방학 하는 날 선물하겠다.
약속대로 만 원씩 31만 원, 2반장, 받으세요.
와! 통통한 승철이 청소 끝나고 팔뚝 근육을 뽐낸다.
남자애들이 교실 안 농구 골대에 볼을 넣으려 한다.
은자가 동목포역에서 마흔다섯 살 선생을 배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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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6 (대화 속 말이므로 ‘형님 애들’, ‘삼십일만 원’) <원작 원고 원본>
↛ 2020.05.14. 18:01. 박석준시집_시간의색깔은자신이지향하는빛깔로간다_내지(0514).pdf (대화 속 말을 ‘형님, 애들’, ‘31만 원’으로 편집자가 임의 오교정함)
= 오교정 시집_『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2020.05.25.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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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영-아련-나. 목포. 2003-12-15. untitle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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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22. 2학년 1반 단합대회. 목포. 식당. P22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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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22. 2학년 1반 단합대회. 목포. 노래방. P2220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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