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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무비즘 (18), 실존주의 앙가주망 (15), 리얼리즘 (3) 푸른 하늘 푸른 옷 ― 슬프고 아이러니컬한 날 / 박석준

나의 신시 20 푸른 하늘 푸른 옷 슬프고 아이러니컬한 날

나의 무비즘 (18), 실존주의 앙가주망 (15), 리얼리즘 (3)

1985-05

박석준 /

푸른 하늘 푸른 옷 슬프고 아이러니컬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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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주 형(시인)이 광주에 수감되어 있을 때 형의 부인과 대학생인 나는 함께 면회하러 다녔다. 계림동 집이 방 두 개인데 타지에서 온 손님들이 있어서, 형의 부인은 어머니와 함께 잤고, 남민전 사건 관련 가족인 내 또래의 남대생은 나하고 공부방에서 잤다. 우리 집안엔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곳에서 수감 중이고 면회 인원은 3인으로 제한되어서, 누군가 세 사람씩 큰형과 삼형 면회를 따로따로 가야 했는데, 광주항쟁 나기 전까지는 윤한봉 형(5.18 마지막 수배자, 민주화운동가)이 면회비(영치금)를 구해 주기도 했다. 광주항쟁이 끝난 후에는 이학영 형과 김세원 선생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김남주 형, 윤한봉 형, 홍세화 형은 큰형 박석률의 친구이다.) 우리 식구는 19821월에 집을 잃어 중흥동 장원여관으로 이사했고, 나는 직장이 먼 곳이기에 19833월 교사가 된 후부터는 방학 때에 주로 면회하러 다녔다. 아버지는 19841월 광주교도소에 큰형 면회하러 간 게 마지막 면회가 되었다. 그해 4월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말하지 말아라. 돌아가신 걸 알면 둘 다 괴로워서 병 날

    것이다. 그러면 지금까지 식구대로 고생한 보람도 없이.”

    라고 한 어머니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9월 말 일요일, 우리는 여관에서 떠나야 했다,

    집세를 밀릴 정도로 2월부터 적자가 심해서.

    (중략)

    그러나 852월의 면회에서 큰형이

    “아버지한테 뭔 일 생겼지? 솔직히 말해라. 돌아가신 것

    아니냐? 내가 아무리 갈 수 없는 곳에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은 알아야 할 것 아니냐?”라고 계속 아버지에 관한

    말만 재촉하는 것을 안쓰러웠던지 헌이 실토했다.

― 「아버지 무너진 집에서

 

  그럼에도 시간이 흘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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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푸른 옷

슬프고 아이러니컬한 날

 

 

  ‘큰형이 어머니를 위해서 온다는 건데,

  어머니는 큰형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

  슬프고 아이러니컬하다.’란 생각이 나를 흘렀다.

  855월 중순 일요일 아침, 광주고속 뒤 어린이놀이터

  주변 길을 걷는데, 푸른 하늘을 드러낸 맑은 날임에도

  옷자락을 스치는 바람에 살랑함을 느낀 후에야.

  특별 외출한다고, 며칠 전 교도소에서 연락했는데.

  놀이터 뒤 은성여관으로 큰형이 온다는데.

  하루 전 아버지의 첫 제삿날에도, 아쉬움과 슬픔에서

  떨어져 있고 싶어서 나는 그렇게 걸었는데.

  “어떡할 거나? 교도관들도 둘 온단디.

  집세를 밀려야 할 것 같다. ‘금고돈은 어떻게 줬다만.

  고통받는 것도 설운 일인디, 음식 장만한 것 보고

  아무것도 없는 집이라고 깔보면 어쩔 것이냐?

  차려놓은 것 보면, 형한테도 함부로 대하지 않을 거다.”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러 큰형이 온다는데,

  연락을 받은 뒤에 어머니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어쩔 수 있어요? 쓸 데는 써야지요.” 대답했다.

  교직에 근무한 지 3년째에 접어들었으나 4월 봉급

  삼십몇만 원에서 쓰고 남은 돈뿐이어서, 찾아 드렸다.

  은성여관으로 옮기기 전 신용금고에서 6백만 원을 빌려,

  나는 달마다 20만 원씩 갚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지만.

  그 남은 마저 큰형이 온다는 날엔

  다 쓰여질 텐데, 큰형이 가고 난 뒤에는

  또다시 나와 어머니, 그리고 남은 식구들이 내

  통근비를 걱정하는 속에 어머니가 을 빌리러 갈 텐데.

 

  일하고 있는 어머니를 보고 어머니!하고, 큰형이 4

  옥탑방에 들어갔다, 어머니를 포옹했다. 10쯤에.

  식사 후 두 교도관과 함께 망월동에 가서,

  큰형이 참배하고, 다시 여관으로 돌아왔다.

  큰형은 4쯤 여관에서 떠나야 했다. 나는

  ‘큰형이 식구들이 살아가는 것을 보러 찾아온 곳은

  여관, 나그네의 쉼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형과 우리 식구들이 계림동 우리 집에서

  7811월에 마지막으로 만났는데.

  큰형을 배웅하러 광주고속 위 광주역 쪽으로 따라갈 때,

  푸른 옷을 입은 큰형의 양손에 수갑이 채워지는 것을

  보고는 어머니와 누나는 세상에!

  하며 고개를 떨구어버렸다.

  아마 두 사람의 눈물이 흘러내렸을 테지만,

  나는 푸른 하늘을 드러낸 맑은 날임에도

  살랑한 바람에 큰형의 푸른 옷이 나부끼는 ,

  ‘서른아홉 살 큰형의 청년푸른 하늘 푸른 옷

  실려 사라져가는 것,

  그리고 앞쪽의 인도 가에 바짝 붙어 서 있는 호송차

  보고서 아쉽고 안타까워졌다.

  호송차에 실려 큰형은 우리들 눈에서 사라져 가버렸다.

  우리는 광주역의 역사만 빤히 보일 때 발길을 돌렸다.

  빨간색노란색풍선을 든 어린아이

  그 어머니일 사람하고 걸어오고 있고,

  푸른 하늘파란색 애드벌룬 어렴풋이 흐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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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0 오전 2:49 2020.04.13. 11:58 <원작 원본>

= 시집_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2020.05.25. 푸른사상)

= 사람의깊이2024년호/27(2023.11.30. 순천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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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상황

    1985-05-12.(): 큰형 특별외출

    1984-04-23. 아버지 사망

    1985-05-11. 아버지 첫 제삿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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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와 시집과 관련한 해석

  「푸른 하늘 푸른 옷 슬프고 아이러니컬한 날이 시로 남는다면 한국의 새로운 유형의 시가 될 것이다. 이 글은 민주화운동을 하여 무기수가 된 사람이 아버지 첫 제사를 지내려고 56개월 만에 (교도관과 함께) 특별외출하여 여관으로 찾아와서 가족을 만나는, 실제로 있었던 하루를 리얼리즘 수법으로 표현하고, 시공간을 이동하여 생긴 사상(事象)과 사정을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무비즘 기법으로 쓴 글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부정적인 정치 사회 현실에서 자기구속(앙가주망)이 필요함을 암시하면서 힘없고 가난한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실존주의 경향도 흘려내고 있다.

  「푸른 하늘 푸른 옷 슬프고 아이러니컬한 날푸른 하늘을 드러낸 맑은 날임에도/ 살랑한 바람에 큰형의 푸른 옷이 나부끼는 ’, “청년 푸른 하늘 푸른 옷”, “빨간색 노란색 풍선을 든 어린아이”, “푸른 하늘파란색 애드벌룬라고 표현하여 색깔 이미지가 매우 강하며, 이 중 주된 심상을 이룬 것은 푸른색(파란색)’이다. 이 글의 푸른색(파란색)’빨간색노란색풍선을 든 어린아이의 형상에 흐르는 색깔과 대조를 이루는 색이지만 우울함과 슬픔 속의 밝은 빛(극복 의지 또는 희망)’이라는 심상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아이로니컬하다.

  이 글엔 현실 모순 두 가지가 흐르고 있다. ‘(민주화운동을 추구한)죄수와 그 가족의 만남(살아감)에 얽힌 한국사의 슬픔이 그 하나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가난한 사람의 삶을 얽는 슬픔이 다른 하나이다. 죄수가 가족을 만나러 왔지만, 글에선 그가 남긴 말이 어머니라는 한 단어뿐이어서 나그네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신용금고’, ‘통근비’, ‘이라는 자본주의 사회의 요소와 교도관’, ‘수갑’, ‘호송차라는 갇힘의 요소와 파란색 애드벌룬’(자본주의적인 상혼이 흐르는 세상에서 흔들거리는 가난한 자의 우울한 순수), ‘풍선(동심의 순수)’이라는 순수가 낯선 조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파란색 애드벌룬이 개인적 상징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나 박석준의 글에서는 파란색 애드벌룬이 같은 의미를 상징하는 개인적 상징어이다. 시 어느 날이, 파란색 애드벌룬만이라도 시가지 위에/ 떠 있는 날이 된다면, 좋겠어.”(먼 곳 2 프리즈 프레임), “블루 벌룬, 그건 가난한 빗속에 떠 있을 수 없다.”(술과 밤))

  ‘푸른 하늘파란색 애드벌룬이 떠 있고 교도소에서 외출한 푸른 옷을 입은 사람이 찾아간 곳이 여관(정한 돈을 받고 손님을 묵게 하는 집)’, ‘망월동(묘지)’이라는 데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알레고리(allegory) 표현 기교를 보게 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어서 나는 글의 제목을 푸른 하늘 푸른 옷 슬프고 아이러니컬한 날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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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고리(allegory)

  본래의 뜻은 감추고 나타나 있는 것 이상의 깊은 뜻이나 내용을 다루어 살피게 하는 문장 수사법.

국어사전

  알레고리(allegory)는 은유적으로 의미를 전하는 표현 양식으로, 주로 문학에서 사용된다. 때론 우의(寓意), 풍유(諷喩)로 불리기도 한다.

  알레고리는 일반적으로 수사학의 형식으로 간주되지만 항상 언어를 통해 표현되지는 않는다. 눈짓을 가리키는 말일 수도 있고, 사실적인 회화나 조각, 의사적이거나 재현적인 예술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알레고리는 그 상세함에서 은유보다 길게 지속되고 더 충만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유추가 이성이나 논리에 호소하는 데 반해 알레고리는 상상에 호소한다. 우화는 하나의 명확한 교훈을 가진 짧은 알레고리로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은유가 단어나 문장에 사용되는 개념이라고 한다면 알레고리는 우화처럼 이야기 전체 등으로 훨씬 큰 범위를 지닌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위키백과

  알레고리 : 추상적인 내용을 구체적인 대상을 이용하여 표현하는 비유법. 주로 도덕적, 교훈적, 풍자적 내용을 표현할 때 쓰인다. 은유가 하나의 단어나 하나의 문장과 같은 작은 단위에서 구사되는 표현 기교인 반면, 알레고리는 이야기 전체가 하나의 총체적인 은유로 관철되어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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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푸른 옷 _ 슬프고 아이러니컬한 날>을 게시한 곳

박석준/ <푸른 하늘 푸른 옷 _ 슬프고 아이러니컬한 날>|작성자 박철영

https://blog.naver.com/young200107/222190757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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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 시집 -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

꽃잎 2020.7.10

https://blog.naver.com/mij1421/22202674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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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naver.com책 읽어주는 서점 오늘의 시 _[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 _박석준 시인

루덴스. 2022.12.25

https://blog.naver.com/jaewoonim/22296478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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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은성여관. 교도관-큰형 박석률-동생 수. (1985-05) img422

  은성여관. 교도관-큰형 박석률-동생 수. (1985-05) img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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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여관 옥탑방. 큰형. (1985-05) img427

  은성여관 옥탑방. 큰형. (1985-05) img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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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여관 옥탑방. 영정. (1985-05) img432

  은성여관 옥탑방. 영정. (1985-05) img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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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여관. 교도관-큰형 박석률. (1985-05) img423

  은성여관. 교도관-큰형 박석률. (1985-05) img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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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속 뒤. 큰형-김세원. (1985-05) img425

  광주고속 뒤. 큰형-김세원 선생. (1985-05) img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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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속 뒤 .  동생 헌 - 학 - 큰형   박석률 - 김세원 - 어머니 .   (1985-05)   img430

  광주고속 뒤. 동생 헌--큰형 박석률-김세원 선생-어머니. (1985-05) img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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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동 가는 호송차 안. 작은형-큰형 박석률-교도관 (1985-05) img437

  망월동 가는 호송차 안. 작은형-큰형 박석률-교도관 (1985-05) img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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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여관. 큰형 박석률-나-교도관. (1985-05) img438

  은성여관. 큰형 박석률--교도관. (1985-05) img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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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속 옆 서울다방. 교도관-큰형 박석률-작은형-누나. (1985-05) img435

  광주고속 옆 서울다방. 교도관-큰형 박석률-작은형-누나. (1985-05) img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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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속 위. 누나-어머니. (1985-05) img428

  광주고속 위. 누나-어머니. (1985-05) img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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