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153 비가 눈으로 변할 때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74), 의식의 흐름 (22)
2014-11-17
박석준 /
비가 눈으로 변할 때
비가 눈으로 변할 때에도
만나던 그 사람이었지만
만나러 갈 수 없다.
아직은!
보여주는 늪을
더 보기가 싫어서
비가 눈으로 변할 때에
새로움에 기분 달라지던 나.
비가 눈으로 변했음을 알고 난 후
결국 ‘내가 한 짓’이라고
그늘 속에 숨어 버린 그림자 같은 행위들이었다고
내가 규정한다. 규정해도
패러독스이다.
어떻든 만나러는 가야겠다고 내가 간 건데,
그 사람은 갈 데가 있다고 따라오라고
혼자서만 아는 곳을 따라오라고 한다.
따라는 가지만 따라가고 싶지 않는 어두움
흐르고서 내가 보게 된 그 사람의 늪들을
더 보기가 싫어서
만나러 갈 수 없다.
아직은!
즐기는 한 사람과 어두운 한 사람이 한 장면 속에
흘려내는 말들
암시, 혹은 괴로움 또는 즐김, 혹은 패러독스.
뜯고 음미하는 비닐봉지 속 불량과자
같은, 그 사람과 그 사람 속에 가두는 나.
나는 두 사람에게 다 미안할 뿐이다.
말 한마디가 상한 말로 뇌리로 돌아오는 것은 슬프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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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7 <원작>
= 2015.08.14. 23:41. 카페_-2014-11-17-비가 눈으로 변할 때 <원작 원본>
― https://cafe.daum.net/poorrain/FB7E/78
= 『경남작가』 29호(2016.07.09.)
= 시집_『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2016.12.02. 문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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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14-11-17. 광주시 동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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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비가 눈으로 변할 때」 겨울이 왔다는 말보다 훨씬 완곡한 표현, 거기 불확실성의 이 시대 한 외로운 지식인의 망설임과 고뇌가 굴절작용을 하면서도 꺾이지 않는 그 집요한 자의식의 시가 무엇보다 이 시대 약간 방향타 상실한 이 시대의 비애감을 잘 나타내고 있소. 불확실성, 이는 거대한 음모이기에 그 정체가 크기도 하지만 괴물스런 폭력이어서 시인에겐 벅찬 상대가 분명하오. 만약 「변신」의 카프카(1883~1924)가 나치의 폭정치하 유대인 학살 그 시기 수용소에 있었거나 2014년 분단국 한국에 살았다면 그나마 그 작품 「변신」이나 「단식광대」 그런 작품이 어떤 모습을 했을까요? 아마 히틀러의 유겐트가 애국인 줄 알고 세계 정복의 야망에 불타던 시대라면 수용소에서 안경과 머리털 빼앗기고 독살되었기 딱 알맞은 직업이 소설가 시인이 아닐까요. 1980년 5월~2014년 11월 현재까지 편안 밥 한 끼 못 먹으면서 지금까지 「아버지의 가난」 그대로 물려받은 채 불평불만 하나도 해결하지 못한 채 갈 데 없는 ‘불온분자’같이 살고 있는 나나 석준 시인이나 우리에겐 너무 큰 괴물스런 현실 앞에서 기도 못 펴고 왜곡된 현실에 내 모습 비춰보나 여위고 비뚤어지고 xx에 시달리고… 거기에서 무슨 건강하고 아름다운 시가 나올 리 있겠소. 28行(행) 4聯(연) 구조의 시 속에 담긴 망설임 어두움 불안감 패러독스, 어찌할 수 없는 증오심(역겨움) 그 모든 불안에 쩌든 정서들이 모두 나의 것처럼 느껴지오. 그만큼 2014년 11월 박석준 시인의 정서적 분위기와 나의 의식(정서나 감흥)은 매우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 같소.
그 동안 절실한 이유가 없었지만 ‘우리’들은 상당히 비슷한 시대고를 앓으면서 공통분모가 형성되어 있었던 듯이 느껴지오. 기다려야 할 긴요한 이유나 무슨 의무감 같은 것은 없으면서 항상 챙겨온 마음 한 켠에서 이 외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여린 그 마음에 대한 서로의 ‘연민’이 짜증스런 나라 짜증스런 도시에서도 서로에게 기대고 있는 그 어떤 마음(이것을 나는 시라고 생각하오)이 우리를 연결해 주는 듯이 느끼오. 금번의 시가 특히 그런 이유를 조금씩 알아가게 만드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보오.
― 2014년 11월 21일. 문병란 (해석)
= 2015.08.14. 23:44. 카페 가난한 비_2014-11-21
― https://cafe.daum.net/poorrain/FB7E/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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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05-09-11 오전 12:46 광주시 충장로. PHOTO050911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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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1883-07 ∽ 19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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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바르 뭉크 – 불안(Anxiety)_1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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