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107 나무와 두 아이, 두 사람과 나
나의 상징주의 (11), 실존주의 (58), 나의 무비즘 (94)
2008-02-28
박석준 /
<원작 수정> (그들과 관련된 이야기와 물건들을)
나무와 두 아이, 두 사람과 나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몇 년 동안이나 걷던 그 길을
돌아다보았다, 이사하는 날에.
내가 걷던 그 길에는 은행, 은행나무들이 있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밤
내가 독백을 털며 스치던 말하지 않는 나무였다.
3년 전이나 되었을까. 그 길을 따라
고등학생 하나가 집으로 찾아왔다.
그 애는 혼자서도 잘 놀다가
밤이 깊었다며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나는 그 길을 따라 출근을 했다.
내가 걷던 그 길로 다른 아이도 찾아왔다.
체 게바라, 기형도, 김광석의 이야기와
내가 갖고 있는 물건을 다 좋아하다가
어느 날부턴
그들과 관련된 이야기와 물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게바라 라이터, 입 속의 검은 잎, 사랑했지만* …….
사랑했던가. 그러다가 그 애는 이삼 년 사이에
청년이 되었다. 길을 찾던 그 청년, 비를 맞고서
시간의 색깔을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의 삶 자체가 시간의 색깔인 것도 같아요, 하며.
내가 길을 찾다가 누군가를 찾아가고 싶어진 여름밤
제가 찾아가고 싶은데, 지금 뭐 하세요?
석양이 내게 안부를 물었다.
서성거리다가 인생의 중반길에 온 나는
그리워할 사람이 많았다.
내가 이사를 한 후에도 그대로 있을
그 나무들……
돌아다볼 여유도 없이.
* 사랑했지만 : 가수 김광석이 부른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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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0 ∽ 2009-01-17 (그들의 이야기와 그들과 관련된 물건들을) <원작>
2013-01-06 오전 6:01. 박석준-시집 최종본 2013년1월5일-2(내가 모퉁이로 사라졌다가).hwp (그들과 관련된 이야기와 물건들을) <원작 수정작>
= 시집_『카페, 가난한 비』(2013.02.12.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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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그들의 이야기와 그들과 관련된 물건들을)
나무와 두 아이, 두 사람과 나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몇 년 동안이나 걷던 그 길을
이사하는 날 돌아다보았다.
내가 걷던 그 길에는 은행,
은행나무들이 있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밤, 내가 독백을 털며 스치던
말하지 않는 나무였다.
3년 전이나 되었을까.
그 길을 따라 고등학생 하나가 집으로 찾아왔다.
그 애는 혼자서도 잘 놀다가 밤이 깊었다며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나는 그 길을 따라 출근을 했다.
내가 걷던 그 길로 다른 아이도 찾아왔다.
체 게바라, 기형도, 김광석의 이야기와 내가 갖고 있는 물건은 다 좋아하다가
어느 날부턴 그들의 이야기와 그들과 관련된 물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체 게바라 라이터, 입 속이 검은 잎, 사랑했지만……
그러다가 그 애는 이삼년 사이에 청년이 되었다.
길을 찾던 그 청년
비를 맞고서 ‘시간의 색깔’을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의 삶 자체가 시간의 색깔인 것도 같아요, 하며.
내가 길을 찾다가
누군가를 찾아가고 싶어진 여름밤
제가 찾아가고 싶은데, 지금 뭐 하세요?
석양이 내게 안부를 물었다.
서성거리다가 인생의 중반길에 온 나는
그리워할 사람이 많았다.
내가 이사를 한 후에도 그대로 있을
그 나무들……
돌아다볼 여유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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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0 ∽ 2009-01-17 오전 11:35. 박석준-08종합1-1-1.hwp (같아요 ) <원작>
=→ 2009-06-12 오후 7:30. 석사학위작품집-박석준2-4.hwp (같아요, ) <원작 교정>
= 『석사학위 작품집』(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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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08-02.28. 광주시 유동 (1연)
2005-02. 광주시 유동 (2연)
2008-02.28. 광주시 유동 (4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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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시간의 색깔과 지향하는 빛깔
이 글은 나와 관련한 실화를 시적 형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나는 글에 언급한 길에 서 있는 나무들을 유동 박제방에서 이사 가는 2008년 2월 28일에 돌아다보았다. 나무는 말이 없다.
철학자(사상가)는 아니지만 ‘시간에 색깔이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의식이 없는 사람에겐 시간은 가지 못한다. 시간은 의식이 있는 사람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는 생각을 나는 가지고 있다.(그래서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라는 시집을 세상에 낸 것이다) 시간의 색깔은 인간이 만들게 된 삶, 그리고 한 존재(개인)의 지향(指向)과 관련해서 변한다. 즉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색깔을 따른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글 「나무와 두 아이, 두 사람과 나」는 그런 내 생각이 담긴 시이다.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몇 년 동안이나 걷던 그 길을/이사하는 날 돌아다보았다.”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몇 년 동안’은 내가 목포, 순천에 근무하던 시간을 가리킨다.
이 시에는 혁명운동의 상징적 존재이지만 볼리비아에서 체포되어 39살에 사형당한 체 게바라, 6년간 시인으로 활동하다가 28살에 요절한 시인 기형도, 13년에 걸쳐 가수로 활동하다가 31살에 자살한 김광석 등 자신의 삶의 색깔을 만들어간 요절한 인물이 언급되어 있다. 이 세 인물은 ‘요절’이라는 시간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 사람들의 삶을 좋아하다가 자신의 삶의 길을 찾고 청년이 된 사람(아이)의 시간이 담겨 있다. 이 사람은 “자신의 삶 자체가 시간의 색깔인 것도 같아요”라는 말을 한다. 이 청년은 이 시에 드러나 있는 두 아이 중 “나”의 시간 속에 청년으로도 살아가게 된 존재이다.(다른 한 아이는 그 후로는 만나지 못했으므로 나에겐 아이로만 살아간다.) 두 번째 아이가 청년이 되는 계기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나”가 그 계기를 “비를 맞고서”라는 상징어를 통해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의식은 말을 통해 외부세계에 구체화되는데 그 과정에 작용하는 형태가 ‘지향’이다.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그리고 사람이 만들어낸 상황에) 말로 연관을 맺지 못할 때 인간(한 개인)은 事象(사상) 혹은 풍경일 수밖에 없지만, 그것들 자연현상이라고 규정할지라도 인간의 경우 그것으로부터 부름, 즉 ‘말의 계기’를 얻을 수는 있다. 이 시에서 “석양”은 ‘말하는’ 존재이며 ‘한 사람의 삶에서 어떤 색깔을 띠게 하는 특별한 자연’으로 의식되고 있는 상징이다. 그 뒤에 나오는 “나무”도 그것과 관련을 맺으려는 사람에게는 똑같은 기능을 한다. 그러나 “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석양’과는 성격이 다른 ‘그냥 자연물’이다. (이 글의 ‘석양’은 나의 또 다른 제자의 애칭이기도 하다.)
이 글엔 상징주의, 시공간을 따라 움직이는 인간을 표현하는 무비즘 기법이 반영되어 있다. “그 길을 따라/고등학생 하나가”에서 “그 길”은 ‘박석준이라는 선생’을 의미한다.
-- 2024-03-24 오전 8:24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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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2006-01-20
나무와 두 아이, 두 사람과 나
나무들!
내가 간 어떤 길에는 나무들이 있었다.
몇 년 그 길을 걷고 돌아본 어느 날
내가 찾아와도 좋고 안 찾아와도 좋을 듯이
말하지 않는 나무였다.
내가 걷는 어떤 길에서 아이 하나가 나를 찾아왔다.
아이는 조화롭게 혼자 잘 놀다가 밤이 깊었다며 집으로 돌아갔다.
내가 걷는 어떤 길에는 아이가 따라왔다.
그의 이야기와 내가 갖고 있는 물건은 다 좋아하다가
어느 날엔 그의 이야기와 그런 물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체 게바라 라이터, 김광석의 노래들, 가난한 비, rain빛 Rose
길을 찾던 사람 하나가 비를 맞고서 '시간의 색깔'을 알게 되었다고
자신의 삶 자체가 시간의 색깔이라고
전하였다.
내가 길을 찾다가
삶을 생각하는 여름밤
제가 찾아가고 싶은데, 지금 뭐 하세요?
‘석양’이 나에게 안부를 물었다.
서성거리다가 인생의 중반길에 온 나는
그리워할 사람이 많기에
내가 찾아가지 않아도 그대로 있을 나무를 돌아볼 삶의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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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0. 16:35. 카페 가난한 비_나무와 두 아이, 두 사람과 나 (메모)
→ https://cafe.daum.net/poorrain/F1vW/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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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무 _DSC5439. 내가 출퇴근한 길 , 광주시 유동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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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구 2004-04-05-민구, 나, 광주시 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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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 2005-01-01-두석 , 광주시 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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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che gebara - El Che V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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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2 - 첫 번째 곡 - 사랑했지만 (1991, 문화)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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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시집 –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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