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106 빈집 ―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
나의 상징주의 (11), 사상시 (8), 아방가르드 (13), 나의 무비즘 (93)
2007-12-07
박석준 /
<원작> (바께쓰/다라/애야/이십 개월/이십만/삼십만/십오 개월)
빈집 ―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
꼭 전해 드려요 해서…. 사랑한다는 말을….
남선생이 전했는데, 버스 앞 바께쓰에 김치가 가득하다.
“어떻게 가지고 온 거냐? 이 많은 김치를!”
“밀고 쉬고 해서. 기사가 도와줘서. 선생님이 줬어요.”
금요일 밤 어머니가 큰 다라 앞에 앉아, 내 가는 다리
때문에 소금 안 넣은 김치를 김장하다가 안쓰러워했다.
“고마운 사람들이구나. 참, 애야, 은행에서 삼십만 원을
찾았는디, 어디 둔지 모르겠다.”
“그래요? 더 많이 찾아 쓰세요.” 했는데 불현듯 스쳤다.
힘없는 쉰 살, 소외된 사람을 왜 사랑하려는 걸까?
나흘 후 크리스마스 밤에 어머니가 쓰러졌다.
박스에 검정콩 두유가 두 개 빈 그대로다.
새벽에 겨우 말한다. 불안해서 막내에게 출근 전
전화하여 입원 부탁했다.
병원의 눈길 걸어 유동 방에 돌아왔으나 잠 못 이루고,
연말 출근길 겹쳐 보이는 순천의 블록보도
마음대로 걸을 수 없어 벽을 짚고 학교로 향한다.
어머니가 의식이 없다. 사랑하려는 사람이 있으나.
여자에게, 그리움만 남기겠어요, 전했다.
4년간 점심식사를 하지 않은 순천을 떠나야 할 나,
이십일 넘게 밤의 소리가 마루 앞 방문을 열 것 같아
무서워 밤에 못 잤다. 땀나고 눈 아프고 가는 다리가
가늘어져 걷기 힘든 빈사의 몸을 병원에 맡기고
혼자 공존을 도모하고 사흘 만에 퇴원했으나,
어머니가 의식이 없다.
있나 봐! 있나 봐!
너, 너 너의 걷는 모습 고이 간직해 (있나 봐!)
이루어질 때까지, 이루어질 때까지
대출을 하여, 이십 개월 밀린 월 이십만 원 방세를 내고
어머니가 잃어버린 돈 삼십만 원을 방에서 찾고
빈집 두고 2월말에 아파트로 이사하고,
버스로 목포로 통근하고….
의식 없이 십오 개월을 넘긴 어머니가 식목일 오후에
간신히 열 자를 말했다. “밥 거르지 말고 잘 먹어라.*”
다음날 조퇴하고 병원에 왔으나 어머니가 이미 떠났다.
나는 4월의 길을 왜 걸어왔을까? 걷는 걸까?
내게 돈이 무슨 의미를 지닐까? 나는 왜 일을 하는가?
아파트 주변 숲 풀밭에 앉아 밤 한 시에 흐느끼는 나
아픈데. 어머니가 세상에 없다.
그러나 나를 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 말을 듣지 못할 때
내가 나를 바라보고 나만을 생각할 때
시간의 색깔을 낚는 빛깔 잃어
삶은, 존재는 공허하게 된다.
나는 갈 데가 없다.
있나 봐! 있나 봐!
너, 너 너의 걷는 모습 고이 간직해 (있나 봐!)
이루어질 때까지, 이루어질 때까지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
빚을 갚으면, 예순 살이 되면 이 일을 떠나야겠어.
* 박석준, 「일기예보」(201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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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8 ∼ 22020-03-17 오전 12:08. <원작>
(바께쓰/다라/애야/이십 개월/이십만/삼십만/십오 개월), (힘든)
= 2020.03.17. 16:43.내메. 박석준-3시집-0618-12-푸105(교)-5-2.hwp <원작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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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07-12-21 (금, 김치),
2007-12-25 (화, 쓰러짐), 12-31 (월, 여자와 헤어짐),
2008.2월 (아픔, 이사, 목포로 전근)
2009-04-05 (일, 식목일),
2009-04-06 (월, 사망).
2009-04.27.(월, 현재 광주 푸른마을 아파트 옆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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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이 글은 내가 살아가는 중에 가장 슬펐던 일들을 시 형식의 무비즘 기법으로 묘사한 실화이다. 어머니가 말하던 시간(의식 있음)에 나타난 사랑과, 어머니의 말 없음(의식 없음, 빈집)으로 인한 아픔,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별과 나의 번민과, 어머니의 죽음(빈집)으로 인한 절망과 삶의 의지를 형상화한 글이다. 일반적인 시 형식의 글과는 전혀 다르게 ‘사상의 토로에 석인 랩 스타일로의 변주와 독백’에 ‘아방가르드 기법’이 활용되었다. 그리고 인물들이 시간과 공간을 따라 시공간을 흘러가는 영화처럼 느끼게 하는 무비즘 기법이 사용되었다. 글에 담긴 사상은 실존주의이다. ‘빈집’은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함’, ‘나의 정체성의 흔들거림’, ‘어머니의 죽음’, ‘나의 삶의 기반이었던 광주 유동 박제방을 떠남’ 등을 내포한 상징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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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교정)
빈집
―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
꼭 전해 드려요 해서…. 사랑한다는 말을….
남선생이 전했는데, 버스 앞 양동이에 김치가 가득하다.
“어떻게 가지고 온 거냐? 이 많은 김치를!”
“밀고 쉬고 해서. 기사가 도와줘서. 선생님이 줬어요.”
금요일 밤 어머니가 큰 대야 앞에 앉아, 내 가는 다리
때문에 소금 안 넣은 김치를 김장하다가 안쓰러워했다.
“고마운 사람들이구나. 참, 아야, 은행에서 삼십만 원을
찾았는디, 어디 둔지 모르겠다.”
“그래요? 더 많이 찾아 쓰세요.” 했는데 불현듯 스쳤다.
힘없는 쉰 살, 소외된 사람을 왜 사랑하려는 걸까?
나흘 후 크리스마스 밤에 어머니가 쓰러졌다.
박스에 검정콩 두유가 두 개 빈 그대로다.
새벽에 겨우 말한다. 불안해서 막내에게 출근 전
전화하여 입원 부탁했다.
병원의 눈길 걸어 유동 방에 돌아왔으나 잠 못 이루고,
연말 출근길 겹쳐 보이는 순천의 블록보도
마음대로 걸을 수 없어 벽을 짚고 학교로 향한다.
어머니가 의식이 없다. 사랑하려는 사람이 있으나.
여자에게, 그리움만 남기겠어요, 전했다.
4년간 점심식사를 하지 않은 순천을 떠나야 할 나,
이십 일 넘게 밤의 소리가 마루 앞 방문을 열 것 같아
무서워 밤에 못 잤다. 땀나고 눈 아프고 가는 다리가
가늘어져 걷기 힘든 빈사의 몸을 병원에 맡기고
혼자 공존을 도모하고 사흘 만에 퇴원했으나,
어머니가 의식이 없다.
있나 봐! 있나 봐!
너, 너 너의 걷는 모습 고이 간직해 (있나 봐!)
이루어질 때까지, 이루어질 때까지
대출을 하여, 20개월 밀린 월 20만 원 방세를 내고
어머니가 잃어버린 돈 30만 원을 방에서 찾고
빈집 두고 2월 말에 아파트로 이사하고,
버스로 목포로 통근하고….
의식 없이 15개월을 넘긴 어머니가 식목일 오후에
간신히 열 자를 말했다. “밥 거르지 말고 잘 먹어라.*”
다음날 조퇴하고 병원에 왔으나 어머니가 이미 떠났다.
나는 4월의 길을 왜 걸어왔을까? 걷는 걸까?
내게 돈이 무슨 의미를 지닐까? 나는 왜 일을 하는가?
아파트 주변 숲 풀밭에 앉아 밤 한 시에 흐느끼는 나
아픈데. 어머니가 세상에 없다.
그러나 나를 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 말을 듣지 못할 때
내가 나를 바라보고 나만을 생각할 때
시간의 색깔을 낚는 빛깔 잃어
삶은, 존재는 공허하게 된다.
나는 갈 데가 없다.
있나 봐! 있나 봐!
너, 너 너의 걷는 모습 고이 간직해 (있나 봐!)
이루어질 때까지, 이루어질 때까지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
빚을 갚으면, 예순 살이 되면 이 일을 떠나야겠어.
* 박석준, 「일기예보」(201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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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3 오후 7:47. (양동이/대야/아야//20개월/20만/30만/15개월) <원작 최종교정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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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본> 오교정
빈집
―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
꼭 전해드려요 해서……. 사랑한다는 말을…….
남 선생이 전했는데, 버스 앞 양동이에 김치가 가득하다.
“어떻게 가지고 온 거냐? 이 많은 김치를!”
“밀고 쉬고 해서. 기사가 도와줘서. 선생님이 줬어요.”
금요일 밤 어머니가 큰 대야 앞에 앉아, 내 가는 다리
때문에 소금 안 넣은 김치를 김장하다가 안쓰러워했다.
“고마운 사람들이구나. 참, 아야, 은행에서 삼십만 원을
찾았는디, 어디 둔지 모르겠다.”
“그래요? 더 많이 찾아 쓰세요.” 했는데 불현듯 스쳤다.
힘없는 쉰 살, 소외된 사람을 왜 사랑하려는 걸까?
나흘 후 크리스마스 밤에 어머니가 쓰러졌다.
박스에 검정콩 두유가 두 개 빈 그대로다.
새벽에 겨우 말한다. 불안해서 막내에게 출근 전
전화하여 입원 부탁했다.
병원의 눈길 걸어 유동 방에 돌아왔으나 잠 못 이루고,
연말 출근길 겹쳐 보이는 순천의 블록보도
마음대로 걸을 수 없어 벽을 짚고 학교로 향한다.
어머니가 의식이 없다. 사랑하려는 사람이 있으나.
여자에게, 그리움만 남기겠어요, 전했다.
4년간 점심식사를 하지 않은 순천을 떠나야 할 나,
20일 넘게 밤의 소리가 마루 앞 방문을 열 것 같아
무서워 밤에 못 잤다. 땀 나고 눈 아프고 가는 다리가
가늘어져 걷기 힘든 빈사의 몸을 병원에 맡기고
혼자 공존을 도모하고 사흘 만에 퇴원했으나,
어머니가 의식이 없다.
있나 봐! 있나 봐!
너, 너 너의 걷는 모습 고이 간직해 (있나 봐!)
이루어질 때까지, 이루어질 때까지
대출을 하여, 20개월 밀린 월 20만 원 방세를 내고
어머니가 잃어버린 돈 30만 원을 방에서 찾고
빈집 두고 2월 말에 아파트로 이사하고,
버스로 목포로 통근하고…….
의식 없이 15개월을 넘긴 어머니가 식목일 오후에
간신히 열 자를 말했다. “밥 거르지 말고 잘 먹어라.”*
다음 날 조퇴하고 병원에 왔으나 어머니가 이미 떠났다.
나는 4월의 길을 왜 걸어왔을까? 걷는 걸까?
내게 돈이 무슨 의미를 지닐까? 나는 왜 일을 하는가?
아파트 주변 숲 풀밭에 앉아 밤 1시에 흐느끼는 나
아픈데. 어머니가 세상에 없다.
그러나 나를 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 말을 듣지 못할 때
내가 나를 바라보고 나만을 생각할 때
시간의 색깔을 낚는 빛깔 잃어
삶은, 존재는 공허하게 된다.
나는 갈 데가 없다.
있나 봐! 있나 봐!
너, 너 너의 걷는 모습 고이 간직해 (있나 봐!)
이루어질 때까지, 이루어질 때까지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
빚을 갚으면, 예순 살이 되면 이 일을 떠나야겠어.
* 박석준, 「일기예보」(201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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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0. (남 선생/20일/땀 나고/1시) <원작 오교정>
= 시집_『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2020.05.25. 푸른사상)
(의식의 흐름 속 말인 ‘한 시’를 ‘1시’로 출판사 편집자가 임의 오교정하여 시집에 인쇄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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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20-03-06 (힘들다.)
빈집 ―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
꼭 전해 드려요 해서…. 사랑한다는 말을….
남선생이 전했는데, 버스 앞 바께쓰에 김치가 가득하다.
“어떻게 가지고 온 거냐? 이 많은 김치를!”
“밀고 쉬고 해서. 기사가 도와줘서. 선생님이 줬어요.”
금요일 밤 어머니가 큰 다라 앞에 앉아, 내 가는 다리
때문에 소금 안 넣은 김치를 김장하다가 안쓰러워했다.
“고마운 사람들이구나. 참, 애야, 은행에서 삼십만 원을
찾았는디, 어디 둔지 모르겠다.”
“그래요? 더 많이 찾아 쓰세요.” 했는데 불현듯 스쳤다.
힘없는 쉰 살, 소외된 사람을 왜 사랑하려는 걸까?
나흘 후 크리스마스 밤에 어머니가 쓰러졌다.
박스에 검정콩 두유가 두 개 빈 그대로다.
새벽에 겨우 말한다. 불안해서 막내에게 출근 전
전화하여 입원 부탁했다.
병원의 눈길 걸어 유동 방에 돌아왔으나 잠 못 이루고,
연말 출근길 겹쳐 보이는 순천의 블록보도
마음대로 걸을 수 없어 벽을 짚고 학교로 향한다.
어머니가 의식이 없다. 사랑하려는 사람이 있으나.
여자에게, 그리움만 남기겠어요, 전했다.
4년간 점심식사를 하지 않은 순천을 떠나야 할 나,
이십일 넘게 밤의 소리가 마루 앞 방문을 열 것 같아
무서워 밤에 못 잤다. 땀나고 눈 아프고 가는 다리가
가늘어져 걷기 힘들다. 빈사의 몸을 병원에 맡기고
혼자 공존을 도모하고 사흘 만에 퇴원했으나,
어머니가 의식이 없다.
있나 봐! 있나 봐!
너, 너 너의 걷는 모습 고이 간직해 (있나 봐!)
이루어질 때까지, 이루어질 때까지
대출을 하여, 이십 개월 밀린 월 이십만 원 방세를 내고
어머니가 잃어버린 돈 삼십만 원을 방에서 찾고
빈집 두고 2월말에 아파트로 이사하고,
버스로 목포로 통근하고….
의식 없이 십오 개월을 넘긴 어머니가 식목일 오후에
간신히 열 자를 말했다. “밥 거르지 말고 잘 먹어라.*”
다음날 조퇴하고 병원에 왔으나 어머니가 이미 떠났다.
나는 4월의 길을 왜 걸어왔을까? 걷는 걸까?
내게 돈이 무슨 의미를 지닐까? 나는 왜 일을 하는가?
아파트 주변 숲 풀밭에 앉아 밤 한 시에 흐느끼는 나
아픈데. 어머니가 세상에 없다.
그러나 나를 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 말을 듣지 못할 때
내가 나를 바라보고 나만을 생각할 때
시간의 색깔을 낚는 빛깔 잃어
삶은, 존재는 공허하게 된다.
나는 갈 데가 없다.
있나 봐! 있나 봐!
너, 너 너의 걷는 모습 고이 간직해 (있나 봐!)
이루어질 때까지, 이루어질 때까지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
빚을 갚으면, 예순 살이 되면 이 일을 떠나야겠어.
* 박석준, 「일기예보」(201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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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8 ∼ 2020-03-06 (힘들다.) (초고)
= 2020.03.09. 05:11.메. 박석준-3시집-0618-12-푸105(교)-4-2.hwp (초고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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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어머니, 누나, 나. (광주시). img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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