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105 레인, 감청색 그 청년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57), 나의 무비즘 (92)
2007-12-07
박석준 /
<원작>
레인, 감청색 그 청년
12월 비가 유리창에 탁 탁 소리 내어 나를 부르고
추적추적 금요일 새벽 네 시로 흐르고 있어요.
흐르는 비에 내 이미 그리움이 진해졌어도
다시 보고 만 것은 유리창으로 밖을 보고 있는 갈망.
레인! 나는 캄캄한 새벽, 비에 한 시절을 태우고 있어요.
레인, 감청색 그 청년은 새벽 비 내리는 소리 들을까?
빗소리를 들었어요? 예, 비 내렸어요. 한마디를
얻은 나는 말이 많은데, 누구를 사랑하다 잃었을까?
내가 배를 깎아 책상 위에 갖다 놔도
감사합니다, 한마디뿐 손대지 않고, 감청색 수트
쉰 살 청년이 비스듬해진 얼굴, 지긋한 눈길을 건네네!
수줍어 나는 연상의 처녀가 되었어요.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어, 2주 지난 금요일 오늘
김장김치 바께쓰가 전해지는지 터미널에서 숨어 봤어요.
레인! 나, 시간의 색깔이 그 청년과 따로 흘러갔네요.
먹을 것이나 챙겨주는 일을 또 드러냈네요. 짝사랑에
반환이 없으므로 자선도 아닌 나의 희한한 갈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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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 2020-03-03 (네 시로, 바께쓰) <원작>
= 2020.03.17. 16:43.내메. 박석준-3시집-0618-12-푸105(교)-5-2.hwp <원작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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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07-12-07 (금, 1연 광주 0.5mm, 순천 04mm 비),
2007-12-21 (금, 2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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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이 글은 2007년 12월에 내 주변의 사람과 나에게서 실제로 일어난 일과 상념을 무비즘 기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노처녀의 노총각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의 갈망과 아픔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글이다. 화자를 여자로 설정한 것은 글에 사실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의도였다. 이 글은 실화를 담은 짧은 형태의 단편 무비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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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밖 실화
이 글에는 결혼을 안 한 나(박석준)하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과 결혼하겠다는 말을 전한 마지막 여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당시 나는 순천여고에서 근무하는 교사이고 나이는 50살이었고 여자는 4살 연상이었는데, 나의 어머니가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말아서 나는 사랑의 길로 가려던 마음을 정리하고 여자에게 ‘그리움만 남기자’는 말을 남긴 후 곧 목포로 떠났다. 어머니는 15개월 병원에서 중환자로 있다가 세상을 떠났다. 나는 독신이 되어 몇 개월 번민했고 60살에 교직에서 떠나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 후 60살에 명퇴했다.
나의 아이디가 ‘가난한 비’여서 나를 “레인”으로 정했고 내가 입은 양복이 “감청색”이기 때문에 그 색으로 제목에 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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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교정)_시집
레인, 감청색 그 청년
12월 비가 유리창에 탁 탁 소리 내어 나를 부르고
추적추적 금요일 새벽 4시로 흐르고 있어요.
흐르는 비에 내 이미 그리움이 진해졌어도
다시 보고 만 것은 유리창으로 밖을 보고 있는 갈망.
레인! 나는 캄캄한 새벽, 비에 한 시절을 태우고 있어요.
레인, 감청색 그 청년은 새벽 비 내리는 소리 들을까?
빗소리를 들었어요? 예, 비 내렸어요. 한마디를
얻은 나는 말이 많은데, 누구를 사랑하다 잃었을까?
내가 배를 깎아 책상 위에 갖다 놔도
감사합니다, 한마디뿐 손대지 않고, 감청색 수트
쉰 살 청년이 비스듬해진 얼굴, 지긋한 눈길을 건네네!
수줍어 나는 연상의 처녀가 되었어요.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어, 2주 지난 금요일 오늘
김장김치 양동이가 전해지는지 터미널에서 숨어 봤어요.
레인! 나, 시간의 색깔이 그 청년과 따로 흘러갔네요.
먹을 것이나 챙겨주는 일을 또 드러냈네요. 짝사랑에
반환이 없으므로 자선도 아닌 나의 희한한 갈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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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4. 18:01. 박석준시집_시간의색깔은자신이지향하는빛깔로간다_내지(0514).pdf <원작 오교정본>
(의식의 흐름 속 말인 ‘네 시’를 ‘4시’로 편집자가 오교정하고, 사투리를 표준어 ‘양동이’로 바꾸어서 시집에 수록.)
= 시집_『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2020.05.25.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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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 2000-02 (43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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