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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서시 ― 역사외 개인의 의식 2 / 박석준_무비즘 (164)

나의 신시 211 서시 ― 역사외 개인의 의식 2

나의 무비즘 (164), 실존주의 앙가주망 (93), 아방가르드 (78), 사상시 (35)

2022-09-06

박석준 /

서시

― 역사외 개인의 의식 2

 

 

  하지만 시간은 어떤 사람에게든 다르게 흐르는 것이니까

  2022년 8월 여름에

  광명역에서 지하철 타고 서울로 간다는 형과 헤어져

  광명역에서 KTX를 타고 나는 광주로 돌아갔다.

 

  흐르는 도시 여름 9월 6일의 광주 쇼윈도 거리에서

  태풍이 지나가고 난 낮

  한 사람 혹은 사람들이 거리의 상인을 찾아 가게로 가고

  내가 본 사진 ‘애비뉴 데 고블랭’*에 담긴 것

  ―쇼윈도 속 서 있는 가격표 붙은 양복을 입은 마네킹

  을 세 어린이가 보더니 개와 함께 질주한다.

 

  녀석은 자전거에 미친 놈이단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서 타다가 넘어져서 다쳤는데

  러시아가 사회주의 사회라서 그런가

  치료를 해주고 돈은 안 받더라고 하네요, 겨울인데.

  그나저나 주식 주가 하락해서 나 2천만 원 날렸죠.

  하는 말과 아침이 후배의 차 안 후배의 얼굴

  아래의 파란 티셔츠와 함께 쇼윈도 거리서 흘러간다.

 

  나는 쇼윈도 거리를 걷는 현대의 햄릿이다.

 

  ―건물들 가로 많은 사람이 걷는  쌓인 거리 위에 선

  손에 책을 든 코트

  입은 러시아 혁명기 시인이자 의사

  지바고 오마 샤리프

  오마 샤리프의 얼굴 아래의 코*

  기차, 거리에서 죽는 지식인 ‘살아 있는’ 지바고가

  뇌리에 서 있다.

 

 

* 애비뉴 데 고블랭(Avenue des Gobelins) : ‘현대 사진의 아버지’, ‘카메라의 시인’이라 불리는 프랑스의 사진작가 외젠 앗제(Eugène Atget, 1857-1927)의 예술사진(1925).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1890-1960)의 러시아 혁명을 담은 소설 《의사 지바고》(1957)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닥터 지바고》(1965)에 배우 오마 샤리프(1932-2015)가 지바고로 출연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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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6 ∼ 2022-12-08 오후 3:32 () <원작>

= 2022-12-14 오후 07:25. 카페, 가난한 비, 거리에 움직이는 사람들, 무비이즘-선경-박석준-2022-12-14.hwp (원작 원본)

= 2023-01-09 오후 01:29.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박석준-2023-91-09-교-분석.hwp (원작 날짜)

↛ (오교정: 코트 ) 시집_『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2023.03.20.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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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22-09-06. 광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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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서시 ― 역사외 개인의 의식 2」는 탈 것(지하철, KTX, 차, 자전거, 기차)과, (양복, 티셔츠, 코트)이라는 2가지 소재가 연상을 일으켜서 사건을, 시상을 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그리하여 ‘자본주의’, ‘혁명’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시간’에 관한 시인의 생각(시간은 어떤 사람에게든 다르게 흐르는 것)으로 유도한다. 사상시를 만들어낸다. 「서시  역사외 개인의 의식 2」는 ‘시간은 어떤 사람에게든 다르게 흐르는 것인 까닭에 지식인은 역사와 문화, 자신의 소명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는 생각을 무비즘 기법을 사용하여 시 형식으로 형상화한 글이다. “코트”는 ‘지식인의 성찰’을, “기차”는 ‘혁명’을 상징하는 어휘이다.

  시상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KTX를 타고 광주로 돌아간 “나”는, 낮 여름 9 6일의 광주 쇼윈도 거리에서 사람들이 가게로 가는 광경을 본 후 쇼윈도 속 서 있는 가격표 붙은 양복을 입은 마네킹들을 세 어린이가 보더니 개와 함께 질주하는 광경을 본다. 그러고는 흐름이 돌변한다, “나”가 상념에 잠긴다. ― 그런데 섬세하게 보면 흐름이 돌변한 것이 아니고 이어진 것이다(이것이 글에 아방가르드를 낳는다). ‘가격표→돈’. ‘양복→티셔츠’. ‘질주→자전거 타다 넘어짐’으로 연상을 일으킨 것이다. 아침에  티셔츠 입은 후배의 차에 탄  광주 쇼윈도 거리에서, ①‘녀석이 러시아에서 자전거 타다가 넘어졌는데 녀석에게 (치료비)을 안 받았다.’ 말을 들었다. ②후배는 얼굴 아래 티셔츠 입고 있었고 자신이 주가 하락으로 을 날렸다는 말을 했다. 그리하여 지금 “나”에게 ③후배의 얼굴 아래 티셔츠를 입은 모습이 흘러간다. 흐름이 변하여 현재가 흘러간다. “나”가 쇼윈도 거리를 걷고 있다.

  이 글은 ③으로 인해 잠시 다시 ①의 “러시아” 장면이 흘러감으로써 아방가르드 경향으로 들어간다. “얼굴 아래 티셔츠”가 연상을 일으킨다. “오마 샤리프의 얼굴 아래의 코트”가 뇌리에 흘러간다. 그러는 중에 “기차”와 “지바고”가 뇌리에 들어선다.

  이 글은 흐름이 ‘탈 것’(자전거)이 ‘옷’(티셔츠)으로 변환됨으로써 아방가르드를 낳는다. “녀석”의 자전거 타기는 한편으로 “시간은 어떤 사람에게든 다르게 흐르는 것”이라ᅟᅳᆫ 시인의 메시지를 대변한 행위라고 해석된다. 그러나 “나”는 녀석의 이런 행위에 두려움을 느끼고 회의를 느끼는 듯하다. 쇼윈도 거리를 걷는 나”는 자신을 “나는 쇼윈도 거리를 걷는 현대의 햄릿이다.”라고 생각하고 후배의 티셔츠로 인해 오마 샤리프의 얼굴 아래의 코트를 떠올려냈고, 닥터 지바고를 연상하여 기차, 거리에서 죽는 지식인 지바고로 생각을 이어간다. 지바고는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기의 지식인이었으며, ‘지식인의 죽음’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이 작품 「서시 ― 역사외 개인의 의식 2」에 나타난 현대의 기차 여행, 혁명(헌법의 범위를 벗어나서 국가의 기초, 사회의 제도, 경제의 조직을 급격하게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이라는 역사적 일(또는 의식)과는 관계없이 진행되는 역사외 시간과 역사외 개인의 의식을 보여주는 요소이다. 이 ‘기차 여행’은 한국 사람인 자전거 타기 마니아가 러시아까지 가서 자전거 탄 것(탄 시간)과 같은 색깔의 일이며, 이 여행의 ‘기차’는 그 개인적 시간을 위한 도구일 뿐이어서, 러시아 혁명기의 혁명을 상징하는 지바고 시대의 ‘기차(앞으로 나아간다는 데서 미래 지향의 의미를 지닌 것)’와는 완전히 색깔이 다르다.

  이 글은 “기차, 거리에서 죽는 지식인 ‘살아 있는’ 지바고가/뇌리에 서 있다.”로 끝난다. 이것은 지식인은 현대 자본주의 한국 사회의 비인간화한 현실 양태에 비판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앙가주망이라는 자기구속이 필요하다는 것을 메시지로 흘려낸다.

  이 글에서 몇 기법을 보게 된다.

  * 서술 + 의식의 흐름

  * 연상 기법 + 계절 급변(여름에서 겨울로)

    (지하철-KTX-여름 광주 →

    쇼윈도 거리-마네킹-질주한다 →

   넘어져서 다쳤는데-러시아-겨울-얼굴 아래의 티셔츠 →

    눈 쌓인 거리-코트-의사 지바고 오마 샤리프-

    오마 샤리프 얼굴 아래의 코트 →

    기차, 거리에서 죽는 지식인 ‘살아 있는’ 지바고)

  * 아방가르드와 무비즘

    (하는 말과 아침이 후배의 차, 차 안 후배의 얼굴 /아래의 파란 티셔츠와 함께 쇼윈도 거리에서 흘러간다.)

  * 상징

    쇼윈도 거리 : (한국 자본주의 사회의 도시)

    마네킹 : (자본주의의 물신화/비인간성/비정함)

    지하철/KTX/차/자전거/티셔츠 :

    (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다양한 시간)

    코트 : 지식인의 성찰

    기차 : 혁명

  * 암시

    세 어린이가 보더니 개와 함께 질주한다. :

    (‘자본주의 사회의 물신화 비인간화’에 대한 두려움)

  * 대조

    (후배의 얼굴 아래의 파란 티셔츠/

    오마 샤리프의 얼굴 아래의 코트)

  * 사진, 영화 장면 삽입 → 무비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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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 노트

  「서시 ― 역사외 개인의 의식 2」는 2022-09-06일에 나(박석준)에게 스쳐간 실제 상황과 상념을 시 형식으로 표현한 글이다. 이날 오전에 후배 제영이 광주 푸른마을로 찾아왔고 그의 차 안에서 나의 후배인 자전거 타기 마니아(“녀석”)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나는 시집에 수록할 마지막 작품으로 2022-09-06일에 ‘서시 ― 역사외 개인의 의식’이라는 제목의 (초고)를 썼다.(← ‘서시’를 책의 맨 마지막에 둘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여기엔 ‘시인의 말’을 서시로 써서 넣으면 된다는, 즉 한 시집에 서시가 2개 있어도 상관없다는 생각도 들어갔다.) 그런데 10월에 제갈량 생각이 나서 「추풍오장원」을 쓰게 되었다. 그래서 (초고)를 정리하여 「서시 ― 역사외 개인의 의식 2」로 완성했다. 그리고 ‘라 코뮌(La Commune)’을 「라 코뮌(La Commune) ― 역사외 개인의 의식 1」로 제목을 변경했다.

  그런 후 새 글 「서시 (시인의 말)」 초고를 2022년 12월 22일에 썼다. 하지만 이 제목을 편집자가 오인하여 「시인의 말」로 교정했고 그렇게 한 것이 시집으로 인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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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22-09-06 ∽ 2022-09-07

서시

― 역사외 개인의 의식

 

 

  하지만 시간은 어떤 사람에게든 다르게 흐르는 것이니까

  2022년 8월 여름에

  광명역에서 지하철 타고 서울로 간다는 형과 헤어져

  광명역에서 KTX를 타고 나는 광주로 돌아갔다.

 

  흐르는 도시 여름 9월 6의 광주 쇼윈도 거리에서

  태풍이 지나가고 난 낮

  한 사람 혹은 사람들이 거리의 상인을 찾아 가게로 가고

  내가 본 사진 ‘애비뉴 데 고블랭’*에 담긴 것

  ―쇼윈도 속 서 있는 가격표 붙은 양복을 입은 마네킹

  을 세 어린이 보더니 개와 함께 질주한.

 

  녀석은 자전거에 미친 놈이단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서 타다가 넘어져서 다쳤는데

  러시아가 사회주의 사회라서 그런가

  치료를 해주고 돈은 안 받더라고 하네요, 겨울인데.

  그나저나 주식 주가 하락해서 나 2천만 원 날렸죠.

  하는 말과 함께 쇼윈도 거리에서 흘러가는, 후배의 

  전날 오전의 후배의 얼굴 아래의 파란 티셔츠 의식한다.

 

  나는 쇼윈도 거리를 걷는 현대의 햄릿이다.

 

  ―건물들 가로 많은 사람들이 걷는 거리 눈 쌓인 길 위에

  선 손에 책을 든 코트

  입은 어른이 되어 의사가 된

  지바고 오마 샤리프

  오마 샤리프의 얼굴 아래의 코트*

  기차, 거리에서 죽는 지식인 ‘살아 있는’ 지바고를

  나는 떠올린다.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1890-1960)의 소설 《의사 지바고》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닥터 지바고》에 배우 오마 샤리프(1932-2015)가 지바고로 출연한 장면.

  * 애비뉴 데 고블랭(Avenue des Gobelins) : ‘현대 사진의 아버지’, ‘카메라의 시인’이라 불리는 프랑스의 사진작가 으젠느 앗제(Eugène Atget, 1857-1927)의 예술사진(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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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6 오후 06:11 ∽ 2022-09-07 오후 4:03 (초고)

= 2022.09.10. 15:14.내메. 카페, 가난한 비, 거리에 움직이는 사람들, 무비이즘-선경-박석준.hwp (초고 원본)

= 2022-09-11 오전 01:09. 카페, 가난한 비, 거리에 움직이는 사람들, 무비이즘.hwp (초고 날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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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바고와 열차

  지바고와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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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고와 열차

  지바고와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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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고 역을 한 오마 샤리프와 코트

  지바고 역을 한 오마 샤리프와 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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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뉴 데 고블랭

  애비뉴 데 고블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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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마을 쇼윈도 거리_poorrain. 20211112_160835

  푸른마을 쇼윈도 거리_poorrain. 20211112_16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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