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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아방가르드 (59) 전집 - 30년 후 노래방 / 박석준

나의 신시 174 전집 - 30년 후 노래방

나의 아방가르드 (59)

2016-06-24 (금)

박석준 /

(교정: 열한 시)

전집 - 30년 후 노래방

 

 

  나는 간다노래방으로

  바람이 헤어지기 전 밖에서 더 있고 싶은 무렵

 

  술을 먹었으니까

  술이 쓸데 있을 거.

  부를 노래 선곡은 그냥 누구나 하면 되는데

  쓸데없이 노래방에 왔구나.

  마른안주, 과일안주, 안주가 갈 데 없구나.

  여자가……

  남자가……

 

  혹시 알아, 10년 후엔

  지금 부른 노래도 노래방에서 들을 수 있을지.

  가수는 아니지만, 누구 전집 – 30년 후 노래방

  속에 곡목, 날짜, 함께한 사람 따위로 분류하여

  시작을 누르면 뮤직비디오로 흘러나올지.

 

  나는 그렇겐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과학이 노래방에도 침투해서 사생활을 통제할 수 있거든.

  당신이 그리웠을 뿐이지.

  한국말인지, 팝송인 샹송인지,

  상대방에게 간접적으로 말하고 싶은 건지

  혼자 감정에 사무치도록 젖고 싶은 건지

  왔다가 시간 끝나면 헤어지면 돼.

 

  그래. 말도 하다가 노래를 부르면 되지.

  밥을 먹었 술을 먹었든 안주를 먹었든

  뭣을 들었든 집에 온다는 당신

  헤어지면 집으로 가는

  열 시나, 늦어도 한 시 전의 노래방이 좋아.

 

  어떻든 노래방에서 했으니까,

  우리에 관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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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6 ∼ 2016.07.04. 10:42.. 2시집_차례-2016-2.hwp (열한시) <원작 원본>

=→ (열한 시시집_『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2016.12.02. 문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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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16-06-24 (금). 두 사람이 만나서 각자 다른 사람하고 말할 때 직후 상황. 광주시 상무지구

      - 금요일 밤의 술집에서 나온 상황과 노래방에 들어간 직후의 상황(1, 2연)

      - 노래방에서 “나”에게 일어난 생각 (3~6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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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전집 - 30년 후 노래방」은 “바람이 헤어지기 전”이라는 말을 첫 부분에 배열한 구성 방식으로 인해 난해하게 여겨지는, 아방가르드를 경향의, 글이다. “바람이 헤어지기 전”은 본래 ‘바람이 불어서’라는 상황을 표현한 말이지만, 앞에 놓인 말, 뒤에 놓인 말과 연결되어 ‘나는 노래방으로 간다, 라는 바람이’’라는 의미와 ‘술을 먹었으니까 술이 쓸데 있을 거다, 라는 바람이’라는 의미도 지니게 된다.

  정리해보면 1, 2연은, 바람 불어서 “헤어지기 전 밖에서 더 있고 싶은 무렵”에 “술이 쓸데 있을 거다.”라는 “바람” 때문에 노래방에 갔는데 → (술을 이미 너무 마신 상태라) “안주가 갈 데 없구나.”, “쓸데없이 노래방에 왔구나.”라고 시간과 사정의 흐름이 정리된다.

  3 ∽ 6연엔 술에 취한 사람이 노래를 부른 직후에 “혹시 알아,”라는 말을 꺼내어서 “나는 그렇겐,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 왔다가 시간 끝나면 헤어지면 돼.” → “그래. … 열한 시 전의 노래방이 좋아.” → “어떻든 노래방에서 했으니까,/우리에 관한 말” 하고 대화가 이루어진다. 말이 덜 끝난 채로 대화가 끝난다.

  그런데 이것은 대화가 아니라 술 취한 사람이 혼자 뇌리에서 흘리는 상념이다. “밥을 먹었든 술을 먹었든 안주를 먹었든/뭣을 들었든 집에 온다는 당신”이라는 말로 보아서.

  화자는 “과학이 노래방에도 침투해서 사생활을 통제할 수 있”다, ‘정서’까지 관리하는 발전된 과학 기술이 이루어지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그런 과학 기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지닌 사람임을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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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화

  금요일(2016-06-24일) 「두 사람이 만나서 각자 다른 사람하고 말할 때」의 상황이 끝나서 사람들은 술집에서 나왔다. 이후에 곧 2차로 함께 간 노래방에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이 글은 그날 노래방에서 잠시 흐른 나의 상념(뇌리에서의 대화)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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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가르드

  프랑스어의 아방가르드(avant-garde)에서 연유된 말로, 어원은 군사 용어의 전위 부대 또는 첨병을 뜻한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이 용어를 예술 용어로 전용하여 전위적 예술(l'art d'avant-garde)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이상, 김수영, 황지우는 한국의 인상깊은 전위시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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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16-06-26

전집 – 30년 후 노래방

 

 

  나는 간다, 노래방으로

  바람이 헤어지기 전 밖에서 더 있고 싶은 무렵

 

  술을 먹었으니까

  쓸데 있을 거

  노래방 시간 예약은 그냥 누구나 하는 일인가

  쓸데없이 노래방에 갔구나.

  마른안주, 과일안주 안주가 갈 데 없구나.

  여자가……

  남자가……

 

  혹시 알아, 10년 후엔

  지금 부른 노래도 노래방에서 들을 수 있을지.

  가수는 아니지만, 누구 전집 – 30년 후 노래방

  속에 곡목, 날짜, 함께한 사람 따위로 분류하여

  시작을 누르면 뮤직비디오로 흘러나올지.

 

  나는 그렇겐,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과학이 노래방에도 침투해서 사생활을 통제할 수 있거든.

  당신이 그리웠을 뿐이지.

  한국말인지, 팝송인 샹송인지,

  상대방에게 간접적으로 말하고 싶은 건지

  혼자 감정에 사무치도록 젖고 싶은 건지

  왔다가 시간 끝나면 헤어지는 것.

 

  그래를 부르면 되지

  밥을 먹었는지 술을 먹었는지 안주를 먹었는지

  뭣을 먹었는지 몰라도 집에 온다는 당신

  헤어지면 집으로 가든

  열 시나, 늦어도 열한 시 전의 노래방이 좋아.

 

  어떻든 노래방에서 했으니까,

  우리에 관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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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6 (초고)

= 2016-06-28 오전 12:36. 2시집_차례-2016-0.hwp (초고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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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광주시 푸른마을. 2023-10-13. IMG_8663

  광주시 푸른마을. 2023-10-13. IMG_8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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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 시집 출판기념회_광주시 오월미술관 옥상. 2023-04-01 오후 6:05.   IMG_0058

  박석준 시집 출판기념회_광주시 오월미술관 옥상. 2023-04-01 오후 6:05. IMG_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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