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시 171 편의점에서처럼 ― 사람과 말없음
나의 무비즘 (136), 리얼리즘 (23)
2016-06-21(화), 2016-06-22(수)
박석준 /
(교정)
편의점에서처럼
― 사람과 말없음
사람과 말없음.
둘 중 어느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해야 하는가?
이 두 가지 사항을 놓고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관계를 전제로 생각지 않는 한
저쪽에 있어요, 하고는
사 가는 물건의 바코드를 찍고
말없이 잔돈을 내주는
편의점에서처럼
아이스크림 좋은 것 있어요?
이것 말고 비싼 것, 콘
누가 먹는데요?
아이들이. 이것 초코, 아이들이 제일 많이 먹어요.
하루 지나 아침
편의점에서 내가 이렇게 말을 묻고
콘을 사가지고 온 것은
그 애, 말없음 때문이다.
수업을 시작하자 바로 뒷좌석 애에게 말을 걸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려서, 벌점 준다고 했더니
벌점 줬으니까 저 알아서 할래요 하곤
핸드폰으로 음악을 크게 틀어 저항한 아이
내가 언제 벌점 줬냐고 물으니까 줬잖아요를 반복하는
말이 안 통하는 아이
화를 내게 만들고
화를 내니까 눈물을 흘리나 싶더니 시간 끝난 후에도
펑펑 눈물 빠치며 말 없이 울던 그 여자아이
아직도 기분이 안 좋니?
니가 잘한 것 내가 잘한 것, 내가 잘못한 것 니가 잘못한 것
말하고 서로 마음을 풀어야 할 것 아니냐? 따라와.
세 갠데 어제 핸드폰 빌려준 애 하나 주고
한 개 남은 건 너 좋을 대로 해라.
말을 해야 하는 직업인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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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2 <원작>
∽ 2016-07-02 (원작 제목 변경 + 행 나누기 교정: 하곤/ 핸드폰으로, 만들고/ 화를)
= 2016.07.04. 10:42.메. 2시집_차례-2016-2.hwp
= 시집_『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2016.12.02. 문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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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하곤 핸드폰으로, 만들고 화를) =→
사람과 말없음(편의점에서처럼)
사람과 말없음.
둘 중 어느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해야 하는가?
이 두 가지 사항을 놓고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관계를 전제로 생각하지 않는 한
저쪽에 있어요, 하고는
사 가는 물건의 바코드를 찍고
말없이 잔돈을 내주는
편의점에서처럼
아이스크림 좋은 것 있어요?
이것 말고 비싼 것, 콘
누가 먹는데요?
아이들이. 이것 초코, 아이들이 제일 많이 먹어요.
하루 지나 아침
편의점에서 내가 이렇게 말을 묻고
콘을 사가지고 온 것은
그 애, 말없음 때문이다.
수업을 시작하자 바로 뒷좌석 애에게 말을 걸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려서, 벌점 준다고 했더니
벌점 줬으니까 저 알아서 할래요 하곤 핸드폰으로 음악을 크게 틀어 저항한 아이
내가 언제 벌점 줬냐고 물으니까 줬잖아요를 반복하는
말이 안 통하는 아이
화를 내게 만들고 화를 내니까 눈물을 흘리나 싶더니 시간 끝난 후에도
펑펑 눈물 빠치며 말 없이 울던 그 여자아이
아직도 기분이 안 좋니?
니가 잘한 것 내가 잘한 것, 내가 잘못한 것 니가 잘못한 것
말하고 서로 마음을 풀어야 할 것 아니냐? 따라와.
세 갠데 어제 핸드폰 빌려준 애 하나 주고
한 개 남은 건 너 좋을 대로 해라.
말을 해야 하는 직업인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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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2 <원작>
= 2016-06-28 오전 12:36.. 2시집_차례-2016-0.hwp (원작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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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16-06-21(화), 2016-06-22(수). 영광군 및 영광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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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이 글은 사람과 말없음과 관계를 소재로 하여 인간사가 펼쳐진다. 사회에서 맺는 중요한 인간관계란 친구나 동지, 직장 동료, 직장 상사와 지위가 그 아래인 관계, 애인 등으로 대체로 진행된다. 사제관계란 학교를 떠나면 잊어버리거나 관계를 끊어버려도 잘못을 따지지 않는 관계이다.
편의점에서는 물건의 위치나 값 등 물건에 관해서 묻거나 대답하는 것만으로도 편의를 제공한 셈이다. 말없이 물건을 사고 말없이 돈을 받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인간관계로 이어가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교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이 글에서처럼 편의점에 가서 아이스크림에 대해서 묻고 그것을 사고 그 아이스크림을 아이에게 주고 화해를 해야 편한 마음으로 다음 수업을 하러 교실에 들어간다.
이 글의 “말이 안 통하는”은 ‘(교사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교사인 상대방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생각이 없는’이란 의미를 품고 있다. ‘수업1=授業 : 저장 주로 정해진 과정을 따라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지식과 기능을 가르쳐 줌. 수업2=受業 : 주로 정해진 과정을 따라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지식이나 학업을 배움’인데 학생이 이것을 깨고 뒷좌석 애에게 말을 걸었으니까.
하지만 교사인 나는 상대방 때문에 괴롭고 그래서 상대방에게 말을 하고 싶지 않아도 상대방에게 해야 한다. 말을 해야 하는 직업인이니까. 이것이 교육의 패러독스이다.
이 글은 “핸드폰”이란 현대 사물을 소유한 학생이 본분을 무시한 채 수업시간에 그것으로 딴짓함으로써(수업을 시작하자 바로 뒷좌석 애에게 말을 걸고/핸드폰을 만지작거려서) 사제관계가 무너지고 교실 교육이 어려워지는 학교 교육의 현실이 사실적으로 무비즘 기법으로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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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과 나(박석준)
나는 29년간의 교직생활에서 ‘말과 말없음’ 때문에 괴로워한 적이 꽤 있었지만, 학생과 나 사이에 일어난 일로 괴로워한 적은 5, 6차례 정도였다. 어떤 학생(들)은 나의 불량한 신체를 가지고 놀려대거나 비난하는, 불량한 신체임을 알고(또한 화를 내지 않는 선생임을 알고) 수업시간에 수업은 안 하고 자기 마음대로 했다.
이 글엔 2016년 6월 22일에 학생과 나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 담겨 있다. 나는 곧 눈물이 날 듯 눈시울이 찡해졌는데, 꽤 시간이 지난 후에 학생의 눈물을 보게 되었다. 나는 이 2016학년도 교사생활을 마치면 퇴직하겠다고 퇴직원을 3월에 낸 상태였다. 그런데 왜 아이(들)가 부적절한 행동을 나한테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어려운 사람이 된 나는 선생이므로 내가 다가가 풀어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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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석준_영광공고. IMG_20150901_11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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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_영광공고. IMG_20150903_10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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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_영광공고. IMG_20150903_10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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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공고와 정문 쪽, 편의점 있는 길. IMG_20140929_152240_poor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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