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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무비즘 (117), 실존주의 앙가주망 (62) 감시 / 박석준

나의 신시 131 감시

나의 무비즘 (117), 실존주의 앙가주망 (62)

2012-06 ∽ 2012-07

박석준 /

<원작>=(광고문학 버전)

감시

 

 

  이른 아침인데.

  가방을 벗지 않은 채로 직행버스 옆 좌석에 앉더니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네. 가느다란 팔뚝이 움직인다. 직장인인 것 같은데 이어폰을 귀에 끼웠군. 스마트폰 화면이 움직인다. 전기가 아무 곳이든 흐르고 있다.

  “저는요 스마트폰이 없으면 하루도 못 살아요.

  누구한테 들으라고 한 말일까. 수업시간에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던 녀석들 중에서 태연하게 표현하던 며칠 전의 그 녀석.

  젊은 사내가 게임을 하고 있다. 전기가 흐르고 있다는 거다. 전기가 영상을 움직이고, 이어폰에 소리를 쏟아붓고, 세상의 변신을 시도한다.

  ‘없으면 못 사는 것, 욕구 때문일까, 그런 사회이기 때문일까’

  글자들이 움직인다.

 

  여름 오후인데. 허벅지를 드러낸 아가씨가, 가방을 양 어깨에 멘 채로 직행버스 옆 좌석에 않네. 통통한 팔뚝이 움직인다. 여대생이거나 무직인 같은데, 이어폰을 귀에 꽂네. 스마트폰의 화면을 터치한다. 전기가 아무 때나 흐르고 있다는 거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하루살이겠네.”

  녀석에게 하던 말이 떠오른다. 아가씨가 카카오톡을 하고 있다. 전기가 흐르고 있다. 전기가 글자들을 찍어내고 빛을 내며 별말을 전하고 있다.

  ‘녀석도 할 테지, 페이스북인지……. 전기가 이미지로 사람을 부른다. 퇴근하면 시장 길에서 사람들을 봐야겠다.’

 

  시장 길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말소리도 난다. 차도를 달리며 불안하게 울리는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를 들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길가 하지감자 파는 아줌마 옆을 지나다가,

  “이만 원이라? 그렇게 팔면 나는 못 살제.

  “아줌마, 그러면 안 살 건데……?

  ‘그러면 못 살 테지!

  먹고 살려고 흥정을 하는 아저씨의 말 뒤에서 입속말을 한다.

  시장 길을 걸어 나온 후 핸드폰을 꺼내 본다. 7시가 되어 간다. 밤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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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6. 21:53. 늘푸른아카시아-동인집원고방_11월.hwp

 https://cafe.daum.net/evergreenacacia/EpJO/29

= 늘푸른아카시아동인 제2집 『잠들지 않는 긴 세월』(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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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12년 여름(6월∽7월), 광주-목포-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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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나의 생각

  이 글은 출퇴근 길의 시외버스와 퇴근 후 말바우시장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감시(監視)’란 ‘어떤 대상을 통제하기 위해 주의하여 지켜봄’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 글 「감시」에는 지켜보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교사인 화자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던” “녀석”(학생)들을 지켜보았고, 하지감자를 파는 “아줌마”와 사려는 “아저씨”가 상대방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한 “녀석”과 “아줌마”는 ‘살다’라는 말을 사용하여 상대방을 통제하려 했다. 그리고 “아저씨”는 ‘사다’라는 말을 사용하여 통제하려 했다.

 

    ‘저는요 스마트폰이 없으면 하루도 못 살아요.’

    “이만 원이라? 그렇게 팔면 나는 못 살제.”

    “아줌마, 그러면 안 살 건데……?”

 

  내(박석준)가 이런 표현을 찾은 것은 자본주의 사회는 ‘사다’와 ‘살다’가 필연적인 관계를 맺어야 이룰 수 있고 그리하여 이어가는 사회이다, 라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 글에는 ‘관찰(觀察: 사물의 현상이나 동태 따위를 주의하여 잘 살펴봄)’도 펼쳐진다. 화자는 “가방을 벗지 않은 채로 앉”은 “젊은 사내”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여긴다. 그리하여 그의 스마트폰 화면을 관찰하면서 “전기가 영상을 움직이고, 이어폰에 소리를 쏟아붓고, 세상의 변신을 시도한다.”라고 생각한다. 이로써 화자는 전기를 빨리 사용하기 위해서 “젊은 사내”가 가방을 벗지 않고 자리에 앉은 것이라고 유추하게 한다. 그리고 같은 방식으로 앉은 “아가씨”와 그녀의 스마트폰 화면을 관찰한 후에는 “전기가 아무 곳이든 흐르고 있다.”, “전기가 아무 때나 흐르고 있다.”라는 생각에 이른다. 그리하여 자신이 ‘전기(스마트폰)가 젊은 사내와 아가씨의 삶을 통제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하였음과 그에 따른 거부감이 있음을 암시한다. 즉 ‘전기(스마트폰)가 사람을 감시(통제)한다.’라고 생각하게 하여 스마트폰이 일반화되어가는 한국 자본주의 사회의 양상에 대한 자신의 부정적인 시각을 펼쳐낸다.

  한편 “차도를 달리며 불안하게 울리는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라는 상징적인 표현은 ‘한국 자본주의의 도시는 못사는(가난한)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리고 화자가, 이 “젊은 사내”와 “아가씨”도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결국엔 기성 사회인(아줌마와 아저씨의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한국의 기성 자본주의 사회인)처럼 “흥정”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였음도 알려준다. “차도”는 자본주의 도시 사회를 상징한다. 젊은 세대일지라도 한국의 가난한 사람은 결국엔 “돈”에 통제될 수밖에 없다는 것, 즉 “돈이 한국 자본주의 사회의 가난한 사람을, 평범한 소시민을 지배한다.”라는 것을 알게 한다. 이 글은 이렇게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깔고 있다. 이 글은 특히 “전기가 ∼ 세상의 변신을 시도한다.”라는 표현에서 세상을 변신하게 하는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전기임을 강조하여 현 한국 SNS 사회의 부정적인 양상을 비판함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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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밖 실화

  이 글 「감시」는 내(박석준)가 목포공고에서 근무할 때(55살 대인 2012년 여름에) 실제로 나에게 다가온 일들을 시 형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가난한 나는 광주-목포를 시외버스로 통근하는 국어 교사인데 공고 아이들은 국어를 취업과는 관련이 없는 기타과목이라고 여겨서, 학급의 두어 명을 제외하고는, 국어 공부에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출퇴근하는 시외버스에서 젊은 세대 남자나 여자와 동석하는 일이 자주 있었는데, 그리하여 관찰했는데, 스마트폰에 심취한 젊은이의 모습을 보고 한국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뒷부분은 광주시 말바우시장 길에서 기성인들이 펼쳐낸 일과 나(박석준)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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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원고> 136. 2012-07-24

감시

 

 

  이른 아침 반팔 와이셔츠를 입은, 가방을 양 어깨에 멘 젊은 사내가 바로 옆 좌석으로 다가온다. 가방을 벗지 않은 채로 앉더니 가느다란 팔뚝이 움직인다. 직장인인 것 같은데 이어폰을 귀에 끼운다. 언제 켰는지 스마트폰 화면이 움직인다. 전기가 아무 곳이든 흐르고 있다.

  ‘저는요 스마트폰이 없으면 하루도 못 살아요.

  누구한테 들으라고 그런 말을 한 걸까. 수업 중인데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던 녀석들 중에서 태연하게 표현한 며칠 전 그 녀석.

  젊은 사내가 게임을 하고 있다, 전기가 흐르고 있다. 전기가 영상을 움직이고 이어폰에 소리를 쏟아 붓고, 변신을 하고 있다.

  핸드폰이 진동한다. 메시지 1통 빛을 낸다. 기전이 뚜껑을 열어 문자/MMS 1을 보고 확인을 누른다. [선식] 함께해요…… 글자들이 움직인다. 다시 확인을 눌러 핸드폰 속을 들여다본다. 기전은 ‘못 사는 것과 기가 죽음은 슬픈 일이다’고 의식에 가두다가 못 이겨 귀로에, 모르는 사람들이 걷고 있거나 움직이고 있는 그 시장 길에 갈 생각을 해 본다.

  여름 오후 에어컨을 튼 버스 안 허벅지를 드러낸, 가방을 양 어깨에 멘 아가씨가 바로 옆 좌석으로 다가온다. 가방을 벗지도 않고 앉더니 통통한 팔뚝이 움직인다. 여대생 혹은 무직인인 것 같은데. 이어폰을 꽂는다. 어디서 꺼냈는지 스마트폰 화면을 건드린다. 전기가 아무 때든 흐르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하루살이겠네.’

  누군가는 들으라고 그런 말을 뱉은 건데, 아가씨가 카카오톡을 하고 있다. 전기가 흐르고 있다. 전기가 글자들을 찍어내고 빛을 내며 별말을 전하고 있다.

  정호는 카카오톡을 못 할 것이다. 스마트폰이 없어서. 자네도 스마트폰으로 바꿔. 권하고는 보여준다며 터치하여 영상을 변화시킨 제영이. 트위턴지 페이스북인지 할지도 몰라……

 

  모르는 사람들이 걷거나 움직이는 말바우장 길에서, 차도를 달리며 흘려 불안하게 하는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를 들은 후에도 기전이 모르는 사람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걷는다.

  길가 하지감자 파는 아줌마 옆을 지나다가

  “이만 원이라? 그렇게 팔면 나는 못 살제.

  “아줌마, 그러면 안 살 건데……?

  ‘그러면 못 살 테지!

  먹고살려고 흥정을 하는 아저씨의 말 뒤에서 입속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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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4 이전 ∽ 2013-05-26 <원작>

↛ 늘푸른아카시아동인 제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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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12-07-24

감시

 

 

  방에는 꾸부리고 앉아서 눈길을 건네는 사람이 있었다, 기전이 돌아왔을 때, 예전처럼 ‘다가올 사람’을 기다리는 아내가 있었다.

  그 눈길이 기전의 뇌리에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는 두 사람의 얼굴을 머뭇거리게 한다. 기전은 별말 없이 바로 옆 그의 방으로 애수를 안고 발을 옮긴다.

 

  전기가 흐르고 있다. 퇴색해 가는 색깔들이 책 표지, 테이프 표지, 옷, 이불, 벽지 위에 따로따로 흩어져 있다.

  기전이 컴퓨터 앞 의자에 앉는다. 그에게 오늘 버스 안에서 본 두 사람의 얼굴들이 다시 새겨진다.

 

  이른 아침 반팔 와이셔츠를 입은, 가방을 양 어깨에 멘 젊은 사내가 바로 옆 좌석으로 다가온다. 가방을 벗지 않은 채로 앉더니 가느다란 팔뚝이 움직인다. 직장인인 것 같은데 이어폰을 귀에 끼운다. 언제 켰는지 스마트폰 화면이 움직인다. 전기가 아무 곳이든 흐르고 있다.

  ‘저는요 스마트폰이 없으면 하루도 못 살아요.’

  누구한테 들으라고 그런 말을 한 걸까. 수업 중인데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던 녀석들 중에서 태연하게 표현한 며칠 전 그 녀석.

  젊은 사내가 게임을 하고 있다, 전기가 흐르고 있다. 전기가 영상을 움직이고 이어폰에 소리를 쏟아 붓고, 변신을 하고 있다.

  핸드폰이 진동한다. 메시지 1통 빛을 낸다. 기전이 뚜껑을 열어 문자/MMS 1을 보고 확인을 누른다. [선식] 함께해요…… 글자들이 움직인다. 다시 확인을 눌러 핸드폰 속을 들여다본다. 기전은 ‘못 사는 것과 기가 죽음은 슬픈 일이다’고 의식에 가두다가 못 이겨 귀로에, 모르는 사람들이 걷고 있거나 움직이고 있는 그 시장 길에 갈 생각을 해 본다.

  여름 오후 에어컨을 튼 버스 안 허벅지를 드러낸, 가방을 양 어깨에 멘 아가씨가 바로 옆 좌석으로 다가온다. 가방을 벗지도 않고 앉더니 통통한 팔뚝이 움직인다. 여대생 혹은 무직인인 것 같은데. 이어폰을 꽂는다. 어디서 꺼냈는지 스마트폰 화면을 건드린다. 전기가 아무 때든 흐르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하루살이겠네.’

  누군가는 들으라고 그런 말을 뱉은 건데, 아가씨가 카카오톡을 하고 있다. 전기가 흐르고 있다. 전기가 글자들을 찍어내고 빛을 내며 별말을 전하고 있다.

  정호는 카카오톡을 못 할 것이다. 스마트폰이 없어서. 자네도 스마트폰으로 바꿔. 권하고는 보여준다며 터치하여 영상을 변화시킨 제영이. 트위턴지 페이스북인지 할지도 몰라……

 

  모르는 사람들이 걷거나 움직이는 말바우장 길에서, 차도를 달리며 흘려 불안하게 하는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를 들은 후에도 기전이 모르는 사람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걷는다.

  길가 하지감자 파는 아줌마 옆을 지나다가

  “이만 원이라? 그렇게 팔면 나는 못 살제.”

  “아줌마, 그러면 안 살 건데……?”

  ‘그러면 못 살 테지!’

  먹고 살려고 흥정을 하는 아저씨의 말 뒤에서 입속말을 한다.

 

  그는 오늘 하루가 길가 전봇대에 기대앉아 꺾인 나뭇가지를 가지고 놀다가 나뭇잎, 꽃잎 따위를 살펴보는 꼬마아이의 하루만도 못하다는 걸 문득 새긴다.

  방에는 암흑시대에 아내에게 버림받은 남편이라는 사람이 의자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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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4. 14:13.메. 감시 (초고)

= 2012.07.24. 16:37.메. 박석준-시집(이은봉교수)-새 수정본-7월.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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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석준 시인_43k,  목포.  2010-10-06 오후 2:43. IMG_7867

  박석준 시인_43k, 목포. 2010-10-06 오후 2:43. IMG_7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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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우 시장_하지감자_20230527_085957

  말바우 시장_하지감자_20230527_08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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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말바우시장 방면 앰뷸런스

  광주 말바우시장 방면 앰뷸런스

    7월 4일 오전 8시께 광주 동구 계림동 한 편도 2차선(말바우시장 방면) 1차로에서 30대 남성 A씨가 몰던 배달용 이륜차가 앞서가던 승용차를 추돌했다.

    이 사고로 코 등을 다친 A씨가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받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출처 : 남도일보(http://www.namdonews.com).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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