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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41) 나무와 두 아이, 두 사람과 나_(카페 버전) / 박석준

나의 신시 105-1 나무와 두 아이, 두 사람과 나_(카페 버전)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41)

2008-02-28

박석준 /

<원작 수정> (물건/그들과 관련된 이야기와 물건들을 / 사랑했지만 ……./랑했던가. 러다가)

나무와 두 아이, 두 사람과 나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몇 년 동안이나 걷던 그 길을

  돌아다보았다, 이사하는 날에.

  내가 걷던 그 길에는 은행, 은행나무들이 있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밤

  내가 독백을 털며 스치던 말하지 않는 나무였다.

 

  3년 전이나 되었을까. 그 길을 따라

  고등학생 하나가 집으로 찾아왔다.

  그 애는 혼자서도 잘 놀다가

  밤이 깊었다며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나는 그 길을 따라 출근을 했다.

  내가 걷던 그 길로 다른 아이도 찾아왔다.

  체 게바라, 기형도, 김광석의 이야기와

  내가 갖고 있는 물건을 다 좋아하다가

  어느 날부턴

  그들과 관련된 이야기와 물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게바라 라이터, 입 속의 잎, 사랑했지만* …….

  사랑했던가. 그러다가 그 애는 이삼 년 사이에

  청년이 되었다. 을 찾던 그 청년, 비를 맞고서

  시간의 색깔을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의 삶 자체가 시간의 색깔인 것도 같아요, 하며.

 

  내가 을 찾다가 누군가를 찾아가고 싶어진 여름밤

  제가 찾아가고 싶은데, 지금 뭐 하세요?

  석양이 내게 안부를 물었다.

 

  서성거리다가 인생의 중반길에 온 나

  그리워할 사람이 많았다.

  내가 이사를 한 후에도 그대로 있을

  그 나무들……

  돌아다볼 여유도 없이.

 

 

  * 사랑했지만 : 가수 김광석이 부른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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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0 (메모) ∽ 2009-01-17 (그들의 이야기와 그들과 관련된 물건들) <원작>

2013-01-06 오전 6:01. 박석준-시집 최종본 2013년1월5일-2(내가 모퉁이로 사라졌다가).hwp (그들과 관련된 이야기와 물건들) <원작 수정작>

= 시집_『카페, 가난한 비』(2013.02.12.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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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08-02.28. 광주시 유동 (1연)

    2005-02. 광주시 유동 (2연)

    2008-02.28. 광주시 유동 (4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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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1928년 6월 14일 ~ 1967년 10월 9일)

  아르헨티나 출신의 마르크스-레닌주의 혁명가이다. 의사로 성장한 그는 쿠바의 게릴라 지도자가 되었고 쿠바 혁명 이후 정치가, 외교관으로 활동하였다. 게릴라 활동에 대한 군사 이론을 만들기도 하였다. 볼리비아에서 군사 정권에 대항하는 게릴라 활동 중에 체포되어 사형되었다. 사후 여러 대중문화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다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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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속의 검은 잎』 : 1989년 5월 30일, 문학과지성사에서 초판 발행한 시인 기형도의 유고 시집.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안개」로 등단한 이후 각 문예지에 발표되었던 시들이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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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지만> : 김광석의 대표곡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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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시간의 색깔과 지향하는 빛깔

  이 글의 제목엔 “두 아이, 두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은 누구인가? 두 번째 아이가 청년이 되었다. “길을 찾던 그 청년”은 “비를 맞고서” “시간의 색깔을 생각하게 되었다”.

  “비를 맞고서”는 “나”가 표현한 상징어인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비를 맞고서” 이전에 두 번째 아이가 “내가 갖고 있는 물건”을 좋아했다는 사실로 보아, “비를 맞고서”가 “나”하고의 ‘대화가 진행된 후에’임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사람은 타인의 행동이나 모습을 본 후에 지향이 바뀔 수가 있다. 이 글 「나무와 두 아이, 두 사람과 나」에서 보듯 이 “청년”은 “비를 맞고서”(비를 맞은 후에) “자신의  자체가 시간의 색깔인 것도 같아요,”라고 말했으니까. “비”는 ‘번민(을 주는 것)’, ‘번민을 주는 만남’을 상징한다. 이 글의 두 번째 아이는 청년이 되었고 ‘번민’을 겪은 사람으로 “나”에게 인식되었다. 이로써 “나”에게 이 사람은 아이로도 존재하고 번민한 청년으로도 존재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나”에게 ‘아이와 청년 이라는 두 시절을 남긴 사람’이다. 다시 말해 “나”하고의 ‘만남에서 시간이 흘러간 한 사람’을 의미한다.

  의식은 말을 통해 외부세계에 구체화되는데 그 과정에 작용하는 요소가 ‘지향’이다.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그리고 사람이 만들어낸 상황에) 자신의 말로 연관을 맺지 못할 때 인간(한 개인)은 事象(사상) 혹은 풍경일 수밖에 없다. 인간은 타인의 부름으로 ‘말의 계기’를 얻을 수 있다. 이 글에서 “석양”은 ‘말하는’ 존재이며 ‘한 사람의 삶에서 어떤 색깔로 흘러가는 특별한 자연’의 상징어이다. 그러나 “나무”는 “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석양’과는 성격이 다른 ‘그냥 자연물’이다.

  “나”는 “서성거리다가 인생의 중반길에” 왔다. 그리고 “그 청년”처럼 “길”을 찾고 있다. “그 나무들……/돌아다볼 여유도 없이”. “나무”는 ‘내 곁에 와 있는 세상’을 상징한다. “나”는 나를 둘러싼 세상을 자세히 살펴볼 여유가 없이 살아가고 있다. 어떤 길을 찾아가야 ‘삶의 길’을 가는 것인가? 이 글엔 ‘삶’에 관한 문제를 다룬 실존주의가 반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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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6-14 오후 8:00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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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시간의 색깔과 지향하는 빛깔

  글 「나무와 두 아이, 두 사람과 나」는 2004년∼2008년 2월 말에 일어난 실화를 시 형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나”는 ‘박석준이라는 선생’이다. 나는 글에 언급한 길에 서 있는 나무들을 유동 박제방에서 이사 가는 2008년 2월 28일에 돌아다보았다. 말이 없는 나무를.

  철학자(사상가)는 아니지만 ‘시간에 색깔이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나는 ‘의식이 없는 사람에겐 시간은 가지 못한다. 시간은 의식이 있는 사람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그래서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라는 시집을 세상에 낸 것이다) 시간의 색깔은 인간이 만들게 된 삶, 그리고 한 존재(개인)의 지향(指向)과 관련해서 변한다. 즉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색깔을 따른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글 「나무와 두 아이, 두 사람과 나」는 그런 내 생각이 담긴 시이다.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몇 년 동안이나 걷던 그 길을/이사하는 날 돌아다보았다.”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몇 년 동안’은 내가 목포, 순천에 근무하던 시간을 가리킨다.

  이 시에는 혁명운동의 상징적 존재이지만 볼리비아에서 체포되어 39살에 사형당한 체 게바라, 6년간 시인으로 활동하다가 28살에 요절한 시인 기형도, 13년에 걸쳐 가수로 활동하다가 31살에 자살한 김광석 등 자신의 삶의 색깔을 만들어간 요절한 인물이 언급되어 있다. 이 세 인물은 ‘요절’이라는 시간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 사람들의 삶을 좋아하다가 자신의 삶의 길을 찾고 청년이 된 사람(아이)의 시간이 담겨 있다. 이 사람은 “자신의 삶 자체가 시간의 색깔인 것도 같아요”라는 말을 한다. 이 청년은 이 시에 드러나 있는 두 아이 중 “나”의 시간 속에 청년으로도 살아가게 된 존재이다.(다른 한 아이는 그 후로는 만나지 못했으므로 나에겐 아이로만 살아간다.) 이 글의 ‘석양’은 나의 또 다른 제자의 애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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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시 105

<원작> (물건 / 그들의 이야기와 그들과 관련된 물건들을 사랑했지만……/러다가)

나무와 두 아이, 두 사람과 나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몇 년 동안이나 걷던 그 길을

  이사하는 날 돌아다보았다.

  내가 걷던 그 길에는 은행,

  은행나무들이 있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밤, 내가 독백을 털며 스치던

  말하지 않는 나무였다.

 

  3년 전이나 되었을까.

  그 길을 따라 고등학생 하나가 집으로 찾아왔다.

  그 애는 혼자서도 잘 놀다가 밤이 깊었다며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나는 그 길을 따라 출근을 했다.

  내가 걷던 그 길로 다른 아이도 찾아왔다.

  체 게바라, 기형도, 김광석의 이야기와 내가 갖고 있는 물 다 좋아하다가

  어느 날부턴 그들의 이야기와 그들과 관련된 물건들 모으기 시작했다.

  체 게바라 라이터, 입 속의 검은 잎, 사랑했지만……

  러다가 그 애는 이삼년 사이에 청년이 되었다.

  을 찾던 그 청년

  를 맞고서 ‘시간의 색깔’을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의 삶 자체가 시간의 색깔인 것도 같아요, 하며.

 

  내가 을 찾다가

  누군가를 찾아가고 싶어진 여름밤

  제가 찾아가고 싶은데, 지금 뭐 하세요?

  석양이 내게 안부를 물었다.

 

  서성거리다가 인생의 중반길에 온 나는

  그리워할 사람이 많았다.

  내가 이사를 한 후에도 그대로 있을

  그 나무들……

  돌아다볼 여유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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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0 (메모) ∽ 2009-01-17 오전 11:35. 박석준-08종합1-1-1.hwp (같아요 ) <원작>

=→ 2009-06-12 오후 7:30. 석사학위작품집-박석준2-4.hwp (같아요, ) <원작 교정>

= 『석사학위 작품집』(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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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무 _DSC5439. 내가 출퇴근한 길, 광주시 유동 거리

  나무 _DSC5439. 내가 출퇴근한 길, 광주시 유동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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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5 오후 11:52. 석양(두석) PHOTO0511050023

  2005-11-05 오후 11:52. 석양(두석) PHOTO051105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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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5 오후 2:14. 민구-박석준. 광주시

 

  2004-04-05 오후 2:14. 민구-박석준. 광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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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che gebara - El Che Vive : year

  체 게바라 che gebara - El Che Vive :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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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시집 –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기형도 시집 –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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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2 - 첫 번째 곡 - 사랑했지만 (1991, 문화) CD

  김광석 2 - 첫 번째 곡 - 사랑했지만 (1991, 문화)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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