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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무비즘 (90), 실존주의 아방가르드 (28) 레인, 감청색 그 청년 / 박석준

나의 신시 103 레인, 감청색 그 청년

나의 무비즘 (90), 실존주의 아방가르드 (28)

2007-12-07

박석준 /

<원작> (  / 바께쓰가)

레인, 감청색 그 청년

 

 

  12월 비가 유리창에 탁 탁 소리 내어 나를 부르고

  추적추적 금요일 새벽 네 시로 흐르고 있어요.

  흐르는 에 내 이미 그리움이 진해졌어도

  다시 보고 만 것은 유리창으로 밖을 보고 있는 갈망.

  레인! 나는 캄캄한 새벽, 비에 한 시절을 태우고 있어요.

  레인, 감청색 그 청년은 새벽 비 내리는 소리 들을까?

  빗소리를 들었어요? 예, 비 내렸어요. 한마디를

  얻은 나는 말이 많은데, 누구를 사랑하다 잃었을까?

 

  내가 배를 깎아 책상 위에 갖다 놔도

  감사합니다, 한마디뿐 손대지 않고, 감청색 수트

  쉰 살 청년이 비스듬해진 얼굴, 지긋한 눈길을 건네네!

  수줍어 나는 연상의 처녀가 되었어요.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어, 2주 지난 금요일 오늘

  김장김치 바께쓰가 전해지는지 터미널에서 숨어 봤어요.

  레인! 나, 시간의 색깔이 그 청년과 따로 흘러갔네요.

  먹을 것이나 챙겨주는 일을 또 드러냈네요. 짝사랑

 반환이 없으므로 자선도 아닌 나의 희한한 갈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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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 2020-03-03 ( 로, 바께쓰) <원작>

= 2020.03.17. 16:43.내메. 박석준-3시집-0618-12-푸105(교)-5-2.hwp <원작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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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07-12-07 (금, 1연 광주 0.5mm, 순천 04mm 비),

    2007-12-21 (금, 2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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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표현과 구성이 낳는 아방가르드와 무비즘

  「레인, 감청색 그 청년」은 자서전 시집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에 실린 시 형식의 글이다. 2007년 12월에 시인(박석준) 주변의 사람과 시인에게서 실제로 일어난 일과 상념을 여성 화자의 시점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노처녀의 노총각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의 갈망과 아픔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글이다. 글에 사실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화자를 여자로 설정했다.

  ‘탁 탁’, ‘추적추적’하면서(비나 진눈깨비가 축축하게 자꾸 내리면서) “새벽 네 시로 흐르고 있”는 “”를 바라보며 “처녀”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 사랑을 나누고 싶은 “갈망”을 표출하고 있다. “여자”에게 “그리움”이나 “갈망”을 준 대상은 “감청색 그 청년”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레인”은 “비”인가? “감청색 그 청년”인가? “레인, 감청색 그 청년”에서 아방가르드를 낳는다.

  2개의 연으로 구성한 이 글은 “레인”에게 독백하고 있는 형태로 6행까지 흘러간다. 그러고는 독백을 들어줄 대상을 갑자기 “레인, 감청색 그 청년”으로 변화시켜 말이 가야 할 방향이 누구인지 모호해진다. 게다가 7행에서 “빗소리를 들었어요?”라고 흐름이 돌변한다. 7행은 6행에 이러진 상념인가? 4시가 지난 후 출근하여 묻는 말인가? 모호하다. 글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2연이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그리하여 또 아방가르드를 낳는다. 그리고 이 7∼8행은 이 글의 기법이 무비즘인지 아닌지 판단이 어렵게 만든다.

  2연은 금요일 오늘 벌어진 일과 (2주 전의 일에 대한 회상을 포함한) 상념으로 흘러간다. 그런데 “레인! 나, 시간의 색깔이 그 청년과 따로 흘러갔네요.”라는 표현이 튀어나와서 ”레인”과 “그 청년”이 분리된 인물인지 동일인물인지 모호하다. 그리하여 또 아방가르드를 낳는다.

  “처녀”는 상대방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자신의 행동을 “짝사랑”이라고 결론지음으로써 “갈망”이 더욱 짙어진다. 그렇지만 “처녀”의 행동을 “짝사랑”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현실에서 “쉰 살 청년이 비스듬해진 얼굴, 지긋한 눈길을 건네네!” 한 일이 벌어졌으니까.

  이 글엔 50대의 노처녀 노총각 사이에서 순수한 소년 소녀의 사랑 같은 사랑을 만들어가는 매우 아름다운 시간이 형상화되었다.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그런 까닭에 이 글은 무비즘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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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밖 실화

  「레인, 감청색 그 청년」은 2007년 12월에 실제로 일어난 일(실화)을 시 형식의 글로 형상화한 것이며 박석준의 자서전 시집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2020.05)에 수록되었다. “감청색 그 청년”은 나, 박석준이다. 글에 등장하는 “처녀”는 동료인 여선생이다. 당시 나는 순천여고에서 근무하는 선생이었다. 나는 이 학교에 출근하기 위해, 겨울철이나 추운 날엔 감청색 슈트를 평소엔 감청색 잠바를 주로 입었다. 글에 “감청색 그 청년”으로 등장한 나는 당시 감청색 슈트를 입은 50살 깡마른 힘없는 남자였다. 이 남자 즉 나에 관해서 나는 “힘없는 쉰 살, 소외된 사람을 왜 사랑하려는 걸까?”라고 표현하였다. (→ 이어진 글 「빈집 ―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에) 또한 “쉰이 되어도, 애가 너무 가냘프니! 너무 쓸쓸하지?”라고도 표현하였다. (→ 「광주 유동 박제방_(수정개작)」에)

  이 “처녀”는 내가 성인이 된 후에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스쳐간 일곱 번째 여자이다. 그 중 유일한 연상 여자이다.

  “처녀”가 나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했지만, 나의 어머니가 12월 크리스마스에 뇌출혈로 쓰러지고 그 다음날 의식을 잃어서, 서로 그리움만 남기기로 하고 연말에 헤어졌다. 전근 내신을 낸 나는 겨울방학이 끝난 후 3월에 목포로 떠났다.

  나의 아이디가 ‘poorrain’이어서 학생들은 나를 푸어레인 또는 레인이라고 부르곤 했다. 나는 「카페, 가난한 」로 2008년 9월에 등단 시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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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교정)_시집

레인, 감청색 그 청년

 

 

  12월 비가 유리창에 탁 탁 소리 내어 나를 부르고

  추적추적 금요일 새벽 4로 흐르고 있어요.

  흐르는 비에 내 이미 그리움이 진해졌어도

  다시 보고 만 것은 유리창으로 밖을 보고 있는 갈망.

  레인! 나는 캄캄한 새벽, 비에 한 시절을 태우고 있어요.

  레인, 감청색 그 청년은 새벽 비 내리는 소리 들을까?

  빗소리를 들었어요? 예, 비 내렸어요. 한마디를

  얻은 나는 말이 많은데, 누구를 사랑하다 잃었을까?

 

  내가 배를 깎아 책상 위에 갖다 놔도

  감사합니다, 한마디뿐 손대지 않고, 감청색 수트

  쉰 살 청년이 비스듬해진 얼굴, 지긋한 눈길을 건네네!

  수줍어 나는 연상의 처녀가 되었어요.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어, 2주 지난 금요일 오늘

  김장김치 양동이가 전해지는지 터미널에서 숨어 봤어요.

  레인! 나, 시간의 색깔이 그 청년과 따로 흘러갔네요.

  먹을 것이나 챙겨주는 일을 또 드러냈네요. 짝사랑에

  반환이 없으므로 자선도 아닌 나의 희한한 갈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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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4. 18:01. 박석준시집_시간의색깔은자신이지향하는빛깔로간다_내지(0514).pdf <원작 오교정본>

(의식의 흐름 속 말인 ‘ ’를 ‘4’로 편집자가 오교정하고, 사투리를 표준어 ‘양동이’로 바꾸어서 시집에 수록.)

= 시집_『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2020.05.25.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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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oorrain2 2006.06.06. 박석준_순천여고 우산 감청색 잠바

  poorrain2 2006.06.06. 박석준_순천여고 우산 감청색 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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