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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50), 상징주의 (13) 길이 떠는 겨울 / 박석준

 

나의 신시 102 길이 떠는 겨울_(석사 버전)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50), 상징주의 (13)

2007-12-02

박석준 /

<원작>_(석사 버전)

길이 떠는 겨울

 

 

  클랙슨 소리를 좋아하지 않아

  나는 지금 대합실에 있는 것인가

 

  가끔, 애완견 털 냄새인가.

  공장노동자가 러시아 여행 갔다 왔을 때처럼

  장미꽃 향기 풍겨 왔다.

 

  , 날 풀린 일요일 아침

  주인을 따라 조깅을 가더니

  열시 경엔 주인을 끌고 돌아왔다.

 

  마침내 겨울날 지구를 한 바퀴 돈

  가 내게 말했다. 이 도시

  발전할 필연성은 인위에 있다.

 

  어떤 게 사람이냐 사람이 얼어 죽어도

  냄새나는 , 살 길 막막한

  내 머릿속을 항상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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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4 ∽ 2008.09.06. 10:50.메. 박석준-08종합1.hwp <원작>

= 『석사학위 작품집』(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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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2007-12-02 (일요일,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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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창작 노트

  ‘사람’의 사전 의미는 ‘직립 보행을 하고, 언어와 도구를 사용하며, 문화를 향유하고 생각과 웃음을 가진 동물’이다. ‘조깅(jogging)’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의 몸에 알맞은 속도로 천천히 달리는 운동이다. 그런데 「길이 떠는 겨울」<원작>의 “그 개”(애완견)는 주인을 따라 조깅을 갔고 주인을 끌고 돌아왔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달린 “주인”이 자신의 “개”에게 끌려온 것이다. “그 개”(애완견)는 “털 냄새”에서 “장미꽃 향기”를 풍긴다(문화생활을 한다). “주인”은 “공장노동자”이고 “러시아 여행” 갔다 왔을 때 “장미꽃 향기”를 풍겼다. “주인”도 주인의 “그 개”(애완견)도 “장미꽃 향기”를 풍겼다. 그런데 “그 개”(애완견)는 “주인”을 “끌고 돌아왔다”. 어떤 게 사람이냐? 이렇게 해석되어서 이 글은 풍자시(諷刺詩 : 사회나 인생의 모순되고 불합리한 점을 날카롭게 폭로하고 비웃는 내용의 시)이다.

  가끔 “그 개”(애완견)는 “털 냄새”에서 “장미꽃 향기”를 풍긴다. 현대 사회(특히 자본주의 체제의 도시 사회)에서는 “돈”은 냄새를 낸다. 사람이 얼어 죽어도 “돈”은 냄새를 낸다. “그 개”(애완견)가 “장미꽃 향기” 같은 “털 냄새”를 풍기듯이 “돈”이 냄새를 낸다. 그 개”(애완견)도 “”도 냄새를 낸다. 그런데 “돈(이 없기)” 때문에, 살 길 막막한 ‘나’는 “돈”이 “머릿속을 항상 떠다닌다.”(돈 때문에 고민한다). ‘인위’가 돈을 만들어냈고 도시를 만들어냈고 문화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해석되어서 이 글은 풍자시이다.

  “길이 떠는 겨울”이란 제목에서 “”은 ‘가난한 사람(들)’을 상징한다. 이에 따라서 제목은 가난한 사람(들)이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하여 떠는 춥고 어두운 시대(현대)라는 의미도 내포하게 된다.

  문화’에는 ‘현대적 편리성을 갖춘 생활 양식의 총체’라는 의미가 포함된다. 인위(人爲)란 ‘사람에 의한 조작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며 그것은 문화를 낳는 원인이 된다. ‘도시’는 많은 인구가 모여 살며 일정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도시의 발전은 인위적(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정권 정책이, “”이 도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돈”이 공평하게 흐르지 않는 체제여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존재하게 되며 “돈”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불안에 떨어도 도시는 발전한다. 그렇지만 가난한 사람은 도시의 문화를 제대로 향유하지 못한다. 도시문화 향유가 어렵다.

  이 글은 그러한 현실을 도시에서의 삶의 양상들을 통해 형상화했으며, 도시에서 동물 애완도 좋지만 인간주의나 휴머니즘 등의 실현이 필요함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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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자(諷刺) : 문학 작품 따위에서, 사회의 부정적 현상이나 인간들의 결점, 모순 등을 빗대어 비웃으면서 비판함

  풍자시(諷刺詩) : 사회나 인생의 모순되고 불합리한 점을 날카롭게 폭로하고 비웃는 내용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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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메시지와 형상화

  「길이 떠는 겨울」은 석사학위 작품집에 실린 <원작>과 시집에 실린 <개작>, 이 두 개의 버전이 있다.

  <원작>에는 노동자가 러시아 여행하고 왔고 “그 개”(애완견)의 털 냄새에서 장미꽃 향기가 풍긴다고 하여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동자의 두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원작>에서는 화자가 “대합실”에 있다.

  <개작>에선 “(길)바닥에 누워 자는 사람”(실업 노숙자)을 “여자에게 안긴 옷 입은 개”가 “힐끗 보다 지나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는 사람의 삶’을 개의 삶보다 못한 것으로 형상화하고 있어서, 이 체제를 비판하는 알레고리를 보여준다. <개작>에선 화자가 “역역으로 가는 길”에 있다.

  그런데 두 버전에 공히 “지구를 한 바퀴 돈/”라는 상징이 있다. “”가 “이(자본주의 사회의) 도시가/발전할 필연성은 인위성에 있다.”는 것을 말했다, 즉 ‘자연’인 “”가 정권의 정책(인위성)에 대해 비판한다. 그리고 이 상징(“비”)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사람의 ‘실존’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문제로 제기하고 휴머니즘의 필요성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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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해설

비극적 주체의 절망과 희망

― 박석준 시집 『카페, 가난한 비』에 대하여

  시인 박석준은 한국 민주화운동 과정에 수많은 고통을 겪은 형제들을 두고 있는 사람이다. 이러한 가족의 일원인 그는 저 자신 또한 전남지역에서 교사로 근무하며 전교조운동에 참여하는 등 적잖은 고통을 감내한 바 있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의 정서적 바탕에는 고통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오랫동안 마음고생을 하지 않고서는 형성되기 어려운 슬프고도 서러운 정서가 깊게 깔려 있는 것이 그의 시이다.

  이때의 슬프고도 서러운 정서는 거개가 침통한 표정,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시의 이러한 정서는 심지어 멜랑콜리라고 명명되어도 무방할 정도이다. 멜랑콜리라고 불리는 비정상적인 심리는 그 범주를 한 마디로 잘라 말하기 쉽지 않다. 그것이 고독, 소외, 상실, 환멸, 염증, 피곤, 절망, 불안, 초조, 공포, 설움, 우울, 침통, 싫증, 짜증, 권태, 나태, 무료 등 어긋나고 비틀린 정서를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시의 기본 정조가 멜랑콜리라는 이름의 죽음의 정서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이 고독, 소외, 상실, 환멸, 염증, 피곤, 절망, 불안, 초조, 공포, 슬픔, 설움, 우울, 침통, 싫증, 짜증, 권태, 나태, 무료 등 어긋나고 비틀린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앞에서도 말한 바 있다. 그와 더불어 우수나 우울이 실제로는 심화된 슬픔이나 설움으로부터 비롯되기 마련이라는 것도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들 정서가 자본주의적 근대에 이르러 끊임없이 부추겨진 욕망이 지속적으로 억압되는 데서 기인하는 왜곡된 정서, 병적 정서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점에서 생각하면 자본주의적 근대에 대한, 특히 자본 자체에 대한 시인 박석준의 비판 역시 매우 도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우선 “구르는 차 안에서/돈을 세며 ‘돈을 세는 사람’을/바라본다. 다시 나는/돈을 세며 ‘돈을 세는 사람’을,/‘나’를”(「돈을 세며, ‘돈을 세는 사람’을」)과 같은 그의 시를 통해 확인이 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사람이 얼어 죽어도/냄새나는 돈, 살 길 막막한/내 머릿속을 항상 떠다닌다”(「길이 떠는 겨울」) 라고 하며 자본에 대해 비판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단적으로 상징하는 것이 은행이거니와, 은행과 관련해 자신이 느끼는 멜랑콜리를 「은행 앞, 은행잎이 뒹구는 여름날」과 같이 노래하기도 하는 것이 그이기도 하다.

―이은봉 시인, 광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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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시 102-1

<개작>_(카페 버전)

길이 떠는 겨울

 

 

  그 개, 날 풀린 일요일 아침

  주인을 따라 조깅을 가더니

  열 시 경엔 주인을 끌고 돌아왔다.

 

  마침내 겨울날 지구를 한 바퀴 돈

  비가 내게 말했다. 이 도시가

  발전할 필연성은 인위성에 있다.

 

  어떤 게 사람이냐. 사람이 얼어 죽어도

  냄새나는 돈, 살 길 막막한

  내 머릿속을 항상 떠다닌다.

 

  사람들 오가는 역으로 가는 길

  길이 떠는 겨울, 바닥에 누워 자는 사람.

  여자에게 안긴 옷 입은 개가 힐끗 보다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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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4 ∽ 2008-09-06 <원작>

∽→ 2013-01-06 오전 6:01. 박석준-시집 최종본 2013년1월5일-2(내가 모퉁이로 사라졌다가).hwp <개작>

= 시집_『카페, 가난한 비』(2013.02.12.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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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작 초고)

길이 떠는 겨울

 

 

  그 개, 날 풀린 일요일 아침

  주인을 따라 조깅을 가더니

  열 시 경엔 주인을 끌고 돌아왔다.

 

  마침내 겨울날 지구를 한 바퀴 돈

  비가 내게 말했다. 이 도시가

  발전할 필연성은 인위성에 있다.

 

  어떤 게 사람이냐. 사람이 얼어 죽어도

  냄새나는 돈, 살 길 막막한

  내 머릿속을 항상 떠다닌다.

 

  오가는 사람들 속에 바닥에 누워 자는 사람.

  클랙슨 소리를 좋아하지 않아

  나는 지금 역 대합실에 있는 것인가.

 

  가끔, 옷을 예쁘게 입은 애완견 털 냄새인가,

  공장 노동자가 러시아에 여행 갔다 왔을 때처럼

  장미꽃 향기 풍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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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5 오후 11:26. 박석준-시집 최종본 2012년9월22일-1(맹문재).hwp (개작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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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07-12-04

길이 떠는 겨울

 

 

  클랙슨

  차 소리 좋아하지 않아서

  대합실에 있나

  공장노동자 러시아 여행 갔다 왔을 때처럼

  가끔, 애완개 털 냄새인지 장미꽃 향기 풍겨 왔다.

  그 개, 날 풀린 일요일 아침 주인을 따라 조깅 가더니

  열시 경엔 주인을 끌고 돌아왔다.

  마침내 겨울날

  지구를 한 바퀴 다 돈

  비는 내게 말한다.

  이 도시가 발전할 필연성은

  인위성에 있다

  어떤 게 사람이냐

  사람이 얼어죽어도

  냄새나는 돈

  살 길 막막한

  자 머럿속으로 항상 떠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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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4. 22:33.메. 길을 걷다 보면.hwp (초고)

= 2007-12-09 오후 10:25. 길을 걷다 보면.hwp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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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반려견에게 끌려가는 산책_2017-06-11

  반려견에게 끌려가는 산책_2017-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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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탄 개

  지하철 탄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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