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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무비즘 (89), 아방가르드 (27) 겨울, 인물이 사라지면_(카페 버전) / 박석준

 

나의 신시 101-2 겨울, 인물이 사라지면_(카페 버전)

나의 무비즘 (89), 아방가르드 (27)

2007-12-01

박석준 /

<개작을 요약 개작>_(카페 버전) (12월, 한/방 구해라,)

겨울, 인물이 사라지면

 

 

  “어여 퇴근하시오. 기 배고파 가출하겄소.”

  “어이 이거 가지고 가. 아까 따로 주문해 둔 치킨이거든.”

  후배 병우와 친구 상우가 문 밖까지 나왔는데

  12월, 한 인물의 얼굴들이 지나간다.

 

  여자가 사라진 겨울, 참 더러운 길을 따라 걷는다.

  막 밤이 시작된 길, 전자상가 앞 로터리는

  전날까지 내린 눈으로 질퍽질퍽하다.

  차가운 바람이 움츠릴 수조차 없게 걸음을 재촉한다.

 

  저 바람, 성당이 있는 동산 곁을 지나가다가

  철로와 만나는 곳에서 흩어지겠지.

  철길 따라 데이트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수녀가 되고 싶어요, 했는데.

 

  성당 앞 포장마차들 속엔 불빛이 가득하다.

  둘러보니 오뎅 파는 집, 자리 옆에 장미를 놓아둔

  사람이 있다. 서른 살은 되었을까. 백열전등 불빛에

  얼굴이 장미처럼 빨갛다, 떨고 있는 손과 몸,

  포장마차에 들어온 지도 1분은 넘었을 텐데…….

 

  “방 구해라, 알겠어? 내가 마련해 본 게 백만 원이다.”

  핸드폰 통화 소리 요란하다. 차도로 돈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면 얼마나 좋을까.

 

  어둠 속엔 지붕 낮은 집에서 켜놓은 불빛들이

  안겨 있다. 잔뜩 가슴을 찌르고 차 소리, 바람 소리,

  사람들의 그림자가 길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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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4 ∽ 2008-09-06 <원작>

∽→ ∽ 2011-02-04 <개작>

2013-01-06 오전 6:01. 박석준-시집 최종본 2013년1월5일-2(내가 모퉁이로 사라졌다가).hwp <개작을 요약 개작>

= 시집_『카페, 가난한 비』(2013.02.12.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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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가상(2007-12-01.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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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무비즘, 그리고 시간의 움직임과 기법

  후배와 친구가 화자에게 애가 배고파할 테니까 어서 집에 가라 하면서 “치킨”을 줬다. “치킨”을 얻은 직후에 화자에게 “한 인물의 얼굴들이 지나간다.그러고는 “여자”로 인한 회상을 하면서 “차가운 바람이 움츠릴 수조차 없게 걸음을 재촉”하는데 화자가 겨울 추운 밤에 찾아간 곳이 “성당 앞 포장마차”이다. 이 지점에서 이 글 「겨울, 인물이 지나가면」<카페 버전>의 현대성(모호성)이 시작된다.

  이 장면 이후에 “한 인물”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사람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한 인물”이 ‘겨울에 사라진 여자’인지 ‘애’인지 다른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여자”는 화자와 “데이트하던” 사이였고 “수녀가 되고 싶”었고 어느 “겨울”에 사라졌다. “여자”가 겨울에 사라졌고 마침 겨울이란 시간이 화자 곁에 와 있어서 화자가 “여자”를 떠올리게 된 것이다. 화자는 “포장마차”에서 ‘서른 살은 되었을 사람’으로 인해 상념을 일으킨다. 이렇게 생각하면 “여자”는 기억에 남은 그리운 사람으로 남은 옛 시절의 사람일 뿐, “한 인물”이 될 수 없다.

  “자리 옆에 장미를 놓아둔” ‘서른 살은 되었을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서 화자는 “차도로 돈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연상한다(‘돈이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흘러드는 자본주의 사회’를 소망한다). 그러고는 “차 소리, 바람 소리, 사람들의 그림자”가 “잔뜩 가슴을 찌르고” 지나가면서 화자를 불안해하게 한다. 이렇게 「겨울, 인물이 지나가면」<카페 버전>이 끝나버린다. 이 지점에서 다시 글의 현대성(모호성)이 흘러간다.

  “한 인물”은 누구일까? 왜 화자는 “성당 앞 포장마차”로 갔을까? “서른 살은 되었을” 사람은 밤에 포장마차 속 자리 옆에 왜 “장미”를 놓아두었을까? 왜 “치킨”(을 준 장면)으로 글 「겨울, 인물이 지나가면」<카페 버전>이 시작된 것인가?

  “서른 살은 되었을” 사람에겐 “장미”가 ‘떠나버린(잃어버린) 사람(사랑)에 대한 그리움’의 표상일 수도 있다. 그런데 “한 인물”은 누구인가? “치킨”을 얻었는데 왜 “한 인물”이 지나갔는가? “한 인물”이 “애”의 엄마가 아닐까? “한 인물”이 화자와 헤어진(사별한) 사람이 아닐까?

  사정들이 불명료하고 화자의 행동이 부조리하여 무엇을 향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불확실하다. “치킨”, “한 인물”, “장미”가 불연속적으로 나타나고 “사람들의 그림자”로 장면이 끝나버린다. 이것들은 현대사회의 부조리하고 불확실함을 연상하게 하고 암시하고 형상화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이것들이 이 글에 모호성을 낳고 아방가르드를 낳는다.

  이 글에서 화자는 현대를 도시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가난하고 불안해하는 사람으로 형상화되었다. 현대의 도시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의 굴절하는 삶(굴절된 인생)을 아방가르드 경향과 무비즘 기법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런데 화자가 자신의 삶에서 비애를 느끼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자리 옆에 장미를 놓아둔 사람”은 젊지만 상황으로 보아 가난한 사람이다. “여자가 사라진 겨울”이 “여자”가 수녀가 된 어느 겨울일 수도 있고, 그로 인해 화자의 인생이 굴절했고, 그 굴절의 산물이 “애”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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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세 버전의 시간의 움직임과 기법

  「겨울, 인물이 사라지면」은 <원작>이 『석사학위 작품집』(2009)에 수록되었다. 이것을 개작하여 동명의 작품 <문학마당 버전>(2011)이 『문학마당』에 발표되었는데, <문학마당 버전>이 <카페 버전>(2013)으로 개작되어 시집에 실림으로써 동명의 3개의 버전이 남게 되었다. 3가지의 작품에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은, 포장마차에서 화자가 “돈”에 쫓기는 젊은 사람을 봄으로써 ‘돈이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흘러드는 자본주의 사회’를 연상하는(소망하는) 것이다.

  <원작>에는 시간이나 인물의 구체성과는 별 상관이 없이도 되는 모더니즘 기법이 사용되었다. <원작>에 펼쳐진 상황은, 길 위에서 “여자가 사라진 겨울”(여자와 헤어진 겨울)을 회상하고는 몸을 녹이려고 “나”가 “포장마차”로 들어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카페 버전>은 <문학마당 버전>의 시간을 생략해버린 요약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문학마당 버전>처럼 무비즘 기법을 시도했지만 마지막 상황이 포장마차 안에서 내다본 장면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서 <문학마당 버전>에 비해 기법의 선명도가 떨어진다. “어여 퇴근하시오. 애기 배고파 가출하겄소.” 한 1연과는 어긋나게 퇴근 직후에 화자가 포장마차로 가버린 상황으로 끝나버려서 완성도가 떨어진다. 그런 까닭에 모호성을 낳으면서 아방가르드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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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개작>_(문학마당 버전) (움릴)

겨울, 인물이 사라지면

 

 

  “어여 퇴근하시오. 애기 배고파서 가출하겄소.”

  “어이 이거 가지고 가. 아까 따로 주문해 둔 치킨이거든.”

  후배 병우와 친구 상우가 문 밖까지 나왔는데

  12월, 길 위에서 생각이, 한 인물의 얼굴들이 지나간다.

  (이젠 몇 개의 장면으로만 남아있는. 죽었지만. 2년 전에…….)

 

  여자가 사라진 겨울, 참 더러운 길을 따라 걷는다.

  막 밤이 시작된 길, 전자상가 앞 로터리는

  전날까지 내린 눈 질퍽질퍽하다.

  차가운 바람이 움추릴 수조차 없게 걸음을 재촉한다.

 

  저 바람, 교회가 있는 동산 곁을 지나가다가

  철로와 만나는 곳에서 흩어지겠지.

  (길, 그 길가 서점에서

  더러 시집을 샀었지, 수녀가 되고 싶어 했는데.)

 

  교회 앞 포장마차들 속엔

  불빛이 가득하다. 둘러보니 오뎅 파는 집

  자리 옆에 장미를 놓아둔 사람이 있다.

 

  서른 살은 되었을까 백열전등 불빛에

  얼굴이 장미처럼 빨갛다, 떨고 있는 손과 몸,

  들어온 지도 1분은 넘었을 텐데…….

 

  “겠어? 내가 마련해 본 게 백만 원이다.”

  핸드폰 소리 요란하다. 차도로 돈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면 얼마나 좋을까.

 

  어둠 속엔 지붕 낮은 집에서 켜놓은

  불빛들이 안겨 있다. 잔뜩 가슴을 찌르고

  차 소리, 바람 소리, 사람들의 그림자가

  길을 고 있다.

 

  (며칠만 지나면 틴에이지거든. 혼자 있을 수 있어.

  근데 치킨 한 번만 먹으면 안 돼?)

  겨울이 지나면 수녀도 사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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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4 ∽ 2008-09-06 <원작>

∽→ 2007-12-04 ∽ 2011-02-04 오후 11:38. 《문학마당》에 보내는 작품-2.hwp <개작>

= 『문학마당』 34호/2011 봄호(201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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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겨울, 인물이 사라지면

 

 

  여자가 사라진 겨울, 참 더러운 길을 따라 걷는다.

  막 밤이 시작된 길, 전자상가 앞 로터리는

  전날까지 내린 눈이 질퍽질퍽하다.

  차가운 바람이 움츠릴 수조차 없게 걸음을 재촉한다.

 

  저 바람, 교회가 있는 동산 곁을 지나가다가

  철로와 만나는 곳에서 흩어지겠지.

  (길, 그 길가 서점에서

  수녀가 된 그녀는 더러 시집을 샀다.)

 

  내 발길을 따라 들어온 교회 앞 포장마차들 속엔

  불빛이 가득하다. 둘러보니

  자리 옆에 장미를 놓아둔 사람이 있다.

 

  서른 살은 되었을까 백열전등 불빛에

  얼굴이 장미처럼 빨갛다, 떨고 있는 손과 몸,

  들어온 지도 1분은 넘었을 텐데…….

 

  “알겠다. 내가 마련해 본 게 10만 원이다.”

  핸드폰 소리 요란하다. 차도로 돈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면 얼마나 좋을까.

 

  어둠 속엔 그 길로 난 민가와 상가에서 흘러드는

  불빛들이 안겨 있다. 잔뜩 가슴을 찌르고 가는

  차 소리, 바람 소리, 사람들의 그림자가

  그 길을 가고 있다. 겨울이 지나면 수녀도 사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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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4 ∽ 2008.09.06. 10:50.메. 박석준-08종합1.hwp <원작>

= 『석사학위 작품집』(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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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작 초고) 2011-02-04

겨울, 인물이 사라지면

 

 

  “어여 퇴근하시오. 애기 배고파서 가출하겄소.”

  “어이 이거 가지고 가. 아까 따로 주문해 둔 치킨이거든.”

  후배 병우와 친구 상우가 문 밖까지 나오는데

  13년이나 되어버린 동면

  여자는 겨울의 얼굴이었을까?

 

  여자가 사라진 겨울, 더러운 길을 따라 걷는다.

  막 밤이 시작된 길, 전자상가 앞 로터리는

  전날까지 내린 눈이 질퍽질퍽하다.

  차가운 바람이 움추릴 수조차 없게 걸음을 재촉한다.

 

  저 바람, 교회가 있는 동산 곁을 지나가다가

  철로와 만나는 곳에서 흩어지겠지.

  (길, 그 길가 서점에서

  수녀가 되고 싶은 그녀는 더러 시집을 샀었는데.)

 

  교회 앞 포장마차들 속엔

  불빛이 가득하다. 둘러보니 오뎅 파는 집

  자리 옆에 장미를 놓아둔 사람이 있다.

 

  서른 살은 되었을까 백열전등 불빛에

  얼굴이 장미처럼 빨갛다, 떨고 있는 손과 몸,

  들어온 지도 1분은 넘었을 텐데…….

 

  “알겠어? 내가 마련해 본 게 10만 원이다.”

  핸드폰 소리 요란하다. 차도로 돈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면 얼마나 좋을까.

 

  어둠 속엔 지붕 낮은 집에서 켜놓은

  불빛들이 안겨 있다. 잔뜩 가슴을 찌르고 가는

  차 소리, 바람 소리, 사람들의 그림자가

  길을 가고 있다.

 

  (아빠 나 내년에는 틴에이지거든.

  근데 치킨 한 번만 먹으면 안 돼?)

  겨울이 지나면 수녀도 사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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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4 오전 8:16. 《문학마당》에 보내는 작품-2.hwp (개작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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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초고) 2007-12-04

겨울, 인물이 사라지면

 

 

  여자가 사라져 갔던 겨울, 더러운

  길을 따라 걷고 있다.

  막 밤이 시작된 길

  전자상가 앞 로터리에

  전날까지 내린 눈이 질퍽질퍽하다.

  겨울보다 차가운 바람이

  움추릴 수조차 없게 걸음을 재촉한다.

  바람은 교회가 있는 동산 곁을 지나 뻗어 가다가

  철로와 만나는 길 어디에선가 흩어질 테지만.

  길, 그 길에서 더러는 수녀가 시집을 샀다.

  교회 앞 포장마차들 속엔

  불빛이 가득하다.

  그 안에는 주인 말고는

  장미를 곁에 둔 사람이 있다.

  서른 살은 되었을까?

  백열전등 불빛에 얼굴이 장미만큼 빨갛기만 하다.

  떨고 있는 손과 몸

  들어온 지도 1분은 넘었을 텐데.

  “알겠다. 내가 마련해 본 게 10만 원이다.”

  차도로 돈이 눈처럼 휘날리는 것 같다.

  어둠 속에는 그 길가에 난 민가와 상가에서

  흘리는 불빛들이 안겨 있다.

  잔뜩 찌르고 가는 차 소리

  간혹 부는 바람 소리

  사람들의 그림자가 길을 가고 있다.

  겨울, 인물이 사라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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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4. 22:33.메. 길을 걷다 보면.hwp (초고)

= 2007-12-09 오후 10:25. 길을 걷다 보면.hwp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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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눈 내리는 밤 포장마차3

  눈 내리는 밤 포장마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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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언덕 성당2

  눈 내리는 언덕 성당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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